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261 - 챕터 2270

2631 챕터

제2261화 말썽 피우지 않을게요

박시준의 목소리는 온화하면서도 억울해 보였다.마음이 약해진 소은정의 눈빛이 흔들렸다.박수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제대로 머리를 쓸 줄 아는 박시준이 뿌듯했다."그럼... 그렇게 해. 대신 이 학교를 다닐 때까지만이야. 만약에 지혁이가 월반을 한다거나 전학을 가면 우리 계약도 무효가 되는 거 알고 있지?"그녀의 질문에 박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그렇게 할게."박시준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소은정과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 그녀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박수혁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누구도 그를 방해할 수 없었다. 기분이 좋아진 박시준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고마워요, 말썽 안 부리고 잘 지낼게요."소은정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어린애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박시준의 해맑은 미소에 그녀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그녀는 눈썹을 치켜들고 시선을 다시 박수혁에게 돌렸다. 그는 조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전화기 너머로 조지의 비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박 대표님, 무슨 일로 연락하셨어요?""조 대표님과 할 얘기가 있는데 자리에 계시나요?""조대표 님은 현재 부재중이십니다. 급한 용무가 아니시면 3, 4 일뒤에 다시 연락 주시겠어요?"얼굴을 찌푸린 박수혁은 전보다 훨씬 차가워진 목소리로 급히 말했다."급한 일이니 즉시 연락 바랍니다."사람마다 급한 용무에 대한 인식은 달랐지만 회사를 이끄는 사람들에게는 그 무게 역시 상당히 무거웠다.비서는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에게 지금 바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박수혁은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무심하게 놓았다.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선 박수혁 때문에 소은정은 자기도 모르게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박수혁은 그런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활짝 웃어 보였다."와, 맛있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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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2화 Rh 식 혈액형

보다 못한 박수혁이 그녀에게서 전화를 돌려받아 통화를 이어갔다."알겠습니다. 위치 찍어서 보내주시고 최대한 빨리 돌아오세요."그는 전화를 끊은 박수혁이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괜찮아? 무슨 일이야?"소은정은 갑자기 심해진 두통에 얼굴을 찡그렸다.고통에 허우적대면서도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자기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제니퍼와 전동하 모습이 환영처럼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녀가 바라는 사람은 전동하였다.'동하 씨가 맞았을까? 아직 살아있다면 왜 나를 찾으러 오지 않는 걸까?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그녀는 예전에 제니퍼를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전동하가 아니었다. '들키지 않기 위해 쁘띠 성형 수술이라도 한 걸까? 요즘 기술로는 짧은 시간으로도 쁘띠 성형이 충분히 가능해.'마음속 의심이라는 불씨가 점점 커졌다.박수혁이 자기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데도 그녀는 공상에 빠져 있었다.그녀가 초점 없는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박수혁이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위치는 받았고 이제 당신을 돕는다던 그 지인한테 연락해야 되는 거 아니야?"그녀는 우왕좌왕하다가 본능적으로 문선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호텔을 나설 때 그녀는 배웅해 주겠다는 박수혁의 호의를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녀는 홀로 차에 앉아 창밖의 번쩍이는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잔잔한 풍경과 다르게 그녀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제니퍼의 특이한 Rh 식 혈액형은 진짜 그가 동하 씨라는 걸 확신시켜 주는 증거일까? 하지만 그냥 우연의 일치면 어떡하지?'Rh 식 혈액형은 흔한 혈액형은 아니지만 결코 그 수가 적지는 않았다. '단순한 우연인 걸까?'그녀는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오한이 들었다.그녀는 이 우연의 일치를 온 마음을 다해 부정했다. 오히려 제니퍼가 전동하라고 믿고 싶었다. 어떻게 그녀를 속일 수 있었던 건지 그녀는 의문이 들었다.놀이공원에서의 만남부터 박수혁이 얘기한 차이나타운에서의 스토킹까지, 어쩌면 박수혁의 말이 사실일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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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3화 치료

