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산으로 가서 그것을 만나는 게 나았다.송천초가 마을 사람들을 따라가려고 할 때 낙청연은 그녀를 덥석 잡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대신 가겠다.”그 말에 다들 깜짝 놀랐고 송천초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왜입니까? 미치셨습니까?”낙청연은 송천초를 뒤로 끌고 오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송천초는 너희들에게 내어줄 수 없다!”마을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다.“우리 마을과 계속 대적하려 하다니, 그러면 당신을 제물로 바치겠소!”’사람들은 우르르 몰려와 낙청연의 팔과 어깨를 잡고 단단히 그녀를 구속했다. 낙청연은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지초는 애가 타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이분이 누구신지 아시오? 얼른 놓으시오!”낙청연은 지초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고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눈빛을 보냈다.지초는 잠시 얼이 빠졌다. 왕비는 자진해서 그곳에 가려 하고 있었다.어쩌면 그녀에게 다른 계획이 있는 걸지도 몰랐다.잠시 넋을 놓고 있던 지초는 마을 사람들에게 밀려나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마을 사람들은 낙청연을 끌고 갔고 송천초는 그들을 막고 싶었으나 허청림이 그녀를 말렸다.“의도가 불순한 여인이다.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러니 그냥 놔두거라.”“오라버니, 낙 소저는 절 해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미간을 잔뜩 구기면서 허청림을 바라봤고 허청림은 잠시 멈칫했다.송천초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잡혀가는 낙청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낙청연이 그들에게 잡히기를 선택했으니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었다.낙청연은 마을까지 끌려갔고 가던 도중에 누군가 노인에게 물었다.“촌장님, 이 여인은 산신이 선택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 여인을 보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요?”지팡이를 짚은 촌장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자신이 받은 금 한 상자를 떠올렸다.“이 여인이 송천초를 숨겼으니 괜찮을 것이다. 만약 산신께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송천초를 잡으면 그만이
수풀이 무성한 곳을 지나오니 끝이 보이지 않는 벼랑이 보였다. 그곳에 도착하니 서늘한 바람이 불어 등허리가 오싹했다.몇몇 사내는 식은땀을 흘리더니 가마를 동굴 입구에 내려놓고는 황급히 도망갔다.낙청연은 컴컴한 동굴 입구에서 뱀의 움직임을 살폈다.손목을 묶었던 밧줄을 미리 느슨하게 만들어놨던 그녀는 밧줄을 완전히 푼 뒤 가마에서 내려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낙청연은 덤덤한 얼굴로 뱀을 쫓는 가루를 뿌려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려는 뱀들을 물리쳤다.동굴은 무척 깊었다.캄캄한 통로를 지나자 갑자기 앞이 환해졌다.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아주 널찍한 곳이었는데 석벽에는 덩굴이 잔뜩 자라있었고 심지어 폭포 소리가 들렸다.폭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하려 하자 갑자기 찬 바람이 불어왔다. 뒤이어 물소리와 함께 낙청연의 몸에 물방울이 튀었고 그녀는 손으로 그것을 막았다.바로 다음 순간, 물소리는 사라졌고 낙청연은 등 뒤가 서늘했다.고개를 돌리는 순간 아가리를 쩍 벌린 무언가가 그녀를 덮쳤다.“사군(蛇君), 말로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내면서 뱀의 습격을 막았다.나침반을 꺼내는 순간 금빛이 뿜어졌고 뱀은 그것에 흠칫 놀랐다.큰 뱀은 머리를 흔들더니 혀를 날름거리며 위험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고, 꼬리를 움직여 낙청연을 바닥으로 넘어뜨렸다.바닥에 넘어지자 어마어마한 고통이 느껴졌다.낙청연이 몸을 일으키려는데 덩굴 하나가 그녀의 목을 단단히 졸라맸고 그 바람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사군, 꼭 이렇게 폭력적으로 굴어야 하겠느냐?”낙청연이 덩굴을 힘껏 잡아당기자 큰 뱀은 그녀를 위협했다.낙청연은 곧바로 나침반을 꺼내 진살진법(鎮煞陣法)을 쳤고 금빛의 부문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진법이 뱀의 상공을 뒤덮었고 큰 뱀은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덩굴을 떼어놓고는 몸을 일으켰다.“사군, 말로 하자꾸나. 이 정도면 충분히 시험하지 않았느냐?”큰 뱀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면서 입을 열었다.“너는 누구냐?”
