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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여기저기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쌓아진 시체가 작은 산을 이루고 있어 마차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낙청연은 힘겹게 시체들을 하나하나 치운 뒤 자신의 거대한 몸을 그곳에서 빼냈다. 그리고 그녀는 곧 부진환의 날렵하면서도 대범한 몸짓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장검을 휘두르며 단숨에 검은 옷을 입은 자객의 목을 벴다.

마지막 남은 자객이 죽었다.

그는 피로 얼룩진 장검을 바닥에 던지고는 빈손으로 걸어왔다.

그 순간 햇빛이 그의 앞을 내리쬐고 있어 마치 그가 빛을 향해 걸어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끝없는 어둠과 살육의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마치 지옥에서 온 수라처럼 도처에 깔린 시체와 피를 밟으며 그녀의 목숨을 거두려고 오는 것 같았다.

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살육의 기운이 너무도 강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낙청연은 그의 여생에서 한없이 무거운 어둠과 살육을 보았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사람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

분명 밝은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등 뒤에 있는 농후한 어둠을 가릴 수가 없었다.

부진환은 마치 살육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그와 가까워질수록 그의 등 뒤에 있는 검은 그림자도 점점 더 커졌고, 눈을 부릅뜨고 보니 그 어둠 속에는 용의 그림자도 있는 듯했다.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설마 살육 때문에 용의 기운을 얻은 것인가?

찰나의 순간 그녀는 부진환의 운명을 내다본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는 불확실한 것들이 너무도 많았으니 말이다.

낙청연은 속으로 매우 놀랐다. 부진환은 자신이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에 결백을 증명하면 수세를 받고 바로 그를 떠날 생각이었다.

자신이 직접 낙청연의 어머니를 조사하고 낙월영의 손에서 어머니의 유품을 빼앗아야 했다.

낙청연은 천궐국의 흙탕물에서 함께 뒹굴 생각은 없었다.

“그자는?”

부진환의 냉랭한 목소리에 낙청연은 정신을 차리며 대꾸했다.

“화살을 맞았지만 목숨이 위험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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