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국공은 원경릉을 보고 인사치레도 없이 노부(老夫)가 언제부터 어디가 아팠는지 설명했다. “오늘 점심부터 복부와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네”원경릉은 진통제와 링거를 놓으며 부인의 증세에 대해 주국공에게 물었다. “이 병은 단기간에 치료가 불가합니다. 부인의 콩팥에 결석이 생긴 것인데 이 결석을 몸 밖으로 배출해야 나을 수 있습니다. 일단 통증이 심하니 약으로 통증을 멈춘 후 결석을 제거해야 합니다.”“결석이 있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네. 하지만 노부인의 몸이 허약해서 결석을 빼내는 약을 끝까지 먹을 수 없었어.” 주국공이 말했다.“그럼 제가 드린 약을 한두 달 정도 복용하고 상황을 지켜보시지요.”주국공은 원경릉을 조용히 불러냈다.“태자비, 솔직하게 말해주게. 노부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겠는가?”“국공 나리 걱정 마세요. 큰 병이 아닙니다. 치료만 잘 받는다면 완쾌할 수 있습니다.”주국공은 그 말이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저 병이 큰 병이 아니라고? 내가 저 병으로 죽는 사람을 여럿 봤어!”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나이 든 사람에게 자신이 어떻게 치료할지 말해봤자 입만 아플 것이라고 생각했다. “걱정 마세요. 결석을 제거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주궁공은 눈썹을 찌푸리며 “태자비의 말을 늙은이가 믿을 수가 없군. 큰 병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어의들이 치료하지 못한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태자비 설마…… 노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건 아니겠지?” 라고 물었다. 원경릉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화를 내려고 하다 밖에서 들리는 앙칼진 여인들의 목소리에 말을 멈추었다.‘사식이가 누구랑 싸우는 것 같은데……’잠시 후 하인이 주국공에게 달려왔다. “국공 나리, 태자비께서 데리고 온 시녀와 마마님이 다투셨는데, 시녀가 마마님께 폭력을 쓰려고 합니다!”주국공은 그 말을 듣자마자 원경릉을 노려보았다. “태자비의 시녀는 어찌 위아래가 없는 것인가?”원경릉은 깜짝 놀란 얼굴로 주국공을 보았다.“어떻게 된 일지 알아보겠습니다.”
대주씨는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원경릉을 보았다. “태자비께서는 국공부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닙니까?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한낱 노비가 윗사람에게 대듭니까?”원경릉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식이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대주씨를 노려보았다.그 모습을 본 대주씨는 어이가 없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어이고, 공정하고 현명한 태자비 납셨습니다. 아랫것 하나 간수하지 못해 휘둘리는 꼴이란…… 안하무인 한 노비를 호되게 혼내지 못 할망정…… 쯧쯧.”원경릉은 대주씨의 선넘는 발언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첫 번째, 전 사식이를 간수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겁니다. 사식이 성격상 틀림없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을 거니까요. 둘째, 사식이는 우리 초왕부의 노비가 아니라 원씨댁의 사람입니다. 대주씨 말대로 2품 봉호를 받은 자를 존중해야 마땅하나 사식이네 집안도 결코 만만한 집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근데 사식이가 왜 당신에게 화를 낸 겁니까? 그건 당신이 본비를 욕했기 때문 아닙니까? 당신은 2품이지만, 난 북당의 태자비입니다. 감히 당신 따위가 본비를 욕해요? 안하무인은 사식이보다는 당신에 더 어울리는 사자성어 같은데 아닙니까?” 말을 마친 원경릉이 고개를 돌려 주국공을 바라보았다. “국공 나리, 따님이 하극상을 따지시니, 본비가 하극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드렸습니다.”모든 상황을 지켜본 주국공은 사실 마음속으로 대주씨가 무어라고 했든지 간에 2품 봉호를 받은 부인에게 사식이가 대든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사식이가 노비가 아닌 원씨 집안의 사람이라고 하자 사식이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원씨 집안은 거칠지만 가문 안의 규율이 있는 집안이었다. 사실 주국공이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대주씨가 태자비의 뒤에서 못된 말을 했다는 것이다. 원경릉이 쏘아붙이는데 모두 맞는 말이라 주국공이 무어라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주국공은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대주씨를 보았다. “태자비를 욕한