아노였다!낙월영 곁에 있는 아노였다!낙청연은 분노가 치솟았다. 어쩐지 가마를 메던 두 촌민은 촌장이 돈을 주기 기다린다고 했다. 바로 낙월영이 주는 돈을 기다리는 것이었다.아노는 동굴로 따라 들어왔다. 그녀의 생사를 확인하여 낙월영에게 보고하기 위해서였다.아노는 동굴에서 한창 두리번거리더니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자 비로소 황급히 떠났다.그녀에게는 뱀을 쫓는 가루가 없었다. 낙청연이 들어올 때 뿌렸던 가루가 뱀무리를 잠깐 쫓아낸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잠시도 더 있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아노가 떠난 후, 낙청연은 그제야 넝쿨 뒤에서 기어 나왔다. 그녀는 폭포 쪽으로 다가갔지만 더 가까이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겨우 아래가 보였다. 아래는 매우 크고 깊은 연못이었다.그저 가까이 갔을 뿐인데 벌써 한기가 엄습해왔다.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아주 빠르게, 그 큰 뱀도 따라 올라왔고 그의 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송천초를 나에게 줘!”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무엇 때문에? 방금 송천초를 달라고 하던데, 그건 또 무슨 뜻이냐?”큰 뱀의 뒤이은 말은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녀는 내 처라네!”낙청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뭐라고?”큰 뱀은 동굴에서 주위를 빙빙 돌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보거라!”큰 뱀은 낙청연을 향해 입김을 한 번 불었다.흰 안개가 눈앞에 자욱이 피어올랐다.흰 안개가 흩어질 때, 낙청연은 한 쌍의 남녀를 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있었으며 등 뒤에는 약 바구니를 메고 있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두 사람은 마냥 즐거웠다.그 여인의 모습은 확실히 송천초가 맞았다.여인은 말하고 있었다: “부군, 정말 저랑 사분할 겁니까? 정말 공명과 관록, 그리고 부모님을 버리실 수 있습니까?”남자는 따뜻하게 웃더니,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이미 모든 것을 버리고 너와 함께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
낙청연은 깜짝 놀라더니 말했다: “현상청련(玄霜青蓮)!”이것은 세상에서 매우 보기 힘든 기독(奇毒)이다. 고서에만 기록되어 있을 뿐, 진짜 현상청련을 그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이것으로 거래하겠네. 당신은 허청림, 그자들을 처리하고 송천초를 무사하게 나에게 넘겨주게!”통이 크다!낙청연의 마음은 흔들렸다.이 꽃잎 하나의 독소면 허청림, 그자들을 처리하는데 충분하다!“좋다. 그렇게 하자꾸나!”이런 좋은 물건은 더 많이 가져다주면 좋겠다.낙청연은 손수건으로 현상청련을 감싸고, 동굴을 나왔다.고서의 기록에 의하면, 현상청련은 한 번에 단 한 송이만 자란다고 한다. 꽃이 피어 연방(蓮蓬)이 열릴 때 그 속의 연자(蓮子)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영약(靈藥)이 된다. 이는 목숨이 위태로운 자를, 저승의 문턱에서 끌어올 힘을 지니고 있다.이 현상청련은 여름이 되면 곧 연방이 열릴 텐데, 지금은 좀 일찍 딴 편이다.하지만 현상청련을 손에 넣었다는 건, 이미 엄청나게 운이 좋은 것이다!사람은 욕심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낙청연은 산에서 내려오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매우 고요했다. 찬바람이 사람을 추위에 몸서리치게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불편한 점은 없었다.별원의 저택은 불이 훤히 켜져 있었다. 달빛을 빌어 낙청연은 방향을 찾아, 하산하여 별원으로 돌아왔다.그녀는 남몰래 숨어서 한창 엿듣다가, 다른 소리가 나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살금살금 정원으로 들어와 슬그머니 자신의 방 밖으로 왔다.지초는 방 안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만일 내일까지 왕비가 오지 않는다면 왕야를 찾으러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만일 왕야가 나 몰라라 한다면, 낙 태부를 찾아갈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진 태위를 찾아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한창 생각 중인데, 갑자기 문밖에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렸다.지초는 순간 겁에 질려 펄쩍 뛰었다.“누구세요?!"“나다!”