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861 - 챕터 870

2631 챕터

제861화 분위기 브레이커

소은정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임춘식은 술을 아예 원샷했다.한편 소은정의 옆에 앉은 박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소은정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그 뜨거운 눈빛에 불편해진 소은정 역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뭘 그렇게 보는 거야.“왜 그렇게 뚫어져라 봐?”타이 없이 셔츠 첫 번째 단추를 풀어헤친 박수혁은 평소보다 훨씬 캐주얼한 모습이었다. 셔츠 사이로 깔끔한 쇄골 라인이 드러나 박수혁의 차가운 분위기에 섹시함을 더해주고 있었다.소은정의 질문에 박수혁의 눈동자가 일렁였다.“네가 먼저 본 거 아니었나?”날 봤으니까 내가 널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거겠지.차가운 목소리로 억지를 부리는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하, 말을 말자, 말을.소은정이 말없이 눈을 흘긴 뒤 임춘식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자율주행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요?”소은정의 질문에 임춘식은 바로 흥분한 듯 눈을 반짝였다.“비록 저희가 가장 먼저 시작한 기술 분야는 아니지만 핵심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레벨에 달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테스트도 진행한 건가요?”소은정이 흥미로운 듯 눈썹을 치켜세우자 임춘식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스마트 칩에 센서 시스템을 추가했는데 엔진과 브레이크와 연동이 가능해요. 해외 자동차 개발센터를 돌아다니며 현재 기술 상태에 대해 알아봤는데 현재 자율주행 센서 기술은 자동차 앞에 있는 장애물에 따라 가속과 감속을 결정하죠. 하지만 저희는 달라요. 스마트 칩 덕분에 시속 180km까지 달릴 때도 3초만에 브레이크가 가능해요. 안정성이 추가된 거죠.”임춘식의 깔끔한 설명은 다단계처럼 알 수 없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고 신나리도 소은정도 푹 빠져들고 말았다.뛰어난 성과에 싱긋 미소를 짓던 소은정이 임춘식의 빈 술잔에 술을 채워주었다.“수고 많으셨어요.”“아닙니다.”임춘식이 손을 내저었다.화기애애한 분위기속, 술잔을 돌리던 박수혁이 불쑥 끼어들었다.“레이싱카의 브레이크 원리를 일반 차량에 적용시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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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신나리의 설명에 소은정과 박수혁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특히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박수혁의 눈동자에도 놀라움이 스쳤다.생각지도 못한 성과이긴 했다. 현재 기술의 국한서을 뚫고 말 그대로 혁신을 이루어냈으니 아마 세계 최초 타이틀이 붙는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깜짝 놀란 듯한 두 사람의 모습에 그제야 임춘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사실... 이 소식은 조금 있다가 발표하려고 했는데 나리가 먼저 언급했으니까 저도 숨기지 않을게요. 비록 설명에는 성공했지만 공중에서 비행하는 자동차라... 윤리적으로도 그렇고 교통법 관련해서도 그렇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요.”솔직한 임춘식의 말에 소은정이 미소를 지었다.“아니요. 이 정도 혁신을 이루었다는 자체가 기적이에요. 절차적인 문제는 차차 해결하면 되는 거죠.”“그렇죠. 자, 한 잔 하시죠.”소은정이 술잔을 들고 박수혁도 이례적으로 술잔을 들었다. 술잔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들리고 임춘식은 술잔을 깨끗하게 비웠다.식사 자리가 무르익고 임춘식은 기분이 좋은지 연거푸 술을 마셨고 신나리는 사진을 찍어 연락조차 닿지 않은 소은찬에게 문자를 보냈다.오고가는 술잔에 역시 몇 잔을 비운 소은정은 술기운이 올라오는 건지 머리가 어지럽고 배도 싸르르 아파오기 시작했다.살짝 비틀거리며 복도 끝쪽에 있는 화장실로 향한 소은정은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뭐야! 생리 터졌잖아!뭐지? 왜 며칠이나 빨리 온 거지? 술을 마셔서 배가 아픈 건가 했더니 생리통이었어?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오늘 소은정은 흰 스커트를 입은 상태였다. 스커트는 어느새 붉게 물들어 레스토랑 밖으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했고 휴대폰은 룸 안에 있어 다른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대충 엉덩이 부분을 가릴 가디건 조차 없는 상태...일단 비틀거리며 화장실칸에서 나온 소은정은 세면대 거울 속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헬스를 마치고 샤워까지 끝낸 터라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지만 생얼도 완벽한 모습이었다.이런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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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인간이 아니야

