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221 - 챕터 230

3105 챕터

제221화

“움직이거라!”낙청연은 죽을힘을 다해 버둥거렸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밧줄로 낙청연의 손을 묶었고 입안에는 낡은 천 쪼가리를 물린 채 낙청연을 억지로 끌고 가고 있었다.낙청연은 극도로 화가 났다. 멀건 대낮에, 그것도 저잣거리에서 이렇게 대놓고 사람을 묶어서 납치하려 하다니, 법도라고는 없었다.적어도 백여 명은 될 듯한 사람들이 갑자기 저잣거리에 나타나 거리를 가득 메우자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 못했다.“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이오? 산적들도 아니고 말이오!”“부도를 지키지 않은 여인을 쫓고 있다고 들었소. 첩인데 시동생과 사통했다고 지금 강에 빠뜨리려고 하는 게 아니겠소?”“그렇구먼. 쌤통이오.”“우리도 얼른 가서 구경이나 해보세.”사람들은 수군덕거리기 바빴지 낙청연을 구하려는 자는 없었다.마부는 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마차는 망가졌고 말도 움직이려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급하게 태위부로 달려가 이 소식을 전해야 했다.—낙청연이 태위부로 향한 지 반 시진이 지나서야 부진환은 소서에게서 그 얘기를 전해 들었다.“왕야, 진천리를 정말 찾은 듯합니다. 조금 전 태위부에서 왕비 마마를 모셔갔습니다.”부진환은 그의 말에 의아한 얼굴로 대꾸했다.“진짜 찾았다는 말이냐?”낙청연에게 그렇게 대단한 실력이 있었다니?“본왕도 가봐야겠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기며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고 말을 타고 태위부로 향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믿기 힘들었다. 낙청연의 실력이 그렇게 대단한가? 천리 밖에서 벌어진 일들도 이렇게 정확히 알 수 있다니?그는 태위부로 가서 직접 알아볼 셈이었다.저잣거리에 들어서니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했고 무척이나 떠들썩했다. 말을 타고 지나갈 수 없는 상태라 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방향을 돌려 다른 길로 돌아가야 했다.사람들에게 끌려가던 낙청연은 부진환의 뒷모습을 발견하고는 다급히 그를 불러서 멈춰 세우려고 했지만 제대로 된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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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마부는 비틀거리며 안으로 뛰어 들어와 외쳤다.“큰일입니다! 백성들이 왕비 마마를 억지로 끌고 갔습니다!”그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진 태위는 미간을 구겼다.“뭐라고? 백성들이 끌고 갔다니? 멀건 대낮에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냐?”마부는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진짜입니다! 그들이 사람을 잘못 알아보고 왕비 마마를 잡아갔습니다. 왕비 마마를 강물에 빠뜨리겠다고 했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부진환의 머릿속에 사람이 가득 몰려있던 거리가 문득 떠올랐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그는 순간 안색이 달라지면서 태위부 대문을 박차고 나갔다.—낙청연은 사람들에게 잡혀 강가까지 끌려온 상태였고 그곳에는 구경하러 몰려든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천박하긴! 어찌 시동생과 사통한다는 말이냐? 오늘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남자는 그녀를 모욕하면서 그녀의 몸에 밧줄을 둘렀다.낙청연은 사나운 기세로 말했다.“나는 섭정왕비다! 감히 날 잡다니, 결과가 어떨지 생각해 보았느냐? 대체 누가 너희를 보낸 것이냐? 목숨이 아깝지 않으냐?”낙청연은 그들이 사람을 잘못 알아봤을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분명 누군가 시킨 일일 것이다.감히 멀건 대낮에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사람을 잡다니, 간이 배밖으로 나온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나 그 사내는 콧방귀를 뀌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당신들은 이 사람이 섭정왕비 같소? 섭정왕비가 어찌 이렇게 생겼단 말이오? 돼지처럼 살쪘는데!”사내는 거리낌 없이 비웃었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그를 따라 웃기 시작했다.“그건 불가능하오! 이런 외모를 하고 어떻게 섭정왕비가 될 수 있다는 말이오? 꿈이라도 꾼 것이오?”“그러게나 말이오. 그럴 리가 없지.”또렷이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웃는 소리는 칼날이 되어 낙청연의 몸을 마구 찔렀다. 그들의 비아냥거리는 어조와 눈빛은 낙청연의 화를 끊임없이 돋웠다.사내는 머리를 젖히며 큰소리로 웃었다.“들었느냐? 다들 눈이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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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그 말에 부진환은 불길한 기분이 들어 곧바로 강가로 향했다.