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3103 챕터

제161화

낙청연은 날 선 눈빛으로 산명 대사를 쳐다보며 그의 멱살을 잡았다.“보았습니까? 당신 배후의 사람이 절 모함하라고 시켰어도 당신을 살려주지는 않을 것입니다.”감히 자신을 해치려 하다니? 그렇다면 배후가 누군지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으스러진 검은 벌레를 본 산명 대사는 심장이 철렁했지만 결연한 기색을 드러내며 대꾸했다.“당신에게 잡혔다고 한들 제 처지가 나아질 가능성이 있겠습니까?”말을 마친 그는 입 안에 넣어뒀던 독을 먹고 죽으려고 했고, 그 순간 낙청연은 서늘하게 눈빛을 빛냈다. 그가 독을 마시고 자결하려는 것을 눈치챈 낙청연은 그를 세게 때렸고 그로 인해 산명 대사는 얼굴이 삐뚤어지고 치아가 두 개 빠졌으며 독약도 빠져나왔다.부진환은 그 장면에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저리도 민첩하게 반응하다니, 평범한 대갓집 규슈 같지 않았디.대체 모함을 당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이 기회를 빌려 자신의 믿음을 사려는 건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낙청연은 노끈으로 산명 대사를 묶으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죽을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얌전히 협력할 생각이 없는 걸 보니 고생을 좀 해봐야겠군요.”그녀는 산명 대사를 밀면서 밖으로 나갔고 부진환의 앞에 선 채로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이 사람은 제가 잡았으니 제가 심문할 겁니다. 왕야께서는 간섭하지 마시지요!”부진환을 보자 또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그를 구한 게 후회됐다.눈앞의 남자는 그녀를 끝도 없이 의심하는데, 자신은 왜 그를 구한 것일까?“그리고 이 일이 끝나고 제 결백이 증명되면 수세를 써주세요.”낙청연의 결연하면서도 냉담한 말이 부진환의 마음속에 강렬히 내리꽂혔다.부진환은 놀랍기도 하고 또 우습기도 했다.애당초 낙월영을 대신해 죽기 살기로 섭정왕부로 시집온 것은 낙청연이었고 그에게 약을 써서 아이부터 가지려고 한 것도 낙청연이었다.그런데 지금 와서 수세를 써달라고 하는 것도 그녀였다.설마 이것도 밀고 당기려는 수작인 건가 싶었다.부진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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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낙청연은 미간이 떨렸다.그녀는 산명 대사를 집어 들어 그를 바닥으로 엎어뜨렸고, 예리한 화살은 마차의 차 벽을 뚫었다.부진환은 심장이 조여오면서 긴장됐고 급히 차 문을 열어 안을 확인했다.그의 시선은 먼저 낙청연에게로 향했고 낙청연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는 산명 대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그들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채찍을 휘두르며 말의 속도를 높였다.“잘 앉아있거라!”채찍이 말의 엉덩이를 때리는 순간, 말은 우는 소리를 내면서 다리를 움직여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그 순간, 낙청연은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거의 날아오르다시피 했고 산명 대사 역시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고 마차 안에서 이리저리 굴렀다.쉬쉬쉭—날카로운 화살들이 그들이 앉은 마차 위로 쏟아져 내렸다. 낙청연은 자세를 바로 하려고 애를 쓰는 동시에 산명 대사를 붙잡고 이리저리 피했다.만약 산명 대사가 죽는다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가 더 어려웠다.“세상에, 어지러워 죽겠네. 그냥 날 죽여!”산명 대사는 덜컹거리는 걸 참지 못했고 당장이라도 토할 듯한 얼굴이었다.“그렇게 쉽게 죽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지요!”낙청연은 그를 바닥에 쓰러뜨리더니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그를 위에서 아래로 눌렀고 그 바람에 산명 대사는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마차는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화살은 점점 더 많아졌고, 마차에는 수없이 많은 구멍이 생겨 그곳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차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그 점을 부진환에게 알리려 발을 걷는 순간, 낙청연은 놀랍게도 부진환이 수도로 향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그는 점점 더 외진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왕야, 어디로 가시려는 것입니까?”낙청연이 다급히 물었다.앞에 뜸직하게 앉아있던 부진환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온몸에서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고 있었는데 낙청연은 이상하게 그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그런데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낙청연은 곧바로 그 생각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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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낙청연의 말에 산명 대사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덜덜 떨었다. 