그 환자도 소은정과 마찬가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처럼 웃으며 사람들과 어울렸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팔에는 자해 자국으로 가득했다.어쩌면 괜찮은 척, 정상적인 척 연기를 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소은정도 그런 류의 사람일까 봐 걱정이 되어 밤중에 다급히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환자가 자기 상태를 숨기고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건 스스로 마음을 닫은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이런 환자는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었고 누구보다 위험한 선택을 많이 할 것이기에, 항상 옆에서 주시해야 했다.소은정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지 않자 정신과 의사는 당황했다."환자분, 듣고 있어요?"소은정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죄송해요, 처리할 업무가 남아서 집중을 못 했네요.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귀국하면 바로 연락할 게요." 혹시라도 자기를 속이는 것일까 봐 한참 동안 고민하던 의사는 우선 그녀를 믿기로 했다.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자 하는 그녀의 태도로 한결 안심이 된 의사가 말했다."알았어요, 하지만 전에 이상함을 느끼면 즉시 저에게 말해야 해요. 환자분과 나눴던 얘기는 전부 기밀 유지가 돼요. 그러니 안심하고 전문의한테 맡기세요."소은정은 담담하게 대꾸했다."네, 저도 선생님 믿어요."전화를 끊고 나서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녹색 덩굴이 벽을 가득 채워 생기가 넘쳤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호수가 보였다.의사가 한 말을 떠올리며 그녀는 자기 팔을 만졌다.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씻었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새봄이와 문준서와 시간을 보낸 그녀는 잠자리에 들었다.어두컴컴한 밤 9시, 도시 전체가 고요한 침묵에 빠졌다.최성문이 소은정을 부두로 데려다줬다.궁금할 법만도 한 상황에서 최성문은 묵묵히 그녀를 따랐다.부두도 여느 때처럼 조용했다.바다는 당장이라도 깨어나 세상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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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4화 바다에서 바늘 찾기

소은정이 부드럽게 악수하며 미소를 지었다. 사무엘의 외국어 실력은 아주 의외였다. 발음이며 말투며 내국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천만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은정 씨의 친구가 아직 거기서 벗어 나오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도와주신 것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성세를 체포하고 나서 실험실을 파괴하는 동안 친구를 데리고 나올게요. 이름이 뭔지 알려주세요."소은정이 눈을 살짝 내리깔고 입술을 오므리며 몇 초동안 침묵했다."제니퍼요. 몸이 불편한 사람이니 신경 좀 써줘요.""알겠습니다."사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엘은 그녀의 옆에 있는 최성문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은정 씨도 몸조심 하세요." "제 걱정은 안 해도 돼요. 그 사람만 찾아줘요."사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예성이 나와서 사무엘의 어깨를 두드렸다."시작할까요?""좋아요, 여긴 당신이 맡으세요. 은정 씨가 여기 와본 적 있다고 했으니까 저랑 안에 들아가서 얘기하면 어떨까요?""그러죠."소은정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여기까지 왔으니 최선을 다해 도와주어야 했다.첫 번째 방을 제외하고 이곳은 연회장이었다. 널찍한 연회장은 고급스럽게 꾸며졌다.반면 위층은 조금 더 아늑했다.간단히 구경만 했던 곳이라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위치는 파악할 수 있었다."은정 씨가 말했던 엘리베이터는 어디에 있어요?"사무엘이 물었다. 소은정이 기억을 따라 그곳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그 엘리베이터는 보이지 않았다. 두세번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해도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사무엘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은정 씨, 혹시 기억을 잘못하고 계신 거 아닌가요?"소은정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분명히 여기 있을 거예요."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는 곳이 연회장의 옆문에 있다고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 앞에는 엘리베이터 대신 벽이 있었다.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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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5화 표절

