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241 - 챕터 250

3105 챕터

제241화

“이 별원은 오랫동안 사람이 지내고 있지 않았기에 아주 더럽습니다. 왕비 마마, 우선은 정원에 잠깐 앉아 계세요. 제가 방 안을 깨끗이 청소해 놓겠습니다.”지초는 그 말과 함께 물건을 내려놓고는 방 안을 청소하기 위해 빗자루를 가지러 갔다.낙청연은 매화나무가 가득한 정원에 있는 돌의자에 앉아 지초가 들락날락하며 바삐 돌아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런데 지초가 가지 않은 곳의 바닥에 깊고 얕은 발자국이 남아있는 게 보였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침반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나침반이 조금씩 움직였다.밤의 장막이 드리워져서야 지초는 겨우겨우 저택의 반을 청소했다.방 안으로 들어간 낙청연은 촛불을 밝힌 뒤 침상을 정리했고 지초는 부엌에서 간단히 죽을 끓여서 가져왔다.두 사람은 간단히 배를 채웠다.낙청연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오늘 밤 내 방에서 자거라. 이곳에는 숯이 없어 밤에는 추울 것이다.”“알겠습니다.”지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텅텅 비어있는 큰 저택이 조금 무서웠다.저녁을 먹은 뒤 낙청연은 내일 할 일을 지초에게 말해줬다. 그녀는 내일 산으로 들어가 먹을 것을 구하고 내친김에 약초까지 구해 올 셈이었다. 그리고 지초는 근처 마을에 가서 숯과 쌀, 밀가루 같은 것을 사 오기로 했다.겨울에 접어드니 해가 빨리 저물었고 밤에는 상당히 추웠기에 두 사람은 일찍 잠을 청했다.저택 바깥이 텅 비어있어 그런지 바람 소리가 무척 또렷하게 들려왔고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끄지 않은 방 안의 촛불은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끊임없이 일렁였다.지초는 바닥에 푹신한 것을 깔아 놓고 누워있었는데 너무 무서워 눈을 꼭 감았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반대로 낙청연은 두 손을 교차한 채 머리를 받치고는 방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역시나, 자시쯤이 되자 정원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끼익—방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에 지초는 모골이 송연해 벌떡 일어나 앉았고 방문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더 보기

제242화

문가에 서 있던 검은 그림자가 사라졌다.두 사람은 그곳을 한참이나 바라봤지만 더는 인기척이 없었다.낙청연은 지초의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별일 없으니 이만 자거라.”지초는 깜짝 놀랐지만 왕비의 침착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왕비가 있다면 그녀는 무서울 게 없었다. 낙청연은 지초에게 자도 된다고 했지만 사실 두 사람은 전혀 잠들지 못했다.지초가 자지 못한 건 두려움 때문이었지만 낙청연은 밖의 기척에 대해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결국 날이 밝아왔고 계획대로 지초는 마을에 먹을 걸 사러 갔고 낙청연은 산에 가서 약재를 채집했다.낙청연은 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고 그녀의 몸조리에 사용되는 약초는 굉장히 값비싼 것이라 금방 살림이 거덜 날 게 뻔했다.그나마 가격이 싼 편인 약초들을 최대한 많이 채집해 돈을 아껴서 먹고 입고, 또 겨울나기에 필요한 숯을 사는 게 나았다.지초는 순조롭게 식자재와 숯을 샀고 낙청연은 산에서 약재와 버섯들을 채집했다.오늘은 방에 불을 피워 따뜻한 편이었다.어느새 날이 어두워졌고 지초는 다시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또 밤을 지새웠다.그날 밤엔 문밖에 그림자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방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별원에 온 지 3일째가 되어서야 두 사람은 겨우 자리를 잡았다. 식자재는 충분했고 숯 또한 많이 준비해 두었다.날은 점점 더 추워졌다.저녁 시간이 되어 밥을 먹는데 지초가 물었다.“왕비 마마, 이곳을 떠날 생각은 없으십니까? 여긴 너무 외진 것 같습니다. 어쩐지 좀 음산한 것 같기도 하고요.”낙청연은 웃었다.“떠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해야 할 일이 있거든.”“무슨 일입니까?”지초는 의아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왕비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낙청연은 비밀스럽게 말했다.“사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물론 그 누군가가 혼자가 아닐 수도 있고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그 말에 지초는 등허리
더 보기

