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리의 말에 소은정은 할말을 잃고 말았다.비싼 돈 주고 한다는 운동이 겨우 명상이라니.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장학준이 열정적인 목소리로 소개를 시작했다.“좋습니다. 저희 명상 선생님은 지리산에서 도를 닦으신 분이에요. 명상 업계에서는 거의 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친구분께서 바로 선생님의 첫 제자가 되시는 거랍니다!”드디어 땀이 안 나는 운동을 찾은 신나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장학준은 다른 직원에게 안내를 부탁했고 신나리는 그들의 손에 이끌려 “명상실”로 향했다.“그럼 우리 은정 씨는 어떤 운동을 하고 싶으세요?”최고의 트레이너만 채용했다는 장학준의 말에 소은정은 생각에 잠겼다.여기까지 왔는데 나도 한번 해봐?“그럼 태권도로 할게요.”요가나 필라테스 정도를 선택할 거라 생각했던 장학준의 예상을 완벽하게 벗어난 소은정의 선택에 장학준이 흠칫했다.“아, 좋습니다. 그럼 도복으로 갈아입어 주세요. 제가 직접 대련상대가 되어 드릴게요.”탈의실로 향하는 소은정을 바라보던 장학준이 입술을 깨물었다.태권도 코치는 국가대표 출신! 혹시나 대련 중에 힘 조절에 실패해 소은정이 다치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큰일이니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상위층 인사들을 타깃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장 답게 도복 또한 깔끔하고 소재도 고급이었다.흰색 도복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 소은정은 평소와 다른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하지만 여리여리한 것이 킥 한 번에 저 멀리 날아갈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준비운동 삼아 20분 동안 러닝을 끝내고 장학준 역시 도복으로 갈아입고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도복 옷깃 사이로 살짝 보이는 근육, 소은정과는 체급 자체가 달랐다.도복을 갈아입은 장학준을 발견한 코치가 고개를 갸웃했다.“사장님이 직접 하시려고요?”코치의 질문에 장학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도자기 인형처럼 귀하신 분, 내가 직접 상대해 드려야지.“그럼 준비운동부터 하시죠?”“아니야. 진짜 실력으로 하면 저쪽에서 다칠 지도
웃음을 겨우 참는 듯한 표정의 코치가 장학준을 부축해 링에서 내려왔다.“의사 선생님 바로 오실 거니까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코치는 휴대폰을 돌려주고는 링 위로 올라갔다.역시 국제대회 우승자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코치는 소은정의 공격을 자연스럽게 받아주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프로 대 프로의 경기를 멍하니 바라보는 장학준의 눈에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아, 아파... 소은정 저 여자... 삐쩍 말라서는 싸움은 왜 저렇게 잘해?고통을 참으며 장학준은 방금 전 코치가 촬영한 영상을 확인했다.링 위를 거의 날아다니다시피 움직이고 날카롭고 깔끔한 공격만을 날리는 소은정의 모습은 걸크러쉬 그 자체였다. 청순한 외모와 다른 반전 실력이 그녀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헬스장 홍보도 할겸, 장학준은 영상을 SNS에 올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박수혁 또한 그 영상을 확인하게 되었다. 영상속 소은정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박수혁은 바로 장학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전화를 받은 장학준은 익숙한 전화번호에 팔이 뽑힌 고통마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설레는 마음을 겨우 억누르고 장학준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박 대표님...”얼마 전까지 수혁이 형이라고 편하게 부르는 사이였지만 장학준은 나름 주제를 아는 남자였다.박수혁에게 찍힌 이상 괜히 더 친한 척을 했다간 이 코딱지만한 헬스장마저 폐업을 면치 못할 것이다.“영상... 네가 찍은 거야?”차가운 박수혁의 목소리에 장학준이 흠칫했다.“네...”“아직도 거기 있어?”“네...”장학준은 대련에 집중 중인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았다.“주소 당장 찍어보내고 영상은 바로 삭제해.”말을 마친 박수혁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그녀 혼자만 보는 걸로 족했으니까.한편 장학준은 부랴부랴 주소를 보낸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로 박수혁이 그를 조금이나마 더 좋게 봐주길 바랄 뿐이었다.약 30분 뒤, 박수혁이 헬스장에 도착하고 소은정도 땀
