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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누가 가족 아니랄까 봐

하지만 곧 다시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친구로서 그 정도는 물을 수 있잖아? 아, 혹시 어젯밤에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남자친구한테 해명이라도 해줘야 하나?”

박수혁의 말에 소은정은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그녀가 아는 박수혁이라면 지금쯤 문을 박차고 나가거나 그녀를 향해 욕이라도 퍼부어줬을 텐데.

이상해, 이상하단 말이야... 사람이 너무 많이 변하면 죽는다던데...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박수혁은 이를 악물었다.

침착, 침착해야 해...

겨우 이성을 유지하며 박수혁은 차분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난 네 모든 선택을 존중해. 하지만 난 네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 뭐, 일단은 두 사람 사귄다니까 축복은 해주겠지만... 내가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숨도 쉬지 않고 말을 내뱉는 박수혁을 멍하니 바라보는 소은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 말투... 왠지 익숙한데?

이때 박수혁이 말을 이어갔다.

“너랑 나, 사적으로는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공적으로는 얽혀있는 일들이 많잖아. 남자친구가 괜찮대?”

말끝마다 남자친구, 남자친구. 귀에 거슬렸지만 굳이 수정해 주고 싶진 않았다.

차라리 이대로 오해를 하는 게 그녀에게도 박수혁에게도 나을지도.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던 소은정은 그제야 방금 전 묘한 기시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박우혁!

방금 전 박수혁이 했던 말들 쫑파티에서 박우혁이 했던 말과 거의 비슷했으니까.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당신이랑 우혁이... 가족이긴 하네. 닮았어.”

뜬금없는 말에 의아하던 박수혁은 곧 그 말에 숨은 뜻을 눈치챘다.

뭐야? 지금 날 우혁이 그 자식이랑 비교하는 거야? 내 연기가 부족했나? 충분히 제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양아치랑 비교하지 말아줄래?

말을 마친 박수혁이 발걸음을 옮겼다.

“난 바로 회사로 갈 거야. 데려다줄까?”

“아니, 괜찮아.”

고개를 끄덕인 박수혁이 소은정의 집을 나서고 거실은 드디어 조용해졌다.

혼자 남은 소은정은 바로 기사에게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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