제243화

지초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합니다! 이 별원에 큰 쥐가 있는 건 정상이겠죠. 저희 식자재를 훔쳐 먹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왜 숯을 훔치는 건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더니 웃으며 말했다.“어떤 쥐새끼가 감히 우리 지초가 고생해서 얻어 온 숯을 훔친다는 말이냐? 가자. 나랑 같이 쥐새끼를 잡으러 가자꾸나.”지초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낙청연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진짜 쥐를 잡을 생각인 건지 빗자루까지 챙겨 들었다.낙청연은 지초를 데리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곁채로 향했다. 별원은 아주 컸고 곁채에서 지낼 생각은 없었기에 그곳을 청소한 적도, 점검한 적도 없었다.곁채 밖에 도착했을 때 바닥을 보니 발자국이 혼잡스럽게 찍혀있었다.큰 쥐는 아마도 이곳에 있는 듯했다.그녀는 정원의 문을 열었고 내친김에 나무 막대기까지 주워들었다.마당 안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는데 나무 막대기 여러 개로 만든 아궁이와 작은 솥이 걸려있는 게 보였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니 솥 안에는 죽이 남아있었고 옆에 있던 풀 무더기에는 짐승의 가죽이 있었다.지초는 깜짝 놀랐다.“왕비 마마, 여기… 누가 사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여기로 올 때 별원에서 지내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지 않습니까? 세상에나, 왕비 마마께서 오셨는데 마중하러 나오지 않다니요.”지초는 씩씩거리면서 여러 개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방 안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사라졌던 숯과 식자재가 사실은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두 방은 모두 깨끗했고 누군가 사는 흔적이 보였으나 지금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낙청연은 느긋하게 방 안을 살펴보았다. 두 방안에 남은 물건들을 보니 여인 한 명과 사내 한 명인 듯했다.그리고 방 안에는 흰 이불의 천이 찢겨 있는 게 보였다. “이것이… 밤마다 저희 방 밖에서 떠다니던 흰 물체입니까?”지초는 깜짝 놀랐고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쥐 두 마리가 꽤 크구나.
더 보기

제244화

낙청연은 여인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는데 늑대가 여인을 향해 달려드는 걸 보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낙청연은 그녀를 덥석 안고서 바닥으로 굴렀고 두 사람은 풀더미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늑대가 덮쳐올 때 나뭇가지들이 늑대의 앞을 가로막고 있어 시간을 조금 벌 수 있었다.사내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재빨리 달려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낙청연이 그보다 앞서 그녀를 구했다.사내는 곧바로 활을 들더니 화살로 늑대를 쏴 죽였다.늑대는 잠깐 움찔하더니 곧 숨이 끊어졌다.풀더미 속에서 일어난 낙청연은 늑대의 눈이 빨간 걸 보고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래서 늑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는데 사내가 그녀를 막았다.“위험하니 다가가지 마세요.”낙청연은 시선을 거두고 눈앞의 사내를 바라봤다. 그는 사냥꾼인 듯 보였으나 미간에 핏빛의 살이 낀 걸 보니 사람을 죽인 적이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 수가 적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살이 이렇게 현저하게 껴있을 리가 없었다.어쩌면 자객에서 사냥꾼으로 전업한 걸지도 몰랐다.초초라고 불린 여인은 얼른 낙청연에게 다가가 감사 인사를 전했다.“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대꾸했다.“인사는 됐다.”초초가 계속해 말했다.“이렇게 황량한 곳에는 어쩌다 오시게 된 겁니까? 그것도 혼자 오시다니요? 너무 위험합니다.”낙청연은 두 사람을 훑어보더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내 저택에 살고 있으면서 혼자 어찌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 물은 것이냐?”그 말에 두 사람은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놀란 기색을 보였다.초초는 난처한 표정으로 얘기했다.“그 저택에 살고 계신 분이 당신이었습니까?”사내는 살짝 놀란 얼굴이었다. 초초가 이렇게 빨리 인정할 줄은 몰랐던 탓이었다. 그러나 말리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그는 초초를 끌고 와 자신의 등 뒤로 감추더니 낙청연을 경계하며 말했다.“그 저택은 줄곧 비어 있었습니다. 그게 당신의 저택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더 보기

