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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801 - 챕터 810

3041 챕터

제 801화

한쪽 무릎을 꿇은 우문호가 명원제를 바라보았다.“여섯 개의 발, 소자도 보았습니다.”그의 말을 들은 명원제는 한숨을 내쉬며 어의들을 보았다. “어의들 어찌할 것이냐? 짐의 손자들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나야 할 것이야!”명원제의 호령에 어의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다. 잠시 후, 의논 끝에 한 명의 어의가 명원제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황상, 세 아이의 출산 과정은 한 아이의 출산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그렇기에 모체의 건강이 필수적이지요. 초왕비의 몸조리에 힘을 써야 하며, 세 아이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뱃속에서 다스려야 합니다.”“당연한 말을 길게도 하는구나.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냐?” 명원제는 당연한 말을 하는 어의에게 실망스럽다는 말투로 어의를 노려보았다.“왕비께서 지금 다섯 달이 되었으므로 운동을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식사도 주의해야 합니다. 하루 다섯 끼를 소량으로 나눠서 먹어야 하며 하루에 두 번 이상 가벼운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원판이 머뭇거리며 우문호를 보더니 “부부가 방을 따로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저도 지킬 것은 지킵니다. 초왕비와 함께 잠만 자고 있습니다.”“만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원판이 말했다.“무슨 만일입니까? 지금 본왕을 의심하는 겁니까?”우문호가 오늘 입궁한 이유는 부황이 원경릉의 뱃속의 세 아이를 봐서라도 정후부에서 초왕부로 거처를 옮겨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어의의 말을 듣고 우문호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입궁해서 세 쌍둥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주의할 것이 뭐가 있느냐? 출산을 할 때, 어떤 약을 준비해야 한다거나?” 명원제가 어의에게 물었다.“대주의 강영후(江寧侯)께서 가져온 무우산(無憂散)을 준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무우산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인이 보아하니 지금 왕비께서 배는 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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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02화

명원제는 원경릉의 말을 듣고 의아했다. 조정을 위해 자신의 부친의 직위를 해제해 달라니, 명원제는 지금까지 이런 부탁은 처음 들어보았다. 사실 명원제도 정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정후의 조상들이 세운 공이 있어 그를 조정에 두었을 뿐이다.잠시 후, 명원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원경릉을 보았다.“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직위를 해제하는 대신에 짐이 그에게 토지라도 하사하겠……”“아닙니다! 그렇게 하지 마시옵소서!”“응? 어째서?”명원제는 부친에게 박한 원경릉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폐하, 세상에는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 부황께서 부친에게 토지를 주신다면 부친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황상의 은혜를 입었다고 거들먹거릴 것입니다.”그 말을 들은 명원제가 웃음을 터뜨렸다.“너는 네 아비를 잘 아는구나!”“예……” 원경릉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짐이 잘 생각해 보마. 지금 그게 급한 게 아니다. 너희는 지금 당장 건곤전(乾坤殿)으로 가서 태상황님께 문안을 드리고 이 좋은 소식을 전하거라. 그리고 태후에게 가서도 이 소식을 전해라. 아마 태후는 그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구나.”우문호와 원경릉이 인사를 하고 어서방을 나오자마자 그 안에서 호탕한 명원제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웃음소리가 어찌나 큰지 원경릉이 놀라서 휘청거렸다. “저거…… 부황께서 웃는 거야?” 원경릉이 놀라서 우문호를 쳐다보았다.“어서방에서 저렇게 큰 소리를 낼 사람이 부황님 말고 또 누가 있겠어?”“왜 저러시는 거지?”원경릉은 처음 듣는 명원제의 웃음소리에 당황했다.“손자가 셋이나 된다니까 기쁘신 거겠지.”우문호가 그녀를 부축해 계단을 내려갔다.*건곤전에 도착한 두 사람은 태상황에게 인사를 드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태상황은 명원제처럼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담배를 피우다가 담뱃대를 상선에게 건네주었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켜라.” 태상황이 상선에게 말했다.“예.”태상황은 원경릉을 보며 인자하게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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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03화

