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내친 주국공과 귀신을 보는 태상황적위명이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불편했다. 게다가 이 말은 주씨 집안 사람들 앞에서 한 말이라 적위명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주국공은 아직도 적위명을 그때의 애송이로 생각하는 것이다.하지만 적위명은 장인의 성격이 욱하다는 것과 지금은 정말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조용했으나, 대주씨는 적위명을 위한답시고, “아버지,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가 있어요? 사위는 다 아버지를 위해서 저들의 계략에 당할 까봐 걱정돼서 그런 건데. 아버지는 원래 정사에 상관하지 않고 줄도 서지 않잖아요. 그런데 만약 어머니의 병을 약점으로 잡혀서 태자 쪽에 서라고 압박을 받으면 안왕 전하는 어떻게 하시려고요?”주국공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노기가 등등하여 눈을 부라리며 대주씨에게, “태자 전하와 안왕 전하가 대립하는 것이냐? 태자 전하는 황태자로 다음 대통을 이을 자인데 네 말 대로 안왕 전하가 태자와 적이면, 안왕이 역모를 꾀하는 역신이란 것을 암암리에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밤새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입으로 똥을 쌌겠지. 이 말이 만약 밖으로 새나가는 날엔 네가 안왕을 죽이는 꼴이다. 내가 안 그래도 방금 널 욕하려고 했다. 태자비께서 야심한 밤에 와서 네 어미의 병을 치료하고 있는데 감사하단 말은 일언반구도 없이 터무니없이 못살게 굴고 방해를 해,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야? 무슨 짓거리냐고 어? 알고 싶지도 않다!”대주씨가 굴욕적이란 얼굴로 길길이 날뛰며 “아버지, 딸이 아버지를 위해 생각해드렸는데 뭘 그렇게 화를 내십니까? 사위와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세요?”주국공이 매정하게 “너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 인성이 삐뚤어져도 한참 삐뚤어졌어. 너희는 필요 없다 돌아가거라.”말을 마치고 주국공은 자리를 떠나 나갔다.남은 대중들은 순간 난감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 주국공이 적위명에게 이렇게 대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밤 이렇게 불호령을 내리니 다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한편, 우문호 부부
태상황의 설사원경릉이 예하고 약상자를 들고 들어갔다.태후와 호상궁이 침전에서 시중을 들고 어의도 있다. 태상황은 침대에 누워 눈을 크게 뜨고 있는데, 두 눈에 초점이 없고 침대 맡을 보며 힘껏 손을 휘 저으며, “저리가, 과인에게서 떨어져, 내 목숨을 찾으러 온 거냐? 두 나라가 싸우는데 네가 죽지 않으면 과인이 죽어. 이건 만고불변의 법칙이 아니냐, 꺼져, 썩 꺼지란 말이다!”태후가 눈물을 흘리며 다급하게 “이런 도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누가 죽인다고 그래요? 아이고!”우문호가 와서 태후를 부축해 일으키며 다독이길 “황조모 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을 겁니다. 원 선생이 진찰하게 두죠.”태후가 눈물을 닦으며 원경릉을 흘깃 보고, “어서 와서 좀 보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뭐에 씐 건 아니겠지?”원경릉이 대답하길 “황조모 서두르지 마시고, 제가 우선 좀 볼 게요.”원경릉이 가서 보니 태상황의 피부가 건조하고 눈두덩이 깊이 패인데다 입술이 말라서 갈라진 것이 확실이 탈수 증상이다.검사해보고 어의에게 몇 마디 물어보더니 일단 수액을 걸었다.태상황은 여전히 몽롱한 가운데 귀신이 어쩌고 저쩌고 웅얼거리고 있고, 원경릉은 사람을 시켜 뜨거운 물을 가져오게 해서 알약을 몇 알 먹이는데 굉장히 협조적이라 꿀꺽 삼키더니 원경릉이 전해질을 열어서 마시게 하자 다 마시고 드러눕더니 잠이 들었다.잠시 후 태상황의 눈에 점점 초점이 잡히더니 원경릉을 보고 마치 막 일어난 듯, “왔냐?”원경릉이 태상황에게, “뭘 아무거나 드신 거예요? 어쩌다 설사를 하신 건데요?”“아무것도 안 먹었어, 하루 세끼 전부 네가 얘기한 대로 담백한 음식 위주로.” 태상황이 무고한 사람을 의심한다는 눈빛이다. 설사로 살이 홀쭉해 져서 눈이 더 커 보이는데 의외로 약간 멋진 느낌도 있어, “별것도 안 먹었는데 설사를 하다니, 어떻게 그렇게 재수가 없지? 하여간 나이는 못 속인다니까.”상선이 살금살금 앞으로 나오더니 비리를 까발리는데, “그게 별 거도 안
