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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1021 - 챕터 1030

3213 챕터

제 1021화

희상궁의 감기원경릉이 그 문제를 물어보려는 순간 사식이가 들어와 말을 멈췄다.사식이가 ”태자비마마, 희상궁이 저한테 가서 약 좀 가져 오래요.”“무슨 약?” 원경릉이 물었다.사식이가 “희상궁이 계속 재채기를 하고 콧물을 흘려요, 희상궁 말이 언니 약은 효과가 빠르니 가서 가져오라고.”원경릉이 놀라며, “정말 아프셔?”사식이가 “누가 이런 걸로 거짓말 해요? 오늘 희상궁을 못 보셨죠? 아파서 그런 거예요.”“난 또 다른 일로 바쁘신 줄 알았지. 내가 가서 좀 볼 게.” 원경릉이 일어나 병풍 뒤에서 약상자를 꺼내 사식이, 만아와 같이 희상궁에게 갔다.희상궁은 방에서 침대에 모로 누워 쉬고 있는데 기침 소리가 들렸다.“어머나,” 원경릉을 보고 희상궁이 얼른 땅에 엎드리며, “어찌 태자비 마마께서 직접 오셨습니까?”원경릉이 희상궁을 부축하며, “됐어요, 희상궁은 누워요, 환자가.”희상궁이 웃으며 “괜찮아요, 무슨 대단한 병도 아니고 아마 이틀전에 옷이 젖었을 때 감기가 들었나 봅니다. 하여간 나이가 들면 쓸모 없다니 까요, 별 일 아닙니다.”원경릉이 희상궁의 손바닥과 이마를 만져보더니 꽤 뜨겁다. “열나네요, 콧물이랑 재채기 말고 또 어디가 불편해요?”“전신에 뼈마디가 쑤시고 오한이 들어요.” 희상궁이 말했다.원경릉이 체온을 재어보니 39도라서 “해열제를 지어드릴 게요, 우선 열부터 떨어뜨리도록 해요. 물 많이 드시고, 있다가 좁쌀 죽 끓여드리라고 할 테니 죽 드시고 약 드세요. 만약 그래도 불편하면 저한테 얘기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예, 태자비 마마 걱정 마세요, 괜찮아요.” 희상궁이 오히려 원경릉을 위로했다.원경릉이 희상궁에게 “희상궁, 오늘 태자 전하께서 주재상과 상의할 일이 있으니 오시라고 했는데 재상이 오지 않으셨거든요. 그래서 희상궁이 아프다고 하라고 제가 태자에게 귀띔했어요. 그런데 희상궁이 정말 아플 줄이야. 진짜 이 놈의 입이 방정이예요.”희상궁이 웃으며 “그게 태자비 마마와 무슨 상관이라고요? 나이가 많으면 아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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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22화