“예, 몸조심하겠습니다.” 원경릉이 말했다.태상황이 원경릉에게 빨리 태후에게 가서 이 소식을 전하고 왕부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라고 했다. 우문호와 원경릉은 자리에서 일어나 태후에게 갔다. 태후가 있는 곳에 마침 현비도 자리했다.현비는 호비(扈妃)가 들어온 뒤부터 마음이 뒤숭숭해 태후를 찾아와 위로를 받았다. 태후는 그녀의 고모로 그런 현비를 귀여워하면서도 때로는 매섭게 꾸짖기도 했다. 현비가 태후를 찾아온 이틀 내내 하소연을 하자 태후도 귀찮다는 듯 현비에게 네 분수를 알라며 따끔하게 혼냈다. 우문호와 원경릉이 태후를 보러 왔을 때 마침 현비가 태후에게 혼나고 있었다. 현비는 그런 모습을 두 사람에 들킨 것이 화가 나서 두 사람에게 분풀이를 했다. “모두 너희 때문이다! 호강연을 초왕부에 들였으면 이 사달이 나지 않았을 것 아니냐! 그 어린것이 후궁으로 들어와 어떤 일을 꾸밀지 모르거늘…… 너는 다 늙은 네 어미를 피 말려 죽일 셈이냐?”우문호는 좋은 소식을 전하러 와서 이런 소란을 겪을 수 없다는 듯 정색했다. “모비, 이제 고정하시지요. 호비는 이제 부황의 사람입니다. 어린것이라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호비가 결정한 일을 왜 소자의 탓으로 나무라십니까?”현비는 화는 났지만 우문호의 말이 다 맞아서 잠시 입을 다물고 입술을 뜯었다.“모비가 너한테 그런 말도 못 하느냐? 만약 네가 나서서 호강연을 후궁으로 들이겠다고 했으면 이 사달이 났겠느냐고! 너를 제외한 어느 친왕이 정비 하나만 두고 있느냐? 손왕비도 지금 손왕에게 맞는 후궁을 찾고 있다는데, 너는? 지금 초왕비가 임신했다고 유세라도 떠는 것이냐? 자고로 황실의 자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너도 할당량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초왕부의 일은 탕양이 맡아서 처리하니 탕양에게 말씀하세요.”“탕양이 네 상전이라도 되는 거야? 왜 탕양을 들먹이느냐? 후궁이 너를 구워 삶기라도 하겠느냐? 어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야?”태후는 현비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여겨 그들의 대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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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04화

태후의 말에 현비는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 아이라는 말을 들은 현비는 아이를 잘만 낳으면 큰 복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만약 아이가 모두 태어나지 못한다거나, 하나만 산다거나…… 물론 지금이야 세 아이를 임신했다고 기뻐하지만 그때 가서 아이가 잘못된다면 그 슬픔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태후는 한사코 초왕 내외보고 밥을 먹고 가라고 했다. 태후도 여자로서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남김없이 원경릉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녀는 원경릉에게 출산의 경험을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한지 원경릉은 그녀에게서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던 신중함을 보았다. 원경릉은 궁을 나와 왕부로 돌아갈 때까지 금군들의 호위를 받았다. 왕부에 도착한 뒤로도 금군 8명이 남아 원경릉을 호위하였고 금군들이 왕부 내를 순찰했다. *태후는 초왕 내외가 궁을 떠난 후 명원제를 불러서 초왕 내외를 난처하게 하지 말라고 명하며 특히 초왕비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태후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마음고생을 했다. 황실 왕비들이 여러 번 임신 소식을 전했지만, 하나같이 낳지 못하고 뱃속의 아이들이 비극을 맞이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심한 마음고생으로 십 년은 늙었다. 태후는 원경릉의 임신 소식을 듣고 이번만큼은 증손자를 절대 잃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오늘부터 원경릉의 뱃속의 세 아이는 자신이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명원제는 근심 가득한 태후의 표정을 보고 “제가 언제 그들을 난처하게 했습니까? 저 또한 초왕비가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다섯째도 힘들게 하지 말시게. 남편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는 부인의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퍽하면 다섯째에 곤장을 내리치질 않는가! 도대체 황상은 나이가 몇 살인데 아들을 괴롭히는 것이야?”태후는 아들의 황제가 된 그때부터 아들이 아닌 황제로 대했다. 그래야 보는 이들도 황제를 믿고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후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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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05화

