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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45화

Penulis: 유애
초왕부는 여전히 웃음소리가 떠돌고 있었으나 가식적인 웃음 뿐이었다. 다들 ‘주재상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데려가는 거면 왜 원경릉 본인이 직접 가야만 하는거지?’, ‘사부님이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아서 그런 거면 원경릉은 주재상을 데려다 주고 돌아오면 되는데 왜 굳이 계속 기다리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원경릉의 변명은 누가 들어도 억지스러웠다. 심지어 한 달도 되지 않는 아기를 떼놓고 가다니. 이 정도면 확실히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소리다.

하지만 원경릉이 계속 웃고 있으니 모두 장단을 맞춰 같이 웃는 수밖에 없었다. 동서들은 마지막에 접객실에서 얘기를 나누는데 매사에 덤벙거리며 세심함이라고는 없는 손 왕비조차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흘러내리자 얼른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으며 울먹였다. “얼른 돌아와야 해. 난 동서가 이렇게 오래 없는 게 아무래도 낯설어.”

이 말에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던 마음의 줄이 끊어지듯 이별의 슬픔으로 휘감겼다.

원경릉은 괴로웠다. 입술이 바르르 떨리고 얼굴에 미소도 점점 유지하기 힘들었지만 눈물이 떨어지려는 것을 겨우 참으며 마치 자기최면이라도 걸 듯이 말했다. “전 반드시 최대한 빨리 돌아올 거예요. 반드시!”

“기다리고 있을게.” 요 부인이 원경릉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우리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동서들도 너도나도 말했다.

원경릉이 동서들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리고 원경릉이 차례로 한 마디씩 작별의 인사를 건네는데, 손 왕비에게는, “앞으로 둘째 아주버님을 게속 원망만 하지 마세요. 평범도 좋고 말다툼을 해도 좋고, 결국 아주버님은 형님 곁으로 돌아오시잖아요. 형님이야 말로 알찬 거죠.”

요 부인에게는, “혼례식에는 참석하지 못 할 것 같지만 훼천을 믿어 봐, 늘 요 부인을 지키고 아껴줄 게 분명하니까.”

원용의에게는, “줄곧 여기저기 다니고 싶어하는 거 알아, 일곱째 아주버님 휴가 때 가. 미루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은 최대한 해야지. 청춘을 배신하지 말고!”

사식이에게는, “힘껏 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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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746화

    출발 전에 원경릉은 할머니와 한참을 얘기하며 할머니를 위로하고 나서야 드디어 계란이를 보러갔다. 계란이를 안으며 손가락 끝으로 살짝 볼을 만졌다. 젖을 듬뿍 먹은 아이는 순하고 천진난만했다. 천사처럼 눈을 깜박이며 엄마를 바라보는게 세상에 호기심이 충만한 모습이었다.이렇게 달콤한 아가가 불 속성일리는 없을 것이다. ‘아쉬워, 아쉬워, 너무 너무 아쉽다…’우문호가 조용히 들어와 눈동자에 어린 슬픔을 억누르며 목멘 소리로 말했다. “마차 준비 다 됐어.”원경릉은 계란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더니 미련이 가득한 얼굴 아이를 내려놓는데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마차는 서서히 움직였다. 원경릉이 가리개를 젖히고 초왕부 문 앞으로 보는데 돌계단, 대문, 문에 박힌 구리 못, 문 앞에 두 마리 사자상, 그리고 돌계단 옆 바닥에 낀 이끼까지. 익숙한 장면들이 보이자 원경릉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쉬운 마음이 어디 사람한테만 있을까? 초왕부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기와 한 장, 벽돌 하나도 다 미련과 아쉬움의 대상으로 원경릉의 마음속에 초왕부는 예전부터 고향이었다.사람들이 북적이는 큰 길, 나부끼는 상점, ‘집복당이요’, ‘덕복루요’라며 장안 거리 상인들이 외치는 소리, 싱글벙글한 사람들의 얼굴, 긴 골목 끝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원경릉은 문득 다바오가 떠올랐다. 다바오에게 작별인사를 나누지 못했는데 어쩌면 앞으로 다바오를 못 본다는 생각에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얼굴을 감싸쥐고 눈물을 흘렸다.우문호는 원경릉을 가슴에 끌어안고 조금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엄마를 껴안으며 슬픈 분위기는 이로 말할 수 없었다.밖에서는 서일이 말을 몰았는데, 출타의 진실을 알고 문을 나서면서부터 너무 충격을 받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많은 일이 지나갔다. 매 순간 태자비 마마가 없었다면 지금의 서일은 없었을 것이다. 서일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고삐를 쥐었다. 그리고 “이랴!”라고 소리치며 사무치는 슬픔을 감췄다.성을 나갈