주국공과 소요공은 왜 원수가 되었나?주재상은 우문호가 이걸 물을 줄 알았다는 듯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몸을 뒤로 젖히더니 손에 찻잔을 든 채 천천히 찻잔 뚜껑으로 차거품을 걷어내며 기억에 잠겼다. 웃음기 어린 입꼬리로 “이 일은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저 웃어 넘길 수준이지만, 두 사람은 당시에 고집 센 풋내기여서 한 걸음도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 바람에 결국 지금의 화해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우문호가 “그럼 도대체 어떤 일이었습니까? 듣기론 두 분이 절친이셨다고 하던데, 그 지경에 이르도록 싸운 게 작은 오해 때문일 수 있을까요?”주재상이, “당시 둘은 회안(淮安)에서 비적을 토벌했습니다. 사실 비적 토벌은 원래 주국공의 임무였지요. 그런데 마침 소요공이 그 일대를 지나다가 주국공을 찾아가서 술을 얻어 마시게 되었습니다. 비적토벌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닌데 비적이 숨은 위치가 후미져서 공격이 쉽지 않았지요. 주국공은 산길을 막고 비적들의 군량을 끊어 독 안의 쥐를 만들겠다는 작전이었습니다. 두 사람 술자리에서 이 비적 토벌 건을 얘기하는데, 소요공이 듣기에 비적은 고작 이백 명 뿐으로 주국공의 오백명 군사가 공격은 하지 않고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길 마냥 기다리고 있으니 낭비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요공은 술기운을 빌려 혼자 산에 올라가서 비적을 섬멸하겠다고 했지요, 주국공도 반쯤 취해서 칼을 빼 들고 소요공과 같이 갔습니다. 단 둘이 술기운에 산을 오른 거지요, 병졸 하나 없이 말입니다.”주재상이 여기까지 말하더니 잠시 멈추고 헤벌쭉하게 웃더니 차를 한 모금 마셨다.정정 대장군이 주재상의 얘기를 듣고 상당히 놀라며, “당시 주국공과 소요공은 모두 대장 아니셨습니까? 어떻게 그렇게 무모하실 수가?”주재상이 “맞습니다, 그 때 두 사람은 이미 명성이 자자했지요. 하지만 술과 놀이에 일생을 탕진하는 소요공은 용맹하고 무공이 강했으며, 책략이 뛰어난 주국공이 합류했으니 두 사람은 전장을 풍미했습니다. 비적을 토벌하던 그때 주국공은 소요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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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23화

주국공 공략법우문호가 눈을 크게 뜨고, “주재상께선 언제부터 이렇게 말수가 많아 지졌습니까? 아주 수다쟁이가 되셨군요. 지금 모습이 재상이란 직분과 맞다고 느끼십니까?”주재상이 우문호에게 눈을 흘기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주국공이 아내를 목숨처럼 사랑한다는 건 들어 알고 계시지요? 그 부인이 3년전 병으로 쓰러졌습니다. 만약 태자비 마마께서 부인의 병을 낫게 하실 수만 있다면 전하께서 주국공을 손자로 대한다고 해도 그러겠다 할 판인데, 전하의 정치적 의견을 지지하는 건 일도 아니지요.”우문호가 이 얘기를 듣고, “주국공의 부인은 무슨 병입니까?”“모릅니다, 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어의를 보내신 적이 있는데 낫게 하지 못하고 듣기론 병명조차 알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우문호가 낙심해서, “병의 원인도 모르는데 원 선생에게 어떻게 치료해보라고 하겠습니까? 굳이 남의 집을 찾아가서 치료 못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더 사람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게 아닙니까?”“그래도 해보는 수밖에요. 만약 치료를 못해서 사이가 나빠져도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없지 않습니까.” 주재상이 말했다.우문호가 생각해보더니 이것도 기회라면 기회다. 이 일은 우선 원 선생과 상의해 봐야겠다.우문호는 눈늑대와 소요공 사부의 일이 생각나서 묻는 김에 “맞아요, 주재상, 소요공 사부 일 아십니까? 소요공께서 당신 사부님이 무슨 늑대족 사람이라며 우리 떡들에게 눈늑대 세 마리를 보내셨는데 정말 기이한 것이 심지어 주인도 알아본다고 하니 특별한 것이 도리어 걱정 됩니다.”주재상의 안색이 순식간에 공손해 지며, “알지요, 루신(落神)이지 않습니까, 그녀는 늑대족의 젊은 지도자로 그녀가 기른 눈늑대는 충성심이 지극해 주인을 지킵니다. 태자 전하께서는 마음 푹 놓으세요. 이건 큰 예물로 평생을 두고 도움이 될 겁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원해도 구할 수 없는 거지요. 아마 태상황 폐하를 봐서 증손자들에게 주신 걸 겁니다.”“정말 입니까?” 우문호가 주재상의 이 말을 듣고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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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24화

