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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21화

원경릉은 엄청난 피로에 피곤이 누적돼서 탕을 조금 마신 후 바로 잠에 들었다. 우문호는 원경릉과 딸의 곁을 지켰고, 할머니와 기라는 방 한 쪽에 배냇 저고리를 개두었다. 배냇 저고리 대부분은 요 부인이 직접 바느질한 것으로 면까지 세세하게 신경쓴 데다가 대부분 연두나 연분홍 위주였으며, 긴 겉옷은 원색으로 아름답게 갖췄다. 지금 아이가 입고 있는 건 원색의 긴 옷으로 밖은 두꺼운 포대기로 감싼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잠시 후 녹주가 들어와 태상황께서 오셨다고 알렸다.녹주의 말을 듣고 우문호는 순간 당황했다. ‘어르신이 오셨다고? 아직 출산 소식도 안 알렸는데, 마음이 서로 통해 원 선생이 오늘 출산할 걸 아셨나? 밤중에 어떻게 오신 거지?’우문호는 할머니를 주무시게 하고 기라와 녹주에게 원경릉을, 유모에게는 아기의 곁을 지키게 하고 얼른 태상황을 맞이하러 갔다.태상황과 희상궁도 같이 왔는데 우문호가 나가기 전에 희상궁이 먼저 들어왔다. 방금 밖에 있을 때 탕양이 태자비가 아가 군주를 낳았다고 해서, 희상궁은 도무지 기다리지 못하고 재빨리 아이를 보러 온 것이였다.태상황도 아이를 보고 싶었다. 오직 아이를 보겠다는 이유 하나로 왔으므로 우문호가 나와서 인사할 때 태상황은 “과인을 애한테 데리고 가.”하고 바로 명했다.아이는 아직 나올 수 없었다. 특히 날이 꽁꽁 얼어 붙게 추운 관계로 우문호는 절대로 밖에 데리고 나올 리 없음은 물론이고 태상황도 데리고 나오는데 동의하지 않았다.그래서 태상황은 소월각 안으로 들어가되 침실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상관없었다.우문호가 태상황을 부축해 소월각 접객실로 모시고 가서 아이를 안고 나왔다. 원경릉은 자고 있었으나 옆에서 자고 있던 아이를 우문호가 안아들자 잠이 깼다.“왜? 우유 먹어?” 원경릉이 작게 물었다.“시끄러워서 깼어?” 우문호가 놀라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자도 돼. 어르신이 오셔서 아이를 한 번 보여드리려고.”원경릉이 놀라서 이불을 발로 차며 물었다.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오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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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22화

“응, 얼른 가 봐. 애기 보여 드리고 태상황 폐하 못 가시게 해. 초왕부에서 하룻밤 주무시고 가시라고. 이렇게 추운 날 왔다갔다 하시다가 혹시라도 아프시게 되면 큰 일이니까. 잘 지켜봤다가 기침하시면 나한테 바로 알려줘. 약 지어 드리게.” 원경릉이 신신당부했다.“알았어!” 우문호는 얼른 아기를 안고 태상황에게 갔다. 여리고 부드러운 아기를 가슴에 안은 태상황이 포대기를 살짝 내리자 반듯한 얼굴이 드러났다. 검게 빛나는 눈동자에 촛불이 비치고, 눈동자를 또로록 굴리니 마치 눈동자에 불꽃을 심어놓은 듯 반짝반짝 빛나 남다른 총기가 있어 보였다.태상황이 이를 보고는 감탄을 하며 말했다. “이 녀석, 만 한달이 됐다고 해도 믿겠어. 어떻게 막 태어난 애 같지가 않아? 예정일을 지나서 엄마 뱃속에서 안 나오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던가?”희상궁도 다가와서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그 말씀이 맞네요. 이목구비가 또렷한게 정말 한 달 된 아이 같아요. 너무 예쁘네요. 태자비 마마를 많이 닮지는 않아 보이고, 고상한 기품이 태자 전하같습니다. 하지만 또 상당 부분은 만두 오빠들을 닮기도 헀어요.”태상황이 아이를 얼마나 끔찍하게 아끼는지,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고 보고 또 봐도 눈을 떼지 못했다.“황조부, 이렇게 오래 안고 계셨으니 힘드실 텐데요. 여긴 온돌도 없어서 추우니 사람을 시켜 방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어서 가서 쉬세요. 원 선생이 보기라도 하면 몸 관리 잘 안 하신다고 한 마디 할 겁니다.” 우문호가 말했다.태상황은 아이를 보내기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우문호에게 넘겨주고는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우문호는 원래 태상황에게 먼저 주무시라고 권하려던 참이였는데, 앉으라는 명에 화로를 피우고 무릎담요를 드린 뒤 뜨거운 차를 내왔다. “혹시 하실 말씀은 무엇인지요?”태상황은 우문호의 눈빛이 상당히 정중해진 것을 보고는 얘기했다. “지금 북당의 광산은 전부 조정이 소유하고 있으나 과인에게 사적인 금광이 하나 있다. 과인 혼자만의 것으로 이 금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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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23화