제245화

낙청연은 송천초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가 더욱 궁금했다.그래서 그녀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럼 동굴에서 탈출한 뒤 왜 이곳을 떠나지 않은 것이냐? 마을을 멀리하면 제물로 바쳐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송천초는 그녀의 말에 두려운 기색을 드러내며 긴장한 얼굴로 옷자락을 꼭 쥐었다.“사실 저는 도망칠 수가 없습니다. 무언가가 절 얽매고 있거든요…”송천초는 그 말을 할 때 두려운지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그녀의 뒤에 서 있던 허청림이 입을 열었다.“난 널 데리고 꼭 이곳을 벗어날 것이다.”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송천초를 바라보며 말했다.“도망치지 못한다는 말이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매번 도망치려고 산을 나가는 저 작은 길을 걸으면 다시 산 안으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마치 악령 때문에 이곳에 갇힌 듯 말입니다. 그래서 저택 안에 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낙청연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별원에 온 첫날, 그녀 역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눈치챘었다.이 두 사람 외에도 무언가 있는 게 분명했다.하지만 낙청연은 여전히 의아했다. 그것이 만약 송천초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다면 지금 송천초가 이렇게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저택에 숨어있는 것 또한 안전할 리가 없었다.그 저택에는 액막이를 할 수 있는 그 어떤 조치도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인제 보니 그녀가 모르는 일이 있는 듯했다.세 사람은 함께 하산했고 낙청연은 두 사람을 데리고 별원으로 돌아갔다.지초는 그들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왕비가 말한 쥐 두 마리가 저 사람들이라니.식사할 시간이 되어 낙청연은 지초에게 네 사람이 먹을 밥을 해두라고 일렀다.낙청연은 허청림이 잡은 늑대를 보고 싶었으나 허청림은 그 장면이 너무 잔인하고 꼭 자기가 직접 처리해야 한다면서 낙청연이 보지 못하게 했다.그렇게 숨기려고 드는 걸 보니 더 이상했다.방 안은 불을 피워두었기에 아주 따뜻했다. 낙청연은 송천초와 함께 방에서 생강을 달인 물을 두 그
더 보기

제246화

밤바람이 불어오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게다가 들려오는 소리는 다른 때보다 훨씬 더 컸다.곁채에서는 심지어 고함까지 들려왔다.여러 가지 소리가 섞여 정확히 분간할 수가 없었으나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방문이 덜컹거리면서 소리를 냈고 누군가 밖에서 문을 억지로 열려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지초는 긴장한 얼굴로 낙청연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왕비 마마, 이건…”낙청연은 지초의 손등을 토닥이며 대꾸했다.“내가 나가보마. 너는 방 안에 가만히 있거라.”지초는 조금 걱정스러웠다.“왕비 마마…”“괜찮다. 무서워하지 말거라.”낙청연은 위로하듯 지초의 어깨를 두드렸고 이내 혼자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그것은 낙청원이 별원으로 거처를 옮긴 뒤 처음 야심한 시각에 방을 나서는 것이었다.밖에서 부는 찬 바람에서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처마 밑에 달린 등불은 이리저리 나부꼈고 나뭇잎은 사락사락 소리를 내고 있었다. 원래도 썰렁했던 저택이 지금은 귀신 들린 저택처럼 보였다.앞마당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소리는 분명 곁채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낙청연은 침착하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곁채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내 바닥에 대량의 구불구불한 흔적이 있는 걸 발견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뱀이었다.현재 정원에서는 허청림이 송천초를 지키고 있었는데 검으로 바닥에 있는 뱀들을 치우고 있었다.점점 더 많은 뱀이 정원의 담을 넘거나 구멍을 통해 정원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들이 기어 다니면서 내는 소리를 들으니 머리털이 쭈뼛 설 지경이었다.송천초는 뱀을 쫓는 가루를 흩뿌리면서 뱀을 쫓았지만 곧이어 바람이 크게 불면서 가루가 전부 날아갔다.그러다 뱀 한 마리가 갑자기 허청림의 발목을 물었고 허청림은 고통 때문에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게 됐다.“오라버니!”송천초는 깜짝 놀라면서 곧바로 뱀을 쫓는 가루를 잔뜩 뿌렸다.비록 또 바람에 흩어질 게 뻔하지만 적어도 잠시 시간을 벌 수 있
더 보기