아득하게 펼쳐진 강, 세차게 흐르는 강물과 물결까지, 그 어느 곳에서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부진환은 당장이라도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천리 밖에 있는 진천리도 구할 수 있는데 설마 자기 자신을 구하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그러나 그는 생각하지도 않고 풍덩 강 안으로 뛰어들었다.뒤늦게 도착한 소서는 왕야가 강 안으로 뛰어드는 걸 보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급히 그곳으로 뛰어갔다.“왕야!”부진환이 강에 뛰어들다니?구경꾼들은 놀랐다.“왕야라니? 진짜 섭정왕인가? 그럼 아까 강물에 빠진 그 사람이 진짜 섭정왕비이고?”“설마 다른 사람을 강에 빠뜨린 건가?”“세상에나.”사람들은 새된 소리를 냈다.—낙청연은 이미 강물을 많이 마신 상태였고 손목을 묶은 밧줄은 풀었으나 발에 묶인 밧줄은 풀지 못했다.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숨을 참지 못할 것 같았다.머리 위에 있는 광선이 점점 더 아득해져 갔고 마치 심연에 빠진 듯 부단히 아래로 가라앉았다.시간이 없었다.그녀는 무거운 돌덩이를 끌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위로 헤엄치려 했으나 뭍으로 오르는 길은 멀었고 빛에 닿는 것은 너무도 어려웠다.그녀는 온 힘을 다해 한참 동안 헤엄쳤으나 수면 위로 떠 오르지 못했다.몇 번이나 사레가 들리면서 물을 삼키게 됐고 이제는 힘마저 다 빠졌다.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그녀를 집어삼켰다.낙청연이 의식을 잃으려는 순간, 머리 위로 내려앉은 빛 사이로 누군가 그녀를 향해 미친 듯이 헤엄치고 있는 게 보였다.누구지?문득 정신이 든 낙청연은 강렬한 생존 의지에 기대어 다시 한번 힘겹게 손을 뻗으며 위로 헤엄치려 했다. 그녀는 온몸의 힘을 다해 헤엄쳤고 결국 그 힘 있는 팔뚝을 잡게 됐다.부진환은 낙청연의 팔을 잡았으나 낙청연은 바로 그 순간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렸고 그로 인해 육중한 몸이 계속 가라앉았다.부진환은 낙청연의 뺨을 두드렸으나 낙청연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입에서는 거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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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몸을 일으켜보니 옆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낙청연이 보였다. 얼굴이 얼마나 창백한지 식겁할 정도였다.그는 얼른 그녀에게 다가가 낙청연의 가슴을 힘껏 눌렀고 낙청연은 많은 물을 뱉어냈다.눈을 뜬 낙청연은 부진환의 얼굴을 보고는 위험한 상황이 해결되었다는 걸 알고는 다시 무기력하게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다.“낙청연!”부진환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또 쓰러진 건가?손을 뻗어 그녀의 코끝에 가져다 대보고 그녀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부진환은 숨을 돌렸다.그런데 손끝이 그녀의 뺨을 스칠 때 부진환은 낙청연이 열이 심하게 난다는 것을 발견했다.낙청연은 추위에 입술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는데 온몸이 젖은채로 찬 바람을 오래동안 맞고 있어서인지 열이 나고 있었다.부진환은 미간을 구겼다. 그는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봤는데 그곳은 갈대밭으로 인적이 드물고 어두컴컴했다.그는 돌아갈 길을 찾지 못했고 소서 또한 당분간은 그들을 찾지 못할 듯했기에 이곳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부진환은 건초와 마른 장작을 찾아와 불을 지피고 나서 낙청연을 불 근처로 옮겼다. 온몸이 젖어있는 채라 그는 그녀의 겉옷을 벗긴 다음 말렸다.외투를 터는데 무언가 떨어져 나오면서 수풀 사이로 굴러떨어졌다.부진환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것을 주워들었고 그것을 보는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것은… 나침반인가?평소 낙청연이 그것을 꺼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던 그는 그것이 예사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이건 어디서 난 걸까?왜 낙청연이 이런 걸 가지고 있는 걸까?그는 줄곧 이해할 수 없었다. 낙청연은 승상의 적녀이고 어릴 때는 재주가 많기로 소문이 났었으나 열 살이 지난 뒤로는 완전히 달라졌다.밖에서는 그녀가 못생기고 멍청하다는 소문들로 가득했고 낙청연은 아주 드물게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었기에 부진환은 아주 가끔 그녀와 마주쳤었다.밖에 잘 나오지도 않고 저택에서 곱게 자란 대갓집 규수가 어디서 이런 것들을 배운 것일까? 그리고 이 나침반은 어디서 난 것일까?불더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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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몸을 일으키는 찰나, 부진환의 입술이 낙청연의 귓가를 스쳤고 그 바람에 낙청연의 귀끝이 새빨갛게 물들었다.바로 다음 순간, 낙청연은 바닥에 쓰러졌고 부진환이 그녀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눌렀다.부진환은 확고한 태도로 말했다.