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왕은 사람을 배치했다.”그가 손을 흔들자, 지붕 위에 있던 두 암위(暗衛)가 뛰어내렸다.낙청연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설마 어젯밤에 누가 암실(暗室)에 들어갔단 말인가?“말해보거라.” 부진환은 두 손을 뒤로 짊어지고, 낙청연을 유달리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왕야께 보고합니다. 어젯밤 암실에 들어간 사람은 단 한 명뿐입니다.”“바로 왕비의 시녀, 지초입니다!”말이 떨어지자, 낙청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초? 그럴 리가 없습니다!”“속하(屬下)는 절대 잘못 보지 않았습니다! 지초가 분명 음식을 들고 들어갔습니다.” 두 명의 암위는 모두 똑같이 말했다.낙청연은 믿을 수가 없었다. 지초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즉시 사람을 시켜 지초를 데려왔다.지초는 도착해서도 무슨 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지초, 내가 묻는 말에 답하거라, 어젯밤에 정원을 나간 적 있느냐? “낙청연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지초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예! 나간 적 있습니다.”“하지만, 어젯밤 왕비가 일찍 취침하셨기에 저도 일을 빨리 끝내고 쉬러 갔습니다. 다른 날보다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낙청연은 약간 긴장 해하며 또 물었다: “내가 묻는 건, 반야에 나갔다 온 적 있느냐 말이다? 암실에 다녀온 적 있느냐 말이다?”지초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암실에 다녀온 적 없습니다.”함께 온 등 어멈도 말했다: “저는 어젯밤에 지초와 같이 쉬었습니다. 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지초는 나간 적 없습니다.”등 어멈은 지금 왕부의 관사이기에 수시로 처리해야 할 각종 일들이 많다. 하여 그녀는 잠을 깊게 자지 않는다. 만일 지초가 반야에 나갔다면, 그녀는 나가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등 어멈이 증명하자, 낙청연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그녀는 믿는다!등 어멈과 지초는 그녀를 속이지 않는다. 어젯밤 일은 꼭 다른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 암위들은 틀림없이 지초를 보았다고 하니 그럼 절대 또 잘 못
“제가 만약 그를 죽이려 한다면, 저는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무수한 방법으로 그를 죽일 수 있습니다. 흔적도 없이 조용하게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그러니 어찌 저의 곁에 있는 계집종을 시켜 죽이라고 하겠습니까? 게다가 이렇게 명백한 약점까지 남겨두겠습니까?!”여기까지 듣더니, 부진환의 두 눈은 무거워졌다.이어서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의심과 흔들림이 섞여 있었다.낙청연은 그도 이 점을 생각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한순간이나마 그녀가 모함당했다고생각했던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부진환의 두 눈은 갑자기 매우 서늘해 지더니 차가운 어투로 명령했다: “암실에 가두거라!”말을 마치고, 그는 소맷자락을 휘날리며 가버렸다.그는 지금 천 명을 잘못 죽일지 언정 한 명도 놓치려 하지 않았다.의심이라는 씨앗은 싹트기 시작하면, 한 사람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낙청연은 이 점을 명확하게 잘 알고 있다.“왕야, 왕비는 죄가 없습니다! 왕비는 저를 암실에 보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도 암실에 다녀간 적이 없습니다! 왕야께서 부디 통촉하여 주십시오!”지초는 무릎을 꿇고 죽도록 애원했다. 심지어 뒹굴기도 하고 기기도 하면서 부진환을 쫓아갔다.하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등 어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낙청연을 부축하더니 말했다: “왕비, 어떡합니까?”이때, 두 암위가 다가오더니, 바로 낙청연과 지초를 데려가더니 암실에 가두었다.이 시각, 산명 대사의 시체는 아직도 그곳에 방치돼 있었다……지초는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최대한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녀는 그저 자신을 한없이 자책했다. 이번에도 또 자신이 왕비에게 폐를 끼쳤기 때문이다.지초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왕비, 만약 가능하다면, 제가 죄를 인정하겠습니다. 모든 게 제 혼자짓이라고 하겠습니다. 