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831 - 챕터 840

2631 챕터

제831화 그쯤 해둬

연락을 받은 우연준이 바로 박수혁을 맞이했다. 박수혁은 얼굴에 철판이라도 붙인 건지 접객실도 아닌 대표 사무실 문 앞을 지키고 있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박수혁은 유리창 너머 회의실에 앉은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정교한 화장에 능숙한 일처리, 자신만만한 미소에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화려한 미모임에도 그녀의 미소는 부드러움보다는 왠지 모를 날카로움이 느껴져 직원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그 순간 박수혁은 새삼스레 다시 소은정에게 반하고 말았다.그녀의 부드러움과 강함이 그녀의 지혜와 용기가 박수혁을 걷잡을 수 없이 빠지게 만들었다.그와 함께했던 3년 동안 날카로움을 감추고 모든 반짝임을 감추고 살았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욱신거렸다. 아마 소은정의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3년이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결혼 생활을 후회하고 있는 거고.옆에 서 있는 우연준은 박수혁을 쫓아버릴 수도 없고 안절부절 못할 따름이었다. 다른 직원들도 남다른 포스를 내뿜는 박수혁의 눈치만 바라보느라 업무 전체가 마비 상태였다.20분 뒤, 회의가 끝나고 각 부서 부장들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섰다.“대표님은 너무 직설적이셔. 은호 대표님보다 훨씬 더 무섭다니까...”“지금 우리 그룹 실세는 소은정 대표님이야. 줄 잘 서야 해.”모두가 나선 뒤에야 여유롭게 기지개를 켜며 회의실을 나서던 소은정은 어느새 회의실 문앞까지 다가온 박수혁을 발견하고 흠칫했다.이 남자가 왜 여기에?“굿모닝.”뻔뻔하게 아침 인사까지 건네는 박수혁을 무시하고 소은정은 우연준을 노려보았다.하지만 우연준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도 전 박수혁이 먼저 선수를 쳤다.“일 얘기 하러 온 거야.”이 한 마디를 남겨둔 채 박수혁은 먼저 그녀의 사무실로 들어갔다.뭐 저딴 게 있나 싶어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은정은 들고 있던 자료를 우연준에게 넘겨주었다.“커피 두 잔 준비해 줘요.”“네.”소파에 앉은 채 사무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박수혁은 이 방의 주인인 듯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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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사약

왜 저러나 싶어 박수혁의 행동을 관찰하던 그때 박수혁이 보온병을 들고 다가왔다.제비집 수프를 컵에 따르는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그의 긴 손가락 덕분에 왠지 아름다운 안무처럼 느껴졌다.“먹어 봐.”예전과 먼가 달라진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콕 집어 어디가 달라졌는지는 말하기 힘들어 더 답답했다.“오 집사님이 하신 거야?”긴 속눈썹을 늘여트린 채 제비집 수프를 바라보던 박수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응...”하지만 입맛이 없었던 소은정은 수프는 손도 대지 않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친구 삭제한 거 말고 다른 할 말 있어?”대놓고 이만 꺼지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는 소은정의 태도에 박수혁의 눈동자가 살짝 반짝였다.“거성 프로젝트 추진을 더 가속화할 생각이야. 독일 기술팀을 스카우트했거든. 다음 달 쯤에 도착할 거니까 일정표부터 다시 짜자.”그제야 소은정은 박수혁의 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그 콧대높은 독일 기술팀을? 웬만한 연봉으로는 꿈쩍도 안 하는 사람들인데.소은정이 몰래 감탄을 하던 그때 박수혁이 말을 이어갔다.“그러니까 전동하 그 자식더러 얼른 미국으로 꺼지라고 해.”온갖 인맥을 동원해 기술팀을 더 스카우트한 이유는 단 한 가지, 프로젝트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전동하와 인연을 끊어내기 위해서였다.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면 소은정도 다시 흔들리지 않겠지.“전동하 대표가 미국을 돌아가든 말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한숨을 푹 내쉰 소은정의 대답에 박수혁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그녀를 바라보는 박수혁의 눈빛은 용암보다 더 뜨거웠다.“내 말 무슨 뜻인지 알잖아? 전동하 대표를 차버리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어줄게.”순간 소은정이 고개를 들었다.오호, 세게 나오는데?박수혁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소은정은 속으로 혀를 찼다.오직 박수혁만 할 수 있는 보장이겠지.어제 밤새 오한진이 준 소설을 읽으며 박수혁이 깨달은 건 한 가지!이딴 방법은 소은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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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매일 올 건데?

