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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1화 그쯤 해둬

연락을 받은 우연준이 바로 박수혁을 맞이했다. 박수혁은 얼굴에 철판이라도 붙인 건지 접객실도 아닌 대표 사무실 문 앞을 지키고 있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박수혁은 유리창 너머 회의실에 앉은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정교한 화장에 능숙한 일처리, 자신만만한 미소에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

화려한 미모임에도 그녀의 미소는 부드러움보다는 왠지 모를 날카로움이 느껴져 직원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순간 박수혁은 새삼스레 다시 소은정에게 반하고 말았다.

그녀의 부드러움과 강함이 그녀의 지혜와 용기가 박수혁을 걷잡을 수 없이 빠지게 만들었다.

그와 함께했던 3년 동안 날카로움을 감추고 모든 반짝임을 감추고 살았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욱신거렸다. 아마 소은정의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3년이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결혼 생활을 후회하고 있는 거고.

옆에 서 있는 우연준은 박수혁을 쫓아버릴 수도 없고 안절부절 못할 따름이었다. 다른 직원들도 남다른 포스를 내뿜는 박수혁의 눈치만 바라보느라 업무 전체가 마비 상태였다.

20분 뒤, 회의가 끝나고 각 부서 부장들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섰다.

“대표님은 너무 직설적이셔. 은호 대표님보다 훨씬 더 무섭다니까...”

“지금 우리 그룹 실세는 소은정 대표님이야. 줄 잘 서야 해.”

모두가 나선 뒤에야 여유롭게 기지개를 켜며 회의실을 나서던 소은정은 어느새 회의실 문앞까지 다가온 박수혁을 발견하고 흠칫했다.

이 남자가 왜 여기에?

“굿모닝.”

뻔뻔하게 아침 인사까지 건네는 박수혁을 무시하고 소은정은 우연준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우연준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도 전 박수혁이 먼저 선수를 쳤다.

“일 얘기 하러 온 거야.”

이 한 마디를 남겨둔 채 박수혁은 먼저 그녀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뭐 저딴 게 있나 싶어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은정은 들고 있던 자료를 우연준에게 넘겨주었다.

“커피 두 잔 준비해 줘요.”

“네.”

소파에 앉은 채 사무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박수혁은 이 방의 주인인 듯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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