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241 - 챕터 2250

2631 챕터

제2241화 말해야 할까?

윤이한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그곳을 바라봤다.아니나 다를까, 새봄이가 그토록 아끼던 다이아 머리핀이 보였다.“감사합니다. 우리 아가씨가 요즘 가장 아끼는 장신구네요.”그는 다급히 허리를 숙여 장신구를 집어들었다.이걸 잃어버리면 한달 월급으로 어림도 없다!제니퍼는 휠체어를 조종해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윤이한이 바닥에 떨어진 머리핀을 들고 일어서려던 순간, 그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망치에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속이 하얘지고 어지러웠다.제니퍼가 조금 전에 날 뭐라고 불렀지?윤 비서님?하지만 윤이한은 결단코 이 사람을 예전에 만난 적 없었다. 박수혁이 저 사람을 제니퍼라고 소개한 뒤에야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그런데 저 사람은 어떻게 날 아는 거지?게다가 윤이한의 직책이 비서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윤이한은 새봄이와 함께 요트에 오른 뒤로 노는 것에만 집중했고 다른 인사들과 접촉한 적도 없었다.이 사람 뭐지?윤이한은 묵묵히 입술을 깨물었다.다가가서 어떻게 된 건지 따지고 싶었지만 제니퍼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소은정에게서 연락이 왔다.방으로 일단 들르라는 지시였다.윤이한은 사색이 된 채로 머리핀을 들고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문앞에 도착한 그는 숨을 고르고 노크를 했다.들어오라는 소은정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윤이한은 제니퍼에 대해 그녀에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전동하가 살아 있는 걸까?새봄이가 제니퍼를 따르는 것도 본능적으로 혈육의 감정을 느껴서일까?하지만 살아 있었으면서 왜 집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았지?하지만 그가 전동하가 아니라면 윤이한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것도 이상했다.소은정은 새봄이를 품에 안고 놀아주고 있었고 소은해도 옆을 지키고 있었다.그 덕분에 새봄이도 기분이 훨씬 좋아 보였다.아이는 들어오는 윤이한을 보자 웃으며 입을 열었다.“내 말 진짜라니까? 아저씨한테 물어봐! 아저씨도 나랑 같이 있을 때 아빠랑 마주쳤어!”소은정은 놀란 표정으로 윤이한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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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2화 우연한 만남

“뭐?”소은해는 나라 잃은 표정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이 스위트룸에는 오빠 방 없다고. 집사한테 방 하나 비워달라고 해!”소은해는 못 말린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나 초대장도 없이 와서 위층 방 결제 못한다고. 아래층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싫어.그리고 난 널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밤에 누가 너 노리고 몰래 들어오면 어떡해?”소은정은 피식 웃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대꾸했다.“오빠는 날이 가면 갈수록 뻔뻔해지는구나?”소은해는 그녀를 곱지 않게 흘기고는 말했다.“그럼 어쩔 수 없지. 새봄이랑 같은 방 써야지 뭐. 걔 어차피 몸집도 작으니까 아기 침대 쓰라고 하고 내가 큰 침대 쓰면 돼!”말을 마친 그는 당장이라도 새봄이 방으로 달려들 태세를 취했다.“그만해. 저기 작은방 오빠가 써. 요즘 새봄이 혼자 자는 훈련하고 있어. 오빠 때문에 애가 심란해지면 안 되잖아.”소은해는 그제야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그는 만족스럽게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2층 스위트룸 작은방은 뷰가 아주 기가 막혔다.게다가 아래층 객실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절대 소은정 옆에서 떨어지지 말라는 소찬식의 밀명이 있었다.그는 소은정이 잠들 때까지 그녀의 옆에 찰싹 붙어서 잘 감시하라고 주의를 주었다.아버지의 명은 황명과 다름없지!한편, 밖으로 나온 윤이한은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그런데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있었다. 휠체어를 탄 그 남자.남자를 발견한 윤이한은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가슴이 요동쳤다.한번 시작된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복잡해졌다. 그는 새봄이가 사람을 착각해서 억지를 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윤이한은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전 대표님? 전 대표님 맞나요?”제니퍼는 굳은 표정으로 상대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의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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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3화 어제의 만남