태상황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네 아이들이 분봉을 받은 도시는 모두 척박한 땅으로, 앞으로 그곳은 우리 북당의 방패막이가 되어 북막의 침공을 막을 것이다. 근데 그런 큰 일을 할 사람 뒤에 도와줄 자금이 없어야 쓰나? 이 금광으로 조붕 군주의 혼수를 삼는다고 했지만 형제자매 마음이 다 똑같지. 북당을 지킬 오빠가 돈이 필요한데 동생이 나몰라라 손 놓고 있겠어? 아들들 입장에선 아버지의 도움을 마냥 바라고 있는 거보다야 낫지.”우문호가 이 얘기를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다 싶었다. 초왕부가 가난하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부유한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아이들이 크면 각자 봉토로 가게 될 텐데 애들 봉토가 구석지고 척박한 것도 사실이라 고생할 게 불 보듯 뻔하니 집에 광산이 있으면 앞으로도 이렇게 궁상스럽게 살지는 않아도 될 게 분명했다.그렇게 광산 건은 일단락 되었다.우문호는 태상황을 눕혀드리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원경릉이 기다리고 있었다. “황조부께서 또 기침은 안 하셔?”우문호가 옷을 입은 채로 원경릉 곁에 누워서 답했다. “기침은 안 하셨어. 말씀하시는데 기력도 짱짱하시고, 우리 막내 이름이랑 봉호도 붙여 주셨어.”“이렇게 빨리?” 고작 몇 시진 전에 낳았는데 벌써 이름과 봉호라니? 막 아무렇게나 붙이신 건가?“아마 미리 준비해두셨던 것 같아. 아들을 낳았어도 이름을 붙여주셨을걸.”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뭐라고 지으셨는데?”“우문택란이라고 불의 운명을 누르는 거라고 하셨어. 봉호는 조붕 군주. 어때?” “택란?” 원경릉이 잠깐 생각해 보더니 마음에 들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겠다. 택란이란 한약재가 있거든. 봉호야 우리가 왈가왈부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황조부께서 좋다고 하시면 좋은 거지.”우문호는 아명 복덩이가 부정당했다는 사실에 약간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이미 이름이 생겼으니우리 막내한테 아명을 붙여주면 안 되는 거겠지?”“자기가 아빤데, 자기가 부르고 싶으면 부르는 거지, 복덩이든 똥덩이든 안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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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24화

군주 아명을 두고 토론이 계속되었다. 탁자 위엔 과일과 약과 등 간식이 올라가 있었다. 손왕은 “탁자 위에 간식을 먹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말하며 좋아했다.고작 아명 하나를 가지고 장장 2시간을 열띠게 토론했는데 결론이 나지 않자 우문호는 완전 지쳐버려 이리 나리한테 제안했다. “이리 나리도 하나 지어 보세요.”이리 나리는 마침 삶은 계란을 까먹고 있던 참으로 우문호의 질문에 그냥 생각하는대로 말했다. “계란은 어때?”“무성의해, 너무 성의 없어!” 다들 난리였다. 하지만 우문호가 들어보니 괜찮은 게, 계란, 삶은 계란, 작은 계란, 작은 사람, 작은 계란형 얼굴, 삶은 계란처럼 부드러운 속살! 딱이네 딱이야!우문호가 벌떡 일어나 흥분해하며 말했다. “계란이야!”이렇게 태어나서 하루도 안된 꼬마 봉황은 봉호, 이름, 아명 셋 다 갖추게 되었다.설날 태어난 꼬마 봉황은 우문택란이란 이름에 조붕 군주로 봉해질 것이며 아명은 계란이다.정해지자 마자 우문호는 바로 입궁해서 기쁜 소식을 알렸다.명원제는 태자비가 딸을 낳았다는 말에 손녀가 하나 더 생긴 게 기쁘고 특히 아들이 완전 넋을 잃고 입이 귀에 걸린 것을 보고 마음이 푸근해졌다. 바보 아들이 정말 복도 많지. 아들을 낳고 싶으면 아들을 낳고, 딸을 갖고 싶으면 딸을 낳으니 말이다.