박수혁의 질문에 소은정은 침묵했다.박수혁 이 개자식, 설마 여기에 이상한 독 같은 거 넣은 건 아니겠지?이때 마침 우연준이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두 분 커피 좀...”소은정은 우연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커피잔을 낚아채 원샷을 해버렸다.강렬한 커피향이 제비집 수프의 짜고 쓴 맛을 덮어버린 뒤에야 소은정은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우아하게 커피잔을 내려놓았다.한편 박수혁의 굳은 표정에 우연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커피 맛있네요. 한 잔 더 부탁해요.”소은정의 미소에 우연준의 시선은 자연스레 책상 위에 놓인 제비집 수프로 향했다. 워낙 눈치가 빠른 우연준인지라 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린 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우연준이 사무실을 나서고 티슈로 입 주위를 닦아낸 소은정은 말없이 커피만 들이키는 박수혁을 향해 싱긋 미소 지었다.“맛있네. 고마워.”그제야 박수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요리에 성공했다는 착각에서일까? 그의 눈빛은 성공의 기쁨으로 반짝였다.“그럼 사과의 의미로 앞으로 매일 만들어줄게.”순간 소은정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아, 아니야. 번거롭게 뭘.”“하나도 안 번거로워. 날 다시 카톡 친구로 추가하기 전까진 계속 배달할 거니까 그런 줄 알아.”그제야 소은정은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터치하더니 박수혁에게 보여주었다.“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우린 공적으로 엮인 사이인데 내 마음대로 당신을 삭제한 건 내 실수였어. 앞으로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야.”소은정의 화끈한 태도에 박수혁은 오히려 어리둥절해졌다.게다가 앞으로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니? 이게 바로 제비집 수프의 힘인가?다시 소은정과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밝아진 박수혁의 표정은 곧 다시 실망감으로 잠겼다.아니지. 그럼 앞으로 아침밥을 배달할 명분이 사라진 거잖아? 아쉽다.이때 마침 이한석에게서 전화가 오고 박수혁은 진지한 얼굴로 소파에서 일어섰다.사무실을 나서려는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도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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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너무 못됐어

그제야 소은정은 고개를 들어 바텐더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뭐야? 대시인가?단정한 이목구비에 눈웃음이 매력적인 남자였다. 게다가 이 적극적인 성격까지... 아마 여성 고객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내세운 얼굴 마담 같은 존재겠지.평범한 여자라면 못 이기는 척 넘어갈지도 모르겠지만 소은정 주위에는 가장 넘쳐나는 게 미남이라 딱히 감흥이 없었다.“이 술은 제 취향 아닌데요.”“취향이 까다로우시네요?”소은정의 거듭되는 거절에도 바텐더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웃어보였다. 역시나 소은정의 예상대로 바텐더는 수려한 외모와 말빨로 여성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의 목표는 바로 소은정, 심플한 스타일이긴 하지만 몸에 걸친 옷과 핸드백만 더해도 수천만 원은 넘는다는 걸 눈치챈 바텐더가 이런 대어를 놓칠 리가 없었다.“이런 싸구려 술로 여자를 꼬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슨 자신감이죠?”소은정의 차가운 목소리에 흠칫한 바텐더는 어두운 불빛속에 가려진 소은정의 얼굴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다.눈에 익은 얼굴, 하지만 어디서 봤는지 생각이 안 났다.바텐더가 더 뻔뻔하게 들이대려던 그때, 2층에서 섹시한 스타일의 여자 한 명이 내려와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소은정, 거기서 뭐해? 올라가자.”한유라의 등장에 소은정은 바텐더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2층으로 올라갔다.방금 전 섹시한 스타일의 여자는 오늘 사장이 특별히 분부한 VVIP, 게다가 방금 전 여자의 이름 분명 소은정이라고 했었지?바텐더가 생각에 잠겼을 무렵, 커다란 손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사... 사장님?”사장은 사라져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방금 전, 저분은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저번에도 저분 때문에 하마터면 영업 정지까지 먹을 뻔했다고.”소은정, 소은정... 설마...?순간 바텐더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설마 저 여자... SC그룹의 소은정이에요?”“그래.”한편, 한유라를 따라 2층으로 올라온 소은정은 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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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프렌치 키스