전동하의 등장에 박수혁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새카만 눈동자로 전동하를 노려보는 박수혁의 모습은 영역을 침범당한 맹수 그 자체였다.박수혁을 발견한 전동하 역시 흠칫 놀란 듯했지만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박 대표님도 계신 줄은 몰랐네요?”저번 인터넷에서 모함 사건이 벌어진 뒤로 두 사람이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남자 사이의 묘한 기싸움을 관찰하던 소은정은 의문에 잠겼다.전동하는 왜 또 여기 나타난 거야.이때 복도 끝에서 천천히 걸어오던 신나리가 그녀를 향해 손을 저었다.“전 대표님 도착하셨어요? 아까 전화로 어딘지 물으시던데...”아, 신나리가 알려준 거였나...예상치 못한 전동하의 등장에 장학준은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었다.괜히 박수혁한테 더 밉보이는 거 아니야?한편, 박수혁은 전동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중이었다.전동하, 이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은 자식...어색한 침묵을 깨트린 건 바로 소은정의 목소리였다.“전 대표님, 안 가셨어요?”“아, 은정 씨랑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까 하고요.”대답과 함께 전동하는 자연스럽게 소은정의 핸드백을 받아들었다.누가 봐도 다정한 커플의 모습에 박수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뭐야? 두 사람 벌써 이렇게까지 친해진 거야?핸드백까지 뺏긴 소은정은 이대로 전동하의 제안을 거절하면 상대의 입장이 난처해질 게 분명하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이 자리를 뜨려던 그때,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분노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파워에 소은정이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바다처럼 깊은 박수혁의 눈동자는 폭풍우를 앞둔 듯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두 사람... 무슨 사이야?”뜬금없는 질문에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전동하를 바라보는 박수혁은 말 그대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소은정의 입에서 나온 답이 그의 일말의 희망마저 잘라버릴까 두려웠지만 이대로 찜찜하게 두 사람을 보낼 수는 없었다.반면
소은정이 수건을 받으려던 그때, 전동하가 앞으로 다가왔다.“내가 닦아줄게요.”전동하의 얼굴에는 평소와 똑같은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가 걸려있었지만 왠지 그 미소에서 그 어떤 온도도 느껴지지 않았다.소은정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피하고 신나리가 눈치껏 끼어들었다.“제가 할게요. 여자 머리는 잘 안 만져보셨잖아요!”10분 뒤, 머리가 대충 마른 뒤 장학준이 다시 헬스장으로 들어왔다.“가실려고요? 다음에 다시 와주세요...”“그럼 앞으로 제 친구 잘 부탁드릴게요.”“그럼요. 은정 씨 친구인데 VVIP급으로 대접해 드려야죠.”탈골된 팔에서 느껴지는 통증으로 얼굴이 식은땀 범벅임에도 아부의 미소를 잃지 않는 장학준의 모습에 소은정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아, 그리고 병원 꼭 가봐요. 팔 한번 빠진 거 그대로 내버려두면 또 빠지니까.”소은정의 말에 방금 전 치욕적인 대결을 떠올린 장학준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헬스장을 나서고 소은정의 표정을 살피던 전동하가 그녀를 위해 차문을 열어주었다.살짝 망설이던 소은정이 입을 열었다.“전 나리 씨 회사까지 데려다줄 거예요. 대표님은 바쁘시면 먼저 가보세요.”소은정의 말에 전동하도 당황한 듯 흠칫했다. 예리한 전동하는 의도적으로 그를 밀어내는 소은정의 태도를 바로 눈치챘다.신나리 또한 소은정의 말에 따라 쪼르르 조수석에 탔다.고개를 푹 숙인 채 감정을 정리하던 전동하가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화났어요?”화냤냐고? 내가? 내가 왜? 전동하의 말 때문에? 아니야. 오히려 전동하한테 고마워해야지. 이번 기회에 박수혁을 완전히 떨궈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왜... 왜 기분이 안 좋은 거지?하지만 소은정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왜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왜 화를 내야 하죠?”“제가 저희 두 사람 관계를 오해하도록 대답했으니까요.”전동하의 솔직한 대답에 소은정도 당황하기 시작했다.뭐야? 설마 내가 아직도 박수혁한테 미련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전동하의 말에 화를 내고 있다고? 그럴
