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921 - 챕터 1930

3013 챕터

제1921화

낙요는 다시 한번 밤하늘을 바라봤다. 큰 범위의 불꽃이 도성 전체를 휘감을 듯했다.도성 안의 백성들은 인기척을 듣고 하나둘 집에서 나오거나 창문을 열었다.분위기는 또 한 번 떠들썩해졌다.낙요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낙요가 기뻐하자 침서 또한 즐거웠다.그는 뒷짐을 지고 하늘을 가득 메울 듯한 불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앞으로도 너와 함께 이렇게 매년을 보내고 싶구나."몇 년이나 지난 지금, 침서는 텅 비었던 마음속이 그제야 꽉 차오르는 것 같았다.할 수만 있다면 그는 모든 걸 버리고 낙요와 함께 도원을 찾아 세상과 동떨어진 채로 살고 싶었다.주루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조용한 골목길 안, 부진환은 벽에 기댄 채로 조용히 주루 위 그녀를 바라봤다.낙요는 결국 약속을 지켰다.두 사람의 미소는 칼이 되어 그의 가슴을 후벼팠고 부진환은 괴로웠다.낙요가 행복하다면, 잘 지낸다면 그는 그녀를 보내줄 수 있었다.그러나 침서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불꽃놀이는 밤새 이어졌다.도성 또한 밤새 왁자지껄했다. 심지어 황궁 안의 사람들 역시 밤새 불꽃놀이를 보면서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을 터뜨렸다.동시에 그들은 밤새 불꽃놀이를 한 사람의 재력에 감탄했다.그렇게 하루가 지나자 도성에는 미인의 미소를 얻기 위해 억만금을 들인 자의 이야기가 퍼져나갔다.다들 그 미인을 부러워했다.그러나 아무도 누가 누구를 위해서 불꽃놀이를 한 건지 알지 못했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설이 돌았다.하지만 정말로 본 사람은 없었다. 그때 거리에는 이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이른 아침, 낙요는 사람을 시켜 숲속의 시체를 비밀리에 관청으로 옮겼다.그녀는 관청에서 그 사람의 신분을 조사하길 바랐다.낙요는 그가 어디 사람인지, 대체 누가 그를 이 꼴로 만든 건지 알아볼 생각이었다.관청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불청객이 먼저 찾아왔다.여단청이 보고를 올렸다."대제사장님, 응선해 영감께서 오셨습니다."낙요는 살짝 놀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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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2화

낙요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왜 그런 일이 있는 걸 몰랐던 걸까?설마 이것 또한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 중 일부일까?낙요는 그것을 건네받았다."한 번 보겠소."확인해 보니 위에 적힌 것은 스승님의 필적이 옳은 듯했다."그래서 내가 뭘 도와주길 바라는 것이오?"낙요가 시선을 들며 물었다.진씨 가문 가주는 그 말을 듣자 화색을 드러냈다."도와주겠다는 뜻이오?""대제사장은 우리 아들과 감정이 통했지. 우리 가문이 대제사장의 덕을 보는 거란 걸 알고 있지만 낙영 대제사장이 먼저 약조를 한 것이니 내 아들과 대제사장의 혼인을 바라오.""대제사장과 우리 아들을 이어줄 수 있고 또 낙영 대제사장의 의리를 지키는 셈이지.""대제사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낙요는 그의 첫 마디에 이미 넋이 나갔다.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뭐라고 하셨소?""나와 당신의 아들 말이오? 나와 누가 혼인한다고 했소?"낙요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옆에 앉아있는 멀끔한 공자에게로 향했다.사내는 그녀를 본 순간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낙요는 몸이 굳었다.내가 뭘 잊은 것이지?이건 언제 있었던 일이지?"대제사장, 바로 당신과 우리 아들 진릉 말이오.""내 아들이 당신 얘기를 꺼냈을 때 사실 나는 동의하지 않았소. 아무나 대제사장과 인척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오.""하지만 우리 가문에 최근 어려움이 생겼고 장사도 거의 접어야 할 판이오.""그런데 진릉이 내게 얘기하길, 두 사람이 이미 사적으로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조했고 진릉 또한 대제사장이 아니면 혼인하지 않겠다고 했소.""그래서 오늘 내 아우에게 부탁해 대제사장을 만나러 온 것이오.""혼인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서 말이오."진씨 가문 가주는 낙요의 안색이 좋지 않자 황급히 말했다."우리처럼 작은 가문에 시집오기 싫다면 진릉이 데릴사위가 되어도 좋소.""대제사장이 내 아들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우리 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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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3화

