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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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그렇다면 오황자의 치수도 재어 옷을 두어 벌 만들지요.”부진환의 차가워진 눈빛에 낙청연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왕야께서는 그리 옹졸한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이 저택의 모든 이와 이 저택의 사람이 아닌 낙월영도 새 옷이 있는데 왕야의 친동생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낙청연은 드물게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으나 그 내용은 그리 듣기 좋은 것이 아니었다.부진환은 낙청연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졌고 말투도 싸늘해졌다.“내 다섯째 동생에게 관심이 참 많구나.”낙청연은 눈썹을 까딱이면서 비아냥댔다.“왕야를 보고 배워서 그렇지요.”부진환의 안색은 무척 어두웠고 낙청연은 냉담하게 몸을 돌려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소유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는 얼른 왕야를 부축하며 말했다.“왕야,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고 신의 말씀을 잊으셨습니까? 화를 참으셔야 합니다.”부진환은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는 차가운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고 신의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낙청연을 내쫓으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지도 모르지.”낙청연이 시집온 뒤로 왕부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쉬이 성을 내게 된 것도 낙청연 때문이었다.그러나 소유는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그러나 어젯밤은 둘째 아씨 때문에 왕야께서…”그 말에 부진환은 고개를 들어 날 선 눈빛으로 소유를 쏘아봤다.“지금 낙청연의 편을 드는 것이냐?”소유는 고개를 숙였다.“그럴 리가요. 전 다만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소인은 왕비 마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둘째 아씨는 좋은 점이라고는 없죠. 왕야께서 이렇게까지 둘째 아씨를 감싸고 돌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둘째 아씨가 진정 이해심이 깊고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자였다면 계속 왕야를 귀찮게 해서는 안 되지요.”소유는 누구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는 오로지 왕야만을 생각했다.—부진환의 정원에서 나온 뒤 낙청연은 남각으로 향했다.마르고 병약한 몸이 뒷짐을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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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낙청연은 조금 놀랐다. 산명 대사?사실 낙청연은 부운주에게 얘기해주고 싶었다. 그의 몸에는 깨끗하지 못한 것이 들러붙어 있지 않으니 산명 대사를 찾는다고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오황자, 요즘 세상에는 사기꾼들이 많습니다. 혹시라도 금전을 사기당하지 않게 조심하세요.”낙청연은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부운주는 어쩌면 그녀보다도 더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은냥은 아주 중요했고 그것을 사기꾼한테 사기당한다면 아까운 일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기꾼이 아닙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아주 유명한 산명 대사였습니다. 매일 딱 한 시진만 점을 쳐주는데 나오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분께 점을 본 사람들은 골치 아픈 일들을 전부 해결했다고 들었습니다. 저 또한 제 운에 맡겨보려고요. 어쩌면 진짜 될지도 모르지요.”부운주는 그 말을 할 때 눈을 반짝이고 있었고 낙청연은 그 모습에 마음이 아렸다.낙청연은 그가 거기에 가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찬물을 끼얹지는 않았다.낙청연이 물었다.“어디에 계시는 분이시랍니까? 제가 먼저 가보겠습니다. 정말 소문대로 용하신 분이라면 제가 가본 다음에 가보시지요.”부운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에게 주소를 주었다.치수를 다 재고 나서 낙청연은 이내 사람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등 어멈이 겨울옷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배분하러 가려고 하자 낙청연은 등 어멈에게 가는 길에 그 산명 대사에 대해 알아 오라고 시켰다.낙청연은 그 산명 대사를 사기꾼이라고 여겼는데 저녁에 등 어멈이 가지고 온 소식은 놀라웠다.“왕비 마마, 그 산명 대사 실력이 대단한 듯싶사옵니다. 창북길(昌北街)에 있은 지 좀 됐다는데 다들 용하다고 했사옵니다. 이 소식이 권세가에게도 알려져 아이를 낳고 싶은 부인들이 그 대사님을 여러 차례 모셨다는 얘기도 들었사옵니다. 