소은정의 차.소은정이 차에 타자 마침 통화 중이던 나리가 물었다.“임 대표님 회사로 들어오셨데요. 저녁 식사 같이 하자시는데 다음으로 미룰까요?”신나리의 질문에 소은정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마침 임 대표님한테 부탁할 것도 있고 같이 먹자고 해요.”“응. 시간 괜찮데. 대표님한테 부탁할 것도 있다는데?”회사 대표와 너무 편한 말투로 말하는 신나리의 모습에 소은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뭐지? 거성그룹은 사내 분위기가 좀 프리한 스타일인가?잠깐 망설이던 소은정이 시험조로 물었다.“거성그룹에서 지낼만 해요? 우리 회사 옮기는 건 어때요?”“에이, 아니에요. 회사에 정이 워낙 많이 들어서. 사실 임 대표도 우리 연구팀 일원이었어요. 뭐 결국 실력 부족으로 경영 쪽으로 방향을 틀긴 했지만 뭐 결론적으로 정확한 선택이었죠?”싱긋 미소를 짓는 신나리의 모습에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아, 다들 창립 멤버였구나.그제야 돈 보기를 돌 보듯 하고 임춘식과 허물없이 지내는 신나리의 모습이 이해가 가는 소은정이었다.잠시 후, 차량은 거성그룹 건물 앞에 도착하고 신나리가 다시 임춘식에게 전화를 걸며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통화를 마치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임춘식이 부랴부랴 건물에서 달려나왔다. 부쩍 수척해진 그의 모습에 소은정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많이 피곤하신 것 같은데 식사 괜찮으시겠어요?”소은정의 질문에 손바닥으로 얼굴을 한번 쓸어내린 임춘식이 대답했다.“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어야죠.”임춘식 역시 뒷좌석에 타고 피식 웃던 소은정이 시동을 걸려던 그때 조수석 문이 다시 열렸다.잔뜩 굳은 표정의 박수혁이 그녀의 차량 조수석에 털썩 주저앉았다.뭐야? 간 거 아니었어? 지금쯤 태한그룹 사무실로 돌아가 잡히는 물건을 전부 부수고 있을 줄 알았는데...소은정의 의아한 표정에 임춘식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아, 그게... 마침 우연히 문 앞에서 만나서요. 식사 같이해도 괜찮죠?”물론 우연히 만났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출장 때문에
소은정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임춘식은 술을 아예 원샷했다.한편 소은정의 옆에 앉은 박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소은정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그 뜨거운 눈빛에 불편해진 소은정 역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뭘 그렇게 보는 거야.“왜 그렇게 뚫어져라 봐?”타이 없이 셔츠 첫 번째 단추를 풀어헤친 박수혁은 평소보다 훨씬 캐주얼한 모습이었다. 셔츠 사이로 깔끔한 쇄골 라인이 드러나 박수혁의 차가운 분위기에 섹시함을 더해주고 있었다.소은정의 질문에 박수혁의 눈동자가 일렁였다.“네가 먼저 본 거 아니었나?”날 봤으니까 내가 널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거겠지.차가운 목소리로 억지를 부리는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하, 말을 말자, 말을.소은정이 말없이 눈을 흘긴 뒤 임춘식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자율주행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요?”소은정의 질문에 임춘식은 바로 흥분한 듯 눈을 반짝였다.“비록 저희가 가장 먼저 시작한 기술 분야는 아니지만 핵심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레벨에 달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테스트도 진행한 건가요?”소은정이 흥미로운 듯 눈썹을 치켜세우자 임춘식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스마트 칩에 센서 시스템을 추가했는데 엔진과 브레이크와 연동이 가능해요. 해외 자동차 개발센터를 돌아다니며 현재 기술 상태에 대해 알아봤는데 현재 자율주행 센서 기술은 자동차 앞에 있는 장애물에 따라 가속과 감속을 결정하죠. 하지만 저희는 달라요. 스마트 칩 덕분에 시속 180km까지 달릴 때도 3초만에 브레이크가 가능해요. 안정성이 추가된 거죠.”임춘식의 깔끔한 설명은 다단계처럼 알 수 없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고 신나리도 소은정도 푹 빠져들고 말았다.뛰어난 성과에 싱긋 미소를 짓던 소은정이 임춘식의 빈 술잔에 술을 채워주었다.“수고 많으셨어요.”“아닙니다.”임춘식이 손을 내저었다.화기애애한 분위기속, 술잔을 돌리던 박수혁이 불쑥 끼어들었다.“레이싱카의 브레이크 원리를 일반 차량에 적용시키는