낙요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어젯밤이라고? 진 공자, 내 명성을 더럽히지 마시오!""난 어젯밤 진 공자를 만난 적이 없소. 진 공자와 평생을 약조한 적도 없고."낙요는 서늘한 눈길로 진릉의 아버지를 보았다."그리고 그 약조도 그렇소. 그것은 내 스승님께서 쓴 것이 맞지만 그것은 당신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돕겠다는 뜻이지 그것으로 당신의 아들과 날 혼인시키라고 한 약조가 아니오."그 말에 진씨 가문 두 부자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진릉의 아버지는 충격 받은 얼굴로 낙요를 가리키며 말했다."대제사장,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소?""당신이 대제사장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멋대로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어젯밤 당신은 내 아들과 사랑의 증표를 교환하고 사적으로 혼인까지 약조했소. 그래서 오늘 난 특별히 혼담을 꺼내려고 이곳까지 찾아왔소. 혹시나 대제사장을 홀대할까 봐서 말이오.""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악담을 퍼부을 수 있소? 내가 낙영 대제사장의 약조를 이용해 대제사장을 내 아들과 억지로 혼인시키려고 했다니! 우리는 8대 가문 중 하나로서 기개가 있고 체면이 있소!""대제사장이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는 가문이 아니란 말이오!"진릉의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며 탁자를 쿵 내리쳤다.낙요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으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젯밤 나와 증표를 교환했다고 했소?""증표는 어디 있소? 한 번 보여주시오."진릉이 증표를 품에서 꺼내려는데 진릉의 아버지가 화를 내며 그의 손을 잡았다."대제사장이 이런 태도를 보여주니 우리도 대제사장과 쓸데없이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소.""우리 가문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대제사장을 건드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사람을 모욕하면 안 되지!""우리는 이 일을 폐하께 말씀드릴 것이오!"말을 마친 뒤 그는 진릉을 끌고 나갔다.응선해도 멋쩍은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다가 몸을 돌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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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4화

"다들 한 번 와서 보시오. 증인이 되어주시오!"진릉의 아버지는 일부러 큰 소리로 거리 위 행인들을 불렀고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구경했다.진릉은 난색을 보이며 아버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낙요가 천천히 안에서 걸어 나왔다."폐하께 말씀드리겠다고 하더니 왜 벌써 온 것이오?"진릉의 아버지는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우리가 어떻게 대제사장을 모시고 가겠소? 대제사장이 직접 갈 필요는 없소. 우리는 이미 입궁해서 조서를 얻었소.""대제사장, 이번에는 시치미를 떼지 못할 것이오! 당신은 반드시 우리 책임을 져야 하오!"낙요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구겼다."뭐라고?""폐하의 조서라고?""설마 감히 조서마저 위조한 것은 아니겠지?"진릉의 아버지는 안색이 돌변하며 화를 냈다."그게 무슨 망발이오! 우리는 감히 조서를 위조할 정도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소!""대제사장이 직접 보시오!"진릉의 아버지는 자신만만하게 조서를 건넸다.낙요는 의아한 얼굴로 그것을 열어보더니 바로 얼어붙었다.정말로 폐하의 조서였다. 그것도 그녀와 진릉이 석 달 내로 혼인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이럴 수가!황제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와 진릉을 혼인시키려 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낙요의 당황한 모습을 본 진릉의 아버지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곧이어 그는 구경하던 사람을 향해 말했다."오늘 다들 증인이 되어주시오. 이번에는 폐하께서도 우리 진씨 가문의 편에 서주었소.""폐하께서는 대제사장과 진릉이 석 달 내로 혼인해야 한다는 조서를 내리셨소! 만약 대제사장이 폐하의 뜻을 거역한다면 또 한 번 우리 진씨 가문을 모욕하는 것이오!""우리 진씨 가문은 함께 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 그런 모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오!"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마쳤으니, 이제 진씨 가문에는 더 이상 퇴로가 없었다.물론 그들은 낙요 또한 궁지로 내몰았다. 그는 반드시 대제사장이 진씨 가문으로 시집오게 할 생각이었다.낙요는 순간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그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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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5화