  • 명의 왕비   제 2747화

    소요공이 얼른 말했다. “에이, 아니야. 축하연 모닥불에서 막 술에 취해서 얘기했잖아, 무슨 시공간에서 만든 전차말이야, 사부님이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 기억 안 나?”태상황이 놀라서 소요공을 보는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축하연 때 태상황은 대취했었다.하지만 재상은 다 기억하고 있어서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차분한 목소리로 한 마디 거들었다. “난기억나. 거기 아가씨는 팔 다리를 내놓은 옷을 입는다고 했지.”“아!” 태상황은 이 말을 들으니 확실히 형수님이 술에 취했을 때 이 얘기를 아무렇게나 했던 것이기억났다. 하지만 태상황은 웃음을 지었다. “그건 형수님이 멋대로 지어내신 말이야. 술에 취하시기만 하면 창작능력이 막 폭발하시잖아.”“아냐, 난 사부님을 믿어. 사부님이 말씀하신 건 분명 진짜야. 그 시공간 나라는 우리와 거리가 아주 먼데, 거길 가려면 아주 멀고 먼 길을 가야한다고 하셨어.” 소요공이 아이처럼 신이 난 듯 말하고는 원경릉 쪽으로 홱 돌아보고 물었다. “맞지?”원경릉은 원래 굉장히 진중하게 설명할 생각이었는데, 어르신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모두 다른 시공간에 대한 개념을 이미 어렴풋이 가진 듯 했다. 하지만 저들에게 시공간이란 그저 어떤 나라 이름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즉, 그들에게 시공간이란, 어떤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 이름이 ‘시공간국’이라는 의미와 같았다. “그렇다고 치죠!” 원경릉이 잠시 생각해보더니 답했다.“어쩐지 그 나라를 가기가 이렇게나 어려웠다니. 북당과 무역을 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게 경호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군.” 소요공이 탄식했다.주재상과 태상황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뭐라고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한참 생각하다가 한 마디 물었다. “그럼 그 나라 황제는 누구야? 성은 뭐지?”원경릉이 웃었다. “그 나라엔 황제가 없어요.”그러자 주재상이 화들짝 놀랐다. “황제가 없어? 황제가 없으면 누가 천하를 다스리지? 그건 법과 질서가 없다는 말이 아닌가?”“관리하는 사람은 있

  • 명의 왕비   제 2748화

    원경릉은 얼른 우문호와 아이들과 함께 가서 인사를 올렸으나 우문호는 사실 인사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계란이를 기화에게 제자로 팔아 버린 일을 아직 제대로 따지기 전이기 때문이었다.안풍친왕이 말했다. “내가 당신들을 좀 도와주지.”“에?” 원경릉은 좀 의외라고 생각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희가 어디로 가는지는 어떻게 아신거죠..?”“누군가가 명령을 내리며 너희가 가는 걸 도와주라고 하더군.” 안풍친왕비가 답했다.“누가요?” 원경릉이 직설적으로 물었다.그러자 만두가 바로 옆에서 대신 답했다. “주진이 그랬어요. 큰 증조할머니의 아빠가 라진이시라고.”안풍친왕비가 웃으며 만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똑똑하군!”원경릉은 정말 누가 도와줄 거라는 생각을 못해서 그 자리에 신뢰감이 상승했다. 그 중 우문호가 가장 기뻐하며 얼른 가서 예를 취했다. “큰 할아버지, 큰 할머니, 그럼 전부 두 분께 맡기겠습니다.”안풍친왕이 말했다. “최선을 다할 뿐이야. 다른 건 아무것도 보증할 수가 없네.”소요공이 곁에 있다가 안풍친왕비에게 물었다. “사부님, 저희가 이번에 가는 곳이 전에 말씀하셨던 시공국이 아닌지요?”“그렇게 옛날 일을 아직도 기억하는 게야?” 안풍친왕비가 다소 놀라워하며 말했다.“기억하죠. 사부님이 하신 한 마디, 한 마디 다 기억하고 말고요!” 소요공이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안풍친왕비가 소요공을 흘끔 보고는 한 마디 했다. “때론 너무 똑똑히 기억하는 것도 좋지 않아. 적당히 어슴푸레한 게 복이야.”소요공이 웃었다. “그렇긴 하네요.”다들 모이자 다시 앞으로 나갔다. 도장에 도착하니 날이 이미 상당히 저물어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중이라 해와 달이 동시에 하늘에 걸친 모습이 상당히 아름다웠다.모두 무심하게 하늘을 감상하고 도장의 도사와 인사를 나눈 뒤 경호로 갔다.해질녘 경호는 경치가 각별했는데 푸른 호수는 마치 짙고 푸른 옥 같고, 소용돌이는 옥에 있는 문양 같았다. 소용돌이 하나씩 원을 그리다가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휘

