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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041 - Chapter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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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41화

대주씨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부친께서 정신이 온전하신 겁니까? 저 사람은 태자비입니다! 설마 안왕을 잊으신 겁니까? 원래 태자의 자리는 안왕의 것이어야 했다고요! 안왕이 태자만 됐더라도…… 우리가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겁니다!”그 말을 듣고 주국공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방금 한 말은 두 번 다시 국공부에서 하지 마라. 네가 아무리 내 친딸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대주씨는 못 믿겠다는 얼굴로 주국공을 바라보았다.“부친,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우리는 안왕의 외가입니다!” “네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으냐? 네가 무지해서 원씨 집안의 사식이를 건드리고 태자비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네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지만 국공부에서는 절대로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 말거라!”주국공은 말을 마치고 주호덕에게 그녀를 내쫓으라고 했다. 대주씨가 쫓겨날 쯤 만아가 밖으로 나왔다. 만아는 대주씨가 허리를 굽혀 가마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어디에서 용기가 솟았는지 대주씨의 상반신이 가마로 다 들어갔을 때 뒤에서 그녀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고는 줄행랑을 쳤다. 만아는 꽁무니가 빠져라 아주 멀리 도망쳤고, 뒤에서는 대주씨가 욕을 퍼붓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만아는 정신이 들었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누가 본 사람은 없겠지? 잡힌다면 분명 감옥에 갇히게 될 거야……’그러나 만아는 대주씨가 태자비를 괴롭힌 것만 생각하면 그녀를 걷어차고 감옥에 가도 좋다고 생각했다. 만아가 대주씨를 걷어찼을 때 대주씨의 머리가 가마 귀퉁이에 부딪혔고 안에서 그녀를 부축하던 시녀가 그녀를 일으켰다. 화가 잔뜩 난 대주씨는 자신의 신분을 잊은 듯 상스러운 욕을 서슴지 않았다.그녀는 옆에 있던 시녀에게 자신을 발로 찬 시녀가 태자비가 데리고 온 시녀임이 확실하다고 하며 경조부에 사람을 불러 태자비의 시녀를 신고했다. 경조부윤 직은 잠시 보좌관이 대신하고 있었다. 보좌관은 평소 우문호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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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42화

“네가 했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되잖아.” 사식이가 말했다. 만아는 멍한 표정으로 사식이를 보았다.“인정하지 않는다고요? 내가 한 일을 어떻게 인정하지 않아요?”사식이는 만아를 보고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너 정말 고지식하구나? 좋은 일이면 몰라도 나쁜 일을 왜 인정해? 그리고 그 여자가 먼저 악행을 저질렀잖아. 너는 원누이를 대신해서 그 사람을 혼내준 것 뿐이야. 그러니까 네가 했다고 할 필요가 없어! 그냥 네가 아니라고 발뺌해!”그 모습을 보던 원경릉이 웃으며 사식이를 보았다. “사식아, 너 참 좋은 거 가르친다.”“만아가 고지식하잖아요! 원누이도 제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거죠?”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쁜 사람에게는 인과응보가 무엇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어. 정직한 것은 좋지만, 어쩔 때는 거짓말을 하는 것도 필요해. 매번 손해를 보면서까지 정직할 필요는 없어.”만아는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그럼 쇤네가 잘못한 게 없다는 거죠?”“그래! 걱정 마. 무슨 일이 생기든 원누이가 연루되지 않게 내 선에서 처리할게! 넌 계속 오리발 내밀기만 하면 돼. 나쁜 사람을 혼내줬는데 왜 네가 벌을 받아?” 사식이가 말했다.“근데 만아야. 그들이 너를 본 것 같아?” 원경릉이 물었다.“쇤네가 빨리 달려서 볼 수 없었을 겁니다.” 만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됐어.” 경조부윤이 사람을 데리고 초왕부에 왔는데 우문호가 없자 진정정 대장군과 함께 수보부로 갔다. 원경릉은 진근영(陳瑾寧) 군주와 정원에서 차를 마시고 유모 상궁이 삼둥이들을 데리고 나와 햇볕을 쬐고 있었다. 마당에는 제법 살이 붙은 설랑 세 마리가 뛰어다녔다. 진근영 본래부터 개나 승냥이를 좋아했다. 그녀 역시도 검둥이라는 늑대를 기르고 있었다. 진근영은 세 마리의 설랑을 보고 귀엽다며 만삭임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놀아주기 시작했다. 삼둥이들은 설랑과 진근영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꺄르르 웃어대며 같이 놀고 싶다는 듯 포동포동한 작은 손을 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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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43화