왕비와는 상관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죽이려 거든 저 혼자 죽이라고 할 겁니다……“낙청연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암실에서.지초는 산명 대사의 시신을 옆으로 옮겨 놨다. 그리고 초라한 잠자리를 정리한 후 말했다: “왕비, 좀 앉아 쉬십시오.”낙청연은 음식을 검사해보았지만, 그냥 보통 독이었다. 하지만 이 독이 산명 대사의 목숨을 앗아갔다.갑자기,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왔다.이어서 암실의 문이 열리더니, 등 어멈이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왕비!”음식을 내려놓고, 등 어멈은 급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왕비, 제가 암암리에 알아보았습니다. 지초와 체형이 비슷한 몇 명의 계집종들은 모두 어젯밤 나간 적이 없다고 서로 증명합니다.”“하지만 체형이 비슷한 계집종 한 명이 더 있는데, 날이 밝아 채소 사러 나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답니다.”듣더니,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방법을 생각해서 그 계집종을 찾아오거라!”등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방법을 모색해서 찾아보겠습니다. 다만 왕비님도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십시오. 만일 그 계집종이……”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먼저 사람부터 찾거라.”“예!” 등 어멈은 대답하더니 바로 나갔다.암실의 방문은 다시 밖에서 잠겨졌다.밖에 지키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부진환의 그 두 명의 암위가 여전히 어두운 곳에 숨어있다는 것을 낙청연은 알고 있었다.등 어멈이 음식을 가져오고 난 뒤, 온종일 더 다녀간 사람은 없었다. 또한 음식을 가져다 주는 사람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이는 모두 부진환의 명령인 것 같았다.밤이 되어서야, 밖에서 수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왔다. 이는 낙청연의 주의를 끌었다.그녀는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문밖에서 부운주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연?”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5황자, 여긴 왜 오셨습니까?”“긴말할 필요 없고 나는 너를 데리고 왕부를 떠날 것이다!” 부운주는 긴장한 어투로 말했다.그는 말하면서 자물쇠를 열고 있었다.낙청연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아주 빠르게 방문은 열
지초는 다급한 나머지 분노하여 앞으로 다가가서 장미를 밀쳐냈다. “무슨 허튼소리야, 왕비를 건들지 마!’“5황자가 보따리를 메고 있는 것을 우리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이건 사분이 아니면 또 무엇이란 말이냐?” 장미는 날카로운 어투로 더욱 비꼬면서 말했다: “왕비, 이 용모와 이 몸매로 유혹하는 거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네요! 5황자마저 꽉 틀어잡고 계시군요. 이렇게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 왕비를 데리고 도망까지 가다니요!”사분, 이토록 큰 사건이 황족에서 일어났다는 소문이 퍼지면 이는 왕야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와 큰 모욕을 안겨줄 것이다!그럼 이 왕비는 강에 던져지지 않더라도 생매장해야 할 판이다!장미는 당연히 두려운 것이 없었다!낙월영은 듣더니 더욱 득의양양해졌다. 이번에도 낙청연이 죽지 않는다고!“허튼소리 하지 말거라! 콜록, 콜록, 콜록……” 부운주는 급한 나머지 말을 끝까지 못하고 또 기침하기 시작했다.“허튼소리? 제가 언제 허튼소리 했나요? 왕비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것이지요. 일전에도 왕야한테 시집오려고 무척 애를 쓰지 않았습니까? 그 수단 또한 그야말로 비열하고 파렴치했죠!”“지금도 여전히 조심하지 않고 5황자마저 유혹했잖아요. 이 정도로 못생겼는데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네요. 보니까 청루에서 호미술(狐媚術)을 연마하신 것 같네요!”장미는 전혀 거리낌 없이 욕을 퍼부었다.낙청연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지더니, 단번에 장미의 어깨를 잡고 그녀의 머리채를 끄집더니, 아주 세게 그녀의 머리를 바닥에 눌러버렸다. ‘펑’ 하는 소리가 났다.장미의 머리를 바로 땅바닥에 박아버렸다. 선혈이 흘러나왔다.장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음 순간, 손 하나가 바로 그녀의 턱을 졸랐다. 극심한 통증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갑자기 ‘찰칵’ 소리가 들렸다.그녀의 턱이 탈구됐다!“말 같지 않은 소리는 그만하거라!” 낙청연은 그녀를 놔주었다. 눈빛은 무척 날카로웠다.장미는 입을 벌린
