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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이른 아침

당황하던 박수혁은 공주님 안기로 소은정을 번쩍 안아들었다.

이, 이렇게 안으면 더 흐른다고!!

박수혁의 품에 안긴 소은정이 짜증스레 소리쳤다.

“재킷이나 내놔! 내가 알아서 걸을 테니까!”

하지만 곧이어 박수혁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돼. 나도 추워!”

사실 춥다는 건 거짓말이고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한편 소은정은 이대로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게 무슨 망신이야, 정말.

하지만 더 이상 욕할 힘도 발버둥칠 힘도 남아있지 않아 이를 꽉 개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소은정을 안아든 박수혁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박수혁은 룸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차로 향했다.

여전히 욱신거리는 생리통에 소은정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진 상태였다.

평소였다면 미리 진통제라도 준비했을 테지만 예상일보다 며칠이나 일찍 온 생리 때문에 미처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다.

정신이 흐릿해진 소은정의 눈앞에 어딘가 조급해 보이는 박수혁의 얼굴이 드리웠다.

하, 연기는...

곧 차량이 움직이고 소은정은 두 눈을 감았다.

레스토랑에서 그녀의 본가까지는 약 20분 정도 거리, 하지만 체감상 10여 분을 달렸을 뿐인데 차는 멈춰서고 말았다.

그리고 누군가 다시 그녀를 끌어안아 엘리베이터에 탔다.

박수혁의 집은 아니었지만 왠지 익숙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박수혁의 수많은 부동산 중 하나겠거니 하는 생각과 함께 소은정은 다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해 소파에 소은정을 내려놓은 박수혁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기 시작했다.

박수혁의 행동에 겨우 눈을 뜬 소은정이 그를 노려보았다.

“열 나는 거 아니야. 휴대폰이나 좀 줘. 데리러 오라고 하게.”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박수혁은 말없이 집을 나가버렸다.

혼자 남은 소은정은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커다란 집은 심플하지만 우아한 그레이톤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걸로 봐서는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주는 사람이 있는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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