거대한 파도가 높게 치솟았다가 다시 사라졌다.소은정은 어쩐지 최근 들어 이 사람과 지나치게 자주 마주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한정된 공간이라서 그런 걸까?어쨌든 귀국하면 다시 만날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그녀는 사색 중인 제니퍼를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그건 조금 실례되는 행동이라 생각되었다.둘이 그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그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느낀 적도 있지만 마음이 흔들리 정도도 아니었다.그녀가 다시 걸음을 돌리려는데 뒤돌아 있던 남자가 다시 몸을 돌렸다.소리가 들렸나?제니퍼는 여전히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마치 모두와의 접촉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그는 소은정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소은정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죄송해요. 갑판에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제니퍼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덤덤한 어투로 말했다.“저기 앉을래요?”소은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가가서 앉았다.마주쳤는데 그냥 가기에는 조금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바다를 마주보고 앉으니 파도소리가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바다는 울부짖고 있었다.파도는 커다란 요트와 기세 싸움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거세게 출렁이고 있었다.난간과 가까운 곳에 작은 의자와 탁자가 있었고 제니퍼는 난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다.의자에 앉은 그녀는 아래층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클래식 음악과 지금의 이 파도소리가 조금 이질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윤 비서한테 얘기 들었어요. 우리 딸이 사람을 잘못 보고 생떼를 썼다면서요? 애가 많이 어리니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제니퍼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아이가 참 사랑스러워서 불쾌함 같은 건 못 느꼈어요.”소은정은 그제야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소은해의 말을 들어봤을 때 제니퍼라는 사람은 아이에게도 상냥하게 대했고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만약 그녀가 그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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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4화 닮은 사람

소은정은 어쩐지 이 사람 앞에서는 털어놓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족들에게도 하소연한 적 없던 말이었다.낯선 사람과 바다를 마주하고 같이 앉아 있어서 감성적으로 변해버린 걸까? 아니면 모르는 사람이라서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그녀의 상황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겠다는 기대 때문일까?어쨌든 앞으로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이었다.그냥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말해버리자.제니퍼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반응을 보였다.“어디가 닮았나요? 외모요?”소은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요. 외모는 전혀 다른데 분위기가 많이 닮았어요.”그녀 역시 곤혹스러웠다. 왜 외모는 다른데 전동하 느낌이 나는 걸까?제니퍼는 긴장을 풀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듣고 보니 참 신기하네요. 기회만 된다면 그분 한번 직접 뵙고 싶어요.”소은정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고 가슴은 날카로운 것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아마 그럴 기회는 없을 거예요.”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제니퍼는 즉각 자신이 했던 말을 후회했다.전동하의 부재가 소은정에게 어떤 상처였는지 잠시 잊고 있었다.제니퍼 본인이 이렇게 힘든데 소은정이라고 편할까?그는 이를 악물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가벼운 말투로 대화를 이어갔다.“그래요? 왜죠?”스스로 말하고도 정말 잔인한 질문이었다.소은정은 부드럽고 애잔한 목소리로 잔인한 현실을 이야기했다.“운이 좋으면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테고 운이 나빴으면 이세상 사람이 아니겠죠.”그 얘기가 끝나자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바닷바람이 차가웠다.두 사람은 그들만의 공간에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 같았다.제니퍼는 날카로운 것에 심장을 찔린 느낌이었다.고통스럽고 잔인한 무게가 그를 짓눌렀다.그는 지금 매일 밤낮을 그리워하던 이와 마주하고 있다.하지만 자신의 진짜 신분을 이 사람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소은정은 완벽한 여자였고 더 완벽한 삶을 살 수 있었다.그녀의 옆을 지키는 사람은 평판과 인품이 훌륭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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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5화 데이트

소은정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씁쓸하게 대답했다.“그래요. 나쁜 생각을 품으면 안 되죠. 가족들이 슬퍼할 테니까요. 아무리 아파도 남편을 잃었다고 그 사람 뒤를 따라갈 수는 없겠죠.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야겠죠.”깊은 슬픔이 담긴 애잔한 목소리가 바람 타고 사라졌다.그녀의 매 한마디가 그의 가슴에 들어와서 깊게 박혔다.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심장에서 저릿한 통증이 전해졌지만 여자는 여전히 단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다.그는 살면서 세 번째로 무기력감을 느꼈다.첫 번째는 그의 출생이었다. 가족을 선택할 수 없었다는 무기력감.그리고 두 번째는 지진이 났을 당시였다. 산기슭에서 추락할 때, 자연의 재앙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세 번째가 지금이었다.거센 파도소리가 그의 복잡한 마음을 대변하듯이 거칠게 휘몰아쳤다.아무도 그의 마음 속의 비명을 듣지 못했다.그는 울고 싶었고 저주스러운 운명이 한탄스러웠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그는 억지로 생각을 가다듬었다.나는 제시퍼다.나는 전동하가 아니다.그녀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그는 방관자일 뿐,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는 않으리라.그는 단 한마디 위로도 꺼낼 수 없었다. 그의 가슴은 애달프게 울고 있었지만.다행히 슬픔에 잠긴 소은정은 그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읽지는 못했다.한참이 지난 뒤,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소은해가 걸어온 화상통화였다.소은정은 바로 통화를 수락했다.“엄마, 자고 깼는데 엄마가 없어서 놀랐어. 언제 와?”새봄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애교스럽게 말했다.옆에 있던