“왜 이렇게 잔소리가 심해? 지금이 몇 시인데 이 소란이라는 말이다! 과인은 죽지 않을 것이니! 여기서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빨리 돌아가거라!” 태상황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을 내쫓았다. 태후는 태상황의 성화에 못 이겨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걱정이 되는 표정으로 상선에게 그를 잘 돌보라고 언지를 주었다. 명원제는 태상황이 버럭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많이 놓였다. “두 사람은 건곤전에 있다가 내일 아침에 돌아가거라.” 명원제가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말했다.“예.” 우문호가 대답했다. 명원제가 돌아서자 주황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경릉은 나한 침상을 가리키며 우문호에게 말했다.“지금은 내가 태상황님을 볼 테니 넌 눈 좀 붙여.”“나 안 졸려. 나도 네 옆에 있을게.”태상황은 살짝 눈을 떠 그들을 보았다.“찰떡이는 좀 어떤가?”“괜찮습니다. 병도 다 나았고 요즘 살도 붙어서 통통합니다.” 원경릉이 태상황의 이불을 덮어주며 대답했다.“다행이구나. 그럼 나중에 데리고 와서 이 늙은이에게 보여주렴.”“예, 태상황님 눈 좀 붙이세요. 아직도 어지럽고 환각이 보이십니까?”“약간 어지러운데…… 환각이 아니야. 분명 귀신이었어. 듣자니 사람이 죽기 직전엔 귀신을 본다는데 짐도 머지않아 죽는다는 소리겠구나. 그렇지?”“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태상황님은 건강하시다고요!” 원경릉이 말했다.태상황은 그녀의 말은 귓등으로 듣지 않았다. “사람은 다 죽는다. 과인의 나이도 적지 않으니 곧 죽어도 이상할게 없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너무 빠르다.”태상황의 담담한 목소리에 원경릉과 우문호는 슬퍼졌다. “황조부, 칠순 팔순까지 살아계셔야 합니다. 그만큼 살면 염라대왕도 감히 황조부를 데리고 갈 수 없을 겁니다. 백만 년 천만 년 사셔야 하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우문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허허, 네가 지금 과인을 가지고 노는 것이냐? 그러다 과인이 귀신이 되어 백만 년 동안 이승에 돌아다니면 어쩌려고?” 태상황
태상황은 천천히 눈을 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죽을 때가 다가오니까 시간이 너무 아까워.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하루를 값진지 모르고 살았다. 젊을 때는 시간이 넘쳐나는 줄만 알았어. 늙고나니 알게됐어.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야. 그 시간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었어.”원경릉은 태상황의 손을 잡았다. 태상황은 천천히 눈을 치켜들고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루완(落蠻)아 잘 지냈느냐?”우문호와 원경릉은 넋 나간 표정으로 태상황을 바라보았고 상선은 온몸을 덜덜 떨며 애써 눈물을 삼켰다. 태상황의 눈도 서서히 감겼다. 태상황은 탈수가 심해서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약을 복용해 잠깐 기운이 생겼던 것 같았다. 그는 약 기운이 사라지자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원경릉은 조용히 상선에게 “루완이 누구입니까?” 라고 물었다.상선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눈짓으로 태상황 쪽을 가리켰다. 아니나 다를까 태상황이 다시 눈을 뜨고 원경릉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환각을 보셨습니까?”“방금 네가 뭐라고 했는데……”“태상황님, 소인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그럼 방금 네가 들은 게 환청이라는 건가……” 태상황이 어리둥절했다. 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상선을 보고 눈을 찡긋했다.세 사람은 태상황의 옆을 지키다가 그가 코고는 소리가 들리자 상선이 원경릉에게 손짓을 해 나한 침상 쪽으로 가자고 했다. 우문호는 상선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갔다.‘도대체 루완이 누구인 거지? 왜 황조부께서 환각을 볼 때 그를 보았던 걸까?”상선은 두 사람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루완이라는 사람은 소요공의 사부로 사람들은 루신(落神)이라고 부르며, 태상황님께서 그녀를 처음 알았을 때는 소후부(蘇侯府)의 세 번째 아가씨였습니다.”“여자라고요? 황조부님 입에서 여자의 이름이 나온 겁니까?” 우문호가 깜짝 놀랐다. 황조부의 후궁은 매우 적었고, 실제로 봉호를 받은 사람은 황조모