“대장군 부인이 다치셨다고요. 괜찮으시답니까?” 원경릉이 물었다. “예, 부인께서 상처가 심해 이미 부로 돌아가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좌관이 말했다. “아, 예. 근데 방금 본비의 시녀가 대장군 부인을 공격했다고요? 왜 그렇게 단정 지어 말하는 거죠?”“단정 짓는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그런 악질의 시녀는 반드시 유죄 판결이 날 겁니다.” “예? 악질의 시녀라고요? 보좌관, 지금 초왕부의 시녀 보고 악질이라고 하는 겁니까?” “태자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태자비 옆에 있던 시녀가 대장군 부인을 발로 차고 달아났다고 증언했습니다. 대장군 부인은 가마 속에서 고꾸라져 머리를 부딪쳤고요.”“그 시녀가 정말로 본비의 시녀입니까? 오늘 대장군 부인과 다툼이 있던 사람입니까?”원경릉이 보좌관을 다그치자 보좌관은 당황했다. 그는 대주씨와 어떤 시녀가 싸움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엉겁결에 대답을 했다.“예, 바로 그 사람입니다.”보좌관의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사식이가 성큼 걸어와 그의 앞에 섰다. “부인을 찬 적이 없으며, 지금 부인이 나를 모함하고 있습니다.”보좌관은 사식이의 건방진 말투에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어디 보좌관에게 방자하게 구는 것이냐! 예의를 갖추거라!”“내가 뭘 방자하게 굴었다고 그래? 안 찼다고!”“태도를 주의하거라. 그런 방자한 태도로는 태자비의 체면에 먹칠을 할 테니까. 따라와라 내가 널 데리고 관아에 들어가 사실을 밝힐 것이다.”“내가 무슨 태자비의 체면에 먹칠을 해? 내 태도가 뭐가 어때서? 지금 제멋대로 굴고 있는 게 누군데 이래? 나는 결백하다고 누명을 쓴 것이야! 대주씨가 나랑 싸우고 기분이 좋지 않아 나를 모함하는 거라고! 내가 일찍이 알았지, 그 여자는 한 입으로 두말을 할 사람이라고! 주국공께 질타를 받고 나에게 화풀이를 하는 거라고! 가만 보니까 정말 열받네? 내가 만만해?”보좌관은 원경릉을 보았다.“태자비님 어떻게 댁네 하인들은 이렇게 제멋대로입니까? 태자비께서 하인들을 교육할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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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44화

보좌관이 사식이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본 진근영은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로 원경릉을 보았다. “저 보좌관이 아주 기고만장하네요. 그나저나 태자비, 저런 어린 소녀를 관아로 끌고 가게 둬도 되나요? 저렇게 결백을 주장하는데 왜 관아로 보내는 겁니까?”“군주는 안심하세요. 저도 생각이 다 있어서 일부러 데리고 가게 한 겁니다. 사식이가 결백하다고 하니 증거는 없겠죠. 그러니 경조부에서 그녀를 감옥에 집어넣을 이유도 없습니다. 만약 거짓 자백이라도 받으려 고문이라도 한다면 저와 원씨 집안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사식이를 데려가 조사하지 않으면 저들은 계속해서 초왕부를 의심할 겁니다.”탕양은 원경릉의 말을 듣고 씩 웃었다.진근영은 놀란 표정으로 입을 막으며 “태자비는 정말 똑똑하십니다!” 라고 말했다.“게다가 사식이의 집안도 만만한 집안이 아닙니다.”“예, 그래도 조심은 하는 게 좋습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그만큼 책임도 커지니까요.”만아는 식은땀을 흘리며 원경릉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태자비…… 쇤네가 괜히 그런 일을 벌여서…… 사식 아가씨를 고생시키는 것은 아닙니까?”“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다. 희상궁은 몸이 어떠시지? 지금 가서 봐야겠다.” 원경릉이 말했다.“예!” 만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대답은 씩씩하게 했다.*희상궁은 이틀 내내 아팠다. 약을 먹은 후 열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미열이 있었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졸렸다. 희상궁은 원경릉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앉았다.“태자비님 쇤네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늙으면 쓸모 없어지는 겁니다.”퉁퉁 부은 희상궁의 얼굴에 원경릉은 마음이 아팠다.원경릉은 그녀의 허리에 베개를 끼워두고 앞에 앉았다. “어떠십니까? 아직도 많이 아프십니까?”“별일 아닙니다.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뿐. 다른 건 괜찮습니다.”희상궁이 관자놀이를 두 손으로 문질렀다.원경릉은 가만 희상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희상궁은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지금도 이렇게 아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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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45화