낙청연은 피하지 않았다.차가운 칼날은 죽음이라는 협박을 가지고 그녀를 겨누고 있었다.그의 목소리도 대신 혼인하던 그날처럼 차가웠다. 더 이상 조금의 감정도 온도도 없었다—“이건, 도망치다 들켰기 때문인가요?”낙청연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자신을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때마침 낙월영이 보았기 때문에 도망치지 못하고 잡힌 게 된 건가요?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도 더 이상 왕야가 저를 믿어주시길 바라지 않습니다.”그녀는 5황자를 따라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해석하면 오히려 변명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차라리, 그녀는 눈을 감고 부진환의 검이 찌르기를 기다렸다.소매 밑에서, 그녀는 주먹을 꽉 주고 있었다.나침반이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에 느리더니 점차 빨라졌다.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낙청연이 결연히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본 부진환의 눈가에는 일말의 파도가 일었다. 손에 든 검을 도저히 휘두를 수 없었다.“왕야……” 머뭇거리며 손을 쓰지 않는 왕야를 본 낙월영은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하지만 함부로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왕야의 마음속에 나쁜 인상을 심어줄까 봐 두려웠다.지초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왕야, 왕비와 5황자는 항상 깨끗하고 순수하게 왕래했습니다. 종래로 도를 넘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오늘 밤도 왕비는 5황자를 따라갈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게 어찌 사통이란 말입니까?”“왕야께 부탁합니다. 제발 죄가 없는 착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지 마십시오”지초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옆에서 무릎을 꿇고 해석하며 간절하게 애원했다.착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운다고?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낙청연은 착한 사람인가?밤바람이 휙 스쳐 지나가더니,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은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낙청연도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그 차가운 기운이 그녀의 등 뒤에 붙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기에 촉각은 매우 예민했다. 등 뒤의 그 한 줄기 차가운 기운은 심지어 얼
하지만 그녀가 대신 혼인한 이튿날도 지금처럼 죽느니 사느니 하면서 소란을 피웠다.그 순간, 낙월영은 당황했다.낙청연이 죽는다고 해서가 아니라, 왕야의 어투에서 분명 급박함을 느꼈기 때문이다.그는 분명히, 낙청연이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왜 그런 거지? 낙청연에 대한 왕야의 태도는 분명히 바뀌었다. 왕야는 다만 자신이 모를 뿐이었다. 혹은 인정하지 않을 뿐이었다.“왕야……” 낙월영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왕비가 죽겠다고 한 것은 처음이 아니라고 왕야에게 귀띔해주고 싶었다.그런데 낙청연은 눈꺼풀이 힘없이 처지더니 그녀는 혼절해버렸다.부진환은 초조한 표정으로 갑자기 낙청연을 안더니 밖으로 갔다. “고 신의를 불러오거라!”지초는 옆에서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낙월영은 장미와 함께 제자리에 서서 두 사람의 멀어지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이가 갈릴 정도로 증오했다.“무엇때문에? 왕야는 그녀가 죽기를 바라지 않는가? 어째서?”낙월영은 시종 이해할 수 없었다. 낙청연은 분명 돼지처럼 못생겼는데 어째서 왕야와 5황자 모두 그녀에 대한 태도는 남다른가!장미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턱이 탈구돼서 아픈 나머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낙월영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낙청연은 방으로 보내졌다. 그녀는 혼절하지 않았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가는 내내 부진환의 뒤를 따라오는 그 힘을 주시했다.크고 작은 두 그림자는, 여러 차례 부진환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부진환의 몸에 있는 그 흑룡의 기운(黑龍之氣)에 의해 흔들려 튕겨 나갔다.그러길래 천궐국 경도에 숨어 있는 풍수 대사들이 아무리 부진환을 암해(暗害) 하려고 애써도 부진환은 여전히 살아있었다.그의 몸에 있는 살기에 더해 용의 기운(龍氣)이 호체(護體) 하고 있으니, 백사(百邪)불침의 몸이 된 것이다.이는 일전에 그의 발광 증세는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그녀는 침상에 누워 눈울 감고 죽은 척했다. 그때 부진환이 급하게 고 신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마음은 매우 곤혹