주국공 부인의 병세주재상이 우문호의 반응을 보고 바보랑 말을 섞지 말아야지 마음 먹고 잔을 내려 놓더니 희상궁을 찾아 갔다.우문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진정정을 보고, “내가 잘못 말한 거야?”대장군은 보고 들은 식견이 넓고 대주에는 기인이나 이상한 일도 많은 관계로 조심스레 추측하길, “이 늑대족 젊은 지도자라는 게 사람임에 틀림없어.”“사람이 어떻게 늑대무리를 이끌 수 있지?” 우문호가 믿지 않았다.대장군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지, 어떤 지방에는 새를 부리는 술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거든.”“새를 부리는 술법? 그런 것도 있어?”대장군이 웃으며 “새를 부리는 술법은, 모든 새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새를 자신의 병마로 삼는 거야. 생각해 보니 아마도 이 늑대족 젊은 지도자도 같은 부류가 아닐까 싶어, 늑대족 젊은 지도자가 늑대 무리를 지배하니 늑대는 그의 병마라 할 수 있지. 그런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들이 날 건드리지 않으면 자신도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거든. 그들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그들은 신통력이 있어서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아.”우문호가 놀라며, “그럼 만약 두 나라가 승부를 겨루면 그들은 늑대무리나 새들로 우리 병사들을 대적하거나, 심지어 큰 능력의 소유자가 국가간 전쟁에 참여하면 대적할 자가 없는 거 아닌가?”대장군이 손을 저으며, “아냐, 절대 그럴 리 없어, 큰 능력이 있으면 큰 제약이 따르는 법이니까.”“그건 금시초문인데.” 우문호가 상당히 흥미를 보이며, “그런 큰 능력자를 아는 거 아냐?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나한테도 꼭 소개해줘.”“한 두 명 알아, 소개하고 말고.” 대장군이 말했다.“약속했다!” 우문호가 즐겁게 말했다.우문호가 조어의를 찾아 가서 주국공 부인이 도대체 무슨 병인지 물었다.조어의가 “부인은 원판 대인께서 직접 치료하러 가셨던 건으로, 구체적으로 말씀은 안 하셨지만 소신이 대신 여쭤 볼 수 있습니다.”우문호가 “그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조어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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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25화

주국공 부인이 석림?“원판은 뭐라고 진단했다고 하던가?” 원경릉이 물었다.조어의가 “석림(결석)이 분명하다고 판단해 원판은 기혈을 풀어주고 혈행을 돕는 처방을 내려 처음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저 진통처방에만 의존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국공부인은 신장이 상당히 심각하게 손상되신 상태로 단순하게 진통처방을 써서도 안되는 것이 심장과 신장을 상하게 할 지 모르고 위에 열이 있고 음허(陰虛)한 상태라 더욱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석림은 사실 큰 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석림의 고통으로 죽기 일수지요. 원판 말로 노부인이 또 발병하셔서 오늘 아침 일찍부터 통증이 시작되어 아직도 좋아지지 않으셨다고 합니다.”원경릉이 약간 고개를 끄덕이며, 석림은 신장 결석으로 아프기 시작하면 정말이지 죽을 정도로 아프다. 하지만 한방에도 신장 결석을 치료하는 처방이 많고, 현대 사람들 중에서도 한약을 복용해 결석의 돌을 빼내기도 하는데 어떻게 원판이 내린 처방이 소용없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석림이라고 진단을 했다고 하니 돌을 빼내는 처방을 써 봤다고 하던가?” 원경릉이 물었다.조어의가 “어찌 안 써봤겠습니까? 여러 번 써봤지요. 하지만 돌을 배출하는 처방은 환자가 뛰어올라서 돌이 떨어지게 하는 것인데 노부인이 연로하시니 어디 뛰실 수가 있나요? 이 처방약을 계속 복용하시면 배출이 위주라 양기가 상하게 되어 갈수록 약해지시지요. 듣기로 어제는 혈뇨를 보셨고 오늘은 배뇨를 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원판이 아침 일찍 갔으니 아마 지금쯤 돌아왔을 시각입니다.”“고작 석림이 그렇게 심각한가?” 원경릉이 의아해 했다.조어의가 원경릉의 이 말을 듣고 눈이 커지며, “고작 석림이라니요, 태자비 마마, 석림이 큰 병인 것은 아십니까? 석림에 걸리면 사는 게 죽느니만 못합니다. 방금 소신이 아파서 죽고 싶다고 한 것은 고통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소립니다. 오죽하면 벽에 부딪혀 자진하려고 하겠습니까?”원경릉은 약간 놀랐다. 신장 결석은 한의학으로 치료 효과가 꽤 괜찮은데.원경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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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26화

