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251 - 챕터 2260

2631 챕터

제2251화 그런 사람은 없어

소은정은 긴장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드디어 결과가 나왔다.늦지는 않았겠지?그녀는 문예성 부부에게 양해를 구한 뒤,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은정아, 알아봤는데 캐나다에는 제니퍼라는 사람이 없어. 투자 업계에도 없고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야. 현지 경찰에게도 협조를 요청했는데 페이퍼컴퍼니 대표에 제니퍼라는 사람의 이름이 올라와 있지만 전혀 연락처나 다른 단서를 찾을 수 없었어. 게다가 이 사람은 지금 캐나다에 없어. 이 사람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그 말을 들은 소은정은 둔기에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제니퍼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그리고 페이퍼컴퍼니.그렇다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람은 제니퍼 본인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소은정은 바로 전화를 끊고 흥분을 삭혔다.그녀는 갑판에 고독하게 앉아 음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 사람을 떠올렸다.표정에는 전혀 생기가 없었고 주변에 온통 절망과 슬픔만 가득해 보이던 사람.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않았다.그렇다는 건 요트에서 육지에 상륙하지 않고 바닷속에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온몸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이상하리만치 두렵고 오싹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왜 그 사람에게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그녀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다.분명 전에 알던 사이도 아닌데.정말 그가 줬던 느낌이 전동하랑 많이 닮아서, 그런 이유일 뿐일까?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발이 떨리고 추위가 느껴졌다.만약 그가 실험품을 자처했다면 안 그래도 어두운 그의 인생은 깊은 심연으로 처박힐 것이 분명했다.불쌍한 사람!문선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은정 씨, 우리가 그곳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나요? 어서 빨리 이 황당한 연극을 끝내야 해요. 안 그러면 더 많은 희생이 이어질 거예요!”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녀도 그곳을 찾고 싶었다.그녀는 윤이한을 호출했다.윤이한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
더 보기

제2252화 등가교환

겉으로는 의젓하게 보여도 사실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소은정은 아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준서야, 엄마랑 아빠한테 작별인사는 해야지?”“엄마, 아빠, 조심히 가. 준서는 얌전히 사고 안 치고 지낼게.”아이가 먼저 부모님에게 손을 내밀었다.문선은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며 소은정에게 말했다.“손님도 오셨는데 배웅은 여기까지만 해요. 우리를 도와줘서 정말 감사했어요.”소은정은 미소를 짓고는 그들을 대문까지 바래다주었다.그들이 차를 타고 떠나자 준서는 잔뜩 기죽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소은정은 한숨을 내쉬고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중에 은호 삼촌이 출장 갈 때 따라가. 그러면 또 부모님 만날 수 있잖아. 은호 삼촌은 이곳으로 출장을 자주 오시거든.”준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표정을 피고 그녀에게 물었다.“새봄이랑 은해 삼촌은 오고 있대?”준서는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지금 새봄이랑 쇼핑 중이래요. 새봄이가 제 선물 많이 샀다고 하던데요?”소은정은 아이가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서 덩달아 안심이 되었다.“그래? 그럼 들어가서 기다리자. 이모는 손님이 오셔서 잠깐 자리를 비울 거야.”“네!”아이는 다시 놀이방으로 뛰어갔다.소은정의 옆에서 대기하던 집사가 말했다.“손님은 서쪽 별채에 모셨습니다.”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채를 향해 갔다.별채는 본채보다 아담한 컨셉이었다.소은정이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여자가 움찔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겉보기에 4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금발의 웨이브진 머리를 풀어 헤친 모습이 무척이나 우아하게 보였다.푸른 벽안을 가진 미인이었다. 서방 특유의 우아함과 신비스러운 매력이 풍기는 여자였다.소은정은 잠시 상대를 관찰하다가 급기야 누구인지 알아차렸다.여자는 다가가서 웃으며 소은정을 훑어보더니 먼저 악수를 청했다.“반가워요, 린다예요.”소은정도 그녀의 손을 마주잡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마이크의 이모님 되시죠?”린다가 살짝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 보기