“본왕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돌려주지 않겠다!”“그런 억지가 어딨습니까? 그것은 원래 제 것입니다!”낙청연은 조바심이 나서 얼굴이 온통 빨갛게 달아올랐다. 왜 자신이 그것들을 부진환에게 얘기해야 한다는 말인가?그러나 두 손이 죄인 상태고 몸은 그에게 짓눌러져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노여움이 가득했다.부진환은 낙청연의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고 잠깐이지만 귀엽다고 생각했다.불빛이 그녀의 동그란 얼굴을 비추니 붉게 달아오른 뺨과 작고 오뚝한 코, 맑고 깨끗하면서 활력이 넘치는 눈동자가 보였다.부진환은 미간을 찡그렸다. 낙청연은 추녀가 아니던가?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눈이 안 좋나?아니면 낙청연의 용모에 변화가 생긴 것일까?그는 단 한 번도 그런 것에 신경 써본 적이 없었다.낙청연은 그가 왜 넋을 놓고 있는지는 몰랐으나 그 틈을 타서 천명 나침반을 빼앗았다.부진환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며 그것을 빼앗으려 했지만 낙청연이 천명 나침반을 품에 감췄다.나침반을 빼앗으려던 부진환의 손이 그녀의 가슴 위에서 멈췄다.낙청연의 입술이 매혹적인 호선을 그렸다. 그녀는 도발하듯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빼앗아 보시지요?”“왕야께서는 그럴 용기가 없으시나 봅니다?”부진환의 시선이 그녀의 가슴에 멈췄다. 그녀의 옷은 자신이 잡아당기는 바람에 흐트러져 있었고 삐죽 튀어나온 나침반이 겨우겨우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부진환은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그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날카로운 기운을 내뿜으며 얼른 시선을 옮겼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부진환은 뒤로 돌아서서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옷을 제대로 갖춰 입거라!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그의 말에 멈칫한 낙청연은 고개를 숙이더니 깜짝 놀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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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그렇다, 이번엔 눈치가 좀 빠른 편이구나!”“그럼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도 알겠구나!”부진환의 어투는 차가웠다. 낙청연은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 하지만 빠르게 화를 가라앉혔다.부진환은 세력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비록 그녀는 진 태위에게서 보수로 천 냥의 은자만 받았지만, 진 태위는 이번 일 때문에 그녀와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었고 자연스럽게 섭정왕부와도 우호적인 관계가 될 것이다.설령 부진환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진 태위는 이미 어느새 부진환의 세력에 합세한 셈이다.그리하여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맑은 목소리로 서서히 말했다: “좋습니다! 왕야를 돕겠습니다.”“하지만, 왕야께서는 저의 조건을 하나 들어주셔야 합니다.”부진환의 두 눈에는 일말의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조건은 무엇이냐?”설마 또 어머니 유품을 달라는 건가?그는 낙월영을 여러 번 타진해보았다. 낙월영은 언제나 여러 개의 향낭을 꺼내 보여주면서 그를 속이곤 했다. 오로지 낙청연의 향낭만 내놓지 않으면서 시치미를 떼곤 모르는 체한다.그렇다고 그는 억지로 빼앗을 수도 없었다.그래서 향낭은 여태껏 낙월영이 가지고 있다.하지만 낙청연은 이번에 향낭을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말했다: “이 나침반을 왕야는 못 본 걸로 할 수 있습니까? 나침반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주십시오.”부진환은 이 말을 듣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의외로 그가 나침반을 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녀의 마음속에 그는 이런 사람이었다.마음은 왠지 답답했다. 하지만 부진환은 여전히 조용히 대답했다: “좋다. 약조하마.”부진환의 약조를 듣고 낙청연은 한마디 더 했다: “이 일은 낙월영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왕야, 할 수 있으시겠지요?”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지금 그가 약조를 지키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가?“그럼 내가 맹세라도 해야 하는 것이냐?”하지만 낙청연은 살짝 웃더니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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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이번에 그녀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진백리의 눈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자신에게 이번 재앙이 닥치리라는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다.