민하준의 아이디어에 다른 대표들도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한 대표님, 세 계약건에 프렌치 키스 한번이면 훌륭한 거래인 것 같은데요?”“그러니까요. 우리 민 대표님 딱 봐도 한 대표님께 반하신 것 같은데 이번 일을 계기로 특별한 관계로 발전할지도 모르잖아요.”“정 불편하시면 친구분더러 대신 참여하시라 해도 전 상관없는데...”대표들 중 누군가 소은정을 언급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소은정에게 집중되자 마음이 조급해진 한유라가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그래요. 이기면 되는 거 아닌가요?”역시 다혈질인 한유라의 모습에 소은정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한유라의 옷깃을 잡은 소은정이 속삭였다.“야, 저 민하준이라는 남자 딱 봐도 노는 앤데... 괜찮겠어? 오늘만 꼭 날인 건 아니잖아.”이런 자리를 만들었다는 건 저쪽에서도 어느 정도 협력 의향이 있다는 뜻 굳이 이런 게임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게다가 민하준의 미소를 보아하니 무슨 게임을 하든 자기가 이길 거라 확신하는 모습이라 걱정이 앞섰다.하지만 워낙 고집이 센데다 알코올 버프까지 들어간 한유라가 가슴을 두드렸다.“걱정하지 마. 내가 질 리가 없잖아?”소은정을 안심시킨 한유라가 일어섰다.“그럼 간단하게 텍사스 홀덤으로 하죠? 어때요?”“좋죠.”민하준도 고개를 끄덕였다.곧 테이블에 카드가 깔리고 한유라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카드를 오픈했다.포카드 7, 꽤 높은 카드에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유라가 한때 카드게임에 푹 빠지긴 했었지. 아버지한테 몇 번이나 맞고 겨우 그만둔 포커야. 민하준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길 리가 없어...하지만 민하준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로 가득했다.카드를 오픈하기 전, 여유로운 자세로 소파에 기대어 앉은 민하준이 물었다.“유라 씨, 제가 이기면 약속 지키시는 겁니다. 딴말 하는 거 아니죠?”“이건 승부니까 당연히 룰은 지켜야죠. 민 대표님이야말로 지시면 계약서에 사인 하시기 전까지 여기서 한발도 못 나가십니다.”미간을 찌푸리는 한유라의 모습에 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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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

한유라가 민하준의 뒤를 따라나가고 문이 닫히기도 전에 민하준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유라 씨, 이제 여긴 구경꾼들도 없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와볼래요?”민하준의 품에 안긴 한유라는 낯선 민트향에 미간을 찌푸렸다.사실 민하준은 성격을 비롯해 어딜 봐도 한유라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웬만한 신인 아이돌들은 얼굴도 못 내밀 정도로 잘생긴 외모에 눈을 질끈 감았다.그래, 이건 일이야, 일. 눈 딱 감고 넘어가자.“민 대표님께서 먼저 적극적으로 나오셔야죠. 혹시 모솔은 아니죠?”한유라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게임에서는 졌지만 기세가 밀릴 수는 없는 법! 자존심 좀 긁어볼까?한유라의 말에 민하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다음 순간, 한유라가 그의 얼굴로 돌진했다.하지만 한유라가 “스킬”을 발휘하기도 전에 민하준의 혀가 그녀의 입속을 헤집기 시작했다.화려한 스킬에 숨이 턱 막히고 머리가 점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젠장, 뭐야. 이 남자 키스 왜 이렇게 잘해?한편 룸 안에 있던 소은정은 술에 취한 한유라가 무슨 짓을 당할지 걱정돼 그녀를 막는 손들을 전부 뿌리치고 문을 벌컥 열었다.그리고 문을 연 순간 소은정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열정적으로 키스를 나누는 두 남녀 때문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뒤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은호 오빠?”소은정의 목소리에 한유라는 귀신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민하준을 밀쳐버리고 입을 벅벅 닦아냈다.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던 민하준도 고개를 돌려 소은호와 시선을 마주했다. 잘생긴 외모였지만 고고하고 차가운 분위기에 차마 다가갈 수조차 없는 그런 남자였다.소은호는 방금 전까지 입술을 나누던 두 사람을 지나쳐 소은정에게 물었다.“다리 다 나았다고 막 나가네? 술 마시러 나왔으면서 왜 오빠한테 말 안 했어?”소은정이 해명하려던 그때 한유라가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오빠, 죄송해요. 제가 은정이를 부른 거예요. 그게...”평소라면 괜찮다고 머리라도 헝클었을 소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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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그의 여자친구

