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에 원경릉은 할머니와 한참을 얘기하며 할머니를 위로하고 나서야 드디어 계란이를 보러갔다. 계란이를 안으며 손가락 끝으로 살짝 볼을 만졌다. 젖을 듬뿍 먹은 아이는 순하고 천진난만했다. 천사처럼 눈을 깜박이며 엄마를 바라보는게 세상에 호기심이 충만한 모습이었다.이렇게 달콤한 아가가 불 속성일리는 없을 것이다. ‘아쉬워, 아쉬워, 너무 너무 아쉽다…’우문호가 조용히 들어와 눈동자에 어린 슬픔을 억누르며 목멘 소리로 말했다. “마차 준비 다 됐어.”원경릉은 계란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더니 미련이 가득한 얼굴 아이를 내려놓는데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마차는 서서히 움직였다. 원경릉이 가리개를 젖히고 초왕부 문 앞으로 보는데 돌계단, 대문, 문에 박힌 구리 못, 문 앞에 두 마리 사자상, 그리고 돌계단 옆 바닥에 낀 이끼까지. 익숙한 장면들이 보이자 원경릉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쉬운 마음이 어디 사람한테만 있을까? 초왕부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기와 한 장, 벽돌 하나도 다 미련과 아쉬움의 대상으로 원경릉의 마음속에 초왕부는 예전부터 고향이었다.사람들이 북적이는 큰 길, 나부끼는 상점, ‘집복당이요’, ‘덕복루요’라며 장안 거리 상인들이 외치는 소리, 싱글벙글한 사람들의 얼굴, 긴 골목 끝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원경릉은 문득 다바오가 떠올랐다. 다바오에게 작별인사를 나누지 못했는데 어쩌면 앞으로 다바오를 못 본다는 생각에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얼굴을 감싸쥐고 눈물을 흘렸다.우문호는 원경릉을 가슴에 끌어안고 조금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엄마를 껴안으며 슬픈 분위기는 이로 말할 수 없었다.밖에서는 서일이 말을 몰았는데, 출타의 진실을 알고 문을 나서면서부터 너무 충격을 받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많은 일이 지나갔다. 매 순간 태자비 마마가 없었다면 지금의 서일은 없었을 것이다. 서일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고삐를 쥐었다. 그리고 “이랴!”라고 소리치며 사무치는 슬픔을 감췄다.성을 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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