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의 등장에 박수혁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새카만 눈동자로 전동하를 노려보는 박수혁의 모습은 영역을 침범당한 맹수 그 자체였다.박수혁을 발견한 전동하 역시 흠칫 놀란 듯했지만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박 대표님도 계신 줄은 몰랐네요?”저번 인터넷에서 모함 사건이 벌어진 뒤로 두 사람이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남자 사이의 묘한 기싸움을 관찰하던 소은정은 의문에 잠겼다.전동하는 왜 또 여기 나타난 거야.이때 복도 끝에서 천천히 걸어오던 신나리가 그녀를 향해 손을 저었다.“전 대표님 도착하셨어요? 아까 전화로 어딘지 물으시던데...”아, 신나리가 알려준 거였나...예상치 못한 전동하의 등장에 장학준은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었다.괜히 박수혁한테 더 밉보이는 거 아니야?한편, 박수혁은 전동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중이었다.전동하, 이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은 자식...어색한 침묵을 깨트린 건 바로 소은정의 목소리였다.“전 대표님, 안 가셨어요?”“아, 은정 씨랑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까 하고요.”대답과 함께 전동하는 자연스럽게 소은정의 핸드백을 받아들었다.누가 봐도 다정한 커플의 모습에 박수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뭐야? 두 사람 벌써 이렇게까지 친해진 거야?핸드백까지 뺏긴 소은정은 이대로 전동하의 제안을 거절하면 상대의 입장이 난처해질 게 분명하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이 자리를 뜨려던 그때,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분노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파워에 소은정이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바다처럼 깊은 박수혁의 눈동자는 폭풍우를 앞둔 듯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두 사람... 무슨 사이야?”뜬금없는 질문에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전동하를 바라보는 박수혁은 말 그대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소은정의 입에서 나온 답이 그의 일말의 희망마저 잘라버릴까 두려웠지만 이대로 찜찜하게 두 사람을 보낼 수는 없었다.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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