적위명과 원경릉주국공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문지기가 원경릉의 신분을 안 덕분에 들어가서 통보한데다 조어의를 데리고 가서 다소나마 환영을 받았다.주국공부에 들어서니 안은 고요하게 적막에 쌓여 있고 하인들도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걸어 정적만이 감돌았다.원경릉과 조어의가 본관으로 맞아들여 졌다. 본관엔 주씨 집안 사람들이 가득 있고 적위명과 부인도 있어서 원경릉을 보고 두 사람과 다른 사람이 일시에 일어나 예를 취했다.원경릉이 작은 소리로 일어서시라고 하고 좌중을 보니 이상하다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보는데 아마도 원경릉이 무슨 꿍꿍이로 왔나 의심하는 듯 했다.이때 적위명이 “태자비 마마 자상하십니다, 이렇게 직접 병문안 오시 다니요, 이건 태자 전하의 마음이지요? 태자 전하는 참으로 마음씀씀이가 너르십니다.”적위명의 이 말은 비꼬는 말로 원경릉이 태자의 명을 받들고 와서 수작을 부린다는 뜻이다.그래서 적위명의 이 말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그런 거군’ 하는 표정을 드러냈다.이상할 일도 아닌 게 지금 태자가 옹립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정되지 않은데다 막 정치적 의견을 내고 여기저기서 지지를 끌어 모으는 중인데, 주국공에게 턱 막혔으니 와서 비위를 맞추는 것도 당연하다.자연히 그들이 원경릉을 바라보는 시선이 오만한 게 마치 원경릉이 무슨 부탁이라도 하러 온 것 같다.원경릉은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알아챘다. 북당의 권력이 표면적으론 황제에게 집중되어 있어 보이지만 실실적으로 그렇지 않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북당에는 내각이 있고 내각은 재상이 우두머리다. 이 내각이란 것은 장식이 아니라 황권을 억제해 균형을 잡는 기관으로 많은 국가 대사가 내각에서 상의가 이뤄진 후 황제에게 상소가 올라가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내각은 당연히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없으며 황제도 마찬가지다.그래서 어떨 때는 황제가 뭔가를 할 때 대신들의 안색을 살피지 않을 수 없고, 태자는 말 할 것도 없다.주국공은 북당의 원로 대신으로 지금까지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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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27화

거절당하는 원경릉적위명은 은근히 까인 것 같아 표정이 굳어졌으나 명성이 자자한 조정 대신이 어디 원경릉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괴롭힐 수 있을까?주씨 집안의 장자 주후덕(朱厚德)은 진통제가 있다는 말을 듣고 얼른 나와 예를 표하며, “태자비 마마, 소신 주후덕으로 주씨 집안의 장자입니다. 태자비께서 어머님 병문안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진통제가 있으시다고요? 약효는 어떻습니까?”주후덕은 나이가 대략 오십이 넘었고 체격이 딱 벌어지게 생긴 게 후덕하다는 이름과 들어맞았다.원경릉이 주후덕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약효는 있지만 부인의 상황을 봐야 합니다.”주후덕이 난감하다는 듯이 “그게…… 기왕 약을 가지고 오신 거면 소신에게 주시고 어떻게 복용하는지 알려주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어머님은 지금 병상에서 계시고 통증이 심하셔서 손님을 대하기 어렵습니다.”“하지만 부인을 뵙지 않으면 제가 복용량을 조절할 수 없습니다.” 원경릉이 말했다.이때 비단 옷을 입은 부인이 일어섰는데, 나이는 대략 오십 전후에 생긴 것이 적위명의 부인과 닮은 것으로 보아 부인의 자매임이 분명했다.그녀가 원경릉에게 나와 예를 취하고, “주씨 태자비를 뵙습니다, 우선 어머님께 관심을 쏟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의술에 정통 하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와 주시니 어머니께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아버지께서 지금 어머님 곁을 지키고 계시며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십니다. 말씀드렸다가 성질이라도 부리시면 태자비 마마께 죄를 짓게 되니 정말 마음이 있으시면 약을 주시고 효과가 있으면 제가 반드시 찾아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원경릉은 그녀가 자신을 ‘주씨’라 칭하는 것을 듣고 틀림없이 주국공의 딸이며, 다른 사람들을 다시 보니 대부분 아들이나 손자 뻘인데 들어가지 못하고 다들 여기 있는 것이 주국공이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구나 싶다. 곧 준비해온 진통제와 위장약을 꺼내 “이 두 알 중 한 알은 위장약이고 한 알은 진통제입니다. 위장약은 공복에 드시고 복용하신 후 조금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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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28화

