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날 선 눈빛으로 산명 대사를 쳐다보며 그의 멱살을 잡았다.“보았습니까? 당신 배후의 사람이 절 모함하라고 시켰어도 당신을 살려주지는 않을 것입니다.”감히 자신을 해치려 하다니? 그렇다면 배후가 누군지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으스러진 검은 벌레를 본 산명 대사는 심장이 철렁했지만 결연한 기색을 드러내며 대꾸했다.“당신에게 잡혔다고 한들 제 처지가 나아질 가능성이 있겠습니까?”말을 마친 그는 입 안에 넣어뒀던 독을 먹고 죽으려고 했고, 그 순간 낙청연은 서늘하게 눈빛을 빛냈다. 그가 독을 마시고 자결하려는 것을 눈치챈 낙청연은 그를 세게 때렸고 그로 인해 산명 대사는 얼굴이 삐뚤어지고 치아가 두 개 빠졌으며 독약도 빠져나왔다.부진환은 그 장면에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저리도 민첩하게 반응하다니, 평범한 대갓집 규슈 같지 않았디.대체 모함을 당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이 기회를 빌려 자신의 믿음을 사려는 건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낙청연은 노끈으로 산명 대사를 묶으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죽을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얌전히 협력할 생각이 없는 걸 보니 고생을 좀 해봐야겠군요.”그녀는 산명 대사를 밀면서 밖으로 나갔고 부진환의 앞에 선 채로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이 사람은 제가 잡았으니 제가 심문할 겁니다. 왕야께서는 간섭하지 마시지요!”부진환을 보자 또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그를 구한 게 후회됐다.눈앞의 남자는 그녀를 끝도 없이 의심하는데, 자신은 왜 그를 구한 것일까?“그리고 이 일이 끝나고 제 결백이 증명되면 수세를 써주세요.”낙청연의 결연하면서도 냉담한 말이 부진환의 마음속에 강렬히 내리꽂혔다.부진환은 놀랍기도 하고 또 우습기도 했다.애당초 낙월영을 대신해 죽기 살기로 섭정왕부로 시집온 것은 낙청연이었고 그에게 약을 써서 아이부터 가지려고 한 것도 낙청연이었다.그런데 지금 와서 수세를 써달라고 하는 것도 그녀였다.설마 이것도 밀고 당기려는 수작인 건가 싶었다.부진환이
낙청연은 미간이 떨렸다.그녀는 산명 대사를 집어 들어 그를 바닥으로 엎어뜨렸고, 예리한 화살은 마차의 차 벽을 뚫었다.부진환은 심장이 조여오면서 긴장됐고 급히 차 문을 열어 안을 확인했다.그의 시선은 먼저 낙청연에게로 향했고 낙청연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는 산명 대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그들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채찍을 휘두르며 말의 속도를 높였다.“잘 앉아있거라!”채찍이 말의 엉덩이를 때리는 순간, 말은 우는 소리를 내면서 다리를 움직여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그 순간, 낙청연은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거의 날아오르다시피 했고 산명 대사 역시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고 마차 안에서 이리저리 굴렀다.쉬쉬쉭—날카로운 화살들이 그들이 앉은 마차 위로 쏟아져 내렸다. 낙청연은 자세를 바로 하려고 애를 쓰는 동시에 산명 대사를 붙잡고 이리저리 피했다.만약 산명 대사가 죽는다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가 더 어려웠다.“세상에, 어지러워 죽겠네. 그냥 날 죽여!”산명 대사는 덜컹거리는 걸 참지 못했고 당장이라도 토할 듯한 얼굴이었다.“그렇게 쉽게 죽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지요!”낙청연은 그를 바닥에 쓰러뜨리더니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그를 위에서 아래로 눌렀고 그 바람에 산명 대사는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마차는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화살은 점점 더 많아졌고, 마차에는 수없이 많은 구멍이 생겨 그곳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차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그 점을 부진환에게 알리려 발을 걷는 순간, 낙청연은 놀랍게도 부진환이 수도로 향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그는 점점 더 외진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왕야, 어디로 가시려는 것입니까?”낙청연이 다급히 물었다.앞에 뜸직하게 앉아있던 부진환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온몸에서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고 있었는데 낙청연은 이상하게 그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그런데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낙청연은 곧바로 그 생각을 버렸다.