대주씨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부친께서 정신이 온전하신 겁니까? 저 사람은 태자비입니다! 설마 안왕을 잊으신 겁니까? 원래 태자의 자리는 안왕의 것이어야 했다고요! 안왕이 태자만 됐더라도…… 우리가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겁니다!”그 말을 듣고 주국공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방금 한 말은 두 번 다시 국공부에서 하지 마라. 네가 아무리 내 친딸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대주씨는 못 믿겠다는 얼굴로 주국공을 바라보았다.“부친,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우리는 안왕의 외가입니다!” “네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으냐? 네가 무지해서 원씨 집안의 사식이를 건드리고 태자비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네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지만 국공부에서는 절대로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 말거라!”주국공은 말을 마치고 주호덕에게 그녀를 내쫓으라고 했다. 대주씨가 쫓겨날 쯤 만아가 밖으로 나왔다. 만아는 대주씨가 허리를 굽혀 가마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어디에서 용기가 솟았는지 대주씨의 상반신이 가마로 다 들어갔을 때 뒤에서 그녀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고는 줄행랑을 쳤다. 만아는 꽁무니가 빠져라 아주 멀리 도망쳤고, 뒤에서는 대주씨가 욕을 퍼붓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만아는 정신이 들었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누가 본 사람은 없겠지? 잡힌다면 분명 감옥에 갇히게 될 거야……’그러나 만아는 대주씨가 태자비를 괴롭힌 것만 생각하면 그녀를 걷어차고 감옥에 가도 좋다고 생각했다. 만아가 대주씨를 걷어찼을 때 대주씨의 머리가 가마 귀퉁이에 부딪혔고 안에서 그녀를 부축하던 시녀가 그녀를 일으켰다. 화가 잔뜩 난 대주씨는 자신의 신분을 잊은 듯 상스러운 욕을 서슴지 않았다.그녀는 옆에 있던 시녀에게 자신을 발로 찬 시녀가 태자비가 데리고 온 시녀임이 확실하다고 하며 경조부에 사람을 불러 태자비의 시녀를 신고했다. 경조부윤 직은 잠시 보좌관이 대신하고 있었다. 보좌관은 평소 우문호의 말을
“네가 했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되잖아.” 사식이가 말했다. 만아는 멍한 표정으로 사식이를 보았다.“인정하지 않는다고요? 내가 한 일을 어떻게 인정하지 않아요?”사식이는 만아를 보고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너 정말 고지식하구나? 좋은 일이면 몰라도 나쁜 일을 왜 인정해? 그리고 그 여자가 먼저 악행을 저질렀잖아. 너는 원누이를 대신해서 그 사람을 혼내준 것 뿐이야. 그러니까 네가 했다고 할 필요가 없어! 그냥 네가 아니라고 발뺌해!”그 모습을 보던 원경릉이 웃으며 사식이를 보았다. “사식아, 너 참 좋은 거 가르친다.”“만아가 고지식하잖아요! 원누이도 제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거죠?”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쁜 사람에게는 인과응보가 무엇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어. 정직한 것은 좋지만, 어쩔 때는 거짓말을 하는 것도 필요해. 매번 손해를 보면서까지 정직할 필요는 없어.”만아는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그럼 쇤네가 잘못한 게 없다는 거죠?”“그래! 걱정 마. 무슨 일이 생기든 원누이가 연루되지 않게 내 선에서 처리할게! 넌 계속 오리발 내밀기만 하면 돼. 나쁜 사람을 혼내줬는데 왜 네가 벌을 받아?” 사식이가 말했다.“근데 만아야. 그들이 너를 본 것 같아?” 원경릉이 물었다.“쇤네가 빨리 달려서 볼 수 없었을 겁니다.” 만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됐어.” 경조부윤이 사람을 데리고 초왕부에 왔는데 우문호가 없자 진정정 대장군과 함께 수보부로 갔다. 원경릉은 진근영(陳瑾寧) 군주와 정원에서 차를 마시고 유모 상궁이 삼둥이들을 데리고 나와 햇볕을 쬐고 있었다. 마당에는 제법 살이 붙은 설랑 세 마리가 뛰어다녔다. 진근영 본래부터 개나 승냥이를 좋아했다. 그녀 역시도 검둥이라는 늑대를 기르고 있었다. 진근영은 세 마리의 설랑을 보고 귀엽다며 만삭임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놀아주기 시작했다. 삼둥이들은 설랑과 진근영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꺄르르 웃어대며 같이 놀고 싶다는 듯 포동포동한 작은 손을 펄럭
