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굉장히 드문 진귀한 영초(靈草)라 돈이 많아도 구하기 어려웠다.만약 구란선삼이 있다면 그녀의 비만증은 아주 빨리 나을 수 있었다.송천초의 진지한 모습에 낙청연은 더더욱 놀랐다.사실 송천초는 진짜 심각하게 무서운 건 아니었다. 그저 무서운 감정을 빌어 그녀의 맥을 짚어 본 것이다. 사실 송천초의 의술은 대단했고 이미 그 전에 낙청연이 독에 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충분한 흥정거리가 있으니 낙청연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었다.송천초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런 점이 밉지 않았고 오히려 더 사랑스러웠다.낙청연은 호쾌하게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알겠다. 그러면 그렇게 약속하지.”송천초의 눈동자에 빛이 감돌았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낙청연을 향해 예를 갖췄다.“낙 소저, 고맙습니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구란선삼을 교환 조건으로 걸다니, 송천초는 자신이 아주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고 어쩌면 또 숨기는 게 있을지도 몰랐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물었다.“난 궁금한 게 많다. 이 일이 해결된다면 나한테 솔직하게 얘기해 주실 수 있겠느냐?”송천초는 살짝 놀라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만약 이 일을 해결한다면 낙 소저는 제 은인이십니다. 낙 소저께서 뭘 원하시든지 다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대로 고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지요.”낙청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곧 부적 하나를 그려 송천초에게 건네줬다.“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거라. 꿈이든 현실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것들은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것이니 몸을 지키는 데 유용할 것이다.”송천초는 그 부적을 건네받고는 조심스레 품 안에 집어넣었다.“감사드립니다, 낙 소저.”낙청연은 또 한 번 당부했다.“날 찾아온 일은 허청림에게 얘기하지 말거라. 그는 내가 널 해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니.”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청림을 감싸며 말했
그 생각이 들자 낙월영은 아노에게 분부했다.“가서 제물로 바쳐진 여인의 행방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거라. 그리고 바람잡이도 몇 명 찾아서 마을 사람들이 낙청연을 제물로 바치게 하거라. 만약 제물로 바쳐졌는데도 죽지 않는다면 낙청연을 죽일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것이다.”그때가 되면 누군가 낙청연의 죽음을 조사한다고 해도 마을 사람들이 한 짓이라 자신과는 상관없었다.낙청연이 깔끔하게 죽어야 수도에서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었다.—비는 이틀간 계속 쏟아졌고 세찬 빗줄기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마저 집어삼켰다.그날 밤 지초는 아주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오직 비 내리는 소리만 들렸기 때문이다.하지만 낙청연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녀는 왜 그것이 아직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지 궁금했다.그녀는 송천초에게 부적 하나를 건넸고 뱀이든 그것이든 모두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그것이라면 화를 내면서 그녀를 찾아와야 마땅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감감무소식이었다.잠잠할수록 낙청연은 더욱더 불안했다.생각에 잠겨 있는데 밖에서 갑자기 벼락이 쳤고 방 밖에 있는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그것은 순식간에 낙청연의 시야에 나타났고 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곧이어 연기가 문틈으로 들어왔다.그 검은 그림자는 문밖에 잠시 서 있다가 떠났다.낙청연은 코를 부여잡은 채로 침대에서 내려와 문 옆에 섰다. 그녀는 조심스레 문틈 사이로 떠나가는 그자의 뒷모습을 보았다.그자는 허청림이었다.허청림이 저택 밖으로 나가자 낙청연의 미간이 좁혀졌다. 늦은 시간이었고 비까지 오는데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낙청연은 호기심과 의심을 안고 그를 따라가보려 마음먹었다.그녀는 움직이기 편하게 도롱이를 걸치고 나갔다.허청림의 귓가에는 우렛소리와 빗소리만 들렸고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낙청연은 그에게 들키지 않고 멀리 떨어진 채로 허청림의 뒤를 밟을 수 있었다.