소은정이 두 손을 올려 박수혁의 어깨를 밀어냈지만 이 정도 힘은 박수혁에게 간지러움을 태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괜히 입을 벌려 박수혁의 혀까지 소은정의 입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짙은 와인 냄새에 소은정까지 취하는 기분이었다.소은정이 짜증스럽게 주먹으로 소은정의 가슴을 내리쳤지만 돌아온 건 더 강렬한 키스뿐이었다.박수혁의 머릿속에는 소은정을 그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박수혁은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꾸준히 그녀를 향한 마음을 보여준다면 언젠가 소은정도 흔들릴 것이라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오후, 헬스장에서 함께 있는 소은정과 전동하를 본 순간 그의 알량한 희망조차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왜? 왜 저딴 남자한테 웃어주는 거야!박수혁의 뼛속까지 자리잡은 소유욕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문득 박대한의 말도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소은정을 가질 수 있다면 정당하지 않은 방법이라도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박수혁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임춘식을 시켜 소은정을 불러냈었다. 만약 소은정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정말 다른 추잡한 수작을 썼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다행히 소은정은 약속에 응했고 덕분에 비겁한 짓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박수혁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한편, 소은정은 질식할 것 같은 기분에 박수혁의 혀를 꽉 깨물었다. 순식간에 피비린내가 입안에 확 퍼졌다.어때? 이래도 안 비킬 거야?하지만 1초간 잠깐 흠칫하던 박수혁은 다시 더 거칠게 밀고 들어왔다. 게다가 소은정을 번쩍 안아들어 세면대에 앉히기까지 했다.드디어 소은정과 박수혁의 눈이 마주치고 박수혁의 거친 숨결이 소은정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결국 소은정은 손을 뻗어 박수혁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순간 욕망으로 가득하던 박수혁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결국 자연스레 고개가 뒤로 꺾이고 말았다.겨우 박수혁에게서 벗어난 소은정이 소리쳤다.“정신 좀 차려!”소은정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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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이른 아침

당황하던 박수혁은 공주님 안기로 소은정을 번쩍 안아들었다.이, 이렇게 안으면 더 흐른다고!!박수혁의 품에 안긴 소은정이 짜증스레 소리쳤다.“재킷이나 내놔! 내가 알아서 걸을 테니까!”하지만 곧이어 박수혁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 나도 추워!”사실 춥다는 건 거짓말이고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한편 소은정은 이대로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게 무슨 망신이야, 정말.하지만 더 이상 욕할 힘도 발버둥칠 힘도 남아있지 않아 이를 꽉 개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소은정을 안아든 박수혁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박수혁은 룸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차로 향했다.여전히 욱신거리는 생리통에 소은정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진 상태였다.평소였다면 미리 진통제라도 준비했을 테지만 예상일보다 며칠이나 일찍 온 생리 때문에 미처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다.정신이 흐릿해진 소은정의 눈앞에 어딘가 조급해 보이는 박수혁의 얼굴이 드리웠다.하, 연기는...곧 차량이 움직이고 소은정은 두 눈을 감았다.레스토랑에서 그녀의 본가까지는 약 20분 정도 거리, 하지만 체감상 10여 분을 달렸을 뿐인데 차는 멈춰서고 말았다.그리고 누군가 다시 그녀를 끌어안아 엘리베이터에 탔다.박수혁의 집은 아니었지만 왠지 익숙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박수혁의 수많은 부동산 중 하나겠거니 하는 생각과 함께 소은정은 다시 눈을 감았다.잠시 후, 집에 도착해 소파에 소은정을 내려놓은 박수혁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기 시작했다.박수혁의 행동에 겨우 눈을 뜬 소은정이 그를 노려보았다.“열 나는 거 아니야. 휴대폰이나 좀 줘. 데리러 오라고 하게.”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박수혁은 말없이 집을 나가버렸다.혼자 남은 소은정은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커다란 집은 심플하지만 우아한 그레이톤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걸로 봐서는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주는 사람이 있는 듯 싶었다.깊은 숨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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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자기라고 부르지마