“대장군 부인이 다치셨다고요. 괜찮으시답니까?” 원경릉이 물었다. “예, 부인께서 상처가 심해 이미 부로 돌아가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좌관이 말했다. “아, 예. 근데 방금 본비의 시녀가 대장군 부인을 공격했다고요? 왜 그렇게 단정 지어 말하는 거죠?”“단정 짓는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그런 악질의 시녀는 반드시 유죄 판결이 날 겁니다.” “예? 악질의 시녀라고요? 보좌관, 지금 초왕부의 시녀 보고 악질이라고 하는 겁니까?” “태자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태자비 옆에 있던 시녀가 대장군 부인을 발로 차고 달아났다고 증언했습니다. 대장군 부인은 가마 속에서 고꾸라져 머리를 부딪쳤고요.”“그 시녀가 정말로 본비의 시녀입니까? 오늘 대장군 부인과 다툼이 있던 사람입니까?”원경릉이 보좌관을 다그치자 보좌관은 당황했다. 그는 대주씨와 어떤 시녀가 싸움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엉겁결에 대답을 했다.“예, 바로 그 사람입니다.”보좌관의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사식이가 성큼 걸어와 그의 앞에 섰다. “부인을 찬 적이 없으며, 지금 부인이 나를 모함하고 있습니다.”보좌관은 사식이의 건방진 말투에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어디 보좌관에게 방자하게 구는 것이냐! 예의를 갖추거라!”“내가 뭘 방자하게 굴었다고 그래? 안 찼다고!”“태도를 주의하거라. 그런 방자한 태도로는 태자비의 체면에 먹칠을 할 테니까. 따라와라 내가 널 데리고 관아에 들어가 사실을 밝힐 것이다.”“내가 무슨 태자비의 체면에 먹칠을 해? 내 태도가 뭐가 어때서? 지금 제멋대로 굴고 있는 게 누군데 이래? 나는 결백하다고 누명을 쓴 것이야! 대주씨가 나랑 싸우고 기분이 좋지 않아 나를 모함하는 거라고! 내가 일찍이 알았지, 그 여자는 한 입으로 두말을 할 사람이라고! 주국공께 질타를 받고 나에게 화풀이를 하는 거라고! 가만 보니까 정말 열받네? 내가 만만해?”보좌관은 원경릉을 보았다.“태자비님 어떻게 댁네 하인들은 이렇게 제멋대로입니까? 태자비께서 하인들을 교육할 시간이
보좌관이 사식이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본 진근영은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로 원경릉을 보았다. “저 보좌관이 아주 기고만장하네요. 그나저나 태자비, 저런 어린 소녀를 관아로 끌고 가게 둬도 되나요? 저렇게 결백을 주장하는데 왜 관아로 보내는 겁니까?”“군주는 안심하세요. 저도 생각이 다 있어서 일부러 데리고 가게 한 겁니다. 사식이가 결백하다고 하니 증거는 없겠죠. 그러니 경조부에서 그녀를 감옥에 집어넣을 이유도 없습니다. 만약 거짓 자백이라도 받으려 고문이라도 한다면 저와 원씨 집안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사식이를 데려가 조사하지 않으면 저들은 계속해서 초왕부를 의심할 겁니다.”탕양은 원경릉의 말을 듣고 씩 웃었다.진근영은 놀란 표정으로 입을 막으며 “태자비는 정말 똑똑하십니다!” 라고 말했다.“게다가 사식이의 집안도 만만한 집안이 아닙니다.”“예, 그래도 조심은 하는 게 좋습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그만큼 책임도 커지니까요.”만아는 식은땀을 흘리며 원경릉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태자비…… 쇤네가 괜히 그런 일을 벌여서…… 사식 아가씨를 고생시키는 것은 아닙니까?”“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다. 희상궁은 몸이 어떠시지? 지금 가서 봐야겠다.” 원경릉이 말했다.“예!” 만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대답은 씩씩하게 했다.*희상궁은 이틀 내내 아팠다. 약을 먹은 후 열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미열이 있었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졸렸다. 희상궁은 원경릉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앉았다.“태자비님 쇤네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늙으면 쓸모 없어지는 겁니다.”퉁퉁 부은 희상궁의 얼굴에 원경릉은 마음이 아팠다.원경릉은 그녀의 허리에 베개를 끼워두고 앞에 앉았다. “어떠십니까? 아직도 많이 아프십니까?”“별일 아닙니다.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뿐. 다른 건 괜찮습니다.”희상궁이 관자놀이를 두 손으로 문질렀다.원경릉은 가만 희상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희상궁은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지금도 이렇게 아름다