원경릉이 정후부에서 초왕부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자 그 모습을 본 정후는 기쁨의 눈물을 글썽였다. 그가 입궁에 사퇴를 신청하자마자 큰 딸 원경릉이 황제의 명으로 초왕부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정후는 큰 딸이 황실의 며느리이고, 둘째는 구씨 집안과 혼담을 나누고 있으니 이제 남은 첩의 딸들만 좋은 집안에 시집을 보내면 시댁의 힘을 얻어 다시 복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원경릉이 떠날 채비를 하자 노마님의 마음은 무거웠다. 당연히 출가한 손녀가 남편의 집으로 들어가 사는 것이 맞는 것이지만, 손녀의 뱃속에 세 아이만 생각하면 그녀를 곁에 두고 아침저녁으로 자신이 손수 보살펴주고 싶었다. 원경릉은 그런 조모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떠나기 전에 노마님의 손을 잡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우문호도 옆에서 노마님에게 절을 하며 앞으로 원경릉을 잘 돌볼 테니 조모께서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노마님은 우문호에게 손녀를 잘 보살피라고 말하며 왕부에서 무슨 일이 있거든 바로 정후부에 소식을 전하라고 했다. 노마님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이미 시집간 손녀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해 말을 멈추었다. 마차에 올라탄 원경릉은 우문호의 어깨에 기대었다.“이제야 마음이 편하네.”“경릉아, 수고 많았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운이 참 좋은 것 같아.”우문호는 원경릉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맞아. 운이 좋지.”태상황이 원경릉을 명월암으로 보냈고 우연히 진북후의 모친의 목숨을 구하게 된 것도 하늘에서 도운 일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원경릉은 이 또한 태상황의 큰 그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팔에 소름이 돋았다.‘태상황님은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게 분명해.’또한 귀빈 사건이 해결되어 나씨 집안의 누명도 벗겨졌다. 비록 과거의 영광스러웠단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앞으로 황제가 나씨 집안을 박대할 수 없을 것이며, 나씨 집안사람들은 우문호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해 우문호를 도와줄 것이다. 원경릉은 황실 내외에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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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06화

제왕의 얼굴은 흉터뿐 아니라 얼굴과 목 여기저기 파랗게 멍이 들어있었다. “너 얼굴이 왜 이래?” 우문호가 제왕에게 물었다. 제왕은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조용히 “묻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원용의가 “맞았습니다. 제가 제왕을 데리고 호국사에 주지스님을 뵈러 갔는데 주지스님이 제왕의 몸에 귀신이 붙었다면서 버들가지로 때리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왜 호국사까지 가서 그런 수모를 겪은 게냐?” 우문호가 물었다. “하하, 제왕 직접 대답해 드리세요.”원용의는 제왕을 한 번 보고 그의 병이 생각나 웃음이 터졌다. 제왕은 부끄럽다는 듯 조용히 우문호를 끌고 나가 이야기했다. 원용의는 원경릉이 초왕부로 돌아온 것이 기뻐서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원누이의 뱃속에 아이가 셋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정말 축하합니다!”“고맙네, 근데 제왕의 병은 좀 나았습니까?”원경릉은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원용의는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습니다. 제가 조모를 찾아가 이 일을 말씀드렸더니 호국사의 주지스님을 찾아가라고 하셔서…… 근데 데리고 갔다 왔는데도 별 소용이 없는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주지스님이 보시기에는 어떻답니까?”“귀신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그럼 괜찮다는 말이네.”원경릉은 제왕이 원용의의 관심을 받기 위해 꾀병을 부렸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만아가 들어와 기왕부에서 사람이 왔다고 전했다. “왕비님, 기왕비께서 기왕부로 오시라고 합니다.”“지금?”“예, 청이가 와서 전했습니다.” 만아는 옆에 있던 청이를 불렀다. 청이가 인사를 원경릉에게 인사를 하고는 “초왕비님 기왕비께서 기왕부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빨리 기왕부로 와달라고 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무슨 일?”원경릉이 물었다. 원경릉은 기왕비 성격상 원경릉에게 무엇을 부탁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왕부에 진짜 큰일이 생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왕비님, 소인이 모시겠습니다. 일단 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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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07화