민하준의 출현에 소은정의 경계심은 극에 달했다.뭐야? 이 남자, 우리 유라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한편 한유라 또한 점점 인내심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계약건은 이제 물 건너 간 것 같고... 그렇다면 더 이상 민하준의 비위를 맞춰줄 이유도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아니에요. 오늘은 다들 많이 마셨으니까 각자 집으로 돌아가죠.”말을 마친 한유라는 소은정의 팔짱을 끼고 다시 룸으로 들어가 비서에게 뒤처리를 맡긴 뒤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물건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하지만 펍 밖으로 나온 뒤에도 한유라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하기만 했다. 도대체 어디가 안 좋은 거냐고 소은정이 물으려던 그때, 소은호가 나타났다.미소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던 한유라의 발걸음이 멈칫했다.소은호의 뒤에 또 다른 여자 한 명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아름다운 얼굴, 여리여리한 몸매, 부드러운 분위기, 누가 봐도 미인인 여자였다.“선배님...?”한유라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무표정한 얼굴로 계단을 내려오던 소은호가 고개를 돌려 낯선 여자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를 부축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짓는 두 사람의 모습은 누가 봐도 선남선녀 그 자체, 차마 방해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방금 전까지 창백하던 한유라의 표정이 더 일그러지기 시작했다.한편,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여자의 얼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저 여자... 어디서 봤더라?소은호 역시 한유라를 발견하고 흠칫하다 고개를 돌려 소은정에게 물었다.“은정아, 얘 기억해?”소은정은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고 침묵하던 한유라가 대신 대답했다.“우리 고등학교 최고의 여신님이잖아. 우리보다 2년 선배인 한시연 언니, 몰라?”한시연...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얼굴이 기억이 안 나네...그 모습에 소은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동생을 흘겨보았다.“기억력은 너보다 유라가 훨씬 더 낫네.”수수한 들꽃 같으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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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누가 괴롭혔니

비록 그 누구도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눈치빠른 소은정이 한유라의 짝사랑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저 한유라가 먼저 말하지 않으니 모르는 척 해줄뿐.그 동안 소은호도 한유라에게 항상 친절하게 대해 주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소은정의 친구였기 때문, 김하늘을 비롯한 다른 친구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수많은 여자들의 유혹에도 돌부처처럼 차갑기만 한 오빠의 모습에 평생 결혼도 안 하고 사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오늘 보니 그런 소은호에게도 예외는 있는 것 같았다.그 상대가 한유라가 아니라 한시연이라는 게 슬펐지만.주먹을 꽉 쥐고 있던 한유라는 결국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고 말았다. 살짝 떨리는 어깨만 봐도 알고 있었다.지금 그녀가 울고 있었다는 걸.얼마나 슬프면 소리 하나 못 내고 이렇게 서럽게 울까...소은정의 입장에서야 분명 한유라를 응원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소은호의 감정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지금 소은정이 할 수 있는 건 한유라의 옆에 역시 쭈그리고 앉아 말없이 함께해 주는 것뿐이었다.서럽게 우는 한유라의 모습을 보니 소은정의 눈시울도 따라서 시큰해지기 시작했다.사랑이 게임이라면 먼저 사랑에 빠지고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지기 마련, 저런 절망감을 소은정도 느껴본 적이 있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3년 전, 사랑을 위해 가족과 의절까지 하며 용기를 냈었지만 결국 그녀를 기다리는 건 끝없는 비굴과 수모뿐이었으니까.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아니, 비굴하게 그녀의 마음을 보여주었지만 상대는 그런 그녀를 봐주지 않았다.아니지. 어쩌면 보고 싶지 않았을지도.이때, 누군가 두 사람의 앞으로 다가왔다.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시야갸 어두워졌다.붉어진 눈시울로 고개를 든 소은정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누가 울린 거야?”완벽한 이목구비, 매력적인 목소리...박수혁이었다.왜 하필, 이 남자는 그녀의 마음이 가장 약해져있을 때 나타나는 걸까?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왜 이 남자한테는 항상 들키게 되는 걸까?한편, 빨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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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괜찮아?

