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고통원경릉의 추측이 틀리지 않아 주씨 집안에서 국공부인에게 약을 드리지 않았으나 전부 추측과 같은 건 아닌 게 심지어 약이 주국공의 손에는 건네 지지도 않고, 원경릉이 간 뒤 적위명의 부인이 태자비는 음흉한 사람이라 본심을 헤아리기 어려우니 믿을 수 없다고 했다.주씨 집안이 비록 지금 어떤 입장을 취한다고 할 순 없지만 안왕이 자기 사람이고 안왕과 태자가 암암리에 서로 다투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어서 태자비가 이번에 호의로 와서 약을 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 수 없다며 함부로 약을 드리지 못했다.적위명이 주씨를 시켜 약을 버리라고 했는데 주씨는 알았다고 하고 마침 화장실 가는 길이니 화장실에 버리고 오겠다고 했는데 막상 가서 한참을 생각해 보니 역시 약을 잘 숨겨두자 싶어 적위명의 말 대로 하지 않았다.저녁이 되어 국공부인의 통증이 심해져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곁을 지키는 주국공에게: “전 이제 기름을 다한 등잔대라 바싹 타 들어 갔어요. 당신이 한번에 해결해서 제가 편히 갈 수 있게 해 주세요.”주국공이 입술을 매만지며 고통을 극도로 억누르고 있는 부인에게 온몸을 기울였다. 주국공이 혼자 부인을 지키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인의 이런 모습을 보면 누구든 가슴 아플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주국공은 지그시 국공부인의 어깨를 누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조금 만 참자, 곧 지나갈 거야, 전에 몇 번도 그랬잖아, 지나가면 괜찮아.”국공부인이 힘껏 주국공의 손을 그러쥐자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는데 견딜 수가 없다. 부인은 품성이 강인하지만 지금은 고통을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트리고 눈물이 눈가 주름에 고였다, “이번은 못……견뎌요, 또 다음이 있잖아요, 사실 무서워요, 제 목숨은 다했어요.”주국공은 그녀가 우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는데 부인이 울자 온몸에 힘이 빠지며 중얼거리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당신이 이 생에 좋은 일을 얼마나 많이 하고, 갈 곳
주국공의 고집적위명이 한걸음 앞으로 나오더니 목소리를 깔고: “장인 어르신, 잊지 마십시오, 태자와 소요공이 아주 친밀하게 왕래하니 소요공이 태자비를 시켜 약을 보내지 않았을 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이 약엔 독이 있을 겁니다.”주국공이 더욱 안심하며 콧방귀를 뀌더니 “소요공 그 늙은이는 싸워도 나랑 싸우지, 자네 장모는 존중하네. 만약 그 늙은이가 보낸 거면 이 약은 먹어도 걱정 없어.”적위명은 불쾌했지만 장인 앞에서라 표현할 수 없었다.소주씨가 이 말을 듣고 얼른 일어나 약을 가져가다 주국공의 손바닥에 놓고 “태자비가 이 약은 두 종류인데 한 알은 위약으로 우선 위약을 먹고 미음을 약간 마신 뒤 다른 한 알 진통제를 먹으라 했습니다.”주국공이 우선 미음을 가져오라고 시키고, 국공부인을 부축해 일으켜 위약을 먹였다.국공부인은 태자비가 약을 보내왔다는 말에 마음이 놓여서 주국공의 소매를 당기며 힘없는 목소리로 “태자비 마마는…..좋은 사람이에요, 백성을 구했으니 믿을 수 있어요.”위약을 먹고 잠시 후 국공부인은 억지로 미음을 먹고 다시 진통제를 먹었다.약을 먹은 뒤 사람들이 그녀 곁에서 자꾸만, “좀 나아졌습니까?” 물어 댔다.국공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눈을 감고 있었으나 방금처럼 그렇게 몸을 옹송그리지 않았다.대략 차 한잔 마실 정도 시간이 지난 후 국공부인의 호흡이 천천히 안정되며 잠에 빠졌다.주국공이 침대 곁에 앉아 부인 이마에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정리해 한 뒤 주후덕에게 분부하길, “큰 애야, 네가 직접 초왕부에 가서 태자비를 모셔오너라, 태도는 공손히 하고 오지 않으시면 너도 올 필요 없다.”적위명이 한숨을 쉬며, “장인 어르신 소요공의 계책에 당하시는 겁니다.”주국공이 눈을 번뜩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제 아무리 큰 일도 네 장모만큼 중한 일은 없다.”적위명이 줄곧 유감스러운 건 소요공처럼 장인도 조정과 초야에 권력을 가진 어르신으로서 자신과 같은 줄에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주국공의 말에 불만이었지만 꾹 참