그녀는 허청림을 따라 산으로 들어갔고 그곳은 낙청연이 한 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인가?이 산에 있는 것이 무엇인 줄 알고 감히 뱀의 쓸개를 취할 것이라 하는지.어찌 됐든 간에 송천초가 위험했다. 요 며칠 안에 계획을 실행할 생각인 듯했으니 얼른 이 사실을 송천초에게 알려줘야 했고 송천초가 허청림을 경계하게 만들어야 했다.그러나 그녀가 막 몸을 일으켜 자리를 뜨려던 순간, 번개가 치면서 주위가 삽시에 환해졌고 그녀의 그림자가 천막에 비치면서 두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누구냐?”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얼른 허리를 숙여 풀숲으로 몸을 숨기더니 발소리를 죽이고 도망갔다.두 사람은 천막 밖으로 나왔으나 주위가 컴컴하고 또 큰 비가 내리고 있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우리가 잘못 본 건가?”남자는 미간을 찌푸렸고 허청림 또한 미간을 좁혔다. 그는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와 검을 들었고 삿갓을 쓰고 빠른 걸음으로 산에서 내려갔다.낙청연은 거의 달리다시피 하면서 산에서 내려갔다. 그녀는 허청림이 뒤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번개가 치는 순간 산기슭에서 허청림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그녀는 긴장을 안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저택으로 돌아갔다.만약 허청림이 그녀가 그들의 비밀을 엿들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죽임을 당할지도 몰랐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처소로 돌아왔고 도롱이를 벗어 처마 밑의 벽에 걸었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다 보니 빗물이 벽까지 튀어있었다. 그러니 도롱이가 젖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곧이어 그녀는 신발을 벗어 손에 든 채로 발꿈치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문가에 빗물이나 발자국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낙청연은 문을 닫고 옷을 벗은 뒤 신발까지 침상 밑에 숨겨두었다. 그리고는 깨끗한 신발을 침상 앞에 놓아두고는 이불 안으로 들어갔고 난로를 손 주위에 놓아두었다.모든 걸 다 마치니 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바로 다음 순간, 검은 그림자가 살기를 띤 채로 방문 앞에 나타났고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낙청연이 두려워하는 건 사문외도가 아니
별원에서 지내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그럼 그 사람은 송천초였던 걸까?그는 발걸음을 다그쳐 송천초가 있는 방으로 왔다. 문을 열어 그 틈 사이로 확인해보니 송천초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낙청연의 방 안에 있던 사람은 송천초가 아니었다.그럼 누구일까?—방 안.귓가에서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에 마음이 놓인 낙청연은 몸을 옆으로 돌려 누우면서 날이 밝은 다음 송천초에게 사실을 얘기해주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침대 모서리 쪽의 이불이 불룩 튀어나와 있는 게 보였다.낙청연은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섰다.왜 사람 하나가 늘어난 거지?그녀는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이불을 걷어냈고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하지만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다.그와 동시에 발목 쪽에서 서늘한 느낌이 전해지더니 비늘이 자신의 피부를 훑는 게 느껴졌다.낙청연은 차마 움직이지 못했다.그녀는 곧바로 품 안에서 노란 부적을 꺼내 들고 이불을 젖혔다.그 순간 아가리를 쩍 벌린 뱀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고 낙청연은 두려움이라고는 없는 차가운 눈빛으로 손을 들었다.그녀는 곧바로 맨손으로 뱀을 잡았고 뱀에게 부적을 붙였다.그 순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뱀은 잠시 꿈틀거렸고 뱀의 몸에서 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뱀은 순식간에 공격력을 잃었다.낙청연은 부적을 떼어내더니 뱀을 든 채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번에는 살려주마. 대신 그에게 문안 인사를 전해주려무나.”그녀는 뱀을 바닥에 내려놓았고 뱀은 재빨리 문틈 사이로 도망갔다.낙청연은 다시 침대에 몸을 뉘고 잠을 잤다.그것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낙청연은 그제야 마음이 푹 놓였다.하지만 오늘 이렇게 찾아온 건 아마도 그녀의 실력을 시험해보기 위해서일지도 몰랐다.허청림은 다시 돌아와 낙청연의 방문을 열었고 침상 위에는 두 사람이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다.허청림은 침상을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두 사람뿐이라니, 잘못 봤던 것일까?허청림은 곤혹