신나리의 설명에 소은정과 박수혁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특히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박수혁의 눈동자에도 놀라움이 스쳤다.생각지도 못한 성과이긴 했다. 현재 기술의 국한서을 뚫고 말 그대로 혁신을 이루어냈으니 아마 세계 최초 타이틀이 붙는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깜짝 놀란 듯한 두 사람의 모습에 그제야 임춘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사실... 이 소식은 조금 있다가 발표하려고 했는데 나리가 먼저 언급했으니까 저도 숨기지 않을게요. 비록 설명에는 성공했지만 공중에서 비행하는 자동차라... 윤리적으로도 그렇고 교통법 관련해서도 그렇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요.”솔직한 임춘식의 말에 소은정이 미소를 지었다.“아니요. 이 정도 혁신을 이루었다는 자체가 기적이에요. 절차적인 문제는 차차 해결하면 되는 거죠.”“그렇죠. 자, 한 잔 하시죠.”소은정이 술잔을 들고 박수혁도 이례적으로 술잔을 들었다. 술잔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들리고 임춘식은 술잔을 깨끗하게 비웠다.식사 자리가 무르익고 임춘식은 기분이 좋은지 연거푸 술을 마셨고 신나리는 사진을 찍어 연락조차 닿지 않은 소은찬에게 문자를 보냈다.오고가는 술잔에 역시 몇 잔을 비운 소은정은 술기운이 올라오는 건지 머리가 어지럽고 배도 싸르르 아파오기 시작했다.살짝 비틀거리며 복도 끝쪽에 있는 화장실로 향한 소은정은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뭐야! 생리 터졌잖아!뭐지? 왜 며칠이나 빨리 온 거지? 술을 마셔서 배가 아픈 건가 했더니 생리통이었어?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오늘 소은정은 흰 스커트를 입은 상태였다. 스커트는 어느새 붉게 물들어 레스토랑 밖으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했고 휴대폰은 룸 안에 있어 다른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대충 엉덩이 부분을 가릴 가디건 조차 없는 상태...일단 비틀거리며 화장실칸에서 나온 소은정은 세면대 거울 속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헬스를 마치고 샤워까지 끝낸 터라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지만 생얼도 완벽한 모습이었다.이런 내
소은정이 두 손을 올려 박수혁의 어깨를 밀어냈지만 이 정도 힘은 박수혁에게 간지러움을 태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괜히 입을 벌려 박수혁의 혀까지 소은정의 입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짙은 와인 냄새에 소은정까지 취하는 기분이었다.소은정이 짜증스럽게 주먹으로 소은정의 가슴을 내리쳤지만 돌아온 건 더 강렬한 키스뿐이었다.박수혁의 머릿속에는 소은정을 그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박수혁은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꾸준히 그녀를 향한 마음을 보여준다면 언젠가 소은정도 흔들릴 것이라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오후, 헬스장에서 함께 있는 소은정과 전동하를 본 순간 그의 알량한 희망조차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왜? 왜 저딴 남자한테 웃어주는 거야!박수혁의 뼛속까지 자리잡은 소유욕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문득 박대한의 말도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소은정을 가질 수 있다면 정당하지 않은 방법이라도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박수혁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임춘식을 시켜 소은정을 불러냈었다. 만약 소은정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정말 다른 추잡한 수작을 썼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다행히 소은정은 약속에 응했고 덕분에 비겁한 짓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박수혁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한편, 소은정은 질식할 것 같은 기분에 박수혁의 혀를 꽉 깨물었다. 순식간에 피비린내가 입안에 확 퍼졌다.어때? 이래도 안 비킬 거야?하지만 1초간 잠깐 흠칫하던 박수혁은 다시 더 거칠게 밀고 들어왔다. 게다가 소은정을 번쩍 안아들어 세면대에 앉히기까지 했다.드디어 소은정과 박수혁의 눈이 마주치고 박수혁의 거친 숨결이 소은정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결국 소은정은 손을 뻗어 박수혁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순간 욕망으로 가득하던 박수혁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결국 자연스레 고개가 뒤로 꺾이고 말았다.겨우 박수혁에게서 벗어난 소은정이 소리쳤다.“정신 좀 차려!”소은정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