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단청은 대답한 뒤 곧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낙요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부진환이 보이지 않자 그녀가 물었다."부진환은?""왜 그만 이곳에 없는 것이냐?"사람들은 서로 시선만 주고받을 뿐, 다들 부진환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백서는 낙요가 화가 나 보이자 다급히 다가가 설명했다."대제사장님, 부진환은 물건을 사러 밖에 나간 듯합니다.""뭘 사러 갔단 말이냐?"낙요는 백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고개를 돌려 분부했다."그를 불러오거라.""네!"잠시 뒤 부진환은 돌아와서 낙요의 방으로 향했다."대제사장님."낙요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내게 하고 싶은 말이 없소?"부진환은 살짝 굳었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오늘 저택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알고 있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천천히 일어서서 탁자 옆으로 걸어가 분심검을 뽑아 들었다.그녀는 유유히 입을 열었다."알고 있었으면서 왜 이제야 돌아온 것이오? 누굴 만나러 간 것이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고민했다.낙요는 들고 있던 분심검으로 그의 목을 겨누었다."당신 스스로 말할 기회를 주겠소. 그래도 말하지 않을 것이오?""진릉이 손에 들고 있던 내 물건은, 누가 그에게 준 것이오?""이 저택에는 사람이 많지 않소. 일일이 찾아보려 한다면 충분히 찾을 수 있지. 하지만 내가 찾아낸다면 아마 죽어야 일이 끝날 것이오."그날 밤 부진환과 낙정은 만났었다. 그리고 어젯밤 낙요는 성 밖으로 유인당했고 부진환은 그녀를 따라 성을 나섰다.그리고 때마침 어젯밤 누군가 낙요인 척하여 진릉과 배 위에서 밀회를 가졌다.오늘 진씨 가문 사람은 사랑의 증표라면서 손수건을 꺼내 황제에게서 조서를 받았고 그녀에게 혼인할 것을 강요했다.얼마나 잽싼지 반응할 틈도 없이 낙요는 그 집안에 시집가게 생겼다.그렇기에 그녀는 부진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부진환은 품속에서 두 개의 너덜너덜한 천 쪼가리를 꺼내 낙요에게 건
그러나 부진한은 입을 열지 않았다.그와 낙청연은 과거...그러니 당연히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고 연꽃과 낙이라는 글자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당신을 죽여 버리겠소!"낙요는 분개하며 다시금 검을 들었다.부진환은 다급히 몸을 돌려 도망쳤다."대제사장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런 것이 아닙니다!""그러면 어디 한번 해명해보시오! 어떻게 된 것이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오?"낙요는 검을 들고 그를 뒤쫓았다.방안이 워낙 소란스러웠던 탓에 문 밖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바짝 긴장했다.백서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대제사장님, 부진환에게 고충이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내버려두시지요."그러나 그의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없었다.낙요는 여전히 부진환을 쫓고 있었다.백서는 결국 초조함 때문에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대제사장님!"다른 이들도 말리려고 백서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대제사장이 부진환을 침상 위에 엎어뜨리고 그의 등에 앉은 채로 그의 두 손을 단단히 속박한 모습이 보였다."이건..."낙요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눈을 부라렸다."나가거라!"백서는 사정할 생각이었다."대제사장님..."여단청이 황급히 그녀를 말렸다."괜찮소. 나가는 게 좋겠소.""대제사장님께서 저러는 걸 보니 죽일 생각은 없는 듯하오.""걱정하지 마시오. 기껏해야 벌을 줄 것이오."백서는 방에서 끌려 나왔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방문은 이미 닫힌 상태였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여단청을 바라보았다."벌이라니? 어떻게 벌을 준단 말이오?""부진환이 옛 상처 위로 새로운 상처가 더해지는 걸 어떻게 견딘단 말이오?"여단청은 고개를 긁적였다."그...""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소?"백서는 살짝 화가 났다."대제사장께서 기껏해야 벌을 준다면서 왜 또 모른다고 하는 것이오?"그녀의 목청이 커지자 여단청은 황급히 그녀를 끌고 나갔다.다른 이들도 따라갔다.월규가 설득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제사장께서 정말 진심이었다면 부진환