극한의 고통원경릉의 추측이 틀리지 않아 주씨 집안에서 국공부인에게 약을 드리지 않았으나 전부 추측과 같은 건 아닌 게 심지어 약이 주국공의 손에는 건네 지지도 않고, 원경릉이 간 뒤 적위명의 부인이 태자비는 음흉한 사람이라 본심을 헤아리기 어려우니 믿을 수 없다고 했다.주씨 집안이 비록 지금 어떤 입장을 취한다고 할 순 없지만 안왕이 자기 사람이고 안왕과 태자가 암암리에 서로 다투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어서 태자비가 이번에 호의로 와서 약을 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 수 없다며 함부로 약을 드리지 못했다.적위명이 주씨를 시켜 약을 버리라고 했는데 주씨는 알았다고 하고 마침 화장실 가는 길이니 화장실에 버리고 오겠다고 했는데 막상 가서 한참을 생각해 보니 역시 약을 잘 숨겨두자 싶어 적위명의 말 대로 하지 않았다.저녁이 되어 국공부인의 통증이 심해져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곁을 지키는 주국공에게: “전 이제 기름을 다한 등잔대라 바싹 타 들어 갔어요. 당신이 한번에 해결해서 제가 편히 갈 수 있게 해 주세요.”주국공이 입술을 매만지며 고통을 극도로 억누르고 있는 부인에게 온몸을 기울였다. 주국공이 혼자 부인을 지키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인의 이런 모습을 보면 누구든 가슴 아플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주국공은 지그시 국공부인의 어깨를 누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조금 만 참자, 곧 지나갈 거야, 전에 몇 번도 그랬잖아, 지나가면 괜찮아.”국공부인이 힘껏 주국공의 손을 그러쥐자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는데 견딜 수가 없다. 부인은 품성이 강인하지만 지금은 고통을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트리고 눈물이 눈가 주름에 고였다, “이번은 못……견뎌요, 또 다음이 있잖아요, 사실 무서워요, 제 목숨은 다했어요.”주국공은 그녀가 우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는데 부인이 울자 온몸에 힘이 빠지며 중얼거리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당신이 이 생에 좋은 일을 얼마나 많이 하고, 갈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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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29화