하지만 그분은 자신이 직접 가서 점을 보거나 풍수를 보지는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만 고객을 받는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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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낙청연은 그 여인의 관상을 봤다.확실히 산명 대사의 말대로 그 여인은 부부의 연이 조금 부족한 편이었으나 전체적인 관상을 보니 홀로 고독하게 살 관상은 아니었기에 인연이 조금 늦게 찾아올 듯했다.“감사합니다, 대사님!”그 여인은 은냥을 내려놓고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낙청연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산명 대사는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큰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상관하지 않고 열심히 점을 보고 있었고 한참을 관찰하던 낙청연은 그 산명 대사가 점을 꽤 잘 본다는 걸 발견했다.반 시진도 되지 않아 탁자 앞에 부스러기 은전이 가득 쌓였고 지초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왕비 마마, 오래 지켜보셨는데 혹 보아내신 게 있습니까?”낙청연은 한숨을 쉬었다.“진짜 잘 버는구나…”지초는 얼이 빠졌다.“네?”가득 쌓인 부스러기 은전은 대충 계산해봐도 백 냥은 거뜬할 것 같았다. 어쩐지 하루에 한 시진만 점을 본다 했는데, 한 시진만 봐도 백 냥 넘게 벌 수 있는 탓이었다.왕비는 무슨, 일찍 나와서 점이나 봐야 했는데.왕비보다 훨씬 더 돈이 되는 직업이었다.한 시진이 지나자 산명 대사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물건을 정리하고 은전을 챙겨 떠나려 했다.“여러분, 내일은 일찍 오세요.”말을 마치고 그는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낙청연은 산명 대사가 길을 걸을 때 오른발이 불편하다는 걸 발견했다.곧 있으면 자신의 차례가 올 뻔했던 사람들은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늦게 왔으니 어쩔 수 없이 오늘은 돌아가야 했고 내일 일찍 오는 수밖에 없었다.지초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말했다.“대단하네요. 그냥 이렇게 정리하고 돌아갈 줄은 몰랐습니다.”낙청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지초야, 찻집에 들어가서 날 기다리고 있거라. 난 대사님을 찾아가 점을 쳐봐야겠다.”말을 마치고 낙청연은 발걸음을 옮겨 골목길로 향했다.같은 시각, 산명 대사는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왔는데 흰옷을 입은 사내가 정원에 서 있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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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여긴 무슨 일로 온 걸까?산명 대사는 약간 놀랐다. 위에서 자신에게 낚으라고 했던 사람이 미끼를 문 것이다.방 안은 삽시에 고요해졌고 낙청연은 계속해 울면서 말했다.“저는 매일 집안에서 부군의 학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중 몇 번은 목숨까지 잃을 뻔했지요. 게다가 제 친가에는 절 도와줄 사람이 없고 휴처를 바랄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제발 절 가엽게 여기시고 절 도와주세요.”그 말을 듣는 순간, 부진환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부군의 학대를 당하고 몇 차례 목숨을 잃을 뻔했다니? 헛소리!낙청연은 왕부에 있을 때 자신과 여러 차례 부딪쳤었고, 다른 이들에게 손찌검할 때도 기세등등했었는데 지금은 불쌍한 척을 하고 있었다.산명 대사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슬쩍 부진환을 쳐다봤다. 그녀를 학대했다는 부군이 마침 자신의 앞에 앉아있었다.“그렇다면 들어오시지요.”산명 대사의 대답에 부진환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그의 눈동자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럼 전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부진환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고 산명 대사는 손을 뻗어 그를 만류했다.“먼저 오셨는데 어찌 가십니까? 괜찮습니다. 두 분 다 볼일이 많으신 건 아니니 아주 빨리 처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고 낙청연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대사님.”낙청연이 입을 열려던 순간, 그녀는 부진환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부진환?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그럼 아까 문밖에서 한 얘기들도 전부 들은 것일까?부진환의 어두운 안색을 보니 아마도 들은 것 같았다.하지만 낙청연은 잠깐 당황했을 뿐 그녀는 다시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태연자약하게 말했다.“이곳에 또 손님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때를 잘못 찾아온 것 같네요.”산명 대사가 말했다.“당신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해결하러 온 분이십니다.”어려움을 해결한다고?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부진환을 힐끗댔다. 