희상궁의 몸에서도 여러 개의 둥근 반점이 발견됐다. 원경릉은 희상궁의 등에 손톱으로 자국을 내며 희상궁에게 아프냐고 물었다. “아무 느낌도 나지 않습니다.” 희상궁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만아에게 당장 손을 씻고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희상궁님이 무슨 병에 걸리신 겁니까?” 만아가 물었다. “일단 손부터 씻거라. 자세한 건 아직 모른다.”만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희상궁은 원경릉의 반응을 보고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태자비, 무슨 병이든 숨기지 말고 말해주세요. 쇤네 마음에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관절과 근육이 욱신거립니까?” 원경릉이 물었다. “예, 아직도 시큰시큰 욱신거립니다. 관절이나 근육이 안 좋은 건 나이 떄문입니다.” 희상궁이 웃었다. “상궁, 일단 누워보세요. 제가 자세하게 검사를 해야겠습니다.”희상궁이 침상에 눕자 원경릉은 마스크를 위로 바짝 올리고 희상궁의 여기저기를 살폈다. “태자비, 면보와 장갑을 잘 끼세요. 태자비께서는 아이들도 보지 않습니까.”원경릉은 순간 잊고 있었던 아이들이 생각나 가슴이 철렁했다.희상궁의 몸을 검사해 보니 경추, 척추, 팔꿈치의 신경이 조금 커진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바늘을 꺼내 반점을 찌르고는 “아프십니까?” 라고 물었다. “아프지는 않습니다.” 희상궁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원경릉은 뜨거운 물을 반점에 얹고는 “뜨거운 게 느껴지십니까?”라고 물었다. 희상궁은 원경릉이 자신에게 큰 병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떨구었다.“좋습니다. 상궁님, 제가 약을 지어드릴 테니 꼬박꼬박 약을 챙겨드시고, 당분간은 외출을 하지 마세요.”“쇤네 무슨 병에 걸린 겁니까?”원경릉은 희상궁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아려왔다. “그…… 문둥병일 가능성이 큽니다.”희상궁은 문둥병이라는 소리에 입술이 덜덜 떨리고 눈동자가 흔들렸다. “예, 알겠습니다.”“그래도 상궁님 걱정 마세요. 문둥병이라도 제가 고칠 수 있습니다.”희상궁은 생각에 잠겼다. “태자비……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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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46화

원경릉은 약상자를 열어 리팸핀을 꺼낸 후, 다른 약들이 뭐가 있는지 확인했다. 약상자 안에는 초기의 문둥병 환자를 치료하는 약들과 균을 퇴치하는 약들이 모두 있었다. 희상궁은 그녀가 주는 약은 먹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원경릉이 자신이 치료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태자비, 쇤네가 이 병에 걸렸다는 건 절대 비밀입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저는 문둥산으로 끌려가게 될 겁니다.” 희상궁이 말했다. “문둥산이요? 그게 뭡니까?” 원경릉이 놀라서 되물었다. “문둥병 자체가 전염이 매우 심하기에 문둥병에 걸린 사람은 혜민국에 보고를 해야 하고 그럼 사람이 와서 환자를 문둥산으로 보내버립니다. 그래야 백성들이 안전하니까요. 문둥병에 걸린 사람들은 문둥산에서 죽습니다.”원경릉은 백성의 안전을 위한 당국의 대처는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지만 치료도 받지 못하게 문둥산으로 격리시켜버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걱정 마세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을 겁니다.”원경릉은 희상궁을 치료할 약을 찾으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문둥병은 전염에 의해 걸리는 것인데, 희상궁은 누구에게 옮은 거지? 병의 잠복기가 2년에서 5년 정도인데 그 사이엔 희상궁이 줄곧 궁중에 있었는데 말이야…… 언제 문둥병 환자와 접촉을 한 거지? 잠복기에 있어 발병되지 않은 문둥병은 전염성도 없는데 이상하다.’물론 사람의 면역력에 따라 잠복기가 짧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몇 개월이라고 해도 희상궁은 밖에 나가거나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하는 경우가 없었으며 줄곧 초왕부 안에서 생활했다. 더군다나 문둥병 환자와 접촉을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문둥병에 걸린 사람은 모두 문둥산으로 격리되어 있지 않은가? “희상궁,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상궁은 언제 문둥병 환자와 접촉을 했습니까?”그 말을 듣고 희상궁은 기억을 되짚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문둥병 환자와 접촉한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모르겠습니다. 접촉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희상궁이 고개를 저었다.“귀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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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47화

