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전동하의 도발에 박수혁의 표정은 어두워질대로 어두워진 상태였다.박수혁이 다가가려던 그때, 강서진이 그의 팔을 덥썩 잡았다.“회장님이 먼저 가셨어...”요즘 박수혁과 박대한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아졌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 괜히 두 사람을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한편, 박대한은 미소를 활짝 지은 채 전동하를 향해 다가갔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는 여느 때와 달리 자신감이 가득했다. 혼탁한 눈동자에는 어르신들 특유의 인자함이 아닌 계산적인 차가움이 자리잡고 있었다.“은정아, 와줬구나.”먼저 인사를 건네는 박대한의 모습에 소은정은 꽤나 당황스러웠다. 저번에 한해그룹 대표를 사칭해 따로 만남을 가졌을 때 생긴 해프닝이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다니...오늘 이 파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워낙 궁금해 직접 와본 것이지 마음 같아선 박대한과는 상종도 하고 싶지 않은 소은정이었지만 워낙 보는 사람들이 많으니 역시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하, 교활한 영감탱이. 어디서 인자한 척이야.“회장... 아, 어르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여유로운 미소로 술잔을 들어보이는 소은정의 모습에 박대한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곧 가식적인 미소로 불쾌함을 지워버렸다.옆에 있던 전동하도 한발 다가섰다.“은정 씨, 어르신께서도 푹 쉬시고 싶어서 이사직에서 물러나신 걸 텐데 아직도 회장님이라고 부르면 어떡해요.”“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아직 적응이 안 되네요.”겉보기에는 전동하가 소은정을 꾸짖는 모양새였지만 박대한은 알고 있었다.박수혁과의 기량 싸움에서 진 자신을 두 사람이 비웃고 있다는 걸 말이다.하지만 아무리 억울해도 일단 삼켜버릴 수밖에 없었다.헛기침을 하던 박대한이 반짝이는 눈동자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괜찮아. 뭐라고 부르면 어때. 두 사람 참 좋아보이는구만. 네가 왜 수혁이를 그렇게 밀어냈는지 알겠어. 참 잘 어울려. 전 대표도 월가에서 유명한 투자자고, 은정이 너한테 좋은 배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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