그렇게 부진환은 미처 막을 틈도 없이 낙요에게 입을 맞췄다.바로 지척에 있는 탓에 낙요는 그의 숨결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조용해서 서로의 빨라지는 심장 박동 소리마저 들리는 듯했다.낙요는 그를 밀어내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당신!"낙요는 화가 난 얼굴로 부진환을 노려보았고 부진환은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대제사장님께서 절 잡아당기셨습니다.""전 고의가 아니었습니다.""그러니 절 탓할 수는 없습니다."낙요는 화가 났다."당신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말이오? 낙정이 시킨 일이라면 뭐든 하니, 설령 그것이 당신이 위조한 것이라 가짜라고 해도 내 명성은 어떡한단 말이오?""일이 이렇게 크게 번졌는데 쉽게 해결될 것 같소?"부진환은 미간을 구기고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이 일은 제 탓입니다."그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낙정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과거 낙정에게 조종당했을 때 일을 그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고 그런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나길 원하지 않았다.게다가 그의 몸은 이제 더 이상 그때 같은 일을 견딜 수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낙요를 해치는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 방법을 생각한 것이었다. 적어도 낙정을 함정에 빠뜨리면 낙요가 그녀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이 일로 인해 낙요의 명성이 더럽혀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좋소. 당신이 인정을 했으니 가서 두 시진 동안 무릎을 꿇으시오!"낙요는 여전히 화가 난 듯했다."알겠습니다."부진환은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방문이 닫히고 낙요는 의자에 앉았지만 당장은 진정할 수 없었다.차를 세, 네 잔 마셨는데 여전히 얼굴이 화끈거렸다.탁자 위에 놓이 두 천쪼가리를 본 낙요는 그것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돌연 부진환의 손 끝에 남은 상처가 떠올랐다.그녀는 당황했다.수를 놓느라 바늘에 찔린 것일까?그녀는 처음으로 다 큰 사내가 꽃을 수놓는 모습을 보았다.그러니 손이 상처투성이지.바로 그때, 계진이 돌
"그리고 제가 도박장에 가게 된 건, 진씨 일가의 찻집 옆에 있던 백성에게 얘기를 전해들어서입니다. 그가 도박장 얘기를 꺼내서 그곳에 가게 된 것이지요.""대제사장님, 설마 함정은 아니겠지요?"낙요는 계속해 뒤져보다가 고개를 저었다."함정 같지 않다.""이 물건들은 확실히 진씨 집안에 불리한 것이다. 누군가 우리를 돕고 있는 듯하구나."계진은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물었다."침서 장군일까요?"낙요는 고개를 저었다."그였다면 직접 내게 가져왔을 것이다. 이렇게 숨어서 몰래 할 리가 없다.""상대방은 아마 날 볼 방법이 없어, 이때 날 만나기 어려워 일부러 널 유인해서 이 증거들을 건네준 것 같구나."계진은 사색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이 물건들을 이용한다면 진씨 집안을 무너뜨릴 수 있겠군요."낙요는 그것들을 뒤져보며 입꼬리를 당겼다."당연하지.""진씨 가문이 감히 이런 비열한 수법으로 날 해하려 하고 내 가산을 탐하려 했으니 말이다.""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네가 말한 내용들을 전부 적어 공고문을 만들고, 그것들을 성 전체에 가득 붙이거라!""난 지금 당장 입궁해야겠다."계진이 정중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곧이어 낙요는 증거들을 챙겨 외출했다.그녀가 전원으로 나갔을 때 부진환은 보이지 않았다.낙요는 걸음을 옮겨 후원으로 향했고 때마침 부진환이 자신의 마당 앞에 무릎 꿇고 있는 걸 보았다.그는 꼼짝하지 않고 있었고 백서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정말 낙요가 시킨대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대제사장님!"백서는 서둘러 일어나서 사정하려 했다.낙요의 시선이 결연한 뒷모습에 닿았다. 그녀가 덤더히 입을 열었다."꿇지 않아도 되오.""날 따라 입궁하시오.""알겠습니다!"부진환은 대답한 뒤 힘겹게 일어나서 낙요를 향해 걸어갔다.그의 걸음걸이는 여전히 태연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사실 무릎의 통증을 계속 참고 있었다.낙요는 그 상자를 부진환의 품에 안겼다."잘 챙기시오."