낙청연의 말에 산명 대사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덜덜 떨었다. 아파서인지 아니면 낙청연의 말에 겁을 먹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어찌 됐든 그는 결국 몸을 바르르 떨면서 입을 열었다.“얘기할게요. 얘기하겠습니다. 그러니까…”낙청연은 동공이 떨렸고 긴장한 얼굴로 그의 얘기를 들으려 했다.그런데 산명 대사가 말을 하려는 순간 날카로운 화살이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날아와 낙청연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위험을 느낀 낙청연이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화살이 또 하나 날아와서 마차 위를 뚫고 안으로 들어왔고 산명 대사의 어깨 뒤쪽에 박혔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산명 대사의 상처를 확인한 낙청연은 그곳이 급소가 아니란 걸 알았고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순간 적막이 감돌면서 공기 중에 살기가 느껴졌다.밖에는 3, 40명 정도 되는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그들을 뒤쫓고 있었는데 저마다 손에 각양각색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마차 밖에서는 부진환이 가볍게 마차에서 뛰어내리는 소리와 그의 오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드디어 모습을 나타냈군.”미간을 좁힌 채로 차 문을 연 낙청연은 사면팔방으로 그들을 둘러싼 검은 옷의 자객들을 보았다.부진환은 여유로운 듯 보였으나 그 모습은 위협적이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와 마차 밑을 번갈아 보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낙청연은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더러 마차 밑으로 숨으라는 의미였다.바로 다음 순간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고 낙청연은 불길한 기분에 곧바로 외쳤다.“조심하세요!”그러나 부진환은 여전히 태연자약했다. 그는 자객들에게 포위당했으면서도 몸을 날리며 우아하면서도 살기등등하게 적을 무찌르고 있었다. 매 순간이 아찔했지만 그는 여유롭게 그들을 처리했고 낙청연은 마음을 졸이며 그 모습을 보았다.그러나 잠시 상황을 파악하던 그녀는 부진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곧 깨달았다. 부진환은 그녀의 상상보다 훨씬 더 강했다.낙청연은 잽싸게 차 뒷문을 열었고
여기저기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쌓아진 시체가 작은 산을 이루고 있어 마차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낙청연은 힘겹게 시체들을 하나하나 치운 뒤 자신의 거대한 몸을 그곳에서 빼냈다. 그리고 그녀는 곧 부진환의 날렵하면서도 대범한 몸짓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장검을 휘두르며 단숨에 검은 옷을 입은 자객의 목을 벴다.마지막 남은 자객이 죽었다.그는 피로 얼룩진 장검을 바닥에 던지고는 빈손으로 걸어왔다.그 순간 햇빛이 그의 앞을 내리쬐고 있어 마치 그가 빛을 향해 걸어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끝없는 어둠과 살육의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마치 지옥에서 온 수라처럼 도처에 깔린 시체와 피를 밟으며 그녀의 목숨을 거두려고 오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살육의 기운이 너무도 강했다.짧은 순간이었지만 낙청연은 그의 여생에서 한없이 무거운 어둠과 살육을 보았다.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사람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분명 밝은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등 뒤에 있는 농후한 어둠을 가릴 수가 없었다.부진환은 마치 살육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그와 가까워질수록 그의 등 뒤에 있는 검은 그림자도 점점 더 커졌고, 눈을 부릅뜨고 보니 그 어둠 속에는 용의 그림자도 있는 듯했다.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설마 살육 때문에 용의 기운을 얻은 것인가?찰나의 순간 그녀는 부진환의 운명을 내다본 듯한 착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는 불확실한 것들이 너무도 많았으니 말이다.낙청연은 속으로 매우 놀랐다. 부진환은 자신이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그녀는 이번에 결백을 증명하면 수세를 받고 바로 그를 떠날 생각이었다.자신이 직접 낙청연의 어머니를 조사하고 낙월영의 손에서 어머니의 유품을 빼앗아야 했다.낙청연은 천궐국의 흙탕물에서 함께 뒹굴 생각은 없었다.“그자는?”부진환의 냉랭한 목소리에 낙청연은 정신을 차리며 대꾸했다.“화살을 맞았지만 목숨이 위험할 정도