주국공을 찾아온 원경릉과 우문호적위명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장인의 성격을 알아서 만약 다시 거스르고 맞서면 장인은 거꾸로 할 것이 틀림없고 그렇게 되면 장인이 자신의 큰 적이 되고 만다.이렇게 오랜 세월 장인을 끌어들이려고 애를 썼지만 안 됐고 지금 눈 앞에서 우문호쪽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을 보니 적위명은 내심 상당히 불편했다.그래서 적위명은 가지 않고 남아서 상황을 지켜 보기로 했다.원경릉은 늦은 밤에 불려 왔는데 이번엔 태자비가 밤에 나서는 거라 우문호가 남편 된 도리로 따라왔다. 안전하지 않다고!북당의 태자가 태자비를 위해 약상자를 들고 주국공의 저택에 왔다.적위명이 태자도 왔다는 얘기를 듣고 싸늘하게 “장인 어르신, 보세요 사위가 잘못 본 게 아니죠? 태자는 분명 틈을 노릴 겁니다.”주국공이 화가 나서 “만약 네 장모를 살릴 수만 있으면 태자의 요구에 응하면 좀 어떠냐? 넌 오늘밤 왜 이리 말이 많아? 가라고 해도 안 가고 여기 죽치고 있으면서 내 복장을 긁어”주씨 집안 사람이 주국공을 달랬다. 적위명 대장군이 위세를 떨친 지 수년이 되었고 지금 귀영위의 통수권자로 주씨 집안 사람들이 전부 떠받들며 감히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데 주국공만 여전히 적위명을 당시 풋내기때처럼 질책을 했다.모두가 적위명이 고집이 세고 자기 멋대로 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안다. 적위명도 자꾸 혼내면 반발심이 생기는 법이다. 주국공은 나이가 많아 적위명을 누를 수 없는데 결국 자기가 기르는 개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 주씨 집안의 업보라면 업보다.주후덕이 우문호와 원경릉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나와서 맞이하는데 희상궁은 아직 몸이 불편하고 머리가 어지러워 같이 오지 않았다.우문호는 몇 번을 왔으나 주국공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 원경릉 덕에 주국공이 정식으로 우문호에게 엎드려 절하는 예를 취했다. 당시 태자에게 엎드려 절하는 예가 없었으니 그간의 공백을 벌충하는 의미라고 볼 수 있었다.주국공이 무릎을 끓자 주씨 집안 사람은 전부 꿇어야
국공부인에 대한 처방우문호는 서두르지 않았다.기왕 돌파구를 찾았으니 늙은이가 승낙하지 않는 건 두렵지 않다.대주씨와 소주씨도 같이 따라 들어가고 주후덕과 적위명 및 다른 주씨 집안 사람들은 밖에서 우문호에게 인사했다.적위명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우문호에 대한 적의는 드러내지 않는 대신 상대도 하지 않고 주후덕과 우문호가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원경릉이 주국공, 주씨 자매와 방에 들어가니 국공부인은 아직 주무시고 곁에 시중드는 계집종이 있다.원경릉이 가서 들여다보니 국공부인이 설령 숙면을 취하고 있지만 얼굴색이 창백하고 앞머리가 푹 젖어 고통이 얼마나 사람을 괴롭혔는지 알 수 있었다.그리고 얼굴엔 가벼운 부종이 있고 손발도 그런데 살짝 눌러도 한동안 다시 튀어나오지 않았다.그런데 원경릉이 손을 뻗어 누를 때 국공부인이 깨셨다.국공부인은 잠결에 원경릉을 보고 알아보지 못해 멍하니 있자 소주씨가 얼른 나와서 “어머니, 이 분은 태자비 마마신데 어머니 병을 봐주러 오셨어요.”국공부인이 태자비라는 말을 듣고 몸부림을 치고 일어나 예를 취하려 하자 원경릉이 부인의 어깨를 누르며, “부인, 누운 채로 움직이지 마세요.”주국공이 “맞아, 당신은 누워, 방금 내가 대신 예를 갖췄어.”국공 부인이 힘없이 웃으며, “대신 예를 취해 줬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네요.”“있다면 있는 거야!” 주국공이 으름장을 놓았다.국공부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살짝 잔소리를 섞어, “난폭하게 왜 그러세요, 예의 잊으셨어요?”주국공이 고개를 흔들며 떳떳하게 큰소리로 “방금 밖에서 엎드려 절하는 예를 올렸어, 전혀 난폭하지 않았네. 못 믿겠으면 태자비 마마께 여쭤보든지.”국공부인이 빙그레 웃으며 자애롭고 따스한 얼굴빛으로 원경릉에게 “태자비 마마 언짢게 여기지 마세요, 남편이 원래 저런 성격이라 혹시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이 몸이 대신 사과 드리겠습니다.”원경릉이 미소 짓고 앉으며, “괜찮습니다 부인, 예를 취하고 사과하는데 시간 다 가겠어요. 저는 부인의 병을