만아는 즉시 우문호를 찾으러 나갔다. 우문호는 만아의 말을 듣자마자 제왕과 함께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제발 이 모든 게 사실이 아니길 바랐던 우문호는 기왕부의 하인 청이를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문득 전에 탕양이 자신의 스승을 찾아갔다가 왕부로 돌아와서, 스승이 초왕부의 기운이 좋지 않다며 조심하라고 했다고 말을 전했던 게 떠올랐다. ‘그게 저주인형을 뜻했다니.’우문호는 임신한 원경릉을 향한 질투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이런 치사한 방법으로 원경릉을 공격할 것이라곤 꿈에도 몰랐다. 그는 화가 났지만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 기왕부로 오라고 했으니 가야지. 저주인형을 누가 만들었건 본왕이 반드시 범인을 잡아 낼 것이다.”원경릉은 왠지 모르게 기왕비가 꾸민 일이 아닐 거라고 믿었다. 기왕비는 현재도 원경릉의 진료를 받고 있다. 만약 저주인형으로 원경릉을 저주해 원경릉이 죽어버린다면 누가 기왕비를 치료해 주겠는가?설사 기왕비가 이 일을 꾸몄다고 해도 그녀는 치밀한 사람이라 누군가가 발견할 곳에 저주인형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기왕비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네, 주명양 제법이구나. 그렇다면 기왕도 주명양과 한 패인가?’제왕 내외가 같이 가겠다고 해서 네 명이 기왕부로 향했고, 희상궁과 만아도 그 뒤를 따랐다. 기왕부에 도착하자 청이가 앞으로 나와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더니 초왕비가 왔다고 전했다. 우문호는 문이 열리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발로 대문을 뻥 찼다. 기왕부의 모든 사람들이 본관에 있었고, 그 가운데 정좌에 기왕이 화가 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기왕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그들을 보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다섯째 왔구나, 형님으로서 정말 미안하다. 큰 형수가 이런 잘못을 저지르다니. 허나 안심하거라 내가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할 테니까. 이 악독한 여인을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우문호는 탁자 위에 놓인 저주인형을 보았다. 저주인형을 자세히 보니 옷도 머리 장식도 모두 원경릉의 모습을 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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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08화

기왕비는 우문호와 원경릉이 기왕부로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서서 우문호의 앞으로 걸어갔다. “다섯째, 그 인형을 나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까?”기왕비가 두 손을 내밀었다. 기왕비의 두 손은 마치 닭발처럼 살이 하나도 없이 야위어있었다. 우문호는 저주인형을 들어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녀는 그것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하고 있던 하고 있던 비녀를 빼서 인형을 갈라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다.기왕은 그런 기왕비를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손목을 거세게 잡았다.“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게냐? 네 법당에서 찾아낸 저주인형이다! 네가 꾸민 일이 아니라면 그게 거기에서 왜 나왔겠어? 변명의 여지가 없다!”“……”“당장 이 여자를 궁으로 끌고 가 부황께 처분해달라고 하거라!”기왕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기왕을 바라보았다. “왕야, 걱정 마요! 그러게 보채지 않으셔도 입궁할 겁니다. 하지만 입궁하기 전 경조부윤인 다섯째와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꼭 나눠야겠습니다. 왕야께서는 이 손을 놓고 제 말 좀 들어보시지요.”“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겠다는 거야?” 기왕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당겼다.“다섯째, 걱정말게. 이 여자의 죗값은 내가 반드시 치르게 할 테니.” 기왕이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기왕의 팔을 잡았다. “잠시만요. 기왕비께서 할 말이 있으신 것 같으니 일단 들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기왕은 원래 이 일을 조용히 자기 선에서 처리하고 부황에게는 보고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청이가 초왕부에 가서 이 소식을 전했고, 사람들이 기왕부로 왔다. 기왕은 생각보다 일이 커져서 골치가 아팠다. 기왕은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다섯째가 대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왕은 자신의 팔을 잡은 원경릉을 노려보며 날카롭게 말했다.“초왕비, 이 여자의 말은 들을 필요 없네. 죄인의 변명을 들어서 뭐 하겠는가?”“이 일은 저와 관련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이 사건의 진상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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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09화