아파서인지 아니면 낙청연의 말에 겁을 먹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어찌 됐든 그는 결국 몸을 바르르 떨면서 입을 열었다.“얘기할게요. 얘기하겠습니다. 그러니까…”낙청연은 동공이 떨렸고 긴장한 얼굴로 그의 얘기를 들으려 했다.그런데 산명 대사가 말을 하려는 순간 날카로운 화살이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날아와 낙청연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위험을 느낀 낙청연이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화살이 또 하나 날아와서 마차 위를 뚫고 안으로 들어왔고 산명 대사의 어깨 뒤쪽에 박혔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산명 대사의 상처를 확인한 낙청연은 그곳이 급소가 아니란 걸 알았고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순간 적막이 감돌면서 공기 중에 살기가 느껴졌다.밖에는 3, 40명 정도 되는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그들을 뒤쫓고 있었는데 저마다 손에 각양각색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마차 밖에서는 부진환이 가볍게 마차에서 뛰어내리는 소리와 그의 오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드디어 모습을 나타냈군.”미간을 좁힌 채로 차 문을 연 낙청연은 사면팔방으로 그들을 둘러싼 검은 옷의 자객들을 보았다.부진환은 여유로운 듯 보였으나 그 모습은 위협적이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와 마차 밑을 번갈아 보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낙청연은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더러 마차 밑으로 숨으라는 의미였다.바로 다음 순간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고 낙청연은 불길한 기분에 곧바로 외쳤다.“조심하세요!”그러나 부진환은 여전히 태연자약했다. 그는 자객들에게 포위당했으면서도 몸을 날리며 우아하면서도 살기등등하게 적을 무찌르고 있었다. 매 순간이 아찔했지만 그는 여유롭게 그들을 처리했고 낙청연은 마음을 졸이며 그 모습을 보았다.그러나 잠시 상황을 파악하던 그녀는 부진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곧 깨달았다. 부진환은 그녀의 상상보다 훨씬 더 강했다.낙청연은 잽싸게 차 뒷문을 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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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여기저기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쌓아진 시체가 작은 산을 이루고 있어 마차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낙청연은 힘겹게 시체들을 하나하나 치운 뒤 자신의 거대한 몸을 그곳에서 빼냈다. 그리고 그녀는 곧 부진환의 날렵하면서도 대범한 몸짓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장검을 휘두르며 단숨에 검은 옷을 입은 자객의 목을 벴다.마지막 남은 자객이 죽었다.그는 피로 얼룩진 장검을 바닥에 던지고는 빈손으로 걸어왔다.그 순간 햇빛이 그의 앞을 내리쬐고 있어 마치 그가 빛을 향해 걸어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끝없는 어둠과 살육의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마치 지옥에서 온 수라처럼 도처에 깔린 시체와 피를 밟으며 그녀의 목숨을 거두려고 오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살육의 기운이 너무도 강했다.짧은 순간이었지만 낙청연은 그의 여생에서 한없이 무거운 어둠과 살육을 보았다.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사람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분명 밝은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등 뒤에 있는 농후한 어둠을 가릴 수가 없었다.부진환은 마치 살육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그와 가까워질수록 그의 등 뒤에 있는 검은 그림자도 점점 더 커졌고, 눈을 부릅뜨고 보니 그 어둠 속에는 용의 그림자도 있는 듯했다.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설마 살육 때문에 용의 기운을 얻은 것인가?찰나의 순간 그녀는 부진환의 운명을 내다본 듯한 착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는 불확실한 것들이 너무도 많았으니 말이다.낙청연은 속으로 매우 놀랐다. 부진환은 자신이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그녀는 이번에 결백을 증명하면 수세를 받고 바로 그를 떠날 생각이었다.자신이 직접 낙청연의 어머니를 조사하고 낙월영의 손에서 어머니의 유품을 빼앗아야 했다.낙청연은 천궐국의 흙탕물에서 함께 뒹굴 생각은 없었다.“그자는?”부진환의 냉랭한 목소리에 낙청연은 정신을 차리며 대꾸했다.