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허청림은 벌떡 일어서더니 절뚝거리면서 송천초를 자신의 뒤로 감추며 말했다.“이 자를 믿지 말거라! 이 여인에게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허청림은 낙청연을 경계하며 말했다.“지금까지 여기에 숨어있었지만 뱀들은 감히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들어온다고 해도 겨우 한두 마리뿐이는데, 오늘 밤에는 이렇게나 많이 들어오다니! 게다가 이 여인이 나타나자마자 뱀들이 다 사라지지 않았더냐!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낙청연은 자신이 오자 뱀들이 사라진 일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낙청연이 말했다.“내가 두 사람을 해치려 했다면 뱀들은 물러나지 않았겠지.”송천초는 그녀의 말에 두 눈을 반짝이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감사합니다, 낙 소저. 오늘 밤 또 폐를 끼쳤군요.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송천초는 낙청연을 믿었다. 다만 낙청연은 어딘가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었고 오늘 밤 일이 기괴한 것도 사실이었다. “괜찮다. 많이 늦었으니 이만 쉬거라. 다른 건 내일 얘기하자꾸나.”낙청연은 말을 마치고는 자리를 떴다.송천초는 다급히 허리를 숙여 뱀에 물린 허청림의 발목을 살피며 말했다.“다행히도 독은 없는 것 같습니다. 조금 뒤 약을 내드리겠습니다.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알겠다.”그 뒤 송천초는 허청림을 부축해 방 안으로 들어갔다.공기 중에는 뱀을 쫓는 가루의 냄새가 남아있었고 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송천초는 의술에 능통한 듯 보였고 뱀을 쫓는 가루에 들어있는 약재들은 무척 진귀한 것들이었다.하지만 아쉽게도 바람 한 번 부니 가루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낙청연은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지초는 방구석에서 몸을 말고 덜덜 떨고 있었는데 낙청연이 들어온 걸 확인하고는 곧바로 그녀에게 달려갔다.“왕비 마마.”“내가 괜찮다고 하지 않았느냐? 우리를 상대하러 온 것이 아니라 널 다치게 할 일은 없다.”낙청연의 말에 지초는 고개를 끄덕였다.“두렵지 않습니다.”그 말과 함께 지초는 낙청연의 팔에 팔짱을 꼈다.
쿠구궁—우레가 울었고 밤하늘에 보이던 기다란 그림자는 순식간에 사라졌다.나침반이 마구 움직이고 있었다.그러나 이것은 경고의 움직임이 아니라 위력에 놀란 것이었다.“산신이라니…”하지만 그것은 누군가를 해칠 마음은 없는 듯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껏 잠잠하지도 않았을 터였다.그러나 그것은 포기하지 않은 듯했고 진짜 송천초에게 달라붙은 것 같았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 앞에 갑자기 누군가 나타났다. 피곤한 얼굴의 그녀는 눈 밑이 검었고 안색이 창백했으며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낙 소저…”송천초는 문가에 서 있었고 그녀의 뒤로는 우레가 친 뒤 갑작스레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낙청연은 송천초를 끌고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앉거라.”자리에 앉은 송천초는 낙청연을 보더니 긴장감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낙 소저, 전… 전…”송천초는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낙청연은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미소에 송천초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구나. 최근에 충격받을 만한 일이 많았으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모양이구나. 이렇게 날 찾아온 걸 보니 허청림 몰래 온 것이겠지. 왔으니 편하게 얘기해보거라.”송천초는 그 말에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고 곧이어 밖에서 우레가 울었다. 그에 송천초는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낙 소저를 찾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낙 소저께서 뱀들을 쫓아낸 걸 생각하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송천초는 긴장한 얼굴로 낙청연의 손을 잡았다.“그가 절 찾은 것 같습니다. 항상 절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송천초는 겁에 질려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낙청연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천천히 얘기해 보거라.”송천초는 그제야 얘기를 꺼냈다.“처음 산에서 도망쳤을 때 매일 밤 뱀들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저희를 해친 적은 없습니다. 매일 전
