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요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왜 그런 일이 있는 걸 몰랐던 걸까?설마 이것 또한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 중 일부일까?낙요는 그것을 건네받았다."한 번 보겠소."확인해 보니 위에 적힌 것은 스승님의 필적이 옳은 듯했다."그래서 내가 뭘 도와주길 바라는 것이오?"낙요가 시선을 들며 물었다.진씨 가문 가주는 그 말을 듣자 화색을 드러냈다."도와주겠다는 뜻이오?""대제사장은 우리 아들과 감정이 통했지. 우리 가문이 대제사장의 덕을 보는 거란 걸 알고 있지만 낙영 대제사장이 먼저 약조를 한 것이니 내 아들과 대제사장의 혼인을 바라오.""대제사장과 우리 아들을 이어줄 수 있고 또 낙영 대제사장의 의리를 지키는 셈이지.""대제사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낙요는 그의 첫 마디에 이미 넋이 나갔다.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뭐라고 하셨소?""나와 당신의 아들 말이오? 나와 누가 혼인한다고 했소?"낙요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옆에 앉아있는 멀끔한 공자에게로 향했다.사내는 그녀를 본 순간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낙요는 몸이 굳었다.내가 뭘 잊은 것이지?이건 언제 있었던 일이지?"대제사장, 바로 당신과 우리 아들 진릉 말이오.""내 아들이 당신 얘기를 꺼냈을 때 사실 나는 동의하지 않았소. 아무나 대제사장과 인척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오.""하지만 우리 가문에 최근 어려움이 생겼고 장사도 거의 접어야 할 판이오.""그런데 진릉이 내게 얘기하길, 두 사람이 이미 사적으로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조했고 진릉 또한 대제사장이 아니면 혼인하지 않겠다고 했소.""그래서 오늘 내 아우에게 부탁해 대제사장을 만나러 온 것이오.""혼인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서 말이오."진씨 가문 가주는 낙요의 안색이 좋지 않자 황급히 말했다."우리처럼 작은 가문에 시집오기 싫다면 진릉이 데릴사위가 되어도 좋소.""대제사장이 내 아들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우리 진씨
낙요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어젯밤이라고? 진 공자, 내 명성을 더럽히지 마시오!""난 어젯밤 진 공자를 만난 적이 없소. 진 공자와 평생을 약조한 적도 없고."낙요는 서늘한 눈길로 진릉의 아버지를 보았다."그리고 그 약조도 그렇소. 그것은 내 스승님께서 쓴 것이 맞지만 그것은 당신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돕겠다는 뜻이지 그것으로 당신의 아들과 날 혼인시키라고 한 약조가 아니오."그 말에 진씨 가문 두 부자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진릉의 아버지는 충격 받은 얼굴로 낙요를 가리키며 말했다."대제사장,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소?""당신이 대제사장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멋대로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어젯밤 당신은 내 아들과 사랑의 증표를 교환하고 사적으로 혼인까지 약조했소. 그래서 오늘 난 특별히 혼담을 꺼내려고 이곳까지 찾아왔소. 혹시나 대제사장을 홀대할까 봐서 말이오.""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악담을 퍼부을 수 있소? 내가 낙영 대제사장의 약조를 이용해 대제사장을 내 아들과 억지로 혼인시키려고 했다니! 우리는 8대 가문 중 하나로서 기개가 있고 체면이 있소!""대제사장이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는 가문이 아니란 말이오!"진릉의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며 탁자를 쿵 내리쳤다.낙요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으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젯밤 나와 증표를 교환했다고 했소?""증표는 어디 있소? 한 번 보여주시오."진릉이 증표를 품에서 꺼내려는데 진릉의 아버지가 화를 내며 그의 손을 잡았다."대제사장이 이런 태도를 보여주니 우리도 대제사장과 쓸데없이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소.""우리 가문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대제사장을 건드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사람을 모욕하면 안 되지!""우리는 이 일을 폐하께 말씀드릴 것이오!"말을 마친 뒤 그는 진릉을 끌고 나갔다.응선해도 멋쩍은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다가 몸을 돌려 떠났다