태자가 아들 딸을 다 가진 것은 조정엔 큰 경사로 명원제도 목여 태감을 시켜 선물 명단을 만들게 했다. 그는 자신의 손녀에게 내릴 상을 상의한다는 명목으로 직접 황귀비가 있는 장문전을 찾았다.황귀비가 기쁜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서 명원제와 사이가 껄끄러운 것도 잊고 같이 앉아 선물을 상의했다.전에 다섯째를 홀대한 걸 미안하게 생각해 명원제는 이번에야말로 완벽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래서 다섯째의 체면을 살리게 상당히 융숭한 상을 내려야겠다고 다짐했다.황귀비는 전에 명원제가 태자비에게 남주(남쪽 바다에서만 나는 귀한 진주)를 하사한 것을 기억하고 얘기했다. “신첩이 기억하기로는 작년에 남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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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25화

원경릉은 만두에게 외할머니집에 가서 여동생이 태어난 소식을 전해 같이 기뻐하자고 했다.만두는 그 말을 듣고 좋아했는데 외할머니 집에 경사를 전하면 온 집안 사람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니 기뻤기 떄문이다. 그리고 모두가 딸을 좋아하는 걸 알기에 이제 꿈이 이루어졌다고 무척이나 좋아할 것이다. 주진은 컴퓨터에 이미 모든 데이터 입력을 마치고 결과를 계산해 냈다며 시간, 날짜, 방위 전부 도출했지만, 외재적인 요소의 영향이 없어진 후에야 경호가 정확한 작용을 할 수 있다고 만두를 통해 원경릉에게 전했다.주진은 만두에게 엄마 머리의 발광점을 잘 지켜보다가 곧 꺼질 거 같을 때는 반드시 바로 자신에게 알리라고 했지만 만두는 돌아가서도 엄마에게 머리의 발광점에 대한 얘기 하지 않고 경호가 2~3개월은 지나야 운행할 수 있을 거라고만 전했다. 이건 원경릉에게 있어 하늘만큼 땅만큼 좋은 소식이었다.경호를 발견하고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그리워만 했다. 마침네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려는데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어?원숭이 일은 경호가 뚫리면 직접 돌아가서 정확하게 확인하고 홍엽에게 애기할 생각이었다.시공간을 뛰어넘어 북당으로 온 뒤로 원경릉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쪽을 왔다갔다 하는 순간이 눈 앞으로 다가와 북당에 시집 온 것이 마치 다른 도시로 시집간 듯한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다.원경릉은 3개월 정도 더 기다리면 집으로 돌아갈 길이 열린다고 짐작했다. 그때는 여섯 아이와 남편을 데리고 보무도 당당하게 친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계란이는 무척이나 차분한 것이 원경릉 뱃속에 있을 때와 완전 딴판이었는데, 불이 난 일은 계란이와 조금도 관계가 없었을까하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하지만 원경릉은 산후조리 내내 계란이를 지켜봤지만 초능력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보통의 신생아와 다르다할 차별점이 없는 것이 차리리 잘됐다 싶었다. 어쨌든 다섯 오빠들이 여동생을 귀여워하며 예뻐할 것이라 조금도 서운하게 할 일이 없을 것이다.그렇게 몇 일이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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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26화

우리 계란이가 큰 증조할아버지한테 배신을 당했다고?기화는 지극히 순수한 눈빛으로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난 우문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기화는 순간 마음속에 측은지심이 생겨 우문호에게 한 마디 해주었다. “사실 견역.... 그러니까 안풍친왕 전하는 본질적으로 늙은 여우 입니다. 그 점은 두 분다 알고 계시죠? 안풍친왕의 말은 1할만 믿어야 해요, 물론 1할도 안 믿는 게 최고지만요.”우문호가 조용히 이를 갈며 매서운 눈빛으로 물었다. “내 딸을 제자로 삼겠다고 하는데, 뭘 가르칠 수 있는가?”기화가 다소 의혹의 눈길로, “제가 못 가르칠 게 뭐죠? 