그건 굉장히 드문 진귀한 영초(靈草)라 돈이 많아도 구하기 어려웠다.만약 구란선삼이 있다면 그녀의 비만증은 아주 빨리 나을 수 있었다.송천초의 진지한 모습에 낙청연은 더더욱 놀랐다.사실 송천초는 진짜 심각하게 무서운 건 아니었다. 그저 무서운 감정을 빌어 그녀의 맥을 짚어 본 것이다. 사실 송천초의 의술은 대단했고 이미 그 전에 낙청연이 독에 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충분한 흥정거리가 있으니 낙청연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었다.송천초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런 점이 밉지 않았고 오히려 더 사랑스러웠다.낙청연은 호쾌하게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알겠다. 그러면 그렇게 약속하지.”송천초의 눈동자에 빛이 감돌았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낙청연을 향해 예를 갖췄다.“낙 소저, 고맙습니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구란선삼을 교환 조건으로 걸다니, 송천초는 자신이 아주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고 어쩌면 또 숨기는 게 있을지도 몰랐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물었다.“난 궁금한 게 많다. 이 일이 해결된다면 나한테 솔직하게 얘기해 주실 수 있겠느냐?”송천초는 살짝 놀라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만약 이 일을 해결한다면 낙 소저는 제 은인이십니다. 낙 소저께서 뭘 원하시든지 다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대로 고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지요.”낙청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곧 부적 하나를 그려 송천초에게 건네줬다.“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거라. 꿈이든 현실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것들은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것이니 몸을 지키는 데 유용할 것이다.”송천초는 그 부적을 건네받고는 조심스레 품 안에 집어넣었다.“감사드립니다, 낙 소저.”낙청연은 또 한 번 당부했다.“날 찾아온 일은 허청림에게 얘기하지 말거라. 그는 내가 널 해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니.”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청림을 감싸며 말했
그 생각이 들자 낙월영은 아노에게 분부했다.“가서 제물로 바쳐진 여인의 행방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거라. 그리고 바람잡이도 몇 명 찾아서 마을 사람들이 낙청연을 제물로 바치게 하거라. 만약 제물로 바쳐졌는데도 죽지 않는다면 낙청연을 죽일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것이다.”그때가 되면 누군가 낙청연의 죽음을 조사한다고 해도 마을 사람들이 한 짓이라 자신과는 상관없었다.낙청연이 깔끔하게 죽어야 수도에서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었다.—비는 이틀간 계속 쏟아졌고 세찬 빗줄기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마저 집어삼켰다.그날 밤 지초는 아주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오직 비 내리는 소리만 들렸기 때문이다.하지만 낙청연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녀는 왜 그것이 아직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지 궁금했다.그녀는 송천초에게 부적 하나를 건넸고 뱀이든 그것이든 모두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그것이라면 화를 내면서 그녀를 찾아와야 마땅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감감무소식이었다.잠잠할수록 낙청연은 더욱더 불안했다.생각에 잠겨 있는데 밖에서 갑자기 벼락이 쳤고 방 밖에 있는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그것은 순식간에 낙청연의 시야에 나타났고 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곧이어 연기가 문틈으로 들어왔다.그 검은 그림자는 문밖에 잠시 서 있다가 떠났다.낙청연은 코를 부여잡은 채로 침대에서 내려와 문 옆에 섰다. 그녀는 조심스레 문틈 사이로 떠나가는 그자의 뒷모습을 보았다.그자는 허청림이었다.허청림이 저택 밖으로 나가자 낙청연의 미간이 좁혀졌다. 늦은 시간이었고 비까지 오는데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낙청연은 호기심과 의심을 안고 그를 따라가보려 마음먹었다.그녀는 움직이기 편하게 도롱이를 걸치고 나갔다.허청림의 귓가에는 우렛소리와 빗소리만 들렸고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낙청연은 그에게 들키지 않고 멀리 떨어진 채로 허청림의 뒤를 밟을 수 있었다.그녀는 허청림을 따라 산으로 들어갔고 그곳은 낙청연이 한 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인가?이 산에 있는 것이 무엇인 줄 알고 감히 뱀의 쓸개를 취할 것이라 하는지.