부진환은 넋을 잃은 채 그 영패를 골똘히 쳐다보더니 중얼중얼 한 마디 했다: “류 가……”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왕야, 류 가라고 하셨습니까?”“류훼향?”부진환은 사색에서 깨어나더니, 차갑게 말했다: “네가 잘못 들은 것이다.”“청풍루의 일은, 내가 조사할 테니, 너는 끼어들지 말거라.”부진환은 그 영패를 거두고, 낙청연에게 돌려주지 않았다.이번에 부진환도 하마터면 사고를 당할 뻔했으니, 그녀를 위해 복수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위해서라도 도리상 배후를 밝힐 것이라고 낙청연은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그 영패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그녀는 두 다리를 웅크리고 모닥불 가까이에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다. 몰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땅에 누워 잠들었다.부진환은 오늘 일을 한창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생각에서 깨어났을 때 낙청연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하지만 밤이 되니 어찌나 추운지 낙청연이 몸을 웅크린 채 계속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부진환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장작을 한 줌 더 넣어 불길을 좀 더 세게 지폈다.낙청연의 머리는 무겁고 어지러웠다. 모닥불을 아무리 세게 피웠다고 해도 이 땅에 스며드는 추운 밤을 견딜 수 없었다. 하물며 이미 물에 빠져 몸은 얼어 있었다. 그녀는 추운 나머지 의식마저 흐려졌고 흐리멍덩하게 춥다는 말만 하고 있었다.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자꾸 눈길을 주게 됐다.결국 그는 일어서더니 다가가서 자신의 겉옷을 벗어 낙청연에게 덮어주었다.한 줄기의 따뜻함이 다가오니 의식이 흐린 낙청연은 자기도 모르게 꽉 잡았다.딱 알맞게 부진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는 흠칫 놀라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낙청연을 밀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춥다고 하는 소리가 끊기지 않자, 결국 그냥 내버려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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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부진환은 낙청연을 안고 조급한 마음으로 아주 오래 걸었다.드디어 마침내 물 위에 떠 있는 배 한 척이 눈에 들어왔다.섭정왕부의 사람이었다!부진환은 바로 낙청연을 안고 강가로 갔다.“저기, 저기 있습니다! 왕야는 저기 있습니다!’ 배 위에 탄 사람은 그들을 발견하고 감격스러워 큰 소리로 외쳤다.--낙청연은 섭정왕부에 돌아왔다. 이번 일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에 궁에서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황상은 특별히 태의를 보냈다.왕부의 사람들이 꼬박 하루를 분망하게 보낸 덕에 낙청연은 겨우 목숨을 건졌다.어렴풋이 깨어나니, 낙청연은 머리가 무겁고 온 몸이 나른해서 일어날 수 없었다.“왕비, 다행입니다……” 지초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여미면서 말했다.“왕야도 돌아왔느냐?” 낙청연도 어쩐지 첫 마디가 부진환의 안부를 묻게 되었다.“네! 돌아오셨습니다. 왕야께서 왕비님을 안고 돌아오셨을 때 그 모습은 정말 무서웠습니다. 왕야는 엄청나게 조급해하셨습니다.” 지초는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무서워서 가슴이 두근거렸다.지초의 말을 듣더니, 낙청연은 다소 놀랐다. “왕야가 나를 구해서 데려온 것이냐?”생각해보니 그러네! 어젯밤 그들은 쭉 함께 있었다.그래도 다행히 그녀를 못 본 체하지 않고, 버리고 오지 않았네!지초는 또 대답했다: “네, 왕야도 풍한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왕비만큼은 엄중하지 않습니다. 왕비, 염려하지 마십시오.”등 어멈은 약을 들고 들어오더니, 지초더러 왕비를 일으켜 세우라고 했다.한편으로는 낙청연에게 약을 먹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밀스럽게 말했다: “왕야는 이미 소소와 소유를 보내 왕비님을 강에 내던진 그 사람들을 조사하라고 보냈습니다.”“하지만 저는 우연히 소유가 왕야께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청풍루에 있는 어떤 계집이 낙 가의 둘째 소저를 봤다고 했답니다.”여기까지 듣던 낙청연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낙월영?”등 어멈은 심각한 표정으로 지초더러 나가서 문을 지키라고 눈치했다.지초가 문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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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만일 왕야가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어 이 일을 은폐한다면, 왕비님은 5황자의 도움을 받으실 겁니까?”듣고 있던 낙청연은 흠칫 놀라 하더니, 즉시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절대 5황자를 찾아가지 말거라, 이런 말도 5황자에게 들려줘서는 안 된다. 