전 뭐든 다 할 수 있는데요.”기화는 자세를 단정하게 고쳐 앉더니 엄숙한 태로도 답했다. “태자 전하, 저를 그저 전문성 없는 인간으로 보시면 안 됩니다. 이래봬도 수많은 일에 종사해 와서 경찰, 운전기사, 마술사, 도박꾼, 심부름꾼, 판매원, 보표 등 각종 분야 각종 업계를 두루 누비고 다녔습니다. 옅든 깊든 다 관여해 봤고 전에 사업도 했었는데.... 그런데 좌판도 사업은 사업이죠? 제자가 뭘 배우고 싶든 다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태생이 정직해서 안풍친왕 전하처럼 그렇게 뒤에서 인신매매같은 일은 절대로 하지 않지요. 이 점은 안심하셔도 됩니다.”‘이게 무슨 소리지?’ 우문호는 문득 울고 싶어졌다.사실 기화와의 말싸움에 성공할리는 없다. 기화가 북당을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이제 와서 싸우면 배은망덕한 놈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싸운다고 해도 이길 승산이 없는 게, 정말 기화가 계란이를 안고 가는 날엔 계란이가 놀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기 때문이다. 우문호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렇게 큰 일을 아내와 상의하지 않을 수 없으니 상의한 뒤에 확실하게 답하도록 하지.”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자비 마마 의견을 존중해야죠. 어서 가서 물어보세요. 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우문호는 탕양에게 원경릉을 부르라고 하고 바로 소월각으로 갔다.원경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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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27화

기화가 우문호에게 얘기했다. “아내 분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수많은 에너지가 있죠.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물질도 많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그걸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런 물질을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불 같은 걸 말이죠. 우리는 불을 볼 수 있지만 많은 물질이 불꽃으로 전환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호흡하고 있는 공기 같은 것도 안에 연소가 가능한 기체 즉 산소나 수소 같은 게 있거든요. 공기 중에서 그 기체들을 뽑아내기만 하면 불을 붙일 수 있어요. 계란이는 그런 불씨를 구별해낼 수 있는 특별한 눈을 가졌어요. 불씨에 재빨리 불을 붙여 기체를 연소시킬 수 있죠. 그래서 불씨를 제거한 거예요. 그럼 계란이는 기체를 제어하게 되도 쉽게 불을 붙여 커다란 화재를 일으킬 리는 없게 되죠. 계란이가 자라서 마음이 성숙해지면 이 능력은 다시 돌려줄 겁니다.”우문호는 눈을 멀뚱멀뚱 뜨고 당황한 채 물었다. “무슨 뜻이지? 계란....이가 공기 중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그게 뭐가 이상한데요? 우주에 에너지 물질이 이렇게 많은데 바람, 전기, 우뢰 등등등을 제어하는 사람도 있다고요.”“계란이는 왜 할 수 있지? 나는 제어 못 하는데?” 우문호가 묻자 기화가 우문호에게 말했다. “옆에 잔을 들어보세요.”우문호는 옆에 잔을 보고는 천천히 손을 뻗어 들어올렸다.기화가 만족스럽다는 말투로 설명했다. “보세요, 태자 전하는 컵을 제어하는 능력이 있잖습니까? 전하의 대뇌가 구별해 낼 수 있는 에너지예요. 전하께서 어떤 물질을 제어할 수 있는지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건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가능하죠. 예를 들어 무공을 수련하면 담을 뛰어 넘고 솜이나 낙엽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죠. 전하의 모든 행위는 전부 전하의 대뇌가 제어하기 때문입니다. 전하 대뇌의 발육 정도에 달려 있는 거죠.”우문호는 기화를 한참 쳐다보다가 벌떡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기다리게. 자네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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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28화

