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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두 사람의 차이

말을 마친 한유라는 절망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와이너리에서 비싼 와인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인생이 어디 우리 맘대로 되니.”

소은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말에 침묵하던 한유라는 갑자기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세게 때렸다.

짝!

그 소리에 놀란 소은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유라야...”

평소 털털한 성격에 항상 쿨해 보이던 한유라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꽁공 숨겨오던 비밀이 풀리니 감정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모양이었다.

민하준과 키스하는 모습을 들킨 순간, 소은호의 눈동자에서 순간 스쳐지나가는 혐오를 캐치한 순간, 한유라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소은호와는 영원히 잘 될 수 없을 것이란 예감이 들어서였다.

소은정의 친구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이름마저 기억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쓰려왔다.

와인잔에 붉은 와인을 가득 따른 한유라는 꿀꺽꿀꺽 술을 들이켰다.

“은정아, 오늘 일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 다른 사람들까지 아는 거 싫어.”

이런 치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지 않은 한유라였다.

“그럼 당연하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유라의 표정을 살피던 소은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오빠한테 고백 한번 못 안 했던 거야?”

소은정의 질문에 한유라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거 알아? 난 시연 언니한테 안돼. 난 시연 언니를 따라하는 짝퉁일 뿐이니까. 시연 언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은호 오빠랑 사귀었어. 그러다 3학년 때 부도 때문에 해외로 도망치 듯 떠났었지. 그렇게 해외에서 알바를 병행하며 학업까지 마치고 다시 창업에 성공한 모양이더라. 그런데 오늘 보니까... 그 동안 언니를 어줍잖게 따라하려 했던 내가 너무 우스워졌어. 언니의 그 맑고 깨끗한 눈동자...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던 그때와 똑같았으니까. 이 세상과 타협한 더러운 나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야.”

7, 8년만에 만났음에도 예전과 똑같은 마음인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한유라는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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