진릉의 아버지는 진익을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에게서 경외라고는 보이지 않았다.그는 자신만만하게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남녀 간의 일을 황자께 다 알려야겠습니까?"진익은 비록 황자지만 도성에서 황자인 그의 신분을 경외하는 자는 몇 없었다.진익은 화를 내지 않고 도리어 웃었다."그냥 궁금해서 그러오. 난 요즘 노예영의 시공 때문에 매일 같이 대제사장과 함께 있었소. 그런데 단 한 번도 진릉을 본 적이 없지.""대제사장과 진릉은 언제 그런 사이가 된 것이오?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런 소문이 도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지.""진 공자, 어디 한 번 얘기해 보시오. 언제 어떤 곳에서 대제사장과 알게 된 것이오? 그리고 언제 어디서 대제사장과 사랑에 빠진 것이오?""또 대제사장은 무엇 때문에 당신을 버린 것이오?""그 과정을 얘기하면 백성들도 당신을 도와 대제사장을 응징할 것이오. 대제사장이 혼인하지 않으려고 해도 혼인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지 않소?"진릉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긴장 때문에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안절부절못했다.진릉의 아버지는 진릉의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보이십니까? 이것이 그들이 주고받은 증표입니다!""이것은 대제사장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것입니다!"그 말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뭐라고?"마당에 있던 낙요도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그녀는 황급히 문틈 사이로 그것을 보았다.진익 또한 놀랐다.진릉의 아버지가 꺼낸 것은 붉은색의 손수건이었는데 그 손수건의 색깔을 보면 여인의 것이 확실했다.일반적인 손수건은 그렇게 화려한 색을 띠지 않기 때문이다.그 손수건 위에는 연꽃과 함께 ‘낙’이라는 글자가 수 놓여 있었다.낙요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아버지!"진릉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다급히 그것을 뺏어와 품 안으로 쑤셔 넣었다.그의 행동에 모든 이들이 다 진짜라고 생각했다.그게 아니라면 진릉이 왜 쑥스러워하는 걸까?진익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진릉이 그런 걸 가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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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6화

여단청은 대답한 뒤 곧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낙요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부진환이 보이지 않자 그녀가 물었다."부진환은?""왜 그만 이곳에 없는 것이냐?"사람들은 서로 시선만 주고받을 뿐, 다들 부진환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백서는 낙요가 화가 나 보이자 다급히 다가가 설명했다."대제사장님, 부진환은 물건을 사러 밖에 나간 듯합니다.""뭘 사러 갔단 말이냐?"낙요는 백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고개를 돌려 분부했다."그를 불러오거라.""네!"잠시 뒤 부진환은 돌아와서 낙요의 방으로 향했다."대제사장님."낙요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내게 하고 싶은 말이 없소?"부진환은 살짝 굳었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오늘 저택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알고 있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천천히 일어서서 탁자 옆으로 걸어가 분심검을 뽑아 들었다.그녀는 유유히 입을 열었다."알고 있었으면서 왜 이제야 돌아온 것이오? 누굴 만나러 간 것이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고민했다.낙요는 들고 있던 분심검으로 그의 목을 겨누었다."당신 스스로 말할 기회를 주겠소. 그래도 말하지 않을 것이오?""진릉이 손에 들고 있던 내 물건은, 누가 그에게 준 것이오?""이 저택에는 사람이 많지 않소. 일일이 찾아보려 한다면 충분히 찾을 수 있지. 하지만 내가 찾아낸다면 아마 죽어야 일이 끝날 것이오."그날 밤 부진환과 낙정은 만났었다. 그리고 어젯밤 낙요는 성 밖으로 유인당했고 부진환은 그녀를 따라 성을 나섰다.그리고 때마침 어젯밤 누군가 낙요인 척하여 진릉과 배 위에서 밀회를 가졌다.오늘 진씨 가문 사람은 사랑의 증표라면서 손수건을 꺼내 황제에게서 조서를 받았고 그녀에게 혼인할 것을 강요했다.얼마나 잽싼지 반응할 틈도 없이 낙요는 그 집안에 시집가게 생겼다.그렇기에 그녀는 부진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부진환은 품속에서 두 개의 너덜너덜한 천 쪼가리를 꺼내 낙요에게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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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7화