낙청연은 산책하면서 기회를 틈타 송천초를 만날 생각이었다.그런데 송천초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마을 사람들인 듯했는데 그들은 농사를 지을 때 쓰이는 호미를 쥐고 기세등등하게 서 있었다.지초 또한 인기척을 느꼈는지 다급히 밖으로 달려 나왔고 깜짝 놀랐다.“마을 사람들이 여긴 웬일로 왔답니까? 무슨 사고라도 치러 온 것 같은데요.”지초가 긴장한 얼굴로 물었고 낙청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아마도 송천초가 이곳에 숨어있다는 걸 안 듯하구나.”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손에 무기까지 들고 여기에 쳐들어왔을 리가 없었다.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의 백여 명은 되는 사람들이 몰려와 낙청연의 앞을 막아섰다.“송천초! 나오거라!”“네가 도망쳐서 산신이 노하셨다. 올해 우리 마을에 재해가 생긴다면 그건 전부 너 때문이다!”몇몇 마을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맨 앞에 선 중년 남성은 꽤 명망이 있어 보였는데 그는 화난 얼굴로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당신이 송천초를 숨긴 것이오? 당신이 이런 짓을 하면 우리 마을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걸 모르는 것이오?”낙청연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송천초라니, 나는 모르는 자다.”한 노인이 지팡이로 땅을 세게 내리치면서 화를 냈다.“우리 마을 사람 중에 송천초가 이곳에서 지내는 걸 목격한 사람이 있소! 시치미 뗀다고 해도 소용없소! 송천초를 내놓지 않다면 용서치 않겠소!”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이곳에 있으면 어쩔 생각이냐? 감히 산 사람을 제물로 삼다니, 관청에서 이 일을 알게 되는 게 두렵지 않으냐? 그렇게 되면 마을에 재앙이 들이닥치는 건 매한가지인데 말이다.”여국에는 여러 가지 술법이 존재하지만 정통 점술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사문왜도였고 그중에서도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선례는 없었다.그런데 천궐국에서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걸 허락할 리가 없었다.송천초와 허청림은 인기척을 듣고 정원으로 나오려 했는데 때마침 문 뒤에 몸을 숨긴
먼저 산으로 가서 그것을 만나는 게 나았다.송천초가 마을 사람들을 따라가려고 할 때 낙청연은 그녀를 덥석 잡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대신 가겠다.”그 말에 다들 깜짝 놀랐고 송천초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왜입니까? 미치셨습니까?”낙청연은 송천초를 뒤로 끌고 오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송천초는 너희들에게 내어줄 수 없다!”마을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다.“우리 마을과 계속 대적하려 하다니, 그러면 당신을 제물로 바치겠소!”’사람들은 우르르 몰려와 낙청연의 팔과 어깨를 잡고 단단히 그녀를 구속했다. 낙청연은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지초는 애가 타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이분이 누구신지 아시오? 얼른 놓으시오!”낙청연은 지초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고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눈빛을 보냈다.지초는 잠시 얼이 빠졌다. 왕비는 자진해서 그곳에 가려 하고 있었다.어쩌면 그녀에게 다른 계획이 있는 걸지도 몰랐다.잠시 넋을 놓고 있던 지초는 마을 사람들에게 밀려나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마을 사람들은 낙청연을 끌고 갔고 송천초는 그들을 막고 싶었으나 허청림이 그녀를 말렸다.“의도가 불순한 여인이다.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러니 그냥 놔두거라.”“오라버니, 낙 소저는 절 해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미간을 잔뜩 구기면서 허청림을 바라봤고 허청림은 잠시 멈칫했다.송천초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잡혀가는 낙청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낙청연이 그들에게 잡히기를 선택했으니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었다.낙청연은 마을까지 끌려갔고 가던 도중에 누군가 노인에게 물었다.“촌장님, 이 여인은 산신이 선택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 여인을 보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요?”지팡이를 짚은 촌장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자신이 받은 금 한 상자를 떠올렸다.“이 여인이 송천초를 숨겼으니 괜찮을 것이다. 만약 산신께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송천초를 잡으면 그만이