부운주는 왜 자신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는 걸까? 설마…하지만 몸의 원래 주인은 부운주를 친구로만 생각했고 부운주 또한 다른 마음을 품은 것 같지는 않았다.낙청연은 자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이라 여겼다.“만약 오황자가 한 일이라면 오황자는 정말 왕비 마마를 살뜰히 챙기는 것 같습니다.”등 어멈이 감탄하며 말했고 낙청연은 덤덤히 웃어 보였다.“그게 다 무슨 소용이더냐.”부진환을 구한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부진환은 독사처럼 지독하고 무정한 사람이었다. 그를 구한다고 해도 그는 상대의 의도부터 의심했다.“무슨 말씀이십니까?”등 어멈은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아니다. 그만 얘기하자꾸나.”낙청연은 약을 다 바르고 나서 침상에 누웠다.오늘은 너무도 고된 하루였다.온몸이 시큰거렸고 가슴께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다행히도 낙용 고고가 준 진귀한 약재들이 있어 알맞게 쓸 수 있었다.저녁이 되기도 전에 낙청연은 잠이 들었다.다른 한편, 부진환은 서방으로 돌아와 소유에게 분부했다.“낙청연의 말대로 요 며칠간 아무도 암실에 가서 산명 대사를 만나지 못하게 하거라.”그 말에 소유는 살짝 놀라며 말했다.“그러면 사람을 더 많이 배치해 감시할까요? 배후에 있는 사람은 아마도 그를 없애고 싶을 겁니다.”“아니다. 이 저택에 있는 첩자가 누군지 확인해 봐야겠다.”부진환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다.소유가 대꾸했다.“그럼 두 사람을 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밀히 매복해있게 하겠습니다.”부진환이 고개를 끄덕였다.—낙청연은 죽은 듯이 잤고 심지어 코까지 골았다.얼마나 깊게 잠든 건지 저녁 시간이 되어 등 어멈이 그녀를 깨웠음에도 불구하고 낙청연은 일어나지 못했고 그에 등 어멈과 지초는 일찍 쉬러 갔다.—밤이 깊어지고 한 계집종이 음식을 들고 암실로 향했다…—낙청연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잠을 잘 잔 건지 정신이 말짱했던 낙청연은 씻지도 않고 곧바로 암실로 향했다.그녀는 산명 대사가 정신을 차렸으면 했다.그
”본왕은 사람을 배치했다.”그가 손을 흔들자, 지붕 위에 있던 두 암위(暗衛)가 뛰어내렸다.낙청연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설마 어젯밤에 누가 암실(暗室)에 들어갔단 말인가?“말해보거라.” 부진환은 두 손을 뒤로 짊어지고, 낙청연을 유달리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왕야께 보고합니다. 어젯밤 암실에 들어간 사람은 단 한 명뿐입니다.”“바로 왕비의 시녀, 지초입니다!”말이 떨어지자, 낙청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초? 그럴 리가 없습니다!”“속하(屬下)는 절대 잘못 보지 않았습니다! 지초가 분명 음식을 들고 들어갔습니다.” 두 명의 암위는 모두 똑같이 말했다.낙청연은 믿을 수가 없었다. 지초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즉시 사람을 시켜 지초를 데려왔다.지초는 도착해서도 무슨 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지초, 내가 묻는 말에 답하거라, 어젯밤에 정원을 나간 적 있느냐? “낙청연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지초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예! 나간 적 있습니다.”“하지만, 어젯밤 왕비가 일찍 취침하셨기에 저도 일을 빨리 끝내고 쉬러 갔습니다. 다른 날보다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낙청연은 약간 긴장 해하며 또 물었다: “내가 묻는 건, 반야에 나갔다 온 적 있느냐 말이다? 암실에 다녀온 적 있느냐 말이다?”지초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암실에 다녀온 적 없습니다.”함께 온 등 어멈도 말했다: “저는 어젯밤에 지초와 같이 쉬었습니다. 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지초는 나간 적 없습니다.”등 어멈은 지금 왕부의 관사이기에 수시로 처리해야 할 각종 일들이 많다. 하여 그녀는 잠을 깊게 자지 않는다. 만일 지초가 반야에 나갔다면, 그녀는 나가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등 어멈이 증명하자, 낙청연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그녀는 믿는다!등 어멈과 지초는 그녀를 속이지 않는다. 어젯밤 일은 꼭 다른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 암위들은 틀림없이 지초를 보았다고 하니 그럼 절대 또 잘 못