  • 명의 왕비   제 2749화

    하지만 원래 두 시간이면 가만히 마음의 슬픔을 다독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서로 손을 맞잡고 도장에 올라가는데 두 시간은 말 그대로 참혹한 고문이였다. 도장에는 밥과 반찬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우문호는 한 입도 먹지 않고 원경릉도 먹지 않았다. 사실 앉아 있는 사람 모두 안풍친왕 부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식욕이 없었다.안풍친왕 부부는 마파람에게 눈 감추듯 금방 다 먹더니 일어나서 나갔다.삼대거두는 몇 숟갈 뜨다 말고 서일과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나갔다. 남겨진 다원 부부(다섯째 우문호와 원경릉 부부)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봤는데, 짜증나긴 했지만 해야 할 말은 이미 다 해서 더 말해봤자 잔소리밖에 안 됐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점심을 별로 먹지 않았는데 저녁도 거의 먹지 않아 걱정이 되어 애써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나랑 같이 밥 제대로 먹자.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우문호가 알았다고 하며 젓가락을 들었으나 두 손이 떨리고 눈시울이 빨개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아무 말이나 몇 마디 주고받다가 그릇을 내려놓고 서로 마주보았다. 그리고 우문호가 식탁에 손을 뻗어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속삭였다. “나랑 같이 도장 신선에게 참배하러 가자.”그러자 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함께 일어나 길잡이 아이를 따라 이곳에 봉납되어 있는 모든 신선에게 참배했다. 우문호는 아주 경건하게 향을 피우고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길잡이 아이가 요구한 모든 규칙을 하나도 빠짐없이 따라했다.우문호는 이미 손 쓸 방도가 없었다. 그저 신불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으며 이 도장에 봉납되어 있는 신선 중에 진짜 신선이 있으면 저들이 안전하게 그쪽에 도착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보호해 달라고 빌었다.원래는 우문호와 원경릉만 같이 참배하려 했으나 밖에서 불안하게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도 전부 들어와 같이 참배하고 아빠가 꿇어앉으면 자기들도 같이 꿇어앉고 아빠가 절하면 자기들도 따라