"다들 한 번 와서 보시오. 증인이 되어주시오!"진릉의 아버지는 일부러 큰 소리로 거리 위 행인들을 불렀고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구경했다.진릉은 난색을 보이며 아버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낙요가 천천히 안에서 걸어 나왔다."폐하께 말씀드리겠다고 하더니 왜 벌써 온 것이오?"진릉의 아버지는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우리가 어떻게 대제사장을 모시고 가겠소? 대제사장이 직접 갈 필요는 없소. 우리는 이미 입궁해서 조서를 얻었소.""대제사장, 이번에는 시치미를 떼지 못할 것이오! 당신은 반드시 우리 책임을 져야 하오!"낙요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구겼다."뭐라고?""폐하의 조서라고?""설마 감히 조서마저 위조한 것은 아니겠지?"진릉의 아버지는 안색이 돌변하며 화를 냈다."그게 무슨 망발이오! 우리는 감히 조서를 위조할 정도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소!""대제사장이 직접 보시오!"진릉의 아버지는 자신만만하게 조서를 건넸다.낙요는 의아한 얼굴로 그것을 열어보더니 바로 얼어붙었다.정말로 폐하의 조서였다. 그것도 그녀와 진릉이 석 달 내로 혼인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이럴 수가!황제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와 진릉을 혼인시키려 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낙요의 당황한 모습을 본 진릉의 아버지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곧이어 그는 구경하던 사람을 향해 말했다."오늘 다들 증인이 되어주시오. 이번에는 폐하께서도 우리 진씨 가문의 편에 서주었소.""폐하께서는 대제사장과 진릉이 석 달 내로 혼인해야 한다는 조서를 내리셨소! 만약 대제사장이 폐하의 뜻을 거역한다면 또 한 번 우리 진씨 가문을 모욕하는 것이오!""우리 진씨 가문은 함께 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 그런 모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오!"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마쳤으니, 이제 진씨 가문에는 더 이상 퇴로가 없었다.물론 그들은 낙요 또한 궁지로 내몰았다. 그는 반드시 대제사장이 진씨 가문으로 시집오게 할 생각이었다.낙요는 순간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그가 이렇게
진릉의 아버지는 진익을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에게서 경외라고는 보이지 않았다.그는 자신만만하게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남녀 간의 일을 황자께 다 알려야겠습니까?"진익은 비록 황자지만 도성에서 황자인 그의 신분을 경외하는 자는 몇 없었다.진익은 화를 내지 않고 도리어 웃었다."그냥 궁금해서 그러오. 난 요즘 노예영의 시공 때문에 매일 같이 대제사장과 함께 있었소. 그런데 단 한 번도 진릉을 본 적이 없지.""대제사장과 진릉은 언제 그런 사이가 된 것이오?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런 소문이 도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지.""진 공자, 어디 한 번 얘기해 보시오. 언제 어떤 곳에서 대제사장과 알게 된 것이오? 그리고 언제 어디서 대제사장과 사랑에 빠진 것이오?""또 대제사장은 무엇 때문에 당신을 버린 것이오?""그 과정을 얘기하면 백성들도 당신을 도와 대제사장을 응징할 것이오. 대제사장이 혼인하지 않으려고 해도 혼인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지 않소?"진릉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긴장 때문에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안절부절못했다.진릉의 아버지는 진릉의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보이십니까? 이것이 그들이 주고받은 증표입니다!""이것은 대제사장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것입니다!"그 말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뭐라고?"마당에 있던 낙요도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그녀는 황급히 문틈 사이로 그것을 보았다.진익 또한 놀랐다.진릉의 아버지가 꺼낸 것은 붉은색의 손수건이었는데 그 손수건의 색깔을 보면 여인의 것이 확실했다.일반적인 손수건은 그렇게 화려한 색을 띠지 않기 때문이다.그 손수건 위에는 연꽃과 함께 ‘낙’이라는 글자가 수 놓여 있었다.낙요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아버지!"진릉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다급히 그것을 뺏어와 품 안으로 쑤셔 넣었다.그의 행동에 모든 이들이 다 진짜라고 생각했다.그게 아니라면 진릉이 왜 쑥스러워하는 걸까?진익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진릉이 그런 걸 가지고 있