어찌 됐든 간에 송천초가 위험했다. 요 며칠 안에 계획을 실행할 생각인 듯했으니 얼른 이 사실을 송천초에게 알려줘야 했고 송천초가 허청림을 경계하게 만들어야 했다.그러나 그녀가 막 몸을 일으켜 자리를 뜨려던 순간, 번개가 치면서 주위가 삽시에 환해졌고 그녀의 그림자가 천막에 비치면서 두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누구냐?”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얼른 허리를 숙여 풀숲으로 몸을 숨기더니 발소리를 죽이고 도망갔다.두 사람은 천막 밖으로 나왔으나 주위가 컴컴하고 또 큰 비가 내리고 있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우리가 잘못 본 건가?”남자는 미간을 찌푸렸고 허청림 또한 미간을 좁혔다. 그는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와 검을 들었고 삿갓을 쓰고 빠른 걸음으로 산에서 내려갔다.낙청연은 거의 달리다시피 하면서 산에서 내려갔다. 그녀는 허청림이 뒤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번개가 치는 순간 산기슭에서 허청림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그녀는 긴장을 안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저택으로 돌아갔다.만약 허청림이 그녀가 그들의 비밀을 엿들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죽임을 당할지도 몰랐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처소로 돌아왔고 도롱이를 벗어 처마 밑의 벽에 걸었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다 보니 빗물이 벽까지 튀어있었다. 그러니 도롱이가 젖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곧이어 그녀는 신발을 벗어 손에 든 채로 발꿈치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문가에 빗물이나 발자국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낙청연은 문을 닫고 옷을 벗은 뒤 신발까지 침상 밑에 숨겨두었다. 그리고는 깨끗한 신발을 침상 앞에 놓아두고는 이불 안으로 들어갔고 난로를 손 주위에 놓아두었다.모든 걸 다 마치니 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바로 다음 순간, 검은 그림자가 살기를 띤 채로 방문 앞에 나타났고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낙청연이 두려워하는 건 사문외도가 아니
별원에서 지내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그럼 그 사람은 송천초였던 걸까?그는 발걸음을 다그쳐 송천초가 있는 방으로 왔다. 문을 열어 그 틈 사이로 확인해보니 송천초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낙청연의 방 안에 있던 사람은 송천초가 아니었다.그럼 누구일까?—방 안.귓가에서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에 마음이 놓인 낙청연은 몸을 옆으로 돌려 누우면서 날이 밝은 다음 송천초에게 사실을 얘기해주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침대 모서리 쪽의 이불이 불룩 튀어나와 있는 게 보였다.낙청연은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섰다.왜 사람 하나가 늘어난 거지?그녀는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이불을 걷어냈고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하지만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다.그와 동시에 발목 쪽에서 서늘한 느낌이 전해지더니 비늘이 자신의 피부를 훑는 게 느껴졌다.낙청연은 차마 움직이지 못했다.그녀는 곧바로 품 안에서 노란 부적을 꺼내 들고 이불을 젖혔다.그 순간 아가리를 쩍 벌린 뱀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고 낙청연은 두려움이라고는 없는 차가운 눈빛으로 손을 들었다.그녀는 곧바로 맨손으로 뱀을 잡았고 뱀에게 부적을 붙였다.그 순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뱀은 잠시 꿈틀거렸고 뱀의 몸에서 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뱀은 순식간에 공격력을 잃었다.낙청연은 부적을 떼어내더니 뱀을 든 채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번에는 살려주마. 대신 그에게 문안 인사를 전해주려무나.”그녀는 뱀을 바닥에 내려놓았고 뱀은 재빨리 문틈 사이로 도망갔다.낙청연은 다시 침대에 몸을 뉘고 잠을 잤다.그것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낙청연은 그제야 마음이 푹 놓였다.하지만 오늘 이렇게 찾아온 건 아마도 그녀의 실력을 시험해보기 위해서일지도 몰랐다.허청림은 다시 돌아와 낙청연의 방문을 열었고 침상 위에는 두 사람이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다.허청림은 침상을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두 사람뿐이라니, 잘못 봤던 것일까?허청림은 곤혹