주명양은 사식이를 건드려봤자 득이 될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알고 우문호를 향해 올린 손을 거두었다. 기왕비는 우문호가 자신을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가 편을 들어주자 이에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다가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잠시 지난날의 자신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어릴 적부터 누구의 도움 없이 모든 일을 혼자서 계획하고 해결하고 결과에 책임을 진 기왕비. 지금까지 그녀를 믿어주고, 힘들고 어려울 때 그녀의 편을 들어준 사람이 있었는지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자신이 인생을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비가 청이를 시켜 원경릉을 기왕부로 오게 한 이유는 초왕비가 자신을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오늘 기왕부에서 벌어진 일을 추후에 초왕비가 듣게 된다면 그녀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겠는가?기왕비는 그녀가 사건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나면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기왕비는 기왕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원래대로라면 전 오늘 초왕부에 갔을 겁니다. 하지만 주명양이 법당에 들어와 참배를 하다가 불상 뒤에서 저주인형을 발견했고, 그 소식을 전해 들은 기왕이 저를 기왕부에 가둬두었습니다. 기왕과 주명양은 이 일을 제가 꾸몄다고 하는데, 저는 맹세코 이 일을 모릅니다. 초왕비의 사주팔자도 모르는데 제가 이런 걸 어떻게 만들겠습니까?”“네 법당에서 찾았는데 그게 네 것이 아님 누구 것이겠느냐?” 기왕이 코웃음을 쳤다. “마음만먹으면 누구 것인지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왕야께서는 진범이 누구인지 조사조차도 하지 않으시잖아요.”기왕은 확신으로 찬 기왕비의 눈빛에 소름이 끼쳐 당황한 표정으로 기왕비의 손목을 잡아끌었다.“조사는 무슨! 부황께 보고 드리고 부황의 뜻에 따르면 된다!”그가 기왕비를 끌고 밖으로 나가자 우문호가 그 뒤를 따라나섰다.“형님께서 입궁하신다면 저도 함께 입궁하겠습니다.”“이 일에 대해서 참견하지 말거라. 본왕이 직접 처리할 것이다!”“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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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10화

“주후궁, 더 할 말 있는가?” 기왕비가 주명양에게 물었다. 주명양은 퉁퉁 부은 뺨을 감싼 채 기왕비를 보며 “기왕비가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궤변인지 아닌지는 여기 경조부윤이 있으니 조사를 해보면 알겠지.”“경조부윤? 어디요? 경조부윤에서 이미 잘린 지 오래 아닙니까?”주명양이 웃었다. “정직이 됐던 건 맞지만, 황제께서 초왕을 경조부윤으로 복직시킨 것 모르시나요? 초왕께서는 여전히 경조부윤이십니다.” 원용의가 말했다.“복직? 그래요? 그럼 황제의 성지가 있습니까? 복직을 했다는 증거가 있을 거 아닙니까?” 주명양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우문호는 그 말을 듣고 옆에 있는 서일을 불렀다. “서일, 관아에 가 보좌관과 포도대장은 지금 당장 기왕부로 오라고 전하거라. 그리고 필적 검사를 진행할 것이니 냉대인도 모셔오너라.”“다섯째, 이건 너무하지 않느냐? 기왕부에서 일어난 일을 왜 관아에서 처리하느냐?” 기왕이 말했다. “형님께서 방금까지 입궁해서 이 일을 해결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입궁을 해서 부황께 말씀을 드리면 부황께서 분명히 경조부 신하들을 시켜 진상규명을 실시할 겁니다.”“이건 황실의 일이니 황실 사람들끼리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이야?”우문호는 기왕의 말에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오히려 한걸음 가까이 기왕에게 다가갔다.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원경릉의 사주팔자가 적힌 저주인형이 있는 이상 이 일은 기왕부만의 일이 아니라고!”“너……”“서일! 뭐 하고 서있어 당장 관아에 가서 본왕의 말을 전하거라!”“예!”서일이 빠르게 뛰어갔다. 달려가는 서일의 뒷모습을 보던 기왕은 부병들을 시켜 서일의 앞을 가로막았다. “본왕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기왕부를 나갈 수 없다!”부병들은 서일을 저지했고 서일은 무기로 완전 무장을 한 부병들을 보며 당황한 표정으로 우문호의 명령을 기다렸다. “나가거라!” 우문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일이 장검을 뽑아 들었다.“기왕부에는 백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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