결석을 치료하는 원경릉원경릉이 마음속으로 그녀가 적위명의 부인임을 알아보았으나, 오늘은 외부 사람이 많고 주씨 집안은 유전자가 강해서 서로 상당히 닮은 데다 원경릉이 오늘 자세히 볼 겨를이 없어 잘못 봤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물어본 것이다.대주씨는 “제 남편 집안은 적씨입니다.”그렇다면 틀림없다. 원경릉이 허리를 곧게 펴더니 담담하게 “대장군 부인이시군요? 원판과 어의가 와서 국공부인에게 약을 쓸 때 부인께서는 의심하고 질문하셨습니까? 부인의 태도는 어찌 이리 차이가 나는 지요?”“그건……”원경릉이 다시, “그리고, 부인은 치료할 방법이 있으십니까?”대주씨가 입을 삐죽거리며, “저에게 방법이 있었으면 벌써 했지 태자비 마마까지 번거롭게 했겠습니까?” 원경릉이 약상자를 열고 아무렇지도 않게 “방법이 없으시면 문외한이니 그저 서서 지켜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물어 대면서 시간 뺏지 마시고요. 아셨어요?”대주씨가 불쾌한 어조로 차갑게 “그렇게 말하지만 마마께서 쓰는 약을 우린 본 적도 없는데 몇 마디 좀 물어보면 안됩니까? 만약 약을 잘못 쓰거나 안 맞으면 노인이 그냥도 고통으로 힘들어 하시는 것을, 딸 된 도리로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모릅니다.”원경릉이 반문하며 “물어보실 수 있죠, 하지만 의심하고 질문하지 마세요, 원판이 와서 국공부인의 병을 봤을 때는 의심하고 물어보지 않았지만 약효가 없었고, 국공부인은 여전히 고통스러우셨습니다. 그때 뭐라고 하셨나요? 제가 드린 약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국공부인께서 제 진통제를 드신 것을 대주씨께서 직접 보지 않았습니까?”“그게 어떻게 같아요? 원판은 태의원의 수장이라 권위가 있잖아요, 그리고 진통에 대해서도 태자비 마마께서 그러지 않았나요? 잠깐일 뿐이라고. 약효가 지나면 여전히 아플 거라고요.” 대주씨가 반발하며 차갑게 말했다.원경릉이 손을 내려놓고, “그래서 제가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는 것을 반대하시나요?”대주씨는 잠시 있다가 담담한 얼굴로 “그냥 자세히 여쭤봤을 뿐입니다. 반대한다고
국공부인 치료의 대가?“예,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원경릉은 주국공이 수액이란 방식을 얘기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약물은 다릅니다. 왜냐면 병이 다르니까요.”주국공이 ‘아아’ 하더니 국공부인 곁에 앉아 가는 목소리로 “아직도 아파?”“안 아파요, 배는 좀 쑤시고 팽팽하지만.” 국공부인이 부드럽게 말하고 원경릉을 보고 감격해서 “태자비 마마 정말 감사합니다. 늙은 몸이 다시 한번 살아났습니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고, “부인, 철저하게 낫게 해야 합니다. 아직 시간이 걸려요, 감사는 그때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국공부인이 주국공을 보고, “나중에 태자비 마마께 제대로 감사인사해 주세요 아셨죠?”“알았어.” 주국공이 대답하는 모습이 말 잘 듣는 아이 같다.수액 반 병 정도 떨어진 뒤 노부인이 용변을 보고 싶다고 해서 소주씨가 얼른 와서 돕는데 화장실이 밖이라 국공부인은 아직 수액을 꽂고 있다고 원경릉이 나가지 못하게 하자 요강을 들여와서 원경릉은 잠시 자리를 피했다.잠시 후 원경릉이 다시 들어와서 “어때요?”국공부인이 표정이 한결 후련하고 편안하게 원경릉에게 고맙다고 몇 번이고 얘기했다.주국공은 이 때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낙담해서 한숨을 쉬며 국공부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런데 한숨을 쉬고 나더니 주국공의 표정이 편안해 졌다.수액이 다 들어가고 원경릉이 복용할 약을 남기고 내일 다시 오겠다고 했다.주국공이 원경릉을 본관 바깥까지 배웅하니 우문호가 둘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묻길 “어떠셔?”원경릉이 “잠시 통증은 멈췄어요, 전 내일 다시 오고요.”우문호가 주국공과 다른 사람들에게 예를 취하고, “그럼, 우린 먼저 가보겠습니다.”주국공이 당황해서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말투로, “태자 전하께서는 저와 나눌 일이 있지 않으십니까?”우문호가 놀라며, “무슨 일이지요?”주국공이 앉아서 콧방귀를 뀌며 “척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하께서 태자비 마마를 데려와 제 아내의 병을 치료하신 것은 목적이