“그 당시의 일은…… 부에서도 잘 몰랐습니다.” 상선이 망설였다. 우문호는 상선이 뭔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황실의 비밀이기에 말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것은 황실의 오래된 일일뿐 현재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인생의 절반 넘는 세월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왈가불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당시의 일은 영원히 묻혀야 한다. 다음 날 태상황은 자기가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도 못하는 듯 정신을 차리자마자 밥을 먹자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며칠 동안 고기를 먹지 않아 배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하인에게 고기를 내어오라고 하자 원경릉이 태상황에게 안된다고 말하며 지금은 죽만 먹어야 한다고 했다.“너는 정말 야박하구나!” 그는 원경릉에게 욕을 퍼부었다. 정신이 원래대로 돌아온 태상황을 보며 원경릉은 사람이 나이가 먹으면 일찍이 기억 저편에 있던 사람이나 사건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틀날 정오가 지난 시간, 원경릉은 태상황에게 링거를 두 병 놓고 궁을 나왔다. 우문호와 원경릉은 출궁을 하고 나서야 진정정 내외가 생각났다. 두 사람은 손님을 불러놓고 제대로 접대하지 못한 것 같아서 내심 진정정 내외에게 미안했다. 두 사람은 왕부에 도착하자마자 진정정 내외에게 사과를 했다. 진정정은 그 두 사람이 어젯밤에 주국공부에 갔다가 태상황이 편찮다는 말을 듣고 입궁했다가 지금 왕부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태자비, 저희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정말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무슨 날입니까? 왜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습니까?” 진정정이 말했다.“누가 또 아픕니까?” 원경릉이 물었다. 옆에 있던 사식이가 “희상궁님이 아프세요.” 라고 말했다. “괜찮아지지 않으셨어? 어제도 같이 국공부에 가셨었는데?”“괜찮아졌죠. 근데 어찌 된 일인지 어젯밤부터 또 열이 나셨습니다. 아까 조어의의 해열 약을 드셨는데 그 후로는 좀 열이 떨어지신 것 같습니다.” 사식이가 말했다.“정말 열이 가신 것
주국공은 원경릉을 보고 인사치레도 없이 노부(老夫)가 언제부터 어디가 아팠는지 설명했다. “오늘 점심부터 복부와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네”원경릉은 진통제와 링거를 놓으며 부인의 증세에 대해 주국공에게 물었다. “이 병은 단기간에 치료가 불가합니다. 부인의 콩팥에 결석이 생긴 것인데 이 결석을 몸 밖으로 배출해야 나을 수 있습니다. 일단 통증이 심하니 약으로 통증을 멈춘 후 결석을 제거해야 합니다.”“결석이 있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네. 하지만 노부인의 몸이 허약해서 결석을 빼내는 약을 끝까지 먹을 수 없었어.” 주국공이 말했다.“그럼 제가 드린 약을 한두 달 정도 복용하고 상황을 지켜보시지요.”주국공은 원경릉을 조용히 불러냈다.“태자비, 솔직하게 말해주게. 노부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겠는가?”“국공 나리 걱정 마세요. 큰 병이 아닙니다. 치료만 잘 받는다면 완쾌할 수 있습니다.”주국공은 그 말이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저 병이 큰 병이 아니라고? 내가 저 병으로 죽는 사람을 여럿 봤어!”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나이 든 사람에게 자신이 어떻게 치료할지 말해봤자 입만 아플 것이라고 생각했다. “걱정 마세요. 결석을 제거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주궁공은 눈썹을 찌푸리며 “태자비의 말을 늙은이가 믿을 수가 없군. 큰 병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어의들이 치료하지 못한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태자비 설마…… 노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건 아니겠지?” 라고 물었다. 원경릉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화를 내려고 하다 밖에서 들리는 앙칼진 여인들의 목소리에 말을 멈추었다.‘사식이가 누구랑 싸우는 것 같은데……’잠시 후 하인이 주국공에게 달려왔다. “국공 나리, 태자비께서 데리고 온 시녀와 마마님이 다투셨는데, 시녀가 마마님께 폭력을 쓰려고 합니다!”주국공은 그 말을 듣자마자 원경릉을 노려보았다. “태자비의 시녀는 어찌 위아래가 없는 것인가?”원경릉은 깜짝 놀란 얼굴로 주국공을 보았다.“어떻게 된 일지 알아보겠습니다.”