사무엘이 경멸의 눈빛으로 썩은 미소를 지었다. "남의 업적을 훔치고, 남의 인맥을 훔치고, 이젠 디자인까지 똑같은 연구실을 만들어?"소은정이 의아한 눈빛으로 사무엘을 바라보았다. 문예성이 황급히 설명했다."이 연구실은 저희 연구실과 구조부터 시작해 연회장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똑같아요."소은정이 충격에 얼어붙었다."그럼 내부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나요?""물론이죠, 눈 감고도 몇 바퀴 돌 수 있어요. 왠지 오늘 작전은 순조로울 것 같아요."사무엘이 눈썹을 치켜들고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다가와 문예성에게 말을 건넸고 문예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엘을 바라보았다."다 왔어요. 들어갑시다."사무엘이 소은정을 흘끗 쳐다보았다."은정 씨, 들어가시죠?"소은정이 웃으며 일어나 최성문을 바라보았다. 최성문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엘리베이터 내부는 건장한 사람 서른 명 가까이는 족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엘리베이터 내부에 들어선 사무엘은 기관 구조를 살펴보았다.하지만 그가 버튼을 잘못 눌렀는지 엘리베이터 안의 감시 카메라 방향이 갑자기 작동을 멈췄다.엘리베이터가 계속 내려가면서 무중력 상태에 도달했다. 바깥의 해저가 너무 깊고 어두워 숨을 쉴 수 없는 밀폐된 공간이 된 엘리베이터였다.소은정이 약간 불편한 듯 눈을 감았다. 최성문이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다른 사람들이 먼저 빠져나왔다.문예성, 사무엘, 소은정이 맨 마지막에 남았다.최성문은 그녀가 조금 나아진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무엘이 고개를 돌려 엘리베이터와 눈앞에 있는 유리 더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단순하게 계산해도 8년에서 10년 정도 걸릴 것 같은 대공사인데, 5년 전에 회사를 떠난 성세가 5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걸 완성했을 리는 없고, 훨씬 전부터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네요."문예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이곳은 외부인이 들어오기도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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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6화 당신이었네요

"지금 뭘 찾고 있는데요?""사람 찾아요."소은정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제가 찾는 사람이 여기 있든 없든 간에 모든 길과 방은 따로 분리된 게 아니라 서로 통하는 게 좋아요. 출입 가능한 통로가 하나쯤은 있어야 해요. 그럼 밖에서 찾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잖아요."사무엘이 가기 전에 그녀에게 한 말이었다.여기부터 찾기 시작한다면 아주 빠르게 그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최성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계를 강화했다.소은정은 빛 반사가 되는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유리 재질의 벽 같았지만 두께로 보아 실제 벽은 아닌 것 같았다.벽 앞에 서서 손을 뻗은 그녀는 긴장되어 침을 꼴깍 삼켰다.안으로 벽을 힘껏 밀자 벽은 서서히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사방이 고요했다.바다 심연의 울림마저 무수히 증폭되어 들려왔다.휴게실 같은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소은정은 안을 둘러보며 눈썹을 찡그렸다.최성문이 물었다."저희가 잘못 찾아온 건 아니겠죠? 사무실부터 찾아보는 건 어때요?"'여긴 첫 번째 장소야, 어떤 기술적인 시스템도 보이지 않아. 그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그녀는 익숙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 결국 안으로 걸음을 옮긴 그녀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방 안에서만 보이는 유리창 너머로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검푸른 빛깔의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칠흑 같은 바닷속에서 희미한 빛이 비쳤고 쓸쓸한 분위기를 한층 더 자아냈다.소은정은 혹시나 더 있을 방을 찾아 벽에 손을 대고 밀었다.'안에 있는 건가?'그녀는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이상한 느낌이 든 그녀는 투명한 유리 옆에서 손을 불쑥 내밀었다.최성문은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난감해 보였다.순간, 손에 힘을 주자 유리가 천천히 밀려들어 갔다.그들의 눈앞에 어두운 터널 공간이 하나 나타났다."은정 씨..."이미 끝까지 도착한 줄 알았던 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흠칫 놀랐다.소은정의 두 손이 가늘게 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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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7화 도와줘요