기화는 태자 부부에게 아이를 안으라고 했다. “전 이제 가보겠습니다. 이제 이 아이가 세살이 될 때부터 매년 한 달씩 와서 성년이 될때까지 제가 배운 걸 전부 가르쳐 주도록 하죠.”우문호가 딸을 안고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그럼 계란이가 지금도 여전히 불을 낼 수 있는 건가?”기화가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제가 방금 말씀드렸을 텐데요, 불꽃숭이는 쉽게 연소하는 물질을 완전 장악하고 제어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의식에 의존해 불을 낼 수 없습니다. 만약 불꽃숭이 손에 부싯돌을 쥐고 있거나 초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원하면 초왕부를 다 태워버릴 수도 있지요.”기화는 원경릉에게 예를 취하고, “태자비 마마 어딘가에서 곧 다시 뵙겠습니다.”기화는 말을 마치고는 바로 돌아서 나갔다. 그러자 우문호가 궁시렁거렸다. “어딘가는 뭐가 어딘가야? 3년 후에 오는 거잖아? 3년 후에 여기서 보자면 되는 거 아냐? 웬 신비주의 컨셉이야!”하지만 원경릉은 가슴이 철렁했다. 전에 주진이 한 말에 따르면 어쩌면 그날이 멀지 않았다. 원경릉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경호가 열릴 때까지만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었다.어쩌면 이건 뇌 줄기세포 괴사의 조짐일지도 모른다. 만일 원경릉이 생각하는 최악의 사태가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미리 대비를 해야 했다.원경릉은 양여혜를 찾아가 시공간의 왜곡을 계속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만약 시공간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면 경호가 제대로 작동할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양여혜에게 만약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먼저 가서 원경릉을 데리고 갈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양여혜는 원경릉을 데리고 간다고 해도 위험계수는 경호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문제가 발생한 건 경호가 아니라 전체 공간으로 공간과 공간의 연결에 왜곡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마치 전에 원경릉 일행이 갔을 때 다른 공간에 끌려들어갈 위험이 있었던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때는 양여혜 자력으로 억지로 끌고 올 수 있었지만 다음 번에도 시공간이 왜곡된 상황에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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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29화

원경릉이 진찰하기도 전에 할머니가 먼저 맥을 짚어보고는 원경릉을 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셨다.원경릉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아 청진기를 들고 갔다. 사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진단뿐으로 증상에 따른 치료 방법이 아무것도 없었다.할머니와 얘기 끝에 분명 주재상 스스로 내공을 운용하다가 혈관을 터트려 뇌경부에 압력이 다시 높아진 것 같았다. 터진 혈관을 통해 나온 피가 덩어리져 신경을 압박해 다시 실명한 것으로 일련의 증상이 더한 것으로 볼 때 핏덩어리가 압박하는 곳이 이미 상당히 전진해 신경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매우 커졌고, 바로 뇌 줄기세포의 괴사를 일으킬 것이다.어르신들의 퇴임 후 삶이 막 자리를 잡아가던 참으로 이런 큰 문제에 부딪히자 그야말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그런데 주재상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물러난 뒤로 희야랑 같이 있으면서 매일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지, 밤 늦게까지 일하다가 잠들 필요도 없지, 일출 보고 일몰 보고 꽃이 피는 걸 보고 꽃이 지는 걸 보고. 