“제가 만약 그를 죽이려 한다면, 저는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무수한 방법으로 그를 죽일 수 있습니다. 흔적도 없이 조용하게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그러니 어찌 저의 곁에 있는 계집종을 시켜 죽이라고 하겠습니까? 게다가 이렇게 명백한 약점까지 남겨두겠습니까?!”여기까지 듣더니, 부진환의 두 눈은 무거워졌다.이어서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의심과 흔들림이 섞여 있었다.낙청연은 그도 이 점을 생각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한순간이나마 그녀가 모함당했다고생각했던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부진환의 두 눈은 갑자기 매우 서늘해 지더니 차가운 어투로 명령했다: “암실에 가두거라!”말을 마치고, 그는 소맷자락을 휘날리며 가버렸다.그는 지금 천 명을 잘못 죽일지 언정 한 명도 놓치려 하지 않았다.의심이라는 씨앗은 싹트기 시작하면, 한 사람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낙청연은 이 점을 명확하게 잘 알고 있다.“왕야, 왕비는 죄가 없습니다! 왕비는 저를 암실에 보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도 암실에 다녀간 적이 없습니다! 왕야께서 부디 통촉하여 주십시오!”지초는 무릎을 꿇고 죽도록 애원했다. 심지어 뒹굴기도 하고 기기도 하면서 부진환을 쫓아갔다.하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등 어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낙청연을 부축하더니 말했다: “왕비, 어떡합니까?”이때, 두 암위가 다가오더니, 바로 낙청연과 지초를 데려가더니 암실에 가두었다.이 시각, 산명 대사의 시체는 아직도 그곳에 방치돼 있었다……지초는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최대한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녀는 그저 자신을 한없이 자책했다. 이번에도 또 자신이 왕비에게 폐를 끼쳤기 때문이다.지초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왕비, 만약 가능하다면, 제가 죄를 인정하겠습니다. 모든 게 제 혼자짓이라고 하겠습니다. 왕비와는 상관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죽이려 거든 저 혼자 죽이라고 할 겁니다……“낙청연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암실에서.지초는 산명 대사의 시신을 옆으로 옮겨 놨다. 그리고 초라한 잠자리를 정리한 후 말했다: “왕비, 좀 앉아 쉬십시오.”낙청연은 음식을 검사해보았지만, 그냥 보통 독이었다. 하지만 이 독이 산명 대사의 목숨을 앗아갔다.갑자기,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왔다.이어서 암실의 문이 열리더니, 등 어멈이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왕비!”음식을 내려놓고, 등 어멈은 급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왕비, 제가 암암리에 알아보았습니다. 지초와 체형이 비슷한 몇 명의 계집종들은 모두 어젯밤 나간 적이 없다고 서로 증명합니다.”“하지만 체형이 비슷한 계집종 한 명이 더 있는데, 날이 밝아 채소 사러 나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답니다.”듣더니,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방법을 생각해서 그 계집종을 찾아오거라!”등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방법을 모색해서 찾아보겠습니다. 다만 왕비님도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십시오. 만일 그 계집종이……”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먼저 사람부터 찾거라.”“예!” 등 어멈은 대답하더니 바로 나갔다.암실의 방문은 다시 밖에서 잠겨졌다.밖에 지키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부진환의 그 두 명의 암위가 여전히 어두운 곳에 숨어있다는 것을 낙청연은 알고 있었다.등 어멈이 음식을 가져오고 난 뒤, 온종일 더 다녀간 사람은 없었다. 또한 음식을 가져다 주는 사람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이는 모두 부진환의 명령인 것 같았다.밤이 되어서야, 밖에서 수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왔다. 이는 낙청연의 주의를 끌었다.그녀는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문밖에서 부운주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연?”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5황자, 여긴 왜 오셨습니까?”“긴말할 필요 없고 나는 너를 데리고 왕부를 떠날 것이다!” 부운주는 긴장한 어투로 말했다.그는 말하면서 자물쇠를 열고 있었다.낙청연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아주 빠르게 방문은 열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