제2253화 사라진 물건

전동하가 과거에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마이크의 장래를 린다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비난하고 있었다.하지만 그걸 반박할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마치 전세계가 그에게 온갖 오물을 퍼붓고 있는 느낌이었다.이런 이질감은 소은정을 괴롭게 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냉랭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쏘아보며 말했다.“린다 씨는 마이크와 시간을 보낸 적이 별로 없었죠. 그러니 동하 씨의 교육방식을 비난할 자격도 없어요. 당신 주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당신이 더 잘 알지 않나요? 마이크가 당신 곁으로 가면 정말 손에 피 한방울 안 묻히고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그녀의 강경한 태도에 린다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겉보기에 유약해 보이는 이 여자에게 이런 면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린다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반박했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고 있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마이크가 나한테 오면 일반인들은 꿈도 못 꿀 부와 권력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겠죠? 난 돈도 넘쳐나고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요. 가히 완벽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죠. 전 대표가 꼰대처럼 아이를 붙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마이크는 지금까지 왕자님 생활을 누리고 살았을 거예요.”린다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건 린다 씨 생각이죠. 마이크가 당신과 같은 길을 걸었다면 평생 사람들의 경멸을 샀을 거예요.”그녀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편히 기대고 비웃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린다를 빤히 바라봤다.린다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린다 씨가 혼자 일구어낸 성과를 부정하지는 않을게요. 같은 여자로서 감탄할 정도죠. 하지만 마이크는 안 돼요. 그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야 해요. 우리가 그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삶의 올바른 방향을 가르쳐 주고 목적의식을 키워주는 것뿐이죠.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실패할지는 마이크의 노력에 달렸어요. 부와 권
더 보기

제2254화 도망자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됐어요. 어차피 찾지 못할 거면 괜히 시간낭비 할 거 없어요. 짐 정리하고 내일 귀국하는 거로 하죠.”두 비서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멀리서 새봄이와 준서가 뛰노는 소리가 들려왔다.쇼핑 나갔던 소은해와 새봄이가 돌아온 모양이었다.고용인들은 커다란 쇼핑백을 가득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윤이한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선물이 이렇게 많아요?”오히려 우연준은 덤덤하게 대답했다.“가족들 줄 선물이죠. 셋째 도련님이 손이 좀 크시거든요.”윤이한은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평소에 전동하는 그에게 선물을 준비하라고 심부름을 시키는 일이 거의 없었다.소은해가 싱글벙글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은정이 어디 있어요?”우연준이 웃으며 대답했다.“안에 있어요.”소은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안전에 주의하라고 부탁한 뒤, 별채로 들어갔다.소은정은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고소한 커피향이 아늑한 별채를 가득 채워서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그녀는 양반다리를 하고 소파에 앉아 들어온 소은해를 보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오빠, 늦었네?”소은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새봄이가 너 꼭 닮았다니까. 물건 고를 때도 자기주장이 강해. 나한테 물건 고르는 센스 없다고 막 뭐라고 하잖아. 성격 고약한 것도 너 닮았어.”소은정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내 딸이니까 당연히 날 닮았지. 여자애라서 품위에 신경 쓰는 것도 좋아.”집사가 커피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자 소은해는 웃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우연준과 윤이한이 애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자 그는 그제야 진지한 표정으로 소은정에게 다가갔다.“나 길에서 누구 만났어.”소은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윤이영이라고 해야 하나, 안진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박수혁 전처 말이야.”소은정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윤이영 씨 만났어?”소은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커피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더 보기