“화살을 맞았지만 목숨이 위험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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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부운주는 왜 자신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는 걸까? 설마…하지만 몸의 원래 주인은 부운주를 친구로만 생각했고 부운주 또한 다른 마음을 품은 것 같지는 않았다.낙청연은 자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이라 여겼다.“만약 오황자가 한 일이라면 오황자는 정말 왕비 마마를 살뜰히 챙기는 것 같습니다.”등 어멈이 감탄하며 말했고 낙청연은 덤덤히 웃어 보였다.“그게 다 무슨 소용이더냐.”부진환을 구한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부진환은 독사처럼 지독하고 무정한 사람이었다. 그를 구한다고 해도 그는 상대의 의도부터 의심했다.“무슨 말씀이십니까?”등 어멈은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아니다. 그만 얘기하자꾸나.”낙청연은 약을 다 바르고 나서 침상에 누웠다.오늘은 너무도 고된 하루였다.온몸이 시큰거렸고 가슴께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다행히도 낙용 고고가 준 진귀한 약재들이 있어 알맞게 쓸 수 있었다.저녁이 되기도 전에 낙청연은 잠이 들었다.다른 한편, 부진환은 서방으로 돌아와 소유에게 분부했다.“낙청연의 말대로 요 며칠간 아무도 암실에 가서 산명 대사를 만나지 못하게 하거라.”그 말에 소유는 살짝 놀라며 말했다.“그러면 사람을 더 많이 배치해 감시할까요? 배후에 있는 사람은 아마도 그를 없애고 싶을 겁니다.”“아니다. 이 저택에 있는 첩자가 누군지 확인해 봐야겠다.”부진환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다.소유가 대꾸했다.“그럼 두 사람을 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밀히 매복해있게 하겠습니다.”부진환이 고개를 끄덕였다.—낙청연은 죽은 듯이 잤고 심지어 코까지 골았다.얼마나 깊게 잠든 건지 저녁 시간이 되어 등 어멈이 그녀를 깨웠음에도 불구하고 낙청연은 일어나지 못했고 그에 등 어멈과 지초는 일찍 쉬러 갔다.—밤이 깊어지고 한 계집종이 음식을 들고 암실로 향했다…—낙청연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잠을 잘 잔 건지 정신이 말짱했던 낙청연은 씻지도 않고 곧바로 암실로 향했다.그녀는 산명 대사가 정신을 차렸으면 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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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본왕은 사람을 배치했다.”그가 손을 흔들자, 지붕 위에 있던 두 암위(暗衛)가 뛰어내렸다.낙청연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설마 어젯밤에 누가 암실(暗室)에 들어갔단 말인가?“말해보거라.” 부진환은 두 손을 뒤로 짊어지고, 낙청연을 유달리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왕야께 보고합니다. 어젯밤 암실에 들어간 사람은 단 한 명뿐입니다.”“바로 왕비의 시녀, 지초입니다!”말이 떨어지자, 낙청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초? 그럴 리가 없습니다!”“속하(屬下)는 절대 잘못 보지 않았습니다! 지초가 분명 음식을 들고 들어갔습니다.” 두 명의 암위는 모두 똑같이 말했다.낙청연은 믿을 수가 없었다. 지초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즉시 사람을 시켜 지초를 데려왔다.지초는 도착해서도 무슨 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지초, 내가 묻는 말에 답하거라, 어젯밤에 정원을 나간 적 있느냐? “낙청연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지초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예! 나간 적 있습니다.”“하지만, 어젯밤 왕비가 일찍 취침하셨기에 저도 일을 빨리 끝내고 쉬러 갔습니다. 다른 날보다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낙청연은 약간 긴장 해하며 또 물었다: “내가 묻는 건, 반야에 나갔다 온 적 있느냐 말이다? 암실에 다녀온 적 있느냐 말이다?”지초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암실에 다녀온 적 없습니다.”함께 온 등 어멈도 말했다: “저는 어젯밤에 지초와 같이 쉬었습니다. 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지초는 나간 적 없습니다.”등 어멈은 지금 왕부의 관사이기에 수시로 처리해야 할 각종 일들이 많다. 하여 그녀는 잠을 깊게 자지 않는다. 만일 지초가 반야에 나갔다면, 그녀는 나가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등 어멈이 증명하자, 낙청연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그녀는 믿는다!등 어멈과 지초는 그녀를 속이지 않는다. 어젯밤 일은 꼭 다른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 암위들은 틀림없이 지초를 보았다고 하니 그럼 절대 또 잘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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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제가 만약 그를 죽이려 한다면, 저는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무수한 방법으로 그를 죽일 수 있습니다. 