부진환의 안색이 더 어두워진 것을 확인한 그녀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의미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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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낙청연의 말을 들은 산명 대사는 표정이 심각했다. 그는 낙청연의 관상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동전을 한 움큼 집어 탁자 위로 뿌렸다.짧은 순간이었지만 낙청연은 산명 대사의 팔에 금방 생긴 듯한 화상을 발견했다. 아마도 최근 이틀간 생긴 상처인 듯했다.문득 그날 태웠던 초상화가 떠오른 낙청연은 그날 수도에 불이 붙었던 곳을 태부부가 조사해냈는지 궁금했다.산명 대사는 괘상(卦象)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이상하군. 정말 이상해. 대흉이야…”그는 뒷말을 마저 하지는 않았지만 심장이 쿵쿵 울렸다.그것은 분명 수명이 다한 자의 운명이었고 일반적으로 죽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괘상이었다.그러나 그의 앞에 있는 것은 분명 산 사람인데, 어찌…산명 대사는 순간 소름이 돋았고 두렵기도 했지만 이번의 임무를 잊지는 않았다.그는 말머리를 돌리며 말했다.“대흉이지만 분명 전환점이 존재합니다. 제가 물건을 준비해드릴 테니 내일 와서 가져가시지요. 오랫동안 몸에 지니고 있으면 분명 좋은 운이 따를 것이고 전환점이 찾아올 것입니다.”낙청연은 기쁜 듯이 말했다.“감사드립니다, 대사님!”낙청연 또한 그 괘상을 보았다. 이미 수명을 다한 운명이지만 살아갈 길이 보이니, 대흉이지만 대길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산명 대사는 지레 겁을 먹어 등허리가 서늘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낙청연은 지금 분명 죽은 사람이지만 그녀가 낙청연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으니 그것이 새로운 살길이었고 길한 징조였다.낙청연은 본인이 그와 경쟁 대상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 산명 대사의 실력을 시험해 볼 마음뿐이었으니 결과를 알았으면 떠나야 했다.그러나 그녀는 부진환이 이곳까지 찾아온 목적이 궁금했기에 자리를 뜨지 않고 있었다.“이 공자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제가 대사님의 다리를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의술을 익혔거든요. 대사님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여겨주십시오.”산명 대사는 낙청연이 다리를 다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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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그 말에 산명 대사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고 그의 눈동자에는 두려운 기색이 드러났다.부진환 또한 안색이 달라졌다.“태부부의 생신날 생긴 화상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산명 대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낙청연의 손에서 벗어나 황급히 방문 밖으로 나갔고 낙청연은 다급히 부진환을 불렀다.“왕야! 저자를 놓쳐서는 아니 됩니다!”부진환은 곧바로 산명 대사를 잡으러 갔다.그러나 산명 대사가 벽에 걸린 끈을 힘껏 잡아당기는 순간 대들보라 생각했던 커다란 통나무가 낙청연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 했다.부진환은 곁눈질로 그 장면을 보고는 산명 대사를 잡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낙청연의 옆에 순식간에 나타나 그녀를 끌어오려고 했다.그러나 커다란 나무는 가로 떨어지고 있었고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부진환은 자신의 몸으로 낙청연을 지키려고 그녀를 바닥에 밀쳤고 그 순간 나무가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지면서 큰 소리가 났다.“왕야!”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다음 순간, 두 사람은 거대한 나무 때문에 바닥에 널브러졌고 부진환은 낙청연의 몸 위에 엎드리게 됐다. 그리고 또 한 번 커다란 나무가 그들 위로 떨어지려고 했다.낙청연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녀는 원래 혼자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이미 정신을 잃은 부진환이 다시 한번 충격받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는 없어 이를 악물고 부진환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겹쳤다.큰 나무가 등 위로 떨어지자 어마어마한 통증이 사지까지 전해졌고 눈앞이 어질했다.그런데 그녀의 아래에 있던 부진환은 돌연 눈살을 찌푸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낙청연…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그의 뒷말을 마저 듣기도 전에 부진환은 정신을 잃었다.밖으로 도망쳤던 산명 대사는 방 안의 정신을 잃은 두 사람을 보면서 벌렁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말했다.“빌어먹을, 하마터면 당할 뻔했잖아. 이렇게 된 김에 오늘 두 사람은 여기서 죽어야겠어.”그는 땔감을 가져와 방 안에 흩뿌리더니 불을 붙이고 밖에서 문을 잠갔다.