제2255화 드러나는 거짓말

윤이영은 눈시울이 벌개서 소은정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안쓰러울 정도로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녀는 잠시 소은정을 바라보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건넸다.“소은정 씨?”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제가 친구 두 명이랑 같이 왔는데 들어가서 대화 좀 나눠도 될까요?”사실은 이렇게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었는데 윤이영의 처지가 딱하기도 했고 그녀에게 겁을 주고 싶지 않았다.윤이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비켰다.문선도 여자였기에 윤이영이 별로 경계를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그러나 건장한 체구의 문예성은 상대에게 무언의 압박감을 주었다.윤이영은 그의 진입을 거부하고 싶었지만 소은정은 이미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기에 딱히 말은 하지 않았다.안으로 들어간 문선은 먼저 윤이영의 상태를 관찰했다.소은정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윤이영에게 물었다.“윤이영 씨는 어떻게 나왔어요? 처음에 오빠한테 소식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어요.”“그 사람이 은정 씨 오빠였어요? TV에서 본 것 같은데… 좀 무서웠어요. 저한테 밖에 절대 나가지 말라고 하셨거든요.”윤이영은 약간 넋이 나간 상태였다.소은정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제가 사과할게요. 사실 나쁜 마음은 없어요. 이영 씨를 누군가랑 착각해서 실례 되는 행동을 했네요.”문선은 다급한 표정으로 소은정에게 눈치를 주었다.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이영 씨, 성세 대표를 피해서 도망 나온 거죠?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제가 도움을 드릴 수도 있잖아요.”요트에 있을 때, 윤이영은 항상 성세를 감싸고 그에게 득이 되는 말만 했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녀는 무언가 알아차리고 성세에게 등을 돌린 것 같았다.윤이영은 주먹을 꼭 쥐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사실 도움은 필요 없어요. 그냥 바깥 세상이 궁금했어요. 새 삶을 얻었는데 대표님이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해서 계속 바다 속에서 생활했거든요. 저도 정상적인 생활 좀 하고
더 보기

제2256화 손을 잡다

윤이영은 당황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소은정은 여전히 평온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이영 씨가 도망치지 않았어도 그 인간은 이영 씨를 제거하려고 했겠죠. 이영 씨가 도망치면서 오히려 그는 좋아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어차피 이영 씨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해외에서 딱히 의지할 곳도 없으니 이영 씨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소문 낼 거 걱정할 필요도 없죠. 이영 씨는 그 인간을 위한다고 입을 다물어도 그 인간은 절대 이영 씨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요. 이 두 분은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를 연구했던 분들이죠. 이분들만이 이영 씨를 도울 수 있어요.”윤이영은 긴장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문예성은 굳은 표정으로 윤이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의 제안을 거절해도 됩니다. 지금 성세에게 연락하셔도 돼요. 만약 그쪽에서 이영 씨를 데리러 온다고 하면 억지로 잡지는 않을게요. 우리가 한 말은 없던 거로 해요.”차갑고 단호한 말투에 윤이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일어서서 침대로 다가가 낡은 핸드폰을 꺼냈다.문선은 당황해서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문예성이 그녀를 말렸다.조금 지켜보자는 뜻이었다.문선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윤이영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소은정은 입술을 깨물고 생각에 잠겼다. 바다 속에 있다면 신호가 통하지 않을 텐데?아니면 그들을 초대했을 때만 신호를 차단했던 걸까?한참이 지난 뒤에야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저예요.”수화기 너머로 성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 이영 씨군요. 축하파티에서 보이지 않던데 어디 나갔어요?”윤이영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요트 타고 육지로 돌아왔어요. 지금 호텔에 있는데 이쪽으로 좀 와주실 수 있나요?”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소은정과 문예성 부부의 눈치를 살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자리를 옮긴 것 같았다.“육지로 돌아갔다고요?”불만이 가득한 거친 말투였다.윤이영은 마치 큰 잘못을 한 아이처럼 기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더 보기