주국공의 고집적위명이 한걸음 앞으로 나오더니 목소리를 깔고: “장인 어르신, 잊지 마십시오, 태자와 소요공이 아주 친밀하게 왕래하니 소요공이 태자비를 시켜 약을 보내지 않았을 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이 약엔 독이 있을 겁니다.”주국공이 더욱 안심하며 콧방귀를 뀌더니 “소요공 그 늙은이는 싸워도 나랑 싸우지, 자네 장모는 존중하네. 만약 그 늙은이가 보낸 거면 이 약은 먹어도 걱정 없어.”적위명은 불쾌했지만 장인 앞에서라 표현할 수 없었다.소주씨가 이 말을 듣고 얼른 일어나 약을 가져가다 주국공의 손바닥에 놓고 “태자비가 이 약은 두 종류인데 한 알은 위약으로 우선 위약을 먹고 미음을 약간 마신 뒤 다른 한 알 진통제를 먹으라 했습니다.”주국공이 우선 미음을 가져오라고 시키고, 국공부인을 부축해 일으켜 위약을 먹였다.국공부인은 태자비가 약을 보내왔다는 말에 마음이 놓여서 주국공의 소매를 당기며 힘없는 목소리로 “태자비 마마는…..좋은 사람이에요, 백성을 구했으니 믿을 수 있어요.”위약을 먹고 잠시 후 국공부인은 억지로 미음을 먹고 다시 진통제를 먹었다.약을 먹은 뒤 사람들이 그녀 곁에서 자꾸만, “좀 나아졌습니까?” 물어 댔다.국공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눈을 감고 있었으나 방금처럼 그렇게 몸을 옹송그리지 않았다.대략 차 한잔 마실 정도 시간이 지난 후 국공부인의 호흡이 천천히 안정되며 잠에 빠졌다.주국공이 침대 곁에 앉아 부인 이마에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정리해 한 뒤 주후덕에게 분부하길, “큰 애야, 네가 직접 초왕부에 가서 태자비를 모셔오너라, 태도는 공손히 하고 오지 않으시면 너도 올 필요 없다.”적위명이 한숨을 쉬며, “장인 어르신 소요공의 계책에 당하시는 겁니다.”주국공이 눈을 번뜩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제 아무리 큰 일도 네 장모만큼 중한 일은 없다.”적위명이 줄곧 유감스러운 건 소요공처럼 장인도 조정과 초야에 권력을 가진 어르신으로서 자신과 같은 줄에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주국공의 말에 불만이었지만 꾹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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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30화

주국공을 찾아온 원경릉과 우문호적위명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장인의 성격을 알아서 만약 다시 거스르고 맞서면 장인은 거꾸로 할 것이 틀림없고 그렇게 되면 장인이 자신의 큰 적이 되고 만다.이렇게 오랜 세월 장인을 끌어들이려고 애를 썼지만 안 됐고 지금 눈 앞에서 우문호쪽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을 보니 적위명은 내심 상당히 불편했다.그래서 적위명은 가지 않고 남아서 상황을 지켜 보기로 했다.원경릉은 늦은 밤에 불려 왔는데 이번엔 태자비가 밤에 나서는 거라 우문호가 남편 된 도리로 따라왔다. 안전하지 않다고!북당의 태자가 태자비를 위해 약상자를 들고 주국공의 저택에 왔다.적위명이 태자도 왔다는 얘기를 듣고 싸늘하게 “장인 어르신, 보세요 사위가 잘못 본 게 아니죠? 태자는 분명 틈을 노릴 겁니다.”주국공이 화가 나서 “만약 네 장모를 살릴 수만 있으면 태자의 요구에 응하면 좀 어떠냐? 넌 오늘밤 왜 이리 말이 많아? 가라고 해도 안 가고 여기 죽치고 있으면서 내 복장을 긁어”주씨 집안 사람이 주국공을 달랬다. 적위명 대장군이 위세를 떨친 지 수년이 되었고 지금 귀영위의 통수권자로 주씨 집안 사람들이 전부 떠받들며 감히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데 주국공만 여전히 적위명을 당시 풋내기때처럼 질책을 했다.모두가 적위명이 고집이 세고 자기 멋대로 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안다. 적위명도 자꾸 혼내면 반발심이 생기는 법이다. 주국공은 나이가 많아 적위명을 누를 수 없는데 결국 자기가 기르는 개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 주씨 집안의 업보라면 업보다.주후덕이 우문호와 원경릉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나와서 맞이하는데 희상궁은 아직 몸이 불편하고 머리가 어지러워 같이 오지 않았다.우문호는 몇 번을 왔으나 주국공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 원경릉 덕에 주국공이 정식으로 우문호에게 엎드려 절하는 예를 취했다. 당시 태자에게 엎드려 절하는 예가 없었으니 그간의 공백을 벌충하는 의미라고 볼 수 있었다.주국공이 무릎을 끓자 주씨 집안 사람은 전부 꿇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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