침착함을 되찾은 제니퍼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미 거절했을 텐데요. 아무런 시도도 안 해보고 수술실에서 허망하게 죽고 싶지 않아요."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인 소은정은 그를 애타게 바라보았다. 답답함과 애절함으로 뒤엉킨 그녀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제니퍼를 오래도록 응시했다."띠링"제니퍼는 휴대폰을 꺼내 받았다.성세의 당황한 목소리가 그녀에게까지 전해졌다."큰일 났어요. 누군가 따라 들어왔어요. 사무엘이 보낸 사람 같은데 지금 날 잡기 위해 사방을 들쑤시고 다니고 있어요. 도와줘요, 잡히면 내 사업도 끝나고 인류의 역사도 끝난다고요!"성세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니퍼에게 연락했다.성세가 연구실 구조를 위층과 아래층 전부 똑같게 설계한 바람에 그의 위치가 더욱 쉽게 노출되었다.제니퍼는 심연처럼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눈빛으로 소은정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침착하게 말했다."저도 어쩔 방법이 없네요. 성 대표님, 명복을 빕니다!""어떻게 이 중요한 순간에 날 버릴 수 있어요? 내 연구를 누구보다 지지하던 당신이 어떻게 나를 배신할 수 있어요? 곧 세계를 놀라게 할 연구 결과를 선보일 수 있어요. 당신 다리도 치료해 멀쩡하게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요! 우린 최고의 파트너라고요!"성세는 제니퍼에게 치료를 빌미로 자기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은 웃음이 터졌다.제니퍼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패배를 인정하는 건 어떤가요?""어떻게 제가 패배를 인정할 수 있겠어요? 날 충분히 꺼내줄 수 있잖아요! 날 도와주기만 하면 나가서 재기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제발 도와줘요!""당신이 프로젝트 성과를 훔쳐 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배신감을 느끼는 건 오히려 나예요."제니퍼의 말에 성세는 어떤 대꾸도 하지 못했다.'어떻게 안 거지?'성세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제니퍼의 말에 당황한 눈치였다.휴대폰으로 시끄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그게 어때서요? 지금 당신을 구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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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8화 건드리다

아이언의 태도는 안에서와 정반대였다.설령 성세가 무너지더라도 아이언은 제니퍼의 편에 서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어떤 정보도 알려지지 않은 제니퍼 보다 성세가 훨씬 믿음직스러웠다.게다가 바깥 상황에 대해 알 수 없는 지금 그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소은정과 최성문이 성세의 계획을 망치기 위해 온 걸 눈치챈 아이언은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소은정은 아이언이 총을 쏠까 봐 꼼짝할 수 없었다.아이언과 성세는 이미 해외에서 인명피해를 입힌 전적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녀는 감히 배짱 넘치게 행동할 수 없었다.최성문이 움직이려 하자 그녀는 급히 최성문에게 눈짓했다.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최성문의 시선은 아이언에게 옮겨갔다.서늘한 눈빛으로 경계 태세를 갖춘 최성문이었다.아이언과 가까이에 있던 제니퍼는 움직일 수 없는 처지인지라 그녀를 구출할 수 없었다.이것을 잘 알고 있는 아이언은 더 당당하게 행동했다.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아이언은 굳은 얼굴로 총구를 소은정의 머리에 조준했다.누군가 방문을 열었고 아이언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문을 바라보았다.순간 유리가 와장창 깨졌다.휠체어에 앉은 제니퍼의 손에 총 한 자루가 들려있었다.총에 소음기까지 장착한 탓에 아이언이 눈치채지 못했다.아이언의 가슴은 피로 물들고 있었다.얼굴을 찡그린 아이언은 피로 물들고 있는 자기 가슴을 바라보았다.정작 총을 쏜 제니퍼는 덤덤한 표정으로 아이언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소은정을 겨냥하고 있던 총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아이언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입가로 검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아이언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제니퍼를 바라보았다.제니퍼를 따라다니는 동안 그는 제니퍼가 총을 챙겼다는 사실조차 인지 못 했다.최성문은 소은정을 자기 뒤로 끌어당긴 뒤 총을 아이언에게 조준했다.아이언이 돌발행동을 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소은정은 침착하게 서 있었다.어수선한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파도가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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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9화 거슬러 올라가다