제2257화 부탁

잠시 침묵이 흐른 뒤.소은정은 입술을 깨물며 문예성 부부에게 말했다.“이렇게 하죠. 저도 돌아가서 사람을 시켜 방법을 강구해 볼게요. 일단 이영 씨 데리고 가요. 이영 씨에게는 지체할 시간이 없잖아요.”문예성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은 웃으며 윤이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영 씨, 협조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조심히 가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현장을 떠났다.문선은 윤이영에게 다가가서 바닥에 떨어진 가발을 주워주며 말했다.“이영 씨, 우리도 이제 출발할까요?”윤이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밖으로 나간 소은정은 경호원들에게 말했다.“이제 여기 계속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다들 돌아가세요.”“네, 아가씨.”주차장으로 내려가자 최성문이 차 문을 열어주었다.“이제 어디로 갈까요?”“박수혁에게로 가죠.”말을 마친 소은정은 인상을 쓰며 이마를 짚었다.이걸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방향도 서지 않았다.소은정은 부탁이라는 걸 거의 해본 적 없었다. 부탁이라고 해도 거의 사업적인 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한 게 전부였다.박수혁에게 뭔가 부탁하려니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상황에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곤 박수혁밖에 없었다.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그들이 이혼하기 전에 그녀는 박수혁의 스케줄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스케줄이 궁금하면 그의 주변사람을 통해 알 수 있었다.이한석을 제외하면 그의 가족들만 그의 일정을 알고 있었다.한번은 박수혁에게 같이 외식하자고 본가에 전화했다가 박예리가 전화를 받은 적 있었다.“우리 오빠 오늘 미국인 재력가 조지 씨랑 같이 외식하기로 해서 새언니랑 놀아줄 시간 없대. 그러니 알아서 챙겨먹어.”미국인 재력가 조지.예상이 맞다면 그가 바로 지금의 심장병을 앓고 있는 조지일 것이다.그렇다는 건 박수혁은 조지와 친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소은호에게 부탁해서 조지와 연락을 취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시간이 너무 오래 끌릴 것 같았다.그래서 직접 박수혁을
더 보기

제2258화 쓰레기 음식

소은정은 헛기침을 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시준이 오랜만에 보는데 같이 가자. 이 호텔 레스토랑 괜찮다고 들었어. 애들도 좋아한대. 시준이는 어떤 게 맛있나 먹어보고 이모한테 알려줘. 그럼 돌아갈 때 새봄이 몫도 좀 싸가게.”박시준은 기죽은 눈빛으로 박수혁의 눈치를 살폈다.아이는 물론 예쁜 이모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새봄이에게 맛있는 요리를 추천해 주고 싶었다.하지만 그것보다 박수혁이 더 무서웠다.박수혁은 복잡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고는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했다.“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지만 앞으로 또 이딴 쓰레기 음식 먹다가 들키면 그날은 밥 없어.”박시준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박수혁은 표정을 펴고 소은정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자.”소은정은 손을 내밀어 아이의 손을 잡았다.잔뜩 기죽었던 박시준의 표정이 천천히 풀어지더니 고개를 들고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그들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타려던 박수혁에게 운전기사가 다가왔다.박수혁은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소은정에게 말했다.“자리 예약했으니까 먼저 올라가 있어. 난 얘기 좀 하고 올라갈게.”소은정은 그와 좁은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안도했다.박수혁은 운전기사에게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무슨 일이지?”운전기사는 긴장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대표님, 도련님 배탈은 안 나겠죠?”박수혁은 인상을 쓰며 그를 노려보았다.운전기사는 그제야 사실을 토로했다.“도련님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너무 배가 고프다고 하길래 어차피 저도 밖에 햄버거 사러 나가는 길이라서 같이 나가서 하나 사줬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도련님 같은 신분에 패스트푸드가 가당키나 한가요? 안 먹던 음식을 갑자기 먹어서 혹시라도 탈이 날까 봐 걱정이네요.”박수혁은 착잡한 표정으로 운전기사를 바라보았다.조금전까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치 무책임한 그를 비난하는 것만 같은 그런 표정이었다.온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당연히
더 보기