그러나 부진한은 입을 열지 않았다.그와 낙청연은 과거...그러니 당연히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고 연꽃과 낙이라는 글자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당신을 죽여 버리겠소!"낙요는 분개하며 다시금 검을 들었다.부진환은 다급히 몸을 돌려 도망쳤다."대제사장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런 것이 아닙니다!""그러면 어디 한번 해명해보시오! 어떻게 된 것이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오?"낙요는 검을 들고 그를 뒤쫓았다.방안이 워낙 소란스러웠던 탓에 문 밖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바짝 긴장했다.백서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대제사장님, 부진환에게 고충이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내버려두시지요."그러나 그의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없었다.낙요는 여전히 부진환을 쫓고 있었다.백서는 결국 초조함 때문에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대제사장님!"다른 이들도 말리려고 백서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대제사장이 부진환을 침상 위에 엎어뜨리고 그의 등에 앉은 채로 그의 두 손을 단단히 속박한 모습이 보였다."이건..."낙요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눈을 부라렸다."나가거라!"백서는 사정할 생각이었다."대제사장님..."여단청이 황급히 그녀를 말렸다."괜찮소. 나가는 게 좋겠소.""대제사장님께서 저러는 걸 보니 죽일 생각은 없는 듯하오.""걱정하지 마시오. 기껏해야 벌을 줄 것이오."백서는 방에서 끌려 나왔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방문은 이미 닫힌 상태였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여단청을 바라보았다."벌이라니? 어떻게 벌을 준단 말이오?""부진환이 옛 상처 위로 새로운 상처가 더해지는 걸 어떻게 견딘단 말이오?"여단청은 고개를 긁적였다."그...""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소?"백서는 살짝 화가 났다."대제사장께서 기껏해야 벌을 준다면서 왜 또 모른다고 하는 것이오?"그녀의 목청이 커지자 여단청은 황급히 그녀를 끌고 나갔다.다른 이들도 따라갔다.월규가 설득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제사장께서 정말 진심이었다면 부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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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8화

그렇게 부진환은 미처 막을 틈도 없이 낙요에게 입을 맞췄다.바로 지척에 있는 탓에 낙요는 그의 숨결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조용해서 서로의 빨라지는 심장 박동 소리마저 들리는 듯했다.낙요는 그를 밀어내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당신!"낙요는 화가 난 얼굴로 부진환을 노려보았고 부진환은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대제사장님께서 절 잡아당기셨습니다.""전 고의가 아니었습니다.""그러니 절 탓할 수는 없습니다."낙요는 화가 났다."당신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말이오? 낙정이 시킨 일이라면 뭐든 하니, 설령 그것이 당신이 위조한 것이라 가짜라고 해도 내 명성은 어떡한단 말이오?""일이 이렇게 크게 번졌는데 쉽게 해결될 것 같소?"부진환은 미간을 구기고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이 일은 제 탓입니다."그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낙정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과거 낙정에게 조종당했을 때 일을 그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고 그런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나길 원하지 않았다.게다가 그의 몸은 이제 더 이상 그때 같은 일을 견딜 수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낙요를 해치는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 방법을 생각한 것이었다. 적어도 낙정을 함정에 빠뜨리면 낙요가 그녀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이 일로 인해 낙요의 명성이 더럽혀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좋소. 당신이 인정을 했으니 가서 두 시진 동안 무릎을 꿇으시오!"낙요는 여전히 화가 난 듯했다."알겠습니다."부진환은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방문이 닫히고 낙요는 의자에 앉았지만 당장은 진정할 수 없었다.차를 세, 네 잔 마셨는데 여전히 얼굴이 화끈거렸다.탁자 위에 놓이 두 천쪼가리를 본 낙요는 그것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돌연 부진환의 손 끝에 남은 상처가 떠올랐다.그녀는 당황했다.수를 놓느라 바늘에 찔린 것일까?그녀는 처음으로 다 큰 사내가 꽃을 수놓는 모습을 보았다.그러니 손이 상처투성이지.바로 그때, 계진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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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9화