한편, 박수혁은 소은정과 함께 누워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해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한 상태였다.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놓칠 수야 없지.소은정이 눈을 뜨자 박수혁의 눈동자에 웃음기가 실렸다.“굿모닝 자기야.”순간 흠칫하던 소은정이 샤샤샥 뒤로 물러났다.뭐야? 꿈이 아니었어?“자기는 개뿔!”벌떡 일어선 소은정이 바로 욕설을 내뱉었다.그래. 꿈일 리가 없지. 내가 이딴 꿈을 꿀 리가 없으니까. 내가 박수혁이랑 한 침대에서 밤을 보냈다고?한편, 팔베게를 해주던 박수혁은 허전해진 자신의 품을 아쉽다는 눈빛으로 내려다 보았다.소은정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비록 술을 마시긴 했지만 분명 필름이 끊기진 않았었다. 집으로 들어와 약도 챙겨먹고 샤워까지 하고 잘 때까지만 해도 박수혁은 없었는데... 도대체 언제 나타난 거야!“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소은정의 굳은 얼굴에 박수혁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약 사가지고 왔더니 안 보이더라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찾았는데 여기 있더라...”박수혁이 소은정의 팔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지만 소은정은 질색하며 뒤로 몸을 뺐다.“여긴 내 오피스텔이잖아. 당신이 어떻게 들어온 거야!”소은정이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와중에 옷차림을 확인한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소은정에게 박수혁은 잊어야만 하는 남자일 뿐, 두 사람에게 함께 맞는 아름다운 아침 같은 건 존재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소은정의 반응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박수혁이 해명을 시작했다.“문 안 닫았었어, 너.”순간 할말을 잃은 소은정이었다.어제 문을 안 닫았었나? 순간,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가 조금 식는 느낌이었지만 소은정은 질타를 이어나갔다.“정상적인 남자라면 그런 상황에서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을 거야. 이건 상식이라고.”소은정의 말에 박수혁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길 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물어봐. 좋아하는 여자가 아파하고 있는데 그대로 가버릴 남자가 몇 명이나 되나.”하, 입만 살아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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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정신차려

”3년”, 소은정 입에서 “3년”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박수혁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그가 아무리 잘해줘도 그 단어만 나오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기분이었으니까.3년 동안 소은정에게 그가 어떤 존재였는지 지금의 박수혁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사랑 한번 준 적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부질없는 상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끔씩 박수혁은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만약 억지로 헌혈을 시키지 않았더라면. 한번이라도 소은정의 마음을 보듬어줬더라면 이런 결말은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박수혁의 잘생긴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나한테 상처주는 말만 골라서 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면서.”한발 앞으로 다가선 박수혁은 깊은 눈동자로 소은정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네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부담스러운 눈빛에 한발 뒤로 물러선 소은정이 팔짱을 낀 채 비아냥댔다.“어떡하지? 당신이 하는 일이라면 난 다 싫은데?”단호하게 돌아선 소은정은 서랍장에서 돈뭉치를 꺼냈다.“자, 어쨌든 함께 하룻밤을 보냈으니까... 값은 치러야겠지?”억지로 박수혁의 주머니에 돈다발을 넣어준 소은정은 주방으로 향했다.순간 박수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뭐야 이 돈은? 내가 호스트도 아니고!처음 느끼는 모욕감에 숨까지 가빠졌지만 그 상대가 소은정이라 딱히 화를 낼 수조차 없었다.부엌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던 박수혁은 분노를 꾹꾹 누르며 다가갔다.“뭘 이렇게 많이 줘. 나 그렇게 비싼 남자 아닌데?”소은정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나도 알아. 남은 건 팁이니까 받아둬.”하, 진정하자, 박수혁...이때 거실에 놓인 전화기가 울리고 소은정이 다가갔다.“여보세요?”“나예요.”익숙한 목소리에 소은정이 흠칫했다.“전동하 대표님?”전동하 대표가 이 번호는 어떻게 안 거지?한편, 전동하라는 이름에 박수혁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졌다.머릿속에 무시무시하고 추잡한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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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누가 가족 아니랄까 봐