수풀이 무성한 곳을 지나오니 끝이 보이지 않는 벼랑이 보였다. 그곳에 도착하니 서늘한 바람이 불어 등허리가 오싹했다.몇몇 사내는 식은땀을 흘리더니 가마를 동굴 입구에 내려놓고는 황급히 도망갔다.낙청연은 컴컴한 동굴 입구에서 뱀의 움직임을 살폈다.손목을 묶었던 밧줄을 미리 느슨하게 만들어놨던 그녀는 밧줄을 완전히 푼 뒤 가마에서 내려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낙청연은 덤덤한 얼굴로 뱀을 쫓는 가루를 뿌려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려는 뱀들을 물리쳤다.동굴은 무척 깊었다.캄캄한 통로를 지나자 갑자기 앞이 환해졌다.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아주 널찍한 곳이었는데 석벽에는 덩굴이 잔뜩 자라있었고 심지어 폭포 소리가 들렸다.폭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하려 하자 갑자기 찬 바람이 불어왔다. 뒤이어 물소리와 함께 낙청연의 몸에 물방울이 튀었고 그녀는 손으로 그것을 막았다.바로 다음 순간, 물소리는 사라졌고 낙청연은 등 뒤가 서늘했다.고개를 돌리는 순간 아가리를 쩍 벌린 무언가가 그녀를 덮쳤다.“사군(蛇君), 말로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내면서 뱀의 습격을 막았다.나침반을 꺼내는 순간 금빛이 뿜어졌고 뱀은 그것에 흠칫 놀랐다.큰 뱀은 머리를 흔들더니 혀를 날름거리며 위험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고, 꼬리를 움직여 낙청연을 바닥으로 넘어뜨렸다.바닥에 넘어지자 어마어마한 고통이 느껴졌다.낙청연이 몸을 일으키려는데 덩굴 하나가 그녀의 목을 단단히 졸라맸고 그 바람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사군, 꼭 이렇게 폭력적으로 굴어야 하겠느냐?”낙청연이 덩굴을 힘껏 잡아당기자 큰 뱀은 그녀를 위협했다.낙청연은 곧바로 나침반을 꺼내 진살진법(鎮煞陣法)을 쳤고 금빛의 부문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진법이 뱀의 상공을 뒤덮었고 큰 뱀은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덩굴을 떼어놓고는 몸을 일으켰다.“사군, 말로 하자꾸나. 이 정도면 충분히 시험하지 않았느냐?”큰 뱀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면서 입을 열었다.“너는 누구냐?”
아노였다!낙월영 곁에 있는 아노였다!낙청연은 분노가 치솟았다. 어쩐지 가마를 메던 두 촌민은 촌장이 돈을 주기 기다린다고 했다. 바로 낙월영이 주는 돈을 기다리는 것이었다.아노는 동굴로 따라 들어왔다. 그녀의 생사를 확인하여 낙월영에게 보고하기 위해서였다.아노는 동굴에서 한창 두리번거리더니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자 비로소 황급히 떠났다.그녀에게는 뱀을 쫓는 가루가 없었다. 낙청연이 들어올 때 뿌렸던 가루가 뱀무리를 잠깐 쫓아낸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잠시도 더 있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아노가 떠난 후, 낙청연은 그제야 넝쿨 뒤에서 기어 나왔다. 그녀는 폭포 쪽으로 다가갔지만 더 가까이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겨우 아래가 보였다. 아래는 매우 크고 깊은 연못이었다.그저 가까이 갔을 뿐인데 벌써 한기가 엄습해왔다.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아주 빠르게, 그 큰 뱀도 따라 올라왔고 그의 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송천초를 나에게 줘!”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무엇 때문에? 방금 송천초를 달라고 하던데, 그건 또 무슨 뜻이냐?”큰 뱀의 뒤이은 말은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녀는 내 처라네!”낙청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뭐라고?”큰 뱀은 동굴에서 주위를 빙빙 돌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보거라!”큰 뱀은 낙청연을 향해 입김을 한 번 불었다.흰 안개가 눈앞에 자욱이 피어올랐다.흰 안개가 흩어질 때, 낙청연은 한 쌍의 남녀를 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있었으며 등 뒤에는 약 바구니를 메고 있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두 사람은 마냥 즐거웠다.그 여인의 모습은 확실히 송천초가 맞았다.여인은 말하고 있었다: “부군, 정말 저랑 사분할 겁니까? 정말 공명과 관록, 그리고 부모님을 버리실 수 있습니까?”남자는 따뜻하게 웃더니,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이미 모든 것을 버리고 너와 함께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