낙청연의 목소리가 들리자, 지초는 순간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다급히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를 죽인다고?송천초는 말했다: “저에게는 어릴 때부터 이상하고 기이한 일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또 꿈에서 뱀을 자주 보곤합니다.”“그 꿈들은 저를 십여 년간 괴롭혔습니다. 저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허약해졌고, 큰 병으로 여러 번 몸져누웠습니다.”“점을 쳐보니, 제 운명에 큰 재난이 한 번 있다고 했습니다. 전생의 업보라고 하더군요! 그것이 항상 저를 따라다닐 것이고, 제가 죽어야 끝난다고 했습니다.”“산명 대사께서 이 악연을 풀려면, 이곳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또 제가 스물네 살 생일 전에 해결하지 못하면, 반드시 죽는다고 하셨습니다.”“제가 이곳에 친척을 찾으러 왔다고 한 말은 거짓입니다. 저는 오직 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산명 대사는 또 제가 여기서 귀인을 만난다고 하셨습니다.”“낙 낭자, 지금 보아하니 당신이 바로 저의 귀인입니다!”송천초는 감격스러워 낙청연의 손을 꽉 잡았다.낙청연은 듣고 난 후 약간 놀랐다. 하지만 또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송천초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낙청연은 그녀에게 점을 쳐주었다. 운명에 확실히 액운이 끼었다. 또 확실히 전생의 업보가 맞았다. 하지만 낙청연이 보기에는, 목숨을 잃을 위험까지는 아니었다.“송 낭자, 내가 도와준다고 약속했으니, 반드시 끝까지 도울 것이야!”낙청연의 약속은, 송천초의 마음을 더없이 안심시켰다.차가웠던 손은 드디어 점점 온기를 되찾았다.이윽고 낙청연은 즉시 허청림의 계획을 그녀에게 말해줬다. 송천초는 듣더니, 매우 놀라 했다.“어쩐지 그 사람은 점점 더 이상하다 했습니다. 당신더러 저 대신 산신령께 제를 지내러 가라고 하니,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송천초의 마음은 몹시 괴로웠다.낙청연은 그녀의 괴로워하는 표정에서 이미 허청림에게 연정을 품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낙청연은 현상청련을 꺼내더니 말했다: “허청림은 요 며칠 사이에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나를 좀 도와주거라!”그
허청림은 송천초를 데리고 다시 산에 들어갔다.낙청연도 다시 멀리서 따라갔다.과연, 이번에 그들은 마침내 행동하려고 하였다. 허청림이 가고 있는 곳은, 바로 뱀 굴이 있는 방향이었다.바로 이날, 낙청연이 촌민에 의해 제물로 바쳐졌다는 소식이 부진환의 귀에 들어갔다.이 소식을 들었을 때, 부진환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다시 한번 말해보거라?!”소유는 고개를 숙이고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왕야, 왕비를 잘 지키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저는 그 촌민들이 감히 그럴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사람들은 모두 왕비가 벌을 받아 별원에서 며칠만 고생하면, 왕야가 다시 데려올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누구 생각이나 했겠는가……“어처구니없구나! 당당한 섭정왕비가, 한 무리 조민(刁民)들에 의해 산신령께 제물로 바쳐졌다고?!” 부진환은 벌컥 성을 냈다. 마음은 왠지 모르게 쥐어뜯는 것 같았고, 순간 너무 답답했다.“제가 알아보았더니, 왕비는 살아서 산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만일 운이 좋다면,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소유는 고개를 숙이고 한마디 했다.부진환은 극도로 분노하여 그에게 삿대질하면서, 욕은 하고 싶은데 뭐라고 욕을 해야 할지 망설이더니, 분노하여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왕야, 어디 가십니까?”부진환은 매우 성난 어투로 말했다: “사람을 찾으러 가지 어디 가겠느냐! 만일 낙청연이 정말 죽었다면, 너도 알아서 자신을 벌하거라!”소유는 갑자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낙청연이 살아 있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부진환은 즉시 사람을 데리고 뒷문으로 떠났다. 그는 아주 조용하게 성을 나갔다.--이날 산속은 유난히 추웠다. 찬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와, 낙청연은 옷자락을 여미었다.그녀는 마침내 동굴 밖에 도착했다.지금 동굴 밖에는 대량의 빨간 줄과 방울이 배치되어 있었다.피가 묻은 부적이 부쳐져 있었고, 땅바닥에는 뱀을 쫓는 약 가루가 온통 뿌려져 있었다. 짙은 약 냄새가 유난히 코를 찔렀다.허청림은 송천초를 데리