낙청연은 산책하면서 기회를 틈타 송천초를 만날 생각이었다.그런데 송천초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마을 사람들인 듯했는데 그들은 농사를 지을 때 쓰이는 호미를 쥐고 기세등등하게 서 있었다.지초 또한 인기척을 느꼈는지 다급히 밖으로 달려 나왔고 깜짝 놀랐다.“마을 사람들이 여긴 웬일로 왔답니까? 무슨 사고라도 치러 온 것 같은데요.”지초가 긴장한 얼굴로 물었고 낙청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아마도 송천초가 이곳에 숨어있다는 걸 안 듯하구나.”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손에 무기까지 들고 여기에 쳐들어왔을 리가 없었다.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의 백여 명은 되는 사람들이 몰려와 낙청연의 앞을 막아섰다.“송천초! 나오거라!”“네가 도망쳐서 산신이 노하셨다. 올해 우리 마을에 재해가 생긴다면 그건 전부 너 때문이다!”몇몇 마을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맨 앞에 선 중년 남성은 꽤 명망이 있어 보였는데 그는 화난 얼굴로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당신이 송천초를 숨긴 것이오? 당신이 이런 짓을 하면 우리 마을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걸 모르는 것이오?”낙청연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송천초라니, 나는 모르는 자다.”한 노인이 지팡이로 땅을 세게 내리치면서 화를 냈다.“우리 마을 사람 중에 송천초가 이곳에서 지내는 걸 목격한 사람이 있소! 시치미 뗀다고 해도 소용없소! 송천초를 내놓지 않다면 용서치 않겠소!”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이곳에 있으면 어쩔 생각이냐? 감히 산 사람을 제물로 삼다니, 관청에서 이 일을 알게 되는 게 두렵지 않으냐? 그렇게 되면 마을에 재앙이 들이닥치는 건 매한가지인데 말이다.”여국에는 여러 가지 술법이 존재하지만 정통 점술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사문왜도였고 그중에서도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선례는 없었다.그런데 천궐국에서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걸 허락할 리가 없었다.송천초와 허청림은 인기척을 듣고 정원으로 나오려 했는데 때마침 문 뒤에 몸을 숨긴
먼저 산으로 가서 그것을 만나는 게 나았다.송천초가 마을 사람들을 따라가려고 할 때 낙청연은 그녀를 덥석 잡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대신 가겠다.”그 말에 다들 깜짝 놀랐고 송천초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왜입니까? 미치셨습니까?”낙청연은 송천초를 뒤로 끌고 오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송천초는 너희들에게 내어줄 수 없다!”마을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다.“우리 마을과 계속 대적하려 하다니, 그러면 당신을 제물로 바치겠소!”’사람들은 우르르 몰려와 낙청연의 팔과 어깨를 잡고 단단히 그녀를 구속했다. 낙청연은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지초는 애가 타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이분이 누구신지 아시오? 얼른 놓으시오!”낙청연은 지초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고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눈빛을 보냈다.지초는 잠시 얼이 빠졌다. 왕비는 자진해서 그곳에 가려 하고 있었다.어쩌면 그녀에게 다른 계획이 있는 걸지도 몰랐다.잠시 넋을 놓고 있던 지초는 마을 사람들에게 밀려나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마을 사람들은 낙청연을 끌고 갔고 송천초는 그들을 막고 싶었으나 허청림이 그녀를 말렸다.“의도가 불순한 여인이다.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러니 그냥 놔두거라.”“오라버니, 낙 소저는 절 해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미간을 잔뜩 구기면서 허청림을 바라봤고 허청림은 잠시 멈칫했다.송천초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잡혀가는 낙청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낙청연이 그들에게 잡히기를 선택했으니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었다.낙청연은 마을까지 끌려갔고 가던 도중에 누군가 노인에게 물었다.“촌장님, 이 여인은 산신이 선택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 여인을 보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요?”지팡이를 짚은 촌장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자신이 받은 금 한 상자를 떠올렸다.“이 여인이 송천초를 숨겼으니 괜찮을 것이다. 만약 산신께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송천초를 잡으면 그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