  • 명의 왕비   제 2750화

    “초 정확하게 잴 수 있지?” 안풍친왕비가 묻자 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어요!”“좋아. 다음은 제일 중요한 시공간 왜곡의 문제인데 너희들이 들어간 뒤에 어쩌면 광원 길의 교착 왜곡에 맞닥뜨릴 수 있어. 이 왜곡때문에 그 자리에서 맴돌다 보면 어쩌면 통로에 회오리바람이 불지도 몰라. 왜곡과 회오리바람이 너희들이 진행하는데 영향을 줘서 걸음을 늦출 테니 속도가 느려질 거야. 그냥 81초가 아니야. 반드시 마음속으로 암묵적으로 얼마나 오래 멈췄었는지 잘 헤아려뒀다가 그러헥 지연된 만큼 감안해서 81초를 제대로 세야 해. 이해 되지?”원경릉은 당황스러워 안색이 살짝 변했다. 정확한 초시계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초를 정확히 잴 수가 있어? 특히 멈추거나 회오리바람으로 걸음이 늦춰질 경우 남은 게 몇 초인지 확실히 셀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또 중요한 건 이 81초마저도 편차가 있어서 전후 1~2초정도에 광원이 있고 출구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그런 편차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커서 정확히 출구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0.3~0.4%에만 불과했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안색이 변한 것을 보고는 걱정이 되어 물었다. “자신 있지?”원경릉은 초조한 우문호의 눈빛을 보며 답했다. “최선을 다해야지.”그때 찰떡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원경릉의 다리를 꽉 안았다. “엄마, 제가 세는 거 도와드릴게요. 저도 엄마를 도울 수 있어요.”“네가? 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겠어?” 원경릉이 깜짝 놀라 물었다. 안풍친왕이 입을 열었다. “소용돌이 안에서 사람을 볼 수 있기만 하면 소리를 전할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가 보는 건 네가 보는 것과 같아서 왜곡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 그래도 우리는 일련의 과정과 모든 광원의 통로를 다 볼 수 있어. 따라서 약간은 널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지만 정확한 시간은 우리도 몰라. 왜냐하면 너희들이 들어간다는 건 우리와 시공간이 달라져 시간적 지연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시간은 스스로 직접 파악해야 해

  • 명의 왕비   제 2751화

    아이들도 원경릉을 둘러쌓는데 긴장한 모습이 한가득이었다.그러자 원경릉이 눈물을 꾹 참고 그들을 다독였다. “걱정하지 마, 우리는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 아빠랑 잘 기다리고 있어.”우문호는 일시에 원경릉의 책임이 너무도 막중해 진 것을 알고 정신줄을 놓을 수 없었다. 슬픔과 눈물을 가까스로 견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꼭 조심하고. 만두에게 언제든 가보라고 해서 당신이랑 서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다행이네.” 우문호는 원경릉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고 조금의 문제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듯 결심에 찬 말투로 말했다.“응, 당연하지!” 원경릉은 우문호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 모습을 가슴에 깊이 새겼다.“자, 준비하자!”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안풍친왕의 얼굴에도 그제서야 한줄기 측은함이 번졌다.둘은 천천히 떨어져, 원경릉은 다시 우문호와 아이들을 한 번씩 바라보더니 호숫가에 섰다.소용돌이는 호숫가에서 대략 5~6m 거리에 있어 소요공과 태상황은 스스로 뛰어내릴 수 있지만 원경릉과 주재상은 누군가가 꼭 도와줘야 한다. 또한, 비록 시간 차는 호수에 뛰어내린 뒤 다시 조정해야 하지만 차이를 1초 이내로 통제해야 한다.“기억해, 우리가 세는 81초는 너희들의 한 걸음씩이야.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0.5m 간격을 반드시 지켜. 0.5m는 이렇게......” 안풍친왕은 스스로 보폭을 0.5m에 맞춰 걸으며 먼저 시범을 보여주었다. 주재상은 볼 수 없었지만 모두가 잡아서 이끌어 주었다.“준비됐나?” 안풍친왕비가 네 사람에게 묻자 넷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재상과 태자비가 먼저 뛰어내리니 태자가 데리고 가도록. 그리고 소용돌이에 도착한 뒤에는 반드시 바로 손을 놔야 해. 태자, 수면을 스치며 지나야지, 절대로 물에 발을 담가서는 안 되고. 할 수 있겠나?”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습니다!”“좋아, 여섯째, 십팔매. 두 사람은 태자비가 움직인 직후 바로 움직이도록. 동시에 입수할 수 없더라도 최대한 간격을 좁혀야