”너는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이런 식으로 대하느냐?”그 그윽하고 평온한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허공에 떠 있던 그림자는 온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낙청연의 목을 졸랐던 손도 저절로 풀렸다.“당신 눈에 제가 보입니까?” 그녀의 쉰 목소리에는 곤혹스러움이 담겨있었다.낙청연은 입가를 실룩이더니 말했다: “내가 너를 화상에서 구해줬으니, 당연히 네가 보이지 않겠느냐!”듣더니, 그 홍의 여인(紅衣女子)의 두 눈은 놀란 기색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또 쉰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럼 당신은 왜 그 사람을 구했습니까? 저와 저의 아이를 이렇게 만든 악인을 말입니다!”낙청연은 그제야 알게 됐다. 이 홍의 여인이 그녀와 부진환을 죽이려는 이유를!그들이 산명 대사를 구해갔기 때문이었다.어쩐지 산명 대사는 자신이 죽는다고 확신했다. 설령 배후의 세력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이 두 모자의 손에 죽었을 테니까!이는 그 사람 자신이 지은 업보이다. 지금 이 두 모자의 원념은 너무 깊고 살기가 너무 강력했다. 결코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하지만 그 사람은 결국 죽었다.” 낙청은 대답했다.여기까지 듣고 있던 그 홍의 여인은 점차 발광하기 시작했다. 두 눈에 핏줄이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비명을 질러댔다: “그 사람이 죽었다니! 복수는 이제 어떻게 합니까! 그 사람은 나를 5년 동안 괴롭혔습니다. 이제 누구한테 복수하냐고요!”이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일은 겨우 우리에서 벗어나 피맺힌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원수는 이미 죽어버린 것이다!그녀는 아직 그 악인에게 큰불에 활활 타는 맛을 느껴보게 하지도 못했는데 그 사람이 그토록 통쾌하게 죽었다니!원한과 살기는 순식간에 폭발하더니 짙은 흑기(黑氣)가 되어 퍼지기 시작했다. 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할 나위 없는 압박감을 느끼게 했다.“네가 그 사람을 구했으니, 나는 너를 죽일 것이다!” 쉰 목소리는 분노가 꽉 찼다.이어서 엄청난 흑기가 그녀를 누르기 시작했다. 너덜너덜한 흑기
그녀는 방금 억압적인 힘을 느꼈다. 그녀는 분명히 눈앞에 있는 이 여인을 이길 수 없었다. 살려 달라고 애걸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낙청연은 차갑게 말했다: “너의 원한은 너무 깊다. 내가 해결해서 너의 환생을 돕겠다.”듣자, 홍의 여인은 깜짝 놀라더니 이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싫습니다. 저는 환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싫습니다……제발 저희를 용서해주십시오, 제발 부탁합니다!”홍의 여인은 간곡히 부탁하면서 정신없이 그녀를 향해 절을 했다.“무엇 때문인가?” 낙청연은 놀라서 물었다.홍의 여인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먹이면서 말했다: “저는 억울합니다! 저는 나쁜 사람에게 속임을 당해서 집을 떠났습니다. 저의 아들까지 함께 간인(奸人)에게 해를 입었습니다.”“저의 부군(夫君)은 간인의 은폐하에 줄곧 제가 화가 나서 집을 나간 줄 알고 있습니다! 그는 매일같이 미안해하고, 의기소침해서 술에 취해 있습니다!”“또 그 여인은, 저와 비슷한 얼굴로 그의 품속에 안겨서 그를 속이고 그의 총애를 받고 있습니다……”“저는 정말……억울합니다……”홍의 여인은 통곡해 마지않았다. 옆에 있던 아이도 함께 울기 시작했다. 열심히 그의 어머니를 안고 말했다: “어머니……”낙청연은 듣더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는 측은한 마음이 생겼다.그 산명 대사 배후의 사람이 바로 태부부를 음해할 음모를 꾸린 사람이다. 심지어 부진환을 모해하려던 사람이기도 하다.이 홍의 여인의 조우를 조사하다 보면 혹시 산명 대사 배후의 세력을 조사해낼 지도 모른다.설사 안 되더라도, 그녀는 이 모자를 도와주고 싶었다.“울지 말거라, 내가 너희들의 도와줄 테니!”듣더니, 홍의 여인은 울음을 멈췄다. 매우 놀라서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정……정말입니까? 무엇때문입니까?”“덕을 쌓고 선행을 행한다고 치자!” 낙청연의 어투는 담담했다. 그녀는 몸을 돌리더니 상 옆에 앉았다.이 모자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들은 이 깊은 원한을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