대주씨는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원경릉을 보았다. “태자비께서는 국공부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닙니까?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한낱 노비가 윗사람에게 대듭니까?”원경릉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식이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대주씨를 노려보았다.그 모습을 본 대주씨는 어이가 없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어이고, 공정하고 현명한 태자비 납셨습니다. 아랫것 하나 간수하지 못해 휘둘리는 꼴이란…… 안하무인 한 노비를 호되게 혼내지 못 할망정…… 쯧쯧.”원경릉은 대주씨의 선넘는 발언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첫 번째, 전 사식이를 간수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겁니다. 사식이 성격상 틀림없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을 거니까요. 둘째, 사식이는 우리 초왕부의 노비가 아니라 원씨댁의 사람입니다. 대주씨 말대로 2품 봉호를 받은 자를 존중해야 마땅하나 사식이네 집안도 결코 만만한 집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근데 사식이가 왜 당신에게 화를 낸 겁니까? 그건 당신이 본비를 욕했기 때문 아닙니까? 당신은 2품이지만, 난 북당의 태자비입니다. 감히 당신 따위가 본비를 욕해요? 안하무인은 사식이보다는 당신에 더 어울리는 사자성어 같은데 아닙니까?” 말을 마친 원경릉이 고개를 돌려 주국공을 바라보았다. “국공 나리, 따님이 하극상을 따지시니, 본비가 하극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드렸습니다.”모든 상황을 지켜본 주국공은 사실 마음속으로 대주씨가 무어라고 했든지 간에 2품 봉호를 받은 부인에게 사식이가 대든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사식이가 노비가 아닌 원씨 집안의 사람이라고 하자 사식이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원씨 집안은 거칠지만 가문 안의 규율이 있는 집안이었다. 사실 주국공이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대주씨가 태자비의 뒤에서 못된 말을 했다는 것이다. 원경릉이 쏘아붙이는데 모두 맞는 말이라 주국공이 무어라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주국공은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대주씨를 보았다. “태자비를 욕한
대주씨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부친께서 정신이 온전하신 겁니까? 저 사람은 태자비입니다! 설마 안왕을 잊으신 겁니까? 원래 태자의 자리는 안왕의 것이어야 했다고요! 안왕이 태자만 됐더라도…… 우리가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겁니다!”그 말을 듣고 주국공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방금 한 말은 두 번 다시 국공부에서 하지 마라. 네가 아무리 내 친딸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대주씨는 못 믿겠다는 얼굴로 주국공을 바라보았다.“부친,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우리는 안왕의 외가입니다!” “네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으냐? 네가 무지해서 원씨 집안의 사식이를 건드리고 태자비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네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지만 국공부에서는 절대로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 말거라!”주국공은 말을 마치고 주호덕에게 그녀를 내쫓으라고 했다. 대주씨가 쫓겨날 쯤 만아가 밖으로 나왔다. 만아는 대주씨가 허리를 굽혀 가마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어디에서 용기가 솟았는지 대주씨의 상반신이 가마로 다 들어갔을 때 뒤에서 그녀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고는 줄행랑을 쳤다. 만아는 꽁무니가 빠져라 아주 멀리 도망쳤고, 뒤에서는 대주씨가 욕을 퍼붓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만아는 정신이 들었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누가 본 사람은 없겠지? 잡힌다면 분명 감옥에 갇히게 될 거야……’그러나 만아는 대주씨가 태자비를 괴롭힌 것만 생각하면 그녀를 걷어차고 감옥에 가도 좋다고 생각했다. 만아가 대주씨를 걷어찼을 때 대주씨의 머리가 가마 귀퉁이에 부딪혔고 안에서 그녀를 부축하던 시녀가 그녀를 일으켰다. 화가 잔뜩 난 대주씨는 자신의 신분을 잊은 듯 상스러운 욕을 서슴지 않았다.그녀는 옆에 있던 시녀에게 자신을 발로 찬 시녀가 태자비가 데리고 온 시녀임이 확실하다고 하며 경조부에 사람을 불러 태자비의 시녀를 신고했다. 경조부윤 직은 잠시 보좌관이 대신하고 있었다. 보좌관은 평소 우문호의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