  • 명의 왕비   제 2752화

    주재상과 원경릉이 막 뛰어 내리자마자 소요공과 태상황도 곧바로 뛰었다. 이렇게 첫 번째 난관은 다행히도 아주 잘 통제되어 소용돌이가 빠르게 돌더니 순식간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넷이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전에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기류가 몰아쳐 왔다. 넷은 자세를 바로 하고 기류를 떠받쳤으나 어디로 가야 차마 갈피를 잡지 못했다. 바로 그때 안풍친왕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가, 얼른! 한 걸음, 한 걸음 초를 세면서!”네 사람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서로 손을 잡은 뒤 앞으로 나아갔다. 한 걸음, 두 걸음, 1초, 2초…그때 불꽃이 흩어지듯 순식간에 빛이 반짝이며 지나가고 한줄기 왜곡된 길이 보였다가 곧바로 다시 칠흑 같은 어둠이 지속되었다. 네 명의 심장 뛰는 소리가 북소리처럼 울리는 가운데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행여 보폭을 잘못 잡을까 봐, 초를 잘못 셀까 봐, 두 손에 손을 꼭 잡고 실패할까 봐 모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한 13걸음 정도 걸었을 때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덮쳐와 네 명의 다리와 얼굴을 강타했다. 칼날 같은 바람에 피부가 아프고 바람에 밀려 몇 걸음 뒤로 후퇴하는 바람에 모두 당황했다. 얼른 초를 거꾸로 세려다가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방금 뒤로 밀려나갈 때 몇 걸음이나 물러섰는지 그래서 남은 거리는 대체 얼마나 되는지 갈피를 못 잡아서였다.참고할 수 있는 지형지물이 없는 지금 계속 앞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는데 갑자기 만두 소리가 들렸다. “엄마, 방금 보폭으로 가면 아직 76초 남았어요.”그러자 원경릉은 심기일전해서 재빨리 76초부터 다시 세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안풍친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다시 밀려나는 바람에 착오가 있어서 적어도 2초 정도는 차이가 날 거야. 나를 믿고 지금부터 74초를 세면 된다.”원경릉은 얼른 다시 초수를 조정했다. 당황스러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자 대뇌가 마치 슈퍼컴퓨터가 된 것처럼 순식간에 회오리바람의 저항력과 시공간의 역류를 고려해 이동한 초와 전진 속도에 따른

  • 명의 왕비   제 2753화

    우문호는 원경릉을 보낸 뒤 얼른 호숫가로 돌아와 눈도 깜박하지 않은 채 숨죽이고 있었다. 심장이 금방이라도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우문호에겐 81초란 개념이 있었으므로 마음속으로 따라서 셌다. 안풍친왕이 그들에게 주의를 줄 때나 찰떡이가 얘기할 때 우문호는 심장이 정말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정신이 붕괴되기 일보 직전 상태였으나 안풍친왕과 아이들이 그들을 지켜보는데 자신이 방해되어 실수라도 할까 봐 차마 이름조차 부르지 못했다.81초가 지난 뒤에 안풍친왕이 걱정하며 말했다. “나갔어? 나간 거지?”만두가 답했다. “나갔어요. 그런데 맞나요?”모두 고개를 흔들며 찰떡이가 말했다. “몰라, 똑똑히 못 봤어… 빛이 너무 빨랐고 녹색 점이랑 붉은 점은 하나도 안 보였어.”그러자 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못 봤어? 너희들한테 보이는 거랑 저들에게 보이는 게 같은데.. 그럼 저들도 못 봤다는 거 아니야?”안풍친왕이 위로했다. “일단 걱정하지 말자. 재상이가 봤다는 말을 들었으니 문제없을거야.”하지만 우문호는 이미 울상이 되었다. “주재상은 아무것도 못 보는데 그 사람이 대체 어떻게 봐요…?”그제서야 모두 깨닫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주재상은 실명해서 볼 가능성이 그 중 가장 없는 사람이었다.우문호가 다급한 마음으로 답 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마구 묻기 시작했다. “그럼 도착한거예요, 못한거예요? 잘못간거 아닌가요? 잘못 갔으면 어떡합니까? 거기도 경호가 있겠죠…?”아이들은 원래 침착한 편이었는데 우문호가 이렇게 말하니 그들도 당황스러운지 일제히 안풍친왕 부부를 쳐다봤다.안풍친왕비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일단 돌아가서 천천히 기다려 보자. 순조롭게 도착했으면 그쪽에서도 바로 통지가 올 거야.”우문호는 전신에 힘이 다 없어진듯 호숫가 바위에 걸터앉아 실성한 사람처럼 바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안풍친왕이 이 모습을 보고는 우문호를 잡아끌었다. “바보 같은 생각은 하지도 마. 네가 뛰어내리는 건 조금도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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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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