원경릉이 어의를 만나고 나오자마자 탕양을 보았다. “원씨댁에 통지를 했더니 원노부인께서 사람을 데리고 관아로 들어가셨습니다. 태자비께서도 관아로 가시겠습니까?”“아뇨. 이제 원씨댁에서 이 일을 해결할 겁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탕양은 저와 함께 서재로 가시지요. 제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예.” 탕양은 평소와 다른 원경릉의 진지한 표정에 무슨 이유인지 묻지 않고 그녀를 따라갔다.서재에 들어간 후 원경릉은 탕양에게 조용히 말했다.“희상궁이 문둥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됩니다.”탕양은 역시 탕양이었다. 일반 사람이었다면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했겠지만 탕양은 그렇지 않고 침착하게 원경릉에게 물었다. “그럼 태자비께서는 어쩔 생각이십니까? 치료를 할 수 있습니까?” “음, 방법이 있습니다. 문둥병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상궁이 어디에서 문둥병을 걸렸는가. 이게 관건입니다. 탕양은 상선을 몰래 찾아가 희상궁이 근 5년간 건곤전에서 문둥병으로 의심되는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는지 물어봐 주세요. 지금 희상궁께서는 머리가 복잡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십니다.”원경릉의 말을 듣고 탕양이 화들짝 놀랐다.“그럼 태자비께서는 희상궁이 궁 안에 있는 사람에게 옮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혹시 모르는 일 아닙니까. 이 병은 초기에 발견하기 매우 어렵고 잠복기가 깁니다.”“세상에…… 만약 궁 안에서 전염이 된 것이라면 정말 큰일입니다!”“예, 아주 큰일이죠. 그러니 5년 동안 입궁을 한 사람들 중에 문둥병에 걸려 문둥산으로 보내진 사람이 있는지 비밀리에 조사를 해보세요. 먼저 혜민서에 가서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 알겠습니다.”*저녁이 되자 원경릉은 우문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우문호는 희상궁 소식을 전해 듣고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해. 아무도 알아서는 안 돼.”라고 원경릉에게 말했다. “걱정 마. 탕양을 제외하고는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문둥병에 걸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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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48화

원경릉은 지금까지 희상궁의 잠복기가 짧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만약 몇 개월 전에 감염이 된 것이라면 우연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계략일까?원경릉은 근 몇 달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만약 이게 누군가가 꾸민 일이라면 범인은 안왕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큰일인데……’원경릉은 희상궁이 문둥병에 걸린 것이 안왕의 소행이든 아니든 희상궁이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우문호도 원경릉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역시도 희상궁이 몇 달 전에 감염이 된 것이라면 안왕의 짓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문둥병은 국가적으로 예의주시하는 큰 질병으로 혜민서나 기타 의료기관에서 문둥병에 걸린 환자가 생김과 동시에 신고를 한다. 그렇기에 문둥병에 걸린 환자는 길거리를 돌아다닌다거나 일반 사람과 접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론은 일상생활에서 희상궁이 문둥병 환자와 우연히 접촉할 방법은 지극히 드물다는 건데……’게다가 원경릉이 아이들을 임신했을 때는 희상궁이 수석 상궁으로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했으며 하인들 하나하나를 가르치고 관리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유모 상궁의 교육도 했다. 만약 안왕이 꾸민 일이라면 칼날의 끝은 삼둥이를 향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가 남영(南營)에 있지만 그가 떠나기 전에 파놓은 함정이 몇 개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원경릉은 희상궁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우문호에게 만아가 대주씨를 때린 사실을 말하며 사식이가 경조부에 끌려갔다고 말했다. “그거 아주 좋은 기회네. 보좌관이 안왕과 내통을 주고받는 사람이니까 이번 기회에 보좌관을 제거하지 않으면 경조부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그를 통해 안왕의 귀로 들어가게 될 것이야. 내가 사람을 시켜서 사식이에게 몇 마디 말을 전해야겠어. 그리고 원노부인에게 이 일을 크게 벌이라고 지시하면 돼. 그럼 주국공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거야. 주국공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원노부인은 무서워하거든.”“그래도 사식이가 고생하는 건 볼 수 없어.” 원경릉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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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49화