여단청은 대답한 뒤 곧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낙요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부진환이 보이지 않자 그녀가 물었다."부진환은?""왜 그만 이곳에 없는 것이냐?"사람들은 서로 시선만 주고받을 뿐, 다들 부진환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백서는 낙요가 화가 나 보이자 다급히 다가가 설명했다."대제사장님, 부진환은 물건을 사러 밖에 나간 듯합니다.""뭘 사러 갔단 말이냐?"낙요는 백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고개를 돌려 분부했다."그를 불러오거라.""네!"잠시 뒤 부진환은 돌아와서 낙요의 방으로 향했다."대제사장님."낙요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내게 하고 싶은 말이 없소?"부진환은 살짝 굳었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오늘 저택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알고 있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천천히 일어서서 탁자 옆으로 걸어가 분심검을 뽑아 들었다.그녀는 유유히 입을 열었다."알고 있었으면서 왜 이제야 돌아온 것이오? 누굴 만나러 간 것이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고민했다.낙요는 들고 있던 분심검으로 그의 목을 겨누었다."당신 스스로 말할 기회를 주겠소. 그래도 말하지 않을 것이오?""진릉이 손에 들고 있던 내 물건은, 누가 그에게 준 것이오?""이 저택에는 사람이 많지 않소. 일일이 찾아보려 한다면 충분히 찾을 수 있지. 하지만 내가 찾아낸다면 아마 죽어야 일이 끝날 것이오."그날 밤 부진환과 낙정은 만났었다. 그리고 어젯밤 낙요는 성 밖으로 유인당했고 부진환은 그녀를 따라 성을 나섰다.그리고 때마침 어젯밤 누군가 낙요인 척하여 진릉과 배 위에서 밀회를 가졌다.오늘 진씨 가문 사람은 사랑의 증표라면서 손수건을 꺼내 황제에게서 조서를 받았고 그녀에게 혼인할 것을 강요했다.얼마나 잽싼지 반응할 틈도 없이 낙요는 그 집안에 시집가게 생겼다.그렇기에 그녀는 부진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부진환은 품속에서 두 개의 너덜너덜한 천 쪼가리를 꺼내 낙요에게 건
그러나 부진한은 입을 열지 않았다.그와 낙청연은 과거...그러니 당연히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고 연꽃과 낙이라는 글자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당신을 죽여 버리겠소!"낙요는 분개하며 다시금 검을 들었다.부진환은 다급히 몸을 돌려 도망쳤다."대제사장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런 것이 아닙니다!""그러면 어디 한번 해명해보시오! 어떻게 된 것이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오?"낙요는 검을 들고 그를 뒤쫓았다.방안이 워낙 소란스러웠던 탓에 문 밖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바짝 긴장했다.백서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대제사장님, 부진환에게 고충이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내버려두시지요."그러나 그의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없었다.낙요는 여전히 부진환을 쫓고 있었다.백서는 결국 초조함 때문에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대제사장님!"다른 이들도 말리려고 백서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대제사장이 부진환을 침상 위에 엎어뜨리고 그의 등에 앉은 채로 그의 두 손을 단단히 속박한 모습이 보였다."이건..."낙요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눈을 부라렸다."나가거라!"백서는 사정할 생각이었다."대제사장님..."여단청이 황급히 그녀를 말렸다."괜찮소. 나가는 게 좋겠소.""대제사장님께서 저러는 걸 보니 죽일 생각은 없는 듯하오.""걱정하지 마시오. 기껏해야 벌을 줄 것이오."백서는 방에서 끌려 나왔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방문은 이미 닫힌 상태였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여단청을 바라보았다."벌이라니? 어떻게 벌을 준단 말이오?""부진환이 옛 상처 위로 새로운 상처가 더해지는 걸 어떻게 견딘단 말이오?"여단청은 고개를 긁적였다."그...""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소?"백서는 살짝 화가 났다."대제사장께서 기껏해야 벌을 준다면서 왜 또 모른다고 하는 것이오?"그녀의 목청이 커지자 여단청은 황급히 그녀를 끌고 나갔다.다른 이들도 따라갔다.월규가 설득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제사장께서 정말 진심이었다면 부진환