희상궁의 몸에서도 여러 개의 둥근 반점이 발견됐다. 원경릉은 희상궁의 등에 손톱으로 자국을 내며 희상궁에게 아프냐고 물었다. “아무 느낌도 나지 않습니다.” 희상궁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만아에게 당장 손을 씻고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희상궁님이 무슨 병에 걸리신 겁니까?” 만아가 물었다. “일단 손부터 씻거라. 자세한 건 아직 모른다.”만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희상궁은 원경릉의 반응을 보고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태자비, 무슨 병이든 숨기지 말고 말해주세요. 쇤네 마음에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관절과 근육이 욱신거립니까?” 원경릉이 물었다. “예, 아직도 시큰시큰 욱신거립니다. 관절이나 근육이 안 좋은 건 나이 떄문입니다.” 희상궁이 웃었다. “상궁, 일단 누워보세요. 제가 자세하게 검사를 해야겠습니다.”희상궁이 침상에 눕자 원경릉은 마스크를 위로 바짝 올리고 희상궁의 여기저기를 살폈다. “태자비, 면보와 장갑을 잘 끼세요. 태자비께서는 아이들도 보지 않습니까.”원경릉은 순간 잊고 있었던 아이들이 생각나 가슴이 철렁했다.희상궁의 몸을 검사해 보니 경추, 척추, 팔꿈치의 신경이 조금 커진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바늘을 꺼내 반점을 찌르고는 “아프십니까?” 라고 물었다. “아프지는 않습니다.” 희상궁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원경릉은 뜨거운 물을 반점에 얹고는 “뜨거운 게 느껴지십니까?”라고 물었다. 희상궁은 원경릉이 자신에게 큰 병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떨구었다.“좋습니다. 상궁님, 제가 약을 지어드릴 테니 꼬박꼬박 약을 챙겨드시고, 당분간은 외출을 하지 마세요.”“쇤네 무슨 병에 걸린 겁니까?”원경릉은 희상궁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아려왔다. “그…… 문둥병일 가능성이 큽니다.”희상궁은 문둥병이라는 소리에 입술이 덜덜 떨리고 눈동자가 흔들렸다. “예, 알겠습니다.”“그래도 상궁님 걱정 마세요. 문둥병이라도 제가 고칠 수 있습니다.”희상궁은 생각에 잠겼다. “태자비…… 저는
원경릉은 약상자를 열어 리팸핀을 꺼낸 후, 다른 약들이 뭐가 있는지 확인했다. 약상자 안에는 초기의 문둥병 환자를 치료하는 약들과 균을 퇴치하는 약들이 모두 있었다. 희상궁은 그녀가 주는 약은 먹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원경릉이 자신이 치료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태자비, 쇤네가 이 병에 걸렸다는 건 절대 비밀입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저는 문둥산으로 끌려가게 될 겁니다.” 희상궁이 말했다. “문둥산이요? 그게 뭡니까?” 원경릉이 놀라서 되물었다. “문둥병 자체가 전염이 매우 심하기에 문둥병에 걸린 사람은 혜민국에 보고를 해야 하고 그럼 사람이 와서 환자를 문둥산으로 보내버립니다. 그래야 백성들이 안전하니까요. 문둥병에 걸린 사람들은 문둥산에서 죽습니다.”원경릉은 백성의 안전을 위한 당국의 대처는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지만 치료도 받지 못하게 문둥산으로 격리시켜버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걱정 마세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을 겁니다.”원경릉은 희상궁을 치료할 약을 찾으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문둥병은 전염에 의해 걸리는 것인데, 희상궁은 누구에게 옮은 거지? 병의 잠복기가 2년에서 5년 정도인데 그 사이엔 희상궁이 줄곧 궁중에 있었는데 말이야…… 언제 문둥병 환자와 접촉을 한 거지? 잠복기에 있어 발병되지 않은 문둥병은 전염성도 없는데 이상하다.’물론 사람의 면역력에 따라 잠복기가 짧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몇 개월이라고 해도 희상궁은 밖에 나가거나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하는 경우가 없었으며 줄곧 초왕부 안에서 생활했다. 더군다나 문둥병 환자와 접촉을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문둥병에 걸린 사람은 모두 문둥산으로 격리되어 있지 않은가? “희상궁,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상궁은 언제 문둥병 환자와 접촉을 했습니까?”그 말을 듣고 희상궁은 기억을 되짚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문둥병 환자와 접촉한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모르겠습니다. 접촉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희상궁이 고개를 저었다.“귀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