그의 처지는 이미 자신도 지키기 힘든데 나를 위해서 뭘 할 수 있다는 말이냐? 이 일은 원래부터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나도 그가 이 일에 연루되는 게 싫구나!”강에 내던져진 사건이 뜻밖에도 낙월영과 관련이 있다니, 세 사람사이는 이미 너무 복잡해졌다.만일 부운주까지 연루된다면 사건은 더욱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더더욱 번거로워진다.등 어멈은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왕비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하지만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등 어멈도 왕비가 이번에 이토록 고생한 것을 가슴 아프게 여겼다.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으니까!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리고 깊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일단 병부터 치료하자. 나도 한번 보고싶구나! 부진환이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그리하여, 그녀는 매일 방에서 약을 마시며 요양하고 있었다. 전혀 나가지 않았다.며칠이 지나자, 섭정왕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했다.부진환은 온 적이 없었다.오히려 낙월영이 두 번 왔다 갔다. 말로는 낙청연을 뵈러 왔다고 했다.하지만 등 어멈은 왕비의 병세가 엄중해서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는 핑계로 그녀를 돌려보냈다.--“콜록, 콜록, 콜록……”서방에서 낮은 기침 소리가 한바탕 들려왔다. 소유는 약사발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그는 들어가더니 또 급하게 방문을 닫았다. 한기가 왕야에게 전해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부진환은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의 뼈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은 한창 손수건으로 손끝에 묻은 피를 닦고 있었다. 두 눈은 온통 핏빛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왕야, 저 사람들은 저에게 맡겨 주시면 되는데 왜 하필 직접 가셨습니까? 옷이 더러워졌습니다.”소유는 약 사발을 건넸다.부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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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낙청연은 순간 멍해 있더니, 약간 거부했다. “병이 아직 낫지 않아서 못 간다고 전하거라.”하지만 등 어멈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마 안 될 것 같습니다. 금서가 직접 모시러 오셨고, 마차도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심지어 태의까지 왔습니다.”태의까지 왔다고?이것은 죽더라도 그녀를 반드시 궁에 데려가겠다는 뜻인가?말을 하자마자, 금서가 태의를 데리고 정원으로 들어왔다.“왕비님의 몸은 좀 어떠하신지요? 태후마마께서 특별히 료 태의도 저와 함께 보내시어 왕비님의 병세를 봐주시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리고 겸사겸사 왕비님께서 입궁하시어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십니다.”낙청연은 두어 번 기침하더니 말했다: “입궁해야 한다니! 그럼 제가 몸단장을 좀 하고 오겠습니다.”하지만 금서는 말했다: “왕비, 번거롭게 단장하실 필요 없다고 태후마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왕비님이 병중이시라 나무라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왕비님 편하신 대로 하시면 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등 어멈더러 피풍(披风)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금서를 따라 왕부를 나갔다.그녀는 마차에 올라 궁으로 들어갔다.태의는 마차에서 그녀의 맥을 짚어보더니 말했다: “왕비의 몸은 비록 약간 허약하지만 앞으로 천천히 몸 조리하시면 건강을 되찾으실 수 있습니다. 지금 보아하니 큰 고비는 넘기 신듯 싶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료 태의, 감사합니다!”“아닙니다! 하관이 오히려 왕비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왕비님께서 진천리의 병을 치료해 주셨던 그 처방은 하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료 태의는 감격스럽게 말했다.낙청연은 그제야 기억이 났다. 이 사람은 바로 그날 류훼향이 모셔온 태의였다.그래서 그녀는 겸사겸사 료 태의와 의술과 투약 경험을 교류했다.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궁에 도착했다.마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서, 수희궁에 도착했다.태후는 수수한 색의 금문포를 입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품속에는 손난로를 안고 있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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