긴 시간 느긋하고 편하게 식사하고 차를 마셨으니 난 더이상 여한이 없다.”주재상의 말에 원경릉은 하마터면 정신이 무너져내릴 뻔 했다.태상황은 잿빛으로 타들어간 얼굴로 주재상을 위로하려 헀으나 자신에게 도울 힘이 아무것도 없는 지라 무슨 말을 해도 전부 허망할 뿐이었다.희상궁은 주재상 곁에 앉아 계속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눈물이 눈에 그렁그렁 맺혔지만 죽을 힘을 다해 흘리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원경릉과 할머니가 각자 약을 처방해 한방과 양방을 혼합해 잠시라도 병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지 살폈다.하지만 수술말고는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시간을 언제까지나 끌 수 없어서 만약 병세가 심각할 경우, 금방이라도 일이 터질 지도 모른다.원경릉은 초왕부에 돌아와 대성통곡하며 울었다. 우문호는 괴로워하는 그녀 곁에 가만히 있을 뿐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원경릉은 산후조리중에 크게 마음을 상한 나머지 원기를 많이 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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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30화

“알겠어!” 우문호는 아마 만두에게 외할머니네 가서 주재상의 병세를 어떻게 치료할지 물어보고 오라는 심부름을 시킬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우문호는 먼저 만두에게 갔다가 할머니를 부르러 갔다.만두와 경단이가 주머니에 약과를 넣어와 원경릉의 침대에 기어 올라가 건넸다. “엄마, 나 먹을 거 있는데 엄마 줄까?” 원경릉은 피곤했지만 애써 웃으며 말했다. “엄마는 안 먹어도 돼. 만두랑 경단이가 먹어. 엄마 머리 좀 봐.”만두가 손뼉을 치고 원경릉의 얼굴을 들고 이리저리 보더니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 조금밖에 안 남았어... 거의 없어져 가니까.”경단이도 얼른 보더니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약과를 떨어뜨렸다. “어떡해? 거의 다 사라졌어.”“왜 이렇게 빠르지?” 만두가 중얼거리며 원경릉의 얼굴을 받쳐든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원경릉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쩐지 행동이 너무 느렸던 게 연결이 끊어지며 생기는 문제였을 것이다. “엄마, 어떡해? 경호는 아직 갈 수 없는데.” 경단이는 무서워서 맨발로 침대에 기어올라와 원경릉 곁에 엎드려 입술만 삐죽거렸다.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지만 자신의 엄마가 슬퍼할게 분명했기에 그럴 수 없었다.원경릉은 심호흡을 하고 애써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다독거렸다. “당황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원경릉은 자신을 애써 진정시켰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만두에게 말했다. “넌 어서 밥 먹고 나서 자러 가렴. 주진에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물어봐.”만두가 정신없이 대답했다. “네, 그럴게요. 지금 가요, 지금 갈래요! 나 배 안 고파요!”만두가 이 말을 하며 얼른 밖으로 달려갔다가 문 앞에서 다시 돌아와 원경릉의 목을 끌어 안고 볼에 뽀뽀하며 눈시울이 붉어진 채 울먹거렸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아무일도 없을 거예요. 기다리세요.”“우리 만두 착하지!” 원경릉은 만두가 이렇게 당황한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주재상과 공부한 뒤로 줄곧 침착했던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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