제247화

낙청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허청림은 벌떡 일어서더니 절뚝거리면서 송천초를 자신의 뒤로 감추며 말했다.“이 자를 믿지 말거라! 이 여인에게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허청림은 낙청연을 경계하며 말했다.“지금까지 여기에 숨어있었지만 뱀들은 감히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들어온다고 해도 겨우 한두 마리뿐이는데, 오늘 밤에는 이렇게나 많이 들어오다니! 게다가 이 여인이 나타나자마자 뱀들이 다 사라지지 않았더냐!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낙청연은 자신이 오자 뱀들이 사라진 일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낙청연이 말했다.“내가 두 사람을 해치려 했다면 뱀들은 물러나지 않았겠지.”송천초는 그녀의 말에 두 눈을 반짝이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감사합니다, 낙 소저. 오늘 밤 또 폐를 끼쳤군요.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송천초는 낙청연을 믿었다. 다만 낙청연은 어딘가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었고 오늘 밤 일이 기괴한 것도 사실이었다. “괜찮다. 많이 늦었으니 이만 쉬거라. 다른 건 내일 얘기하자꾸나.”낙청연은 말을 마치고는 자리를 떴다.송천초는 다급히 허리를 숙여 뱀에 물린 허청림의 발목을 살피며 말했다.“다행히도 독은 없는 것 같습니다. 조금 뒤 약을 내드리겠습니다.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알겠다.”그 뒤 송천초는 허청림을 부축해 방 안으로 들어갔다.공기 중에는 뱀을 쫓는 가루의 냄새가 남아있었고 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송천초는 의술에 능통한 듯 보였고 뱀을 쫓는 가루에 들어있는 약재들은 무척 진귀한 것들이었다.하지만 아쉽게도 바람 한 번 부니 가루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낙청연은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지초는 방구석에서 몸을 말고 덜덜 떨고 있었는데 낙청연이 들어온 걸 확인하고는 곧바로 그녀에게 달려갔다.“왕비 마마.”“내가 괜찮다고 하지 않았느냐? 우리를 상대하러 온 것이 아니라 널 다치게 할 일은 없다.”낙청연의 말에 지초는 고개를 끄덕였다.“두렵지 않습니다.”그 말과 함께 지초는 낙청연의 팔에 팔짱을 꼈다.
더 보기

제248화

쿠구궁—우레가 울었고 밤하늘에 보이던 기다란 그림자는 순식간에 사라졌다.나침반이 마구 움직이고 있었다.그러나 이것은 경고의 움직임이 아니라 위력에 놀란 것이었다.“산신이라니…”하지만 그것은 누군가를 해칠 마음은 없는 듯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껏 잠잠하지도 않았을 터였다.그러나 그것은 포기하지 않은 듯했고 진짜 송천초에게 달라붙은 것 같았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 앞에 갑자기 누군가 나타났다. 피곤한 얼굴의 그녀는 눈 밑이 검었고 안색이 창백했으며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낙 소저…”송천초는 문가에 서 있었고 그녀의 뒤로는 우레가 친 뒤 갑작스레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낙청연은 송천초를 끌고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앉거라.”자리에 앉은 송천초는 낙청연을 보더니 긴장감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낙 소저, 전… 전…”송천초는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낙청연은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미소에 송천초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구나. 최근에 충격받을 만한 일이 많았으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모양이구나. 이렇게 날 찾아온 걸 보니 허청림 몰래 온 것이겠지. 왔으니 편하게 얘기해보거라.”송천초는 그 말에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고 곧이어 밖에서 우레가 울었다. 그에 송천초는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낙 소저를 찾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낙 소저께서 뱀들을 쫓아낸 걸 생각하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송천초는 긴장한 얼굴로 낙청연의 손을 잡았다.“그가 절 찾은 것 같습니다. 항상 절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송천초는 겁에 질려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낙청연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천천히 얘기해 보거라.”송천초는 그제야 얘기를 꺼냈다.“처음 산에서 도망쳤을 때 매일 밤 뱀들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저희를 해친 적은 없습니다. 매일 전
더 보기