제2259화 거절

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상황이 변할 수도 있잖아. 사실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는 신체에 안 좋은 게 사실이야. 나도 평소에 새봄이랑 준서한테 자제하라고 말하거든. 아빠는 너 걱정하는 마음에 더 엄하게 대했을 거야. 네가 배고파서 먹었다고 말해야 아빠도 알지.”그녀는 정말 박시준이 안쓰러웠다.하지만 아버지로서 박수혁이 아이에게 자상한 아빠는 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의 성격에 박시준을 거리에 내다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결정을 한 것이다.그가 공식적으로 박시준의 신분을 대중 앞에 공개했다는 건 아이를 가족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였다.하지만 눈치 없는 일부 인간들은 박시준을 대하는 상사의 태도가 안 좋다고 같이 아이를 무시하고 있으니 어린 박시준이 상처를 입은 것도 당연했다.모두가 전동하처럼 자상한 아버지가 될 수는 없었다.소은정은 갑자기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전동하는 항상 새봄이를 보물처럼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아이가 옹알이를 하기 시작할 때부터 그는 아이의 표정과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고 아이가 원하는 바를 제때에 캐치했다.엄마인 소은정도 놀랄 정도였다.그래서 새봄이는 항상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온실의 화초처럼 자랐다.갑자기 머릿속에 몸집이 왜소한 누군가가 떠올랐다.지팡이를 겨우 짚고 떠나던 모습, 그리고 바다를 등지고 씁쓸한 표정을 짓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박수혁이 다가왔다.바깥을 향한 쪽이 병풍으로 가려져 있어서 소은정은 그가 언제 왔는지 알지 못했다.그는 자연스럽게 식탁을 살짝 두드리며 부드럽게 물었다.“메뉴는 주문했어?”“아니.”박수혁은 착잡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고는 말했다.“그럼 여기서 품평이 가장 좋은 메뉴로 준비하라고 시킬게.”그는 레스토랑 직원에게 손짓했다.잠시 후, 직원이 어린이 세트 메뉴를 가져다가 박시준의 앞에 놓았다.박시준은 당황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았다.박수혁은 입술을 꾹 깨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밥도 못 먹었다면
더 보기

제2260화 조건이 있어

“이 나이에 눈치도 볼 줄 모르면 멍청한 거지. 도와줄 마음이 없으면 됐어. 억지로 도와달라는 말은 안 할게. 어차피 조지랑 엮인 사람이 너뿐인 것도 아니고. 주변사람들 중에 알아보다 보면 또 누군가 있겠지.”말을 마친 소은정은 미련없이 뒤돌아섰다.박수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정말 못 말린다니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거면 그냥 내가 도와줄게. 네가 아는 지인들 중에 조지를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쪽에서 널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내가 나서면 지금이라도 조지 만날 수 있어.”그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분명 무언가 조건이 있을 것이다.소은정은 걸음을 멈추고 정중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부탁할게.”박수혁은 착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그래. 일단 자리로 돌아가자. 밥 먹으면서 얘기해.”소은정은 속으로 입을 삐죽이면서도 그를 따라 자리로 향했다.그와 같이 식사하는 게 불편하기도 했지만 지체할 시간이 얼마 없었다.가능하다면 오늘 바로 해결하고 싶었다. 너무 시간을 끌면 실험실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했다.박시준은 조용히 옆에서 밥 먹는데 집중했다.그래도 오늘은 박수혁이 평소의 근엄한 표정이 아닌 착잡한 표정을 봐서 감회가 새로웠다.아이는 몰래 그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그들이 자리로 오자 다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레스토랑 직원이 주문한 메뉴를 가지고 왔다.박수혁은 직원들을 물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조지를 설득할 자신은 있어? 지금 조지는 시한부 인생이고 그 프로젝트에 모든 걸 걸었어. 성세가 조지에게는 동아줄인 셈이라고.”소은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진짜 그 프로젝트를 개발한 사람은 성세가 아니야. 성세는 조지를 살릴 수 없어.”박수혁은 피곤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하지만 네 지인이라는 사람도 조지를 살릴 수는 없잖아?”“그래도 사기를 당하는 것보다 낫지 않아?”“그건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지. 조지가 알면서 속는 셈 치고 당해준 걸
더 보기
이전
1
...
224225226227228
...
26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