그렇게 부진환은 미처 막을 틈도 없이 낙요에게 입을 맞췄다.바로 지척에 있는 탓에 낙요는 그의 숨결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조용해서 서로의 빨라지는 심장 박동 소리마저 들리는 듯했다.낙요는 그를 밀어내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당신!"낙요는 화가 난 얼굴로 부진환을 노려보았고 부진환은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대제사장님께서 절 잡아당기셨습니다.""전 고의가 아니었습니다.""그러니 절 탓할 수는 없습니다."낙요는 화가 났다."당신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말이오? 낙정이 시킨 일이라면 뭐든 하니, 설령 그것이 당신이 위조한 것이라 가짜라고 해도 내 명성은 어떡한단 말이오?""일이 이렇게 크게 번졌는데 쉽게 해결될 것 같소?"부진환은 미간을 구기고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이 일은 제 탓입니다."그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낙정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과거 낙정에게 조종당했을 때 일을 그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고 그런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나길 원하지 않았다.게다가 그의 몸은 이제 더 이상 그때 같은 일을 견딜 수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낙요를 해치는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 방법을 생각한 것이었다. 적어도 낙정을 함정에 빠뜨리면 낙요가 그녀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이 일로 인해 낙요의 명성이 더럽혀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좋소. 당신이 인정을 했으니 가서 두 시진 동안 무릎을 꿇으시오!"낙요는 여전히 화가 난 듯했다."알겠습니다."부진환은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방문이 닫히고 낙요는 의자에 앉았지만 당장은 진정할 수 없었다.차를 세, 네 잔 마셨는데 여전히 얼굴이 화끈거렸다.탁자 위에 놓이 두 천쪼가리를 본 낙요는 그것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돌연 부진환의 손 끝에 남은 상처가 떠올랐다.그녀는 당황했다.수를 놓느라 바늘에 찔린 것일까?그녀는 처음으로 다 큰 사내가 꽃을 수놓는 모습을 보았다.그러니 손이 상처투성이지.바로 그때, 계진이 돌
"그리고 제가 도박장에 가게 된 건, 진씨 일가의 찻집 옆에 있던 백성에게 얘기를 전해들어서입니다. 그가 도박장 얘기를 꺼내서 그곳에 가게 된 것이지요.""대제사장님, 설마 함정은 아니겠지요?"낙요는 계속해 뒤져보다가 고개를 저었다."함정 같지 않다.""이 물건들은 확실히 진씨 집안에 불리한 것이다. 누군가 우리를 돕고 있는 듯하구나."계진은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물었다."침서 장군일까요?"낙요는 고개를 저었다."그였다면 직접 내게 가져왔을 것이다. 이렇게 숨어서 몰래 할 리가 없다.""상대방은 아마 날 볼 방법이 없어, 이때 날 만나기 어려워 일부러 널 유인해서 이 증거들을 건네준 것 같구나."계진은 사색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이 물건들을 이용한다면 진씨 집안을 무너뜨릴 수 있겠군요."낙요는 그것들을 뒤져보며 입꼬리를 당겼다."당연하지.""진씨 가문이 감히 이런 비열한 수법으로 날 해하려 하고 내 가산을 탐하려 했으니 말이다.""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네가 말한 내용들을 전부 적어 공고문을 만들고, 그것들을 성 전체에 가득 붙이거라!""난 지금 당장 입궁해야겠다."계진이 정중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곧이어 낙요는 증거들을 챙겨 외출했다.그녀가 전원으로 나갔을 때 부진환은 보이지 않았다.낙요는 걸음을 옮겨 후원으로 향했고 때마침 부진환이 자신의 마당 앞에 무릎 꿇고 있는 걸 보았다.그는 꼼짝하지 않고 있었고 백서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정말 낙요가 시킨대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대제사장님!"백서는 서둘러 일어나서 사정하려 했다.낙요의 시선이 결연한 뒷모습에 닿았다. 그녀가 덤더히 입을 열었다."꿇지 않아도 되오.""날 따라 입궁하시오.""알겠습니다!"부진환은 대답한 뒤 힘겹게 일어나서 낙요를 향해 걸어갔다.그의 걸음걸이는 여전히 태연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사실 무릎의 통증을 계속 참고 있었다.낙요는 그 상자를 부진환의 품에 안겼다."잘 챙기시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