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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26화

적위명과 원경릉

주국공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문지기가 원경릉의 신분을 안 덕분에 들어가서 통보한데다 조어의를 데리고 가서 다소나마 환영을 받았다.

주국공부에 들어서니 안은 고요하게 적막에 쌓여 있고 하인들도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걸어 정적만이 감돌았다.

원경릉과 조어의가 본관으로 맞아들여 졌다. 본관엔 주씨 집안 사람들이 가득 있고 적위명과 부인도 있어서 원경릉을 보고 두 사람과 다른 사람이 일시에 일어나 예를 취했다.

원경릉이 작은 소리로 일어서시라고 하고 좌중을 보니 이상하다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보는데 아마도 원경릉이 무슨 꿍꿍이로 왔나 의심하는 듯 했다.

이때 적위명이 “태자비 마마 자상하십니다, 이렇게 직접 병문안 오시 다니요, 이건 태자 전하의 마음이지요? 태자 전하는 참으로 마음씀씀이가 너르십니다.”

적위명의 이 말은 비꼬는 말로 원경릉이 태자의 명을 받들고 와서 수작을 부린다는 뜻이다.

그래서 적위명의 이 말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그런 거군’ 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이상할 일도 아닌 게 지금 태자가 옹립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정되지 않은데다 막 정치적 의견을 내고 여기저기서 지지를 끌어 모으는 중인데, 주국공에게 턱 막혔으니 와서 비위를 맞추는 것도 당연하다.

자연히 그들이 원경릉을 바라보는 시선이 오만한 게 마치 원경릉이 무슨 부탁이라도 하러 온 것 같다.

원경릉은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알아챘다. 북당의 권력이 표면적으론 황제에게 집중되어 있어 보이지만 실실적으로 그렇지 않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북당에는 내각이 있고 내각은 재상이 우두머리다. 이 내각이란 것은 장식이 아니라 황권을 억제해 균형을 잡는 기관으로 많은 국가 대사가 내각에서 상의가 이뤄진 후 황제에게 상소가 올라가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내각은 당연히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없으며 황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떨 때는 황제가 뭔가를 할 때 대신들의 안색을 살피지 않을 수 없고, 태자는 말 할 것도 없다.

주국공은 북당의 원로 대신으로 지금까지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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