황제의 반응에 낙요는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황제는 곧바로 말했다."너와 진릉은 이미...""진씨 집안 사람들이 그렇게 난동을 부렸는데, 만약 짐이 조서를 내리지 않는다면 대제사장의 명성이 단숨에 추락하지 않겠느냐?""역대 여국 대제사장에게 이런 일은 없었다.""설마 남의 마음을 농락하고 신의를 저버렸다는 욕을 먹고 싶은 것이냐?"낙요는 미간을 구겼다."그래서 폐하께서는 제게 묻지도 않으시고 조서를 내렸단 말입니까?""너무 섣부르신 것 아닙니까?""진씨 집안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 거면 어떡하려고 그러십니까?""전 이제 남의 마음을 농락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썼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지 않는 자와 혼인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그 말에 황제의 안색이 달라졌다."뭐라고? 가짜라고? 하지만 진릉에게는 사랑의 증표가 있지 않으냐? 그게 어떻게 가짜란 말이냐?""게다가 어젯밤 진릉이 대제사장을 위해 반 시진 동안 불꽃놀이를 하고, 둘이 밀회를 가졌다는 건 온 성의 백성이 다 아는 사실이라던데, 설마 그마저도 가짜란 말이냐?"낙요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가짜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그들은 제가 진씨 집안에 시집가길 바라서 온갖 수작을 부렸고 모든 이들이 다 믿게 한 겁니다!"황제는 침묵했다.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물론 그럴 수도 있었다.낙요는 황제의 반응을 보고 황제가 조서를 내린 게 아니라고 추측했다. 황제는 그렇게 경솔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황제는 자신이 조서를 내렸다고 인정했다.그렇다면 가능성은 한 가지뿐이었다.바로 황후 말이다!황제와 황후의 정이 이렇게 깊다니.낙요는 그 일을 더는 캐묻지 않고 부진환이 들고 있던 물건을 건네게 했다."폐하, 이것을 보시고 진씨 가문의 진짜 목적을 알아맞춰보세요."황제는 의아한 얼굴로 장부를 건네받은 뒤 그것을 펼쳐봤다.낙요는 경과를 다시 한번 설명했고 황제는 그 얘기를 듣고 크게 놀랐다.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공공이 부랴부랴 들어와 아뢰었다."
이때 황제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짐 또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는구나. 대제사장이라는 자가 감히 거짓말을 꾸며내 소문을 퍼뜨리다니, 어떻게 처벌해야 좋다고 생각하느냐? 짐이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진릉의 아버지는 내심 기뻐하면서 황급히 말했다."이런 헛소문을 퍼뜨린 것은 저희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한 것과 다름없으니 죽을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하지만 대제사장은 대제사장이고, 앞으로 저희 진씨 가문에 시집올 사람입니다.""폐하께서 대제사장을 처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며칠 내로 혼인을 올리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헛소문이 떠도는 것은 저희에게 아주 치명적인 일이니 말입니다."황제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죽을죄란 말이지?""그래, 알겠다."진릉의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화색을 드러내며 그제야 고개를 들어 물었다."그렇다면 저희와 대제사장의 혼기는..."고개를 든 그는 그제야 낙요가 옆에 있음을 발견했다.겁을 먹은 그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대제사장... 당... 당신...""왜 그러시오? 날 고자질하더니 내가 이곳에 있는 걸 보니 속이 켕기나 보오?"낙요가 사나운 어조로 쏘아붙였다."그럴 리가! 대제사장이 한 발 앞서 입궁했을 줄은 몰랐을 뿐이오. 아마 우리를 고자질했겠지."곧이어 그는 황제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폐하, 공정하게 처리하여 주십시오. 절대 대제사장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낙요가 말했다."내가 진릉과 혼인하길 바라시오? 그렇다면 그 사랑의 증표라는 물건을 꺼내보시오. 그리고 그날 밤 우리가 나눴던 대화, 했던 일, 내게 준 증표까지 사실대로 고해보시오!"그 말을 듣자 진릉의 아버지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정말이오?""정말이지!"곧이어 진릉의 아버지는 서둘러 진릉의 팔뚝을 툭툭 치며 얼른 꺼내라고 눈치를 줬다.진릉은 무척 긴장했지만 결국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펼쳤다."그날 대제사장님께서 제게 이걸 직접 건네셨습니다.""연등회