딸을 내친 주국공과 귀신을 보는 태상황적위명이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불편했다. 게다가 이 말은 주씨 집안 사람들 앞에서 한 말이라 적위명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주국공은 아직도 적위명을 그때의 애송이로 생각하는 것이다.하지만 적위명은 장인의 성격이 욱하다는 것과 지금은 정말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조용했으나, 대주씨는 적위명을 위한답시고, “아버지,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가 있어요? 사위는 다 아버지를 위해서 저들의 계략에 당할 까봐 걱정돼서 그런 건데. 아버지는 원래 정사에 상관하지 않고 줄도 서지 않잖아요. 그런데 만약 어머니의 병을 약점으로 잡혀서 태자 쪽에 서라고 압박을 받으면 안왕 전하는 어떻게 하시려고요?”주국공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노기가 등등하여 눈을 부라리며 대주씨에게, “태자 전하와 안왕 전하가 대립하는 것이냐? 태자 전하는 황태자로 다음 대통을 이을 자인데 네 말 대로 안왕 전하가 태자와 적이면, 안왕이 역모를 꾀하는 역신이란 것을 암암리에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밤새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입으로 똥을 쌌겠지. 이 말이 만약 밖으로 새나가는 날엔 네가 안왕을 죽이는 꼴이다. 내가 안 그래도 방금 널 욕하려고 했다. 태자비께서 야심한 밤에 와서 네 어미의 병을 치료하고 있는데 감사하단 말은 일언반구도 없이 터무니없이 못살게 굴고 방해를 해,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야? 무슨 짓거리냐고 어? 알고 싶지도 않다!”대주씨가 굴욕적이란 얼굴로 길길이 날뛰며 “아버지, 딸이 아버지를 위해 생각해드렸는데 뭘 그렇게 화를 내십니까? 사위와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세요?”주국공이 매정하게 “너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 인성이 삐뚤어져도 한참 삐뚤어졌어. 너희는 필요 없다 돌아가거라.”말을 마치고 주국공은 자리를 떠나 나갔다.남은 대중들은 순간 난감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 주국공이 적위명에게 이렇게 대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밤 이렇게 불호령을 내리니 다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한편, 우문호 부부
태상황의 설사원경릉이 예하고 약상자를 들고 들어갔다.태후와 호상궁이 침전에서 시중을 들고 어의도 있다. 태상황은 침대에 누워 눈을 크게 뜨고 있는데, 두 눈에 초점이 없고 침대 맡을 보며 힘껏 손을 휘 저으며, “저리가, 과인에게서 떨어져, 내 목숨을 찾으러 온 거냐? 두 나라가 싸우는데 네가 죽지 않으면 과인이 죽어. 이건 만고불변의 법칙이 아니냐, 꺼져, 썩 꺼지란 말이다!”태후가 눈물을 흘리며 다급하게 “이런 도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누가 죽인다고 그래요? 아이고!”우문호가 와서 태후를 부축해 일으키며 다독이길 “황조모 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을 겁니다. 원 선생이 진찰하게 두죠.”태후가 눈물을 닦으며 원경릉을 흘깃 보고, “어서 와서 좀 보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뭐에 씐 건 아니겠지?”원경릉이 대답하길 “황조모 서두르지 마시고, 제가 우선 좀 볼 게요.”원경릉이 가서 보니 태상황의 피부가 건조하고 눈두덩이 깊이 패인데다 입술이 말라서 갈라진 것이 확실이 탈수 증상이다.검사해보고 어의에게 몇 마디 물어보더니 일단 수액을 걸었다.태상황은 여전히 몽롱한 가운데 귀신이 어쩌고 저쩌고 웅얼거리고 있고, 원경릉은 사람을 시켜 뜨거운 물을 가져오게 해서 알약을 몇 알 먹이는데 굉장히 협조적이라 꿀꺽 삼키더니 원경릉이 전해질을 열어서 마시게 하자 다 마시고 드러눕더니 잠이 들었다.잠시 후 태상황의 눈에 점점 초점이 잡히더니 원경릉을 보고 마치 막 일어난 듯, “왔냐?”원경릉이 태상황에게, “뭘 아무거나 드신 거예요? 어쩌다 설사를 하신 건데요?”“아무것도 안 먹었어, 하루 세끼 전부 네가 얘기한 대로 담백한 음식 위주로.” 태상황이 무고한 사람을 의심한다는 눈빛이다. 설사로 살이 홀쭉해 져서 눈이 더 커 보이는데 의외로 약간 멋진 느낌도 있어, “별것도 안 먹었는데 설사를 하다니, 어떻게 그렇게 재수가 없지? 하여간 나이는 못 속인다니까.”상선이 살금살금 앞으로 나오더니 비리를 까발리는데, “그게 별 거도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