소은정은 바로 근처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가리켰다.“아니. 기사가 기다리고 있어. 먼저 갈게.”한유라의 운 얼굴이 들킬까 소은정은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한편 박수혁의 온 신경은 소은정에게만 쏠려있다 보니 한유라의 상태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차에 탄 소은정이 문을 닫으려던 그때,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피아니스트의 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길고 아름다운 손이었다.어둠속에 얼굴을 숨긴 박수혁은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은정아. 내가 자꾸 이렇게 나타나는 게 싫어? 난 그냥... 어떻게든 너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그랬어... 귀찮게 할 생각은 없었어...”박수혁의 말투에 담긴 조심스러움에 소은정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뭐야? 박수혁 맞아? 이런 말도 할 줄 아는 남자였나?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고 운전석에 앉은 기사는 물론 한유라까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온몸에 소름이 돋긴 했지만 박수혁은 이를 악물었다.세게 나가서 안 통한다면 이런 전략을 사용해 볼 수밖에...아무 대답도 없는 소은정의 모습에 이것도 아닌가 싶어 손에 힘을 풀려던 그때, 드디어 소은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뭐 잘못 먹었어?”예상치 못한 질문에 박수혁이 흠칫하던 순간, 그의 손을 뿌리친 소은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서 출발해요.”어느새 멀어져가는 차량을 멍하니 바라보던 박수혁의 표정에 다시 평소와 같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피어올랐다.하여간 예측할 수 없는 여자라니까.비록 이번 전략도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박수혁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이때 휴대폰이 눈치없이 울리기 시작했다.이한석이었다.“말해.”“회장님께서 해외에서 그분을 불러들이셨습니다. 뭔가를 또 꾸미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소은정과의 만남 뒤로 박대한은 며칠간 조용한 듯하다 또다시 뭔가를 꾸미기 시작했다. 물론 박수혁은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말이다.하지만 해외에서 “그”를 다시 불러들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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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두 사람의 차이

말을 마친 한유라는 절망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와이너리에서 비싼 와인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인생이 어디 우리 맘대로 되니.”소은정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녀의 말에 침묵하던 한유라는 갑자기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세게 때렸다.짝!그 소리에 놀란 소은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유라야...”평소 털털한 성격에 항상 쿨해 보이던 한유라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꽁공 숨겨오던 비밀이 풀리니 감정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모양이었다. 민하준과 키스하는 모습을 들킨 순간, 소은호의 눈동자에서 순간 스쳐지나가는 혐오를 캐치한 순간, 한유라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소은호와는 영원히 잘 될 수 없을 것이란 예감이 들어서였다.소은정의 친구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이름마저 기억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쓰려왔다.와인잔에 붉은 와인을 가득 따른 한유라는 꿀꺽꿀꺽 술을 들이켰다.“은정아, 오늘 일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 다른 사람들까지 아는 거 싫어.”이런 치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지 않은 한유라였다.“그럼 당연하지...”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유라의 표정을 살피던 소은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왜... 오빠한테 고백 한번 못 안 했던 거야?”소은정의 질문에 한유라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그거 알아? 난 시연 언니한테 안돼. 난 시연 언니를 따라하는 짝퉁일 뿐이니까. 시연 언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은호 오빠랑 사귀었어. 그러다 3학년 때 부도 때문에 해외로 도망치 듯 떠났었지. 그렇게 해외에서 알바를 병행하며 학업까지 마치고 다시 창업에 성공한 모양이더라. 그런데 오늘 보니까... 그 동안 언니를 어줍잖게 따라하려 했던 내가 너무 우스워졌어. 언니의 그 맑고 깨끗한 눈동자...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던 그때와 똑같았으니까. 이 세상과 타협한 더러운 나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야.”7, 8년만에 만났음에도 예전과 똑같은 마음인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한유라는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앞섰다.말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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