"그리고 제가 도박장에 가게 된 건, 진씨 일가의 찻집 옆에 있던 백성에게 얘기를 전해들어서입니다. 그가 도박장 얘기를 꺼내서 그곳에 가게 된 것이지요.""대제사장님, 설마 함정은 아니겠지요?"낙요는 계속해 뒤져보다가 고개를 저었다."함정 같지 않다.""이 물건들은 확실히 진씨 집안에 불리한 것이다. 누군가 우리를 돕고 있는 듯하구나."계진은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물었다."침서 장군일까요?"낙요는 고개를 저었다."그였다면 직접 내게 가져왔을 것이다. 이렇게 숨어서 몰래 할 리가 없다.""상대방은 아마 날 볼 방법이 없어, 이때 날 만나기 어려워 일부러 널 유인해서 이 증거들을 건네준 것 같구나."계진은 사색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이 물건들을 이용한다면 진씨 집안을 무너뜨릴 수 있겠군요."낙요는 그것들을 뒤져보며 입꼬리를 당겼다."당연하지.""진씨 가문이 감히 이런 비열한 수법으로 날 해하려 하고 내 가산을 탐하려 했으니 말이다.""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네가 말한 내용들을 전부 적어 공고문을 만들고, 그것들을 성 전체에 가득 붙이거라!""난 지금 당장 입궁해야겠다."계진이 정중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곧이어 낙요는 증거들을 챙겨 외출했다.그녀가 전원으로 나갔을 때 부진환은 보이지 않았다.낙요는 걸음을 옮겨 후원으로 향했고 때마침 부진환이 자신의 마당 앞에 무릎 꿇고 있는 걸 보았다.그는 꼼짝하지 않고 있었고 백서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정말 낙요가 시킨대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대제사장님!"백서는 서둘러 일어나서 사정하려 했다.낙요의 시선이 결연한 뒷모습에 닿았다. 그녀가 덤더히 입을 열었다."꿇지 않아도 되오.""날 따라 입궁하시오.""알겠습니다!"부진환은 대답한 뒤 힘겹게 일어나서 낙요를 향해 걸어갔다.그의 걸음걸이는 여전히 태연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사실 무릎의 통증을 계속 참고 있었다.낙요는 그 상자를 부진환의 품에 안겼다."잘 챙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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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0화

황제의 반응에 낙요는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황제는 곧바로 말했다."너와 진릉은 이미...""진씨 집안 사람들이 그렇게 난동을 부렸는데, 만약 짐이 조서를 내리지 않는다면 대제사장의 명성이 단숨에 추락하지 않겠느냐?""역대 여국 대제사장에게 이런 일은 없었다.""설마 남의 마음을 농락하고 신의를 저버렸다는 욕을 먹고 싶은 것이냐?"낙요는 미간을 구겼다."그래서 폐하께서는 제게 묻지도 않으시고 조서를 내렸단 말입니까?""너무 섣부르신 것 아닙니까?""진씨 집안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 거면 어떡하려고 그러십니까?""전 이제 남의 마음을 농락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썼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지 않는 자와 혼인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그 말에 황제의 안색이 달라졌다."뭐라고? 가짜라고? 하지만 진릉에게는 사랑의 증표가 있지 않으냐? 그게 어떻게 가짜란 말이냐?""게다가 어젯밤 진릉이 대제사장을 위해 반 시진 동안 불꽃놀이를 하고, 둘이 밀회를 가졌다는 건 온 성의 백성이 다 아는 사실이라던데, 설마 그마저도 가짜란 말이냐?"낙요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가짜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그들은 제가 진씨 집안에 시집가길 바라서 온갖 수작을 부렸고 모든 이들이 다 믿게 한 겁니다!"황제는 침묵했다.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물론 그럴 수도 있었다.낙요는 황제의 반응을 보고 황제가 조서를 내린 게 아니라고 추측했다. 황제는 그렇게 경솔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황제는 자신이 조서를 내렸다고 인정했다.그렇다면 가능성은 한 가지뿐이었다.바로 황후 말이다!황제와 황후의 정이 이렇게 깊다니.낙요는 그 일을 더는 캐묻지 않고 부진환이 들고 있던 물건을 건네게 했다."폐하, 이것을 보시고 진씨 가문의 진짜 목적을 알아맞춰보세요."황제는 의아한 얼굴로 장부를 건네받은 뒤 그것을 펼쳐봤다.낙요는 경과를 다시 한번 설명했고 황제는 그 얘기를 듣고 크게 놀랐다.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공공이 부랴부랴 들어와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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