그 녀석은 그녀를 속였다!허청림은 이미 쳐들어갔다.동굴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동굴 밖의 한 무리 자객들도 행장을 꾸리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가지각색의 다양한 무기를 들고 동굴로 쳐들어갔다.송천초는 동굴의 더욱 깊은 쪽으로 계속 끌려가고 있었다. 송천초는 두려움에 몸부림쳤다: “저를 놓아주세요!”공포가 엄습해왔다.끝내 멈추었을 때, 어두운 동굴 안은 그녀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갑자기, 한 줄기 차가운 무엇이 그녀의 등 뒤로 기어오르더니, 그녀의 목을 휘감았다.수없이 꿈에서 들었던 그 공포스러운 목소리가, 지금 송천초의 귓가에 아주 똑똑히 울려 퍼졌다:“드디어 너를 찾았구나! 나의 아군!”송천초는 무서운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더니, 흐느껴 울면서 말했다: “저는 아군이 아닙니다. 사람을 잘못 알아보았습니다.”“나는 당연히 잘못 볼 리가 없다! 그때 네가 나를 위해 약을 구해준다고 해놓고는, 나를 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 모양이 된 거잖느냐?”“나는 공명과 관록 그리고 가족까지 버리고 너와 멀리 떠났는데, 네가 어찌 나한테 이토록 잔인할 수 있었단 말이냐? 내가 너를 얼마나 오랜 세월을 기다렸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너는 마침내, 내 곁으로 다시 돌아왔구나! 우리 이로써 하나가 되자. 네가 나의 피와 살의 일부가 되면, 다시는 나를 떠나지 않을 테니까!”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송천초의 온몸은 마치 이미 빙고(冰窖)에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그 차가운 비늘은, 그녀의 목을 점점 더 조여왔다.송천초의 두 눈은 이미 충혈되었고, 얼굴은 온통 새빨갛게 되었으며,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눈앞이 캄캄해지는 마지막 순간, 시뻘겋게 쩍 벌린 아가리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큰 뱀이 송천초를 삼키려고 할 때, 허청림이 쳐들어왔다.그는 놀라더니, 바로 검을 들고 큰 뱀을 찔렀다.“짐승 같은 놈, 멈추거라!”큰 뱀은 갑자기 큰 소리를 냈다. 그러자 동굴 안은 한
낙청연은 아주 잠깐, 그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그녀는 깜짝 놀랐다.서송원이었다!바로 낙운희가 좋아하던 그 남자였다!어쩐지 비가 오던 그날 밤, 그들의 담화를 엿들었을 때, 그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익다고 생각했다.바로 서송원이였다!낙운희가 사분하려고 했던 그날, 마침 그녀와 마주쳐서 그녀는 서송원을 본 적이 있다!헌데 허청림이랑 같은 패거리였다니?!그녀는 즉시 일어나 서송원을 쫓으려 했으나, 그 큰 뱀도 어느새 부문과 큰 그물을 벗어나 송천초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철수하여, 송천초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왜 나를 속인 것이냐? 넌 그녀를 보호하려던 게 아니라 죽이려고 했던 것이야!” 낙청연은 차가운 어투로 말하더니 바로 나침반을 꺼내어 그를 경계했다.큰 뱀의 분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가 나를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들었다! 마음을 저버린 자는 죽어 마땅하다!”말이 끝나자,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낙청연은 다시 또 다른 장면을 보게 되었다.남자는 여인을 위해 약을 캐다가 이화사독(異化蛇毒)에 걸렸다. 남자의 몸에는 대량의 비늘이 생겨 났다. 무척 섬뜩했다.여인은 그의 침상 옆에서 울며 말했다: “조금만 참고 끝까지 버터주세요. 제가 꼭 현상청련과를 찾아 당신을 치료해줄 것입니다!”여인은 말을 하고는 약 바구니를 들고 눈물을 닦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가버렸다.남자는 침상에서 바닥에 굴러떨어져, 가슴이 찢어지도록 소리쳤다: “아군! 아군!”안개가 흩어지더니, 큰 뱀의 목소리는 더욱 분노로 가득했다: “이건 나와 그녀 사이의 일이다. 현상청련을 너에게 줬으니, 우리 사이의 거래는 이미 성사됐다.더 이상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거라!”낙청연은 듣더니, 깜짝 놀랐다.현상청련?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 큰 뱀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녀가 너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냐?”“하지만 그녀가 며칠 전 내 손에 든 현상청련을 보고 몹시 감격스러워하면서 이때까지 현상쳥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