“켁켁켁…”낙청연은 매캐한 연기에 사레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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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낙청연은 미친 듯이 몸으로 문을 박고 있었고, 문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에 방문이 좀 느슨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래서 낙청연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최후의 일격인 양 힘껏 문을 박았다.그런데 바로 그때 그녀의 뒤에 그림자가 나타났고 뒤이어 발 하나가 나타나 문을 걷어찼다.힘이 얼마나 센 건지 문이 떨어져 나갈 정도였다.그리고 때마침 문에 몸을 기대고 있던 낙청연은 문과 함께 날아갔고 그에 깜짝 놀란 부진환이 그녀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낙청연의 무게 때문에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뒹굴게 됐고 그렇게 두 사람은 바닥에 세게 넘어졌다.부진환이 쓰러지면서 그의 입술이 낙청연의 콧대에 닿았다.“왕야!”낙청연은 화가 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고 부진환도 무안했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몸을 눕혀 바닥에 누웠다.“넌 진짜 일을 귀찮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그 정도 실력으로 사람을 잡을 생각을 하다니. 괜히 상대를 놀라게 만들기나 하고. 설마 고의는 아니겠지?”부진환이 불쾌한 어조로 물었다.그에게는 산명 대사를 잡을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그는 낙청연이 섣불리 그자의 신분을 까발려서는 안 됐다고 생각했다.낙청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어찌 사람이 손바닥 뒤집듯 변하실 수 있습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사를 같이했었는데 이제 괜찮아졌으니 옛일을 들추어내려 하는 것입니까?”당시 산명 대사는 이미 이상함을 눈치챘었고 만약 제때 손을 쓰지 않으면 도망쳐서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걱정되었다.그러면 아주 중요한 단서가 끊기게 된다.게다가 낙청연 본인이 무공을 쓰지 못한다고 해도 산명 대사 역시 무공을 할 줄 몰랐고 부진환의 실력이라면 쉽게 그를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런데 두 사람 모두 생각지도 못한 통나무에 당한 것이다.부진환은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그 사람은 누구더냐? 태부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냐?”낙청연은 무덤덤한 얼굴로 대꾸했다.“낙태부께서 받으신 초상화들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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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낙청연! 당장 내려오거라!”낙청연이 입을 열려는데 차가우면서도 다소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청연, 형님…”멍한 얼굴로 고개를 든 낙청연은 부운주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걸 보았다.두 사람의 자세를 본 부운주는 무안한 듯 고개를 돌렸고 부진환은 목소리의 주인이 부운주라는 것을 깨닫고는 더욱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얼른 내려오라니까!”낙청연은 아픈 몸을 지탱하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고 부진환 또한 즉시 일어났다.부운주는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걱정스레 물었다.“형님, 청연, 괜찮습니까?”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괜찮다.”그는 고개를 들어 부운주를 쳐다보며 물었다.“네가 여긴 웬일이냐?”“저는 산명 대사를 찾아온 것입니다. 여기에 계신다는 소리를 듣고 왔는데 어찌…”부운주는 알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들의 뒤에서 타고 있는 집을 보며 말했다.“안타깝게도 이미 떠났구나.”부진환은 냉담한 어조로 말하며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풀썩 주저앉았다.“형님!”부운주는 깜짝 놀라 창백한 얼굴로 새된 소리를 냈다.낙청연은 재빨리 부진환을 부축해 그를 바닥에 앉힌 다음 그의 맥을 짚고 목덜미 부근의 상처를 살펴봤다.상처는 꽤 심각한 수준이었다.“오황자, 절 도와주시겠습니까?”낙청연은 부진환의 한쪽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부운주는 원래 부진환을 업으려 했지만 부진환을 자신의 쪽으로 당기는 순간 무게 때문에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연신 기침했다.“제가 하겠습니다.”부진환을 건네받은 낙청연은 그의 두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친 채로 힘겹게 부진환을 끌어당기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부운주는 여러 차례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아 옆에서 부축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낙청연의 힘에 부친 모습을 보던 부운주는 문득 사색에 잠기면서 저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평소 형님과 자주 싸우셨는데 위험한 순간이 닥치니 목숨을 걸고 형님을 구하시는군요. 형님에 대한 그 정을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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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부운주는 그 말이 농담이란 걸 알아챘지만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그러면 다시 그자를 찾을 방법을 알아봐야겠군요. 