막 곤장을 내리치고 있을 때 원노부인이 원씨네 부녀자들을 데리고 경조부에 도착했다. 경조부 마당에 들어서자 사식이가 곤장을 맞는 것이 보였다. 원노부인은 재빠르게 한 손으로 곤장을 빼앗아 던져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곤장이 두 동강이 나며 하늘로 치솟아 보좌관 앞에 박혔다. 보좌관은 깜짝 놀란 얼굴로 원노부인을 바라보았다.“원노부인 이건……!”원노부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좌관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무서운지 당장이라도 보좌관의 머리통을 뽑을 기세였다. “도대체 우리 집안의 사식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네. 만약 사식이가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데도 이런 짓을 했다면 원씨 집안이 가만 있지 않을 걸세!”보좌관이 얼빠진 얼굴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던 찰나 사식이가 울며 원노부인을 불렀다. “조모, 왜 지금 오신 겁니까? 손녀 억울하게 맞아 죽을 뻔했습니다! 경조부 사람들이 얼마나 흉악한지 내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믿지 않고 계속 자백을 하라고 협박하더니. 자백하지 않으면 곤장을 내리치겠다면서 저를 여기에 묶었습니다! 조모께서 조금만 더 늦게 오셨으면 손녀 오늘 명이 끊겼을 지도 모릅니다!”보좌관은 사식이가 원노부인에게 조모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저 자가 원씨 집안의 사람이란 말이야? 그것도 원노부인의 손녀라고? 분명 대장군 부인께서는 초왕부의 시녀라고 했는데……’보좌관은 지금이라도 살길을 찾아야만 했다. “노부인, 대장군 부인이 노부인의 손녀가 범인이라고 해서 저도 어쩔 수 없이 조사를 했습니다. 당연히......”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부인이 손바닥으로 공당(公堂)을 내리쳤고, 그 위에 있던 물건들이 모두 날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 손녀가 범인이 아니라고 억울하다고 했다는데, 왜 곤장을 때리는 건가? 자백을 하지 않으면 이렇게 해서라도 자백을 하게 만들 셈이었나!”노부인의 말이 끝나자 원씨 집안의 여인들이 모두 보좌관을 다그치며 따져 물었다. “아니, 아닙니다! 그냥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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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50화

주국공부에 와서 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 바로 원노부인이었다. 주국공보다 나이가 어린 원노부인이 주국공을 막 대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주국공은 원래 군후세가(軍後世家)였으나, 후에 조정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해 몰락의 위기에 처했었다.이를 안타깝게 여긴 원노부인의 시아버지가 그의 집안을 도왔기 때문에 주국공이 조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만약 원노부인의 시아버지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주국공은 지금의 지위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주국공과 원노부인은 함께 전쟁터에 여러 번 나갔으며 그곳에서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언급한 두 가지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쟁터에서 주국공의 부인이 아이를 낳다가 죽을 뻔했는데, 원노부인의 도움으로 주국공 부인과 대주씨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그 후로 주국공은 대대손손 원씨 집안에게 큰 빚을 지었다고 생각했다. 주국공은 그 후로 수차례 전쟁에 나가 공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의 명성에 큰 누를 끼친 사건이 있었는데, 소요공과 원노부인이 함께 출정한 전투에서 소요공이 이끄는 전투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패했다. 그것을 보고 어떤 장병이 황제에게 상소문을 올렸는데, 그 내용이 소요공의 장병들이 죽음을 두려워해 패했다는 헛소문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주국공은 소요공이 이끈 전투라는 소리에 무슨 내용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그 상소문에 동의했고, 황제는 화가 나서 전쟁에 나가 부상을 당한 병사들의 위로금을 절반으로 줄였다. 전쟁에서 돌아온 원노부인은 주국공을 흠씬 두들겨 패며 소요공과 개인적인 원한으로 전쟁에 나간 장병들에게 누를 끼치는 게 옳은 일이냐며 다그쳤고, 주국공도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 후로 몇 해 동안 주국공은 원노부인을 피해 다녔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원노부인이 주국공부까지 찾아와 자신을 찾고 있다. 주국공은 원노부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기가 확 죽어 몸을 움츠리고 밖으로 나왔다. 원씨 집안사람들은 본래부터 기가 세서 존재만으로도 보는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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