부진환은 매서운 어조로 확고하게 말했다.진릉 부자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황제는 그 말을 듣더니 의아해하며 그것을 건네받았다. 그는 잠깐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짐도 기억한다. 공주도 이 무단을 산 적이 있었는데 며칠 동안 난리를 쳐서야 겨우 샀었지.""대제사장은 평소에 검소한 편이고 겉치장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 이렇게 비싼 물건을 쓰지 않지."그 말은 증표가 가짜라는 걸 믿는 다는 뜻이었다.진릉 부자는 당황해했고 진릉의 아버지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폐하, 대제사장이 이런 물건을 쓸 리가 없다니요? 대제사장이라는 신분이 얼마나 귀한데 어떻게..."그가 변명하려고 하자 낙요가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입 다무시오!""조금 전에 사랑의 증표라고 했소?""그러면 당신들이 창룡옥패를 누구에게 줬는지 알아보지!"낙요는 장부를 펼쳐 진릉 부자의 앞에 내려놓았다."이 위에 명명백백히 기록되어 있소. 당신들이 빚을 갚기 위해 창룡옥패를 팔았다고 말이오!""총 만오천 냥이었지!""그리고 아직 수십만 냥을 갚지 못했소!"그 장부를 본 순간, 진릉 부자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고 호흡이 거칠어졌다.진릉의 아버지는 그것을 빼앗아 찢어버릴 생각이었으나 낙요는 곧바로 피하며 차갑게 웃었다."왜 그렇게 초조해 하시오? 내가 사실을 까발려서 증거를 없앨 생각이오?"낙요는 몸을 돌려 그것을 황제에게 건넸ㄷ."폐하, 보시지요. 진씨 집안에서는 일찍이 그 창룡옥패를 팔아버리고는 제게 줬다고 했습니다.""오늘 일이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더라면 저에게 그것을 돌려달라고 하면서 제 돈을 사기쳤겠지요!""진씨 부자가 한 말은 전부 거짓말입니다. 진실이라고는 단 한마디도 없습니다. 감히 폐하를 속이려 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응당 처형해야 합니다!"옆에 있던 황후의 안색이 달라졌다.진릉의 아버지는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는 도와달라는 듯이 황후를 바라봤지만 황후는 시선을 피하며 그를
"감히 짐을 속이려 하다니!""여봐라. 이 진씨 부자를 옥에 가두어라! 날을 택해 처형할 것이다!"곧이어 진씨 부자는 끌려나갔다. 진릉의 아버지는 울면서 호소하며 변명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황제는 그의 말을 더는 들어주지 않았다.그는 낙요에게 말했다."대제사장, 이 일은 진실이 밝혀졌으니 이 조서 또한 효력이 없다.""짐은 반드시 대제사장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줄 것이다."진실을 알지 못한 채로 낙요가 진씨 가문에 시집가야한다고 조서를 내렸으니 마땅치 않은 처사였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폐하."바로 그때 황후가 입을 열었다."비록 오늘 일은 오해였지만 대제사장도 나이가 어리지 않으니 가정을 꾸릴 때가 되었지.""지금 제사 일족에는 후계자가 없고 혹시나 대제사장이 또 예전처럼 갑자기 수 년 동안 종적을 감춘다면 여국에는 엄청난 재앙이지.""대제사장이 그 자리에 앉았으니 시야를 넓게 하여 최대한 빨리 혼인해야지. 어쩌면 대제사장처럼 재능이 뛰어난 아이를 낳을지도 모르니.""그렇다면 그 아이를 후계자로 키울 수도 있지.""그렇지 않습니까, 폐하?"황제는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군.""대제사장도 가정을 이룰 나이가 되긴 했지.""마음속에 부군으로 생각해둔 사람이라도 있느냐?"낙요는 미간을 구겼다. 황후는 얼른 그녀가 시집가길 바라는 듯했다."전 당분간 혼인할 생각이 없습니다.""이 일은 저도 급하지 않으니 황후마마께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황후는 웃으며 말했다."난 그저 좋은 마음으로 한 말인데.""오해하지 말거라."낙요는 차갑게 웃었다."황후마마께서 그런 말을 꺼내시지 않는다면 저도 오해하지는 않겠지요.""별일 없으면 전 이만 돌아가겠습니다."낙요는 인사를 한 뒤 부진환을 데리고 떠났다.황후도 곧바로 황제에게 말했다."폐하, 이번에는 신첩이 경솔했습니다. 다음에는 주의하겠습니다."황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면 됐소. 다음번에는 이렇게 충동적으로 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