연구실에는 시스템 파괴 장치도 함께 있었다.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성과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만든 폭파 장치였다.하지만 이 장치는 전쟁이 아닌 이상 가동하지 않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다.성세가 이 시스템까지 표절할 줄 몰랐던 사무엘은 인상을 구겼다.성세는 연구실의 하나하나를 그대로 카피했다.성세가 노리는 건 모든 증거물의 인멸이었다.모든 게 사라진다면 아무도 이곳을 찾지 못할 것이고 그가 벌인 추악한 진실도 수면 아래로 사라질 것이다.사무엘이 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뛰어갔다.성세는 창백한 얼굴로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한 발짝만 더 오면 다 같이 죽을 줄 알아!"성세의 발아래에는 아이언이 누워 있었다.아이언의 붉게 물든 가슴은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장치를 작동시키면 도망갈 틈이 생긴다는 걸 알아차린 성세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여기서 죽는 게 사무엘한테 끌려 나가 재판받고 모욕을 당하는 것보다 나을 거야. 저 멍청이들은 절대 인류를 위해 공헌한 나를 이해하지 못해.'성세는 광기에 어린 표정으로 사람들을 노려보았다."이런 임상실험에 적대적으로 대하는 한 200년이 지나도 인류는 어떤 발전도 이룩하지 못할 거야! 인류를 위해 공헌한 나를 감히 이렇게 대해? 두고 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고함을 지르던 그는 갑자기 말을 뚝 멈췄다.똑딱똑딱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눈빛이 어둡게 변했다.사무엘은 얼굴을 구겼다. 일단 장치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절대 정지시키거나 종료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사무엘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어서 배로 돌아가요! 얼른 출발하세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어요! 1분 뒤면 여긴 폭발할 겁니다! 얼른 도망쳐요!"사무엘의 외침에 사람들은 웅성거렸다.전예성은 당황한 눈빛으로 아래층에서 수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달려갔다."어서, 어서 도망쳐야 해요!"두려움과 불안함으로 가득 찬 장내는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최성문은 소은정의 손을 와락 잡아당겼다. "어서 가야.."소은정은 이리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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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0화 3개월 후

지옥 같았던 카운트다운 소리가 마침내 멈췄다.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분이 지났다.마지막 몇 초 동안의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오래도록 늘어지는 것 같았다.방공 경보 같은 소리가 바닷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졌다.바짝 긴장한 소은정의 가슴도 서서히 진정되었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지금 그녀는 더 이상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못했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설령 그게 죽음이라도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같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당신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그의 손을 힘주어 움켜잡았다.곧이어 뒤에서 쾅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당장이라도 고막을 터트릴 것 같은 굉음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적막함과 스산함만 맴돌았다.순간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이 그녀를 밀쳤다.어두운 심연 속에서 그들의 목숨은 모래 알맹이 같은 존재였다.유리 밖으로 물고기 떼들이 강한 파도에 휩쓸려 갔다.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바다 깊숙한 곳에서 순간 한줄기의 번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또다시 시커먼 어둠이 그들을 감쌌다.굉음과 찢어지는 듯한 소리는 마치 바다 깊숙한 곳에서 지진이라도 일어난 양 모든 것을 파괴할 것처럼 무섭게 다가왔다.거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쳤고 파도가 세차게 밀려왔다.눈앞에 있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숨 막히게 휘몰아치는 공포에 사람들은 넋이 나갔다.그런 상황에서도 소은정은 휠체어에 탄 그를 잡아당기며 놓지 않았다.숨 막히는 공포와 몸으로 전해지는 격렬한 통증에도 그녀는 절대 손을 놓지 않았다.혹시라도 자기가 손을 놓는 바람에 가장 중요한 사람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웠던 그녀는 두 손에 힘을 꽉 줬다.성세의 말이 옳았다, 1분 안에 전부가 도망치는 건 어림없는 일이었다.한 명이 도망치는 것도 버거워 보이는 상황이었다.이 심연 속에서 운 좋게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보트까지 갈 수 없었다.그들이 탄 엘리베이터는 바다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폭발로 인해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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