제249화

그건 굉장히 드문 진귀한 영초(靈草)라 돈이 많아도 구하기 어려웠다.만약 구란선삼이 있다면 그녀의 비만증은 아주 빨리 나을 수 있었다.송천초의 진지한 모습에 낙청연은 더더욱 놀랐다.사실 송천초는 진짜 심각하게 무서운 건 아니었다. 그저 무서운 감정을 빌어 그녀의 맥을 짚어 본 것이다. 사실 송천초의 의술은 대단했고 이미 그 전에 낙청연이 독에 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충분한 흥정거리가 있으니 낙청연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었다.송천초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런 점이 밉지 않았고 오히려 더 사랑스러웠다.낙청연은 호쾌하게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알겠다. 그러면 그렇게 약속하지.”송천초의 눈동자에 빛이 감돌았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낙청연을 향해 예를 갖췄다.“낙 소저, 고맙습니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구란선삼을 교환 조건으로 걸다니, 송천초는 자신이 아주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고 어쩌면 또 숨기는 게 있을지도 몰랐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물었다.“난 궁금한 게 많다. 이 일이 해결된다면 나한테 솔직하게 얘기해 주실 수 있겠느냐?”송천초는 살짝 놀라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만약 이 일을 해결한다면 낙 소저는 제 은인이십니다. 낙 소저께서 뭘 원하시든지 다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대로 고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지요.”낙청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곧 부적 하나를 그려 송천초에게 건네줬다.“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거라. 꿈이든 현실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것들은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것이니 몸을 지키는 데 유용할 것이다.”송천초는 그 부적을 건네받고는 조심스레 품 안에 집어넣었다.“감사드립니다, 낙 소저.”낙청연은 또 한 번 당부했다.“날 찾아온 일은 허청림에게 얘기하지 말거라. 그는 내가 널 해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니.”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청림을 감싸며 말했
더 보기

제250화

그 생각이 들자 낙월영은 아노에게 분부했다.“가서 제물로 바쳐진 여인의 행방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거라. 그리고 바람잡이도 몇 명 찾아서 마을 사람들이 낙청연을 제물로 바치게 하거라. 만약 제물로 바쳐졌는데도 죽지 않는다면 낙청연을 죽일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것이다.”그때가 되면 누군가 낙청연의 죽음을 조사한다고 해도 마을 사람들이 한 짓이라 자신과는 상관없었다.낙청연이 깔끔하게 죽어야 수도에서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었다.—비는 이틀간 계속 쏟아졌고 세찬 빗줄기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마저 집어삼켰다.그날 밤 지초는 아주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오직 비 내리는 소리만 들렸기 때문이다.하지만 낙청연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녀는 왜 그것이 아직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지 궁금했다.그녀는 송천초에게 부적 하나를 건넸고 뱀이든 그것이든 모두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그것이라면 화를 내면서 그녀를 찾아와야 마땅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감감무소식이었다.잠잠할수록 낙청연은 더욱더 불안했다.생각에 잠겨 있는데 밖에서 갑자기 벼락이 쳤고 방 밖에 있는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그것은 순식간에 낙청연의 시야에 나타났고 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곧이어 연기가 문틈으로 들어왔다.그 검은 그림자는 문밖에 잠시 서 있다가 떠났다.낙청연은 코를 부여잡은 채로 침대에서 내려와 문 옆에 섰다. 그녀는 조심스레 문틈 사이로 떠나가는 그자의 뒷모습을 보았다.그자는 허청림이었다.허청림이 저택 밖으로 나가자 낙청연의 미간이 좁혀졌다. 늦은 시간이었고 비까지 오는데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낙청연은 호기심과 의심을 안고 그를 따라가보려 마음먹었다.그녀는 움직이기 편하게 도롱이를 걸치고 나갔다.허청림의 귓가에는 우렛소리와 빗소리만 들렸고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낙청연은 그에게 들키지 않고 멀리 떨어진 채로 허청림의 뒤를 밟을 수 있었다.그녀는 허청림을 따라 산으로 들어갔고 그곳은 낙청연이 한 번
더 보기
이전
1
...
2324252627
...
31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