예전에 알아봤을 때는 수도 밖에도 저택이 하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기가 불에 탔으니 어쩌면 거기에 갔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그곳에 다시 한번 가봐야겠네요.”부운주는 좋은 마음으로 얘기했고 낙청연은 순간 눈을 반짝였다. 수도 밖에 또 저택이 있다니? 그렇다면 그곳으로 도망간 걸지도 몰랐다.“수도 밖 어느 곳입니까? 주소를 주세요. 당장 그를 찾아가 봐야겠습니다.”최대한 일찍 찾아내면 그자를 잡을 수 있을지 몰랐고, 어쩌면 태부 할아버지를 해치려는 흑막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부운주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정확히 어딘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외진 곳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저택으로 돌아가면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네, 고맙습니다.”“우리 사이에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왕부로 돌아온 뒤 소식을 접한 소유는 급히 부진환을 업어 처소로 모셨다.낙청연이 그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먼저 문턱을 넘으면서 새된 소리를 질렀다.“왕야,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찌 이렇게 다치신 겁니까…”바로 그때, 고 신의가 허겁지겁 달려와 낙월영을 끌어냈고 부진환을 치료하기 시작했다.낙청연이 그런 그를 일깨웠다.“왕야의 상처는 머리 뒤쪽에 있습니다.”고 신의는 낙청연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소유는 그곳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낙월영은 옆에서 울고 있었으며 고 신의는 부진환을 위해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낙청연은 몸을 돌려 자리를 뜨고 남각으로 향했다.부운주는 방 안에서 종이를 찾아냈는데 그 위에는 산명 대사의 수도 내와 수도 밖의 주소가 적혀있었다.부운주는 오래전부터 그를 찾아갈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았다.주소를 건네받은 뒤 낙청연은 곧장 저택을 나섰다.이번에는 반드시 그자를 잡을 생각이었다.방 안에서 고 신의는 재빨리 부진환을 위해 상처를 싸맸다. 그러나 낙월영이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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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낙청연은 저택을 나선 뒤 마차를 한 대 불러 부운주가 준 주소를 따라 수도 밖으로 향했다.낙청연은 길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도를 벗어난 뒤 한참을 헤매서야 겨우 그곳을 찾아냈다.산명 대사가 있는 곳은 아주 외진 곳이라 마차가 들어갈 수 없었기에 낙청연은 하는 수 없이 마차에서 내려 걸어서 그곳으로 향했다.수풀을 지나자 죽림 안에 숨겨진 작은 집이 보였다. 그곳은 조용하고 고즈넉했으며 정원에서는 장작을 패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그곳에 산명 대사가 있는 듯했다.낙청연은 기쁜 마음에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산명 대사가 입막음 때문에 제거당하지 않았으면. 그가 아직 살아있으면 했다.하지만 그녀는 부진환이 그곳까지 따라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부진환은 그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삐걱—낙청연은 정원 문을 열었다.정원 안에서 장작을 패고 불을 피워 약을 달이려던 산명 대사는 고개를 들어 낙청연을 보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당신이 왜 여기에 있습니까? 여기는 어떻게 아셨습니까?”낙청연은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더니 곧바로 문을 걸어 잠그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미간 사이에 죽음의 기운이 가득하군요. 당신 또한 관상을 볼 줄 아니 액운이 코앞에 닥쳤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요.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얘기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습니다.”낙청연은 자신이 지금 무공을 쓸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산명 대사는 그 말에 경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당신…”어떻게 안 것일까? 그녀도 관상을 볼 줄 아는 것인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낙청연이 정말 자신처럼 점을 칠 수 있는 것일까?그는 깜짝 놀라더니 잠시 침묵하다가 돌연 냉소를 흘렸다.“낙씨 가문의 큰아씨, 공을 가로채려 하면 안 되지요. 저와 함께 주인님을 위해서 일하면서 저에게 누가 시킨 일인지 묻다니,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주인님 앞에서 공을 세우려는 걸로도 모자라 저를 이리 팔아치워 섭정왕의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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