하지만 곧 다시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친구로서 그 정도는 물을 수 있잖아? 아, 혹시 어젯밤에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남자친구한테 해명이라도 해줘야 하나?”박수혁의 말에 소은정은 오히려 당황스러웠다.그녀가 아는 박수혁이라면 지금쯤 문을 박차고 나가거나 그녀를 향해 욕이라도 퍼부어줬을 텐데.이상해, 이상하단 말이야... 사람이 너무 많이 변하면 죽는다던데...“아니, 그럴 필요 없어.”박수혁은 이를 악물었다.침착, 침착해야 해...겨우 이성을 유지하며 박수혁은 차분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난 네 모든 선택을 존중해. 하지만 난 네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 뭐, 일단은 두 사람 사귄다니까 축복은 해주겠지만... 내가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숨도 쉬지 않고 말을 내뱉는 박수혁을 멍하니 바라보는 소은정이 고개를 갸웃했다.이 말투... 왠지 익숙한데?이때 박수혁이 말을 이어갔다.“너랑 나, 사적으로는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공적으로는 얽혀있는 일들이 많잖아. 남자친구가 괜찮대?”말끝마다 남자친구, 남자친구. 귀에 거슬렸지만 굳이 수정해 주고 싶진 않았다.차라리 이대로 오해를 하는 게 그녀에게도 박수혁에게도 나을지도.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던 소은정은 그제야 방금 전 묘한 기시감의 정체를 깨달았다.박우혁!방금 전 박수혁이 했던 말들 쫑파티에서 박우혁이 했던 말과 거의 비슷했으니까.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당신이랑 우혁이... 가족이긴 하네. 닮았어.”뜬금없는 말에 의아하던 박수혁은 곧 그 말에 숨은 뜻을 눈치챘다.뭐야? 지금 날 우혁이 그 자식이랑 비교하는 거야? 내 연기가 부족했나? 충분히 제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그 양아치랑 비교하지 말아줄래?말을 마친 박수혁이 발걸음을 옮겼다.“난 바로 회사로 갈 거야. 데려다줄까?”“아니, 괜찮아.”고개를 끄덕인 박수혁이 소은정의 집을 나서고 거실은 드디어 조용해졌다.혼자 남은 소은정은 바로 기사에게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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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포기해

박수혁의 질문에 잔뜩 흥분한 이한석의 목소리가 살짝 수그러들었다.“아직 사인은 안 하셨지만 동의는 하셨습니다.”저번 사건을 통해 박수혁은 태한그룹을 완전히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그 어느 주주도 감히 박수혁의 자리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그 대가 역시 참혹했다. 지금 박수혁은 박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뒷배를 잃은 상태.그렇게 손주를 아끼던 회장님이셨는데 어쩌다...제삼자인 이한석마저 이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질 따름이었다.그를 이 자리에 앉힌 장본인이 다시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고 하는 기분이 어떨지 이한석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비록 다른 사람이 보기엔 박수혁은 가족에게까지 가차없는 냉혈한 그 자체일 테지만 오랫 동안 박수혁을 모셔온 이한석은 알고 있었다. 박수혁은 단 한 순간도 박대한을 진심으로 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는 걸.박수혁은 그저 박대한이 더 이상 태한그룹의 남은 세력을 이용해 소은정에게 상처를 주는 게 싫었을 뿐이었다.하지만 박대한은 달랐다.박대한은 태한그룹의 지분을 생판 남에게 넘겨주려고 했었다. 지분이 집안 사람에게 남아있는 한, 언젠가 박수혁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뭐, 결과적으로 박대한의 계획은 완벽하게 실패했지만.“대표님.”이한석이 우물쭈물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말해.”“저희 쪽에서 먼저 굽히고 들어가는 게 어떨까요?”이한석의 말에 박수혁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비수처럼 꽂히는 박수혁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내며 이한석이 침묵을 이어갔다.“어쨌든 한 가족이시잖아요. 회장님도 지금 당장은 화가 너무 나셔서 그러시는 걸 거예요. 다른 가족분들도 겉으로는 뭐라고 못하시지만 뒤에서는 다들 대표님 욕을 하실 겁니다.”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박수혁은 자신을 직접 기른 스승이자 어른의 등에 칼을 꽂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언젠가 박수혁이 위기에 빠진다면 유일하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가족들 중 그의 편을 들어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가족들 사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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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달콤한 사랑