흔적도 없이 조용하게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그러니 어찌 저의 곁에 있는 계집종을 시켜 죽이라고 하겠습니까? 게다가 이렇게 명백한 약점까지 남겨두겠습니까?!”여기까지 듣더니, 부진환의 두 눈은 무거워졌다.이어서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의심과 흔들림이 섞여 있었다.낙청연은 그도 이 점을 생각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한순간이나마 그녀가 모함당했다고생각했던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부진환의 두 눈은 갑자기 매우 서늘해 지더니 차가운 어투로 명령했다: “암실에 가두거라!”말을 마치고, 그는 소맷자락을 휘날리며 가버렸다.그는 지금 천 명을 잘못 죽일지 언정 한 명도 놓치려 하지 않았다.의심이라는 씨앗은 싹트기 시작하면, 한 사람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낙청연은 이 점을 명확하게 잘 알고 있다.“왕야, 왕비는 죄가 없습니다! 왕비는 저를 암실에 보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도 암실에 다녀간 적이 없습니다! 왕야께서 부디 통촉하여 주십시오!”지초는 무릎을 꿇고 죽도록 애원했다. 심지어 뒹굴기도 하고 기기도 하면서 부진환을 쫓아갔다.하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등 어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낙청연을 부축하더니 말했다: “왕비, 어떡합니까?”이때, 두 암위가 다가오더니, 바로 낙청연과 지초를 데려가더니 암실에 가두었다.이 시각, 산명 대사의 시체는 아직도 그곳에 방치돼 있었다……지초는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최대한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녀는 그저 자신을 한없이 자책했다. 이번에도 또 자신이 왕비에게 폐를 끼쳤기 때문이다.지초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왕비, 만약 가능하다면, 제가 죄를 인정하겠습니다. 모든 게 제 혼자짓이라고 하겠습니다. 왕비와는 상관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죽이려 거든 저 혼자 죽이라고 할 겁니다……“낙청연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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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암실에서.지초는 산명 대사의 시신을 옆으로 옮겨 놨다. 그리고 초라한 잠자리를 정리한 후 말했다: “왕비, 좀 앉아 쉬십시오.”낙청연은 음식을 검사해보았지만, 그냥 보통 독이었다. 하지만 이 독이 산명 대사의 목숨을 앗아갔다.갑자기,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왔다.이어서 암실의 문이 열리더니, 등 어멈이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왕비!”음식을 내려놓고, 등 어멈은 급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왕비, 제가 암암리에 알아보았습니다. 지초와 체형이 비슷한 몇 명의 계집종들은 모두 어젯밤 나간 적이 없다고 서로 증명합니다.”“하지만 체형이 비슷한 계집종 한 명이 더 있는데, 날이 밝아 채소 사러 나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답니다.”듣더니,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방법을 생각해서 그 계집종을 찾아오거라!”등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방법을 모색해서 찾아보겠습니다. 다만 왕비님도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십시오. 만일 그 계집종이……”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먼저 사람부터 찾거라.”“예!” 등 어멈은 대답하더니 바로 나갔다.암실의 방문은 다시 밖에서 잠겨졌다.밖에 지키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부진환의 그 두 명의 암위가 여전히 어두운 곳에 숨어있다는 것을 낙청연은 알고 있었다.등 어멈이 음식을 가져오고 난 뒤, 온종일 더 다녀간 사람은 없었다. 또한 음식을 가져다 주는 사람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이는 모두 부진환의 명령인 것 같았다.밤이 되어서야, 밖에서 수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왔다. 이는 낙청연의 주의를 끌었다.그녀는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문밖에서 부운주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연?”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5황자, 여긴 왜 오셨습니까?”“긴말할 필요 없고 나는 너를 데리고 왕부를 떠날 것이다!” 부운주는 긴장한 어투로 말했다.그는 말하면서 자물쇠를 열고 있었다.낙청연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아주 빠르게 방문은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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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지초는 다급한 나머지 분노하여 앞으로 다가가서 장미를 밀쳐냈다. “무슨 허튼소리야, 왕비를 건들지 마!’“5황자가 보따리를 메고 있는 것을 우리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이건 사분이 아니면 또 무엇이란 말이냐?” 장미는 날카로운 어투로 더욱 비꼬면서 말했다: “왕비, 이 용모와 이 몸매로 유혹하는 거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네요! 5황자마저 꽉 틀어잡고 계시군요. 이렇게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 왕비를 데리고 도망까지 가다니요!”사분, 이토록 큰 사건이 황족에서 일어났다는 소문이 퍼지면 이는 왕야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와 큰 모욕을 안겨줄 것이다!그럼 이 왕비는 강에 던져지지 않더라도 생매장해야 할 판이다!장미는 당연히 두려운 것이 없었다!낙월영은 듣더니 더욱 득의양양해졌다. 이번에도 낙청연이 죽지 않는다고!“허튼소리 하지 말거라! 콜록, 콜록, 콜록……” 부운주는 급한 나머지 말을 끝까지 못하고 또 기침하기 시작했다.“허튼소리? 제가 언제 허튼소리 했나요? 왕비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것이지요. 일전에도 왕야한테 시집오려고 무척 애를 쓰지 않았습니까? 그 수단 또한 그야말로 비열하고 파렴치했죠!”“지금도 여전히 조심하지 않고 5황자마저 유혹했잖아요. 이 정도로 못생겼는데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네요. 보니까 청루에서 호미술(狐媚術)을 연마하신 것 같네요!”장미는 전혀 거리낌 없이 욕을 퍼부었다.낙청연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지더니, 단번에 장미의 어깨를 잡고 그녀의 머리채를 끄집더니, 아주 세게 그녀의 머리를 바닥에 눌러버렸다. ‘펑’ 하는 소리가 났다.장미의 머리를 바로 땅바닥에 박아버렸다. 선혈이 흘러나왔다.장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음 순간, 손 하나가 바로 그녀의 턱을 졸랐다. 극심한 통증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갑자기 ‘찰칵’ 소리가 들렸다.그녀의 턱이 탈구됐다!“말 같지 않은 소리는 그만하거라!” 낙청연은 그녀를 놔주었다. 눈빛은 무척 날카로웠다.장미는 입을 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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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낙청연은 피하지 않았다.차가운 칼날은 죽음이라는 협박을 가지고 그녀를 겨누고 있었다.그의 목소리도 대신 혼인하던 그날처럼 차가웠다. 더 이상 조금의 감정도 온도도 없었다—“이건, 도망치다 들켰기 때문인가요?”낙청연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자신을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때마침 낙월영이 보았기 때문에 도망치지 못하고 잡힌 게 된 건가요?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도 더 이상 왕야가 저를 믿어주시길 바라지 않습니다.”그녀는 5황자를 따라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해석하면 오히려 변명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차라리, 그녀는 눈을 감고 부진환의 검이 찌르기를 기다렸다.소매 밑에서, 그녀는 주먹을 꽉 주고 있었다.나침반이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에 느리더니 점차 빨라졌다.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낙청연이 결연히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본 부진환의 눈가에는 일말의 파도가 일었다. 손에 든 검을 도저히 휘두를 수 없었다.“왕야……” 머뭇거리며 손을 쓰지 않는 왕야를 본 낙월영은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하지만 함부로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왕야의 마음속에 나쁜 인상을 심어줄까 봐 두려웠다.지초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왕야, 왕비와 5황자는 항상 깨끗하고 순수하게 왕래했습니다. 종래로 도를 넘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오늘 밤도 왕비는 5황자를 따라갈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게 어찌 사통이란 말입니까?”“왕야께 부탁합니다. 제발 죄가 없는 착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지 마십시오”지초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옆에서 무릎을 꿇고 해석하며 간절하게 애원했다.착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운다고?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낙청연은 착한 사람인가?밤바람이 휙 스쳐 지나가더니,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은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낙청연도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그 차가운 기운이 그녀의 등 뒤에 붙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기에 촉각은 매우 예민했다. 등 뒤의 그 한 줄기 차가운 기운은 심지어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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