SC그룹.이른 아침 초대장을 받은 소은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최근 큰 피바람이 불었던 태한그룹에서 갑자기 파티라니...게다가 금박이 박힌 초대장을 보아하니 창립 기념일보다 더 성대하게 준비한 듯 싶었다.뭐지?어딘가 이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어디가 이상하다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소은정이 망설이던 그때, 아버지 소찬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네 오빠 여자친구랑 같이 집에 왔어. 오늘 일찍 퇴근해.”엥? 이렇게 빨리? 아직 휴가는 며칠 남았을 텐데.뭐, 소은정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회사를 혼자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며칠 동안 잠까지 설친 소은정이었으니까.“네. 지금 바로 갈게요.”그 부담감에서 해방된 기분에 소은정은 날아갈 듯했다.그러고 보니, 한시연도 같이 왔다고 했지? 두 사람 정말... 결혼이라도 하려는 건가?친구인 한유라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인연이라는 게 본디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 소은정으로서는 소은호, 한시연 커플을 축복하는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이 집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집사가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오늘 오랜만에 집이 북적북적 하네요. 은호 도련님이 처음 여자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오셔서 회장님께서 많이 기쁘신가 봅니다.”“아저씨도 기뻐 보이시는데요?”“그럼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분이니까요. 이대로 혼자 사시는 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다행입니다.”살짝 상기된 집사 아저씨의 표정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집으로 들어간 소은정의 시야에 소찬식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소은호, 한시연의 모습이 들어왔다.연애란, 사랑이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다.항상 차갑기만 하던 소은호를 저렇게 웃게 만들다니.“아빠, 저 왔어요. 오빠, 선배, 재밌게 놀았어?”“이리 와. 자, 네 미래의 새언니가 준비한 선물 좀 봐봐.”소은호의 옆구리를 쿡 찌르던 한시연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사실 너희 오빠가 그 동안 너 수고했다고 특별히 고른 거니까 부담갖지 말고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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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너무 좋아

”크흠.”이때 소찬식이 헛기침과 함께 본론으로 들어갔다.“시연아, 너랑 은호 아주 오랫 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라 들었어. 우리 은호가 좋아하는 아이니 인품이니 다른 건 걱정되지 않아.”소은정, 소은해가 고개를 끄덕였다.“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님.”“그런데 해외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두 사람 결혼하면 신혼 생활은 어디서 할 생각이야?”소찬식이 가장 신경 쓰이는 문제기도 했다.한시연이 과거에 소은호를 찼고 그 사실이 소은호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 괜히 트집 잡고 싶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일은 제대로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게다가 소은호는 소찬식에게 또 다른 의미로 각별한 자식이었다.첫 아이이자 장남.처음 해보는 아버지 노릇에 장남이라는 이유로 소은호는 유난히 엄하게 키웠었다. 물론 소은호는 그런 그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훌륭하게 커주었지만 왠지 그 사실이 소찬식은 마음에 걸렸다.비록 이상할만치 화목하지만 소씨 집안은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가, 쉽게 사람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한시연이 이해한다는 듯 싱긋 미소를 지었다.“은호 씨랑 다시 만나기로 한 뒤로 해외 회사는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지금 대부분 업무는 이미 국내로 시장을 옮긴 상태입니다. 물론 결혼 때문에 제 커리어를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저 나름대로 가정에 충실할 생각이에요.”한시연의 대답에 만족한 듯 소찬식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그래. 나도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니야. 재벌가 며느리라고 사회생활은 전부 그만두고 남편 뒷바라지만 시키는 건 구시대적인 편견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은호는 워낙 혼자서도 잘하는 애니까.”“네. 은호 씨도 은정 아가씨 능력에 대해 항상 칭찬하던 걸요. 강단있는 성격이라고요.”한시연의 말에 소찬식이 껄껄 웃었다. “하하, 강단은. 그저 애들 장난이지 뭐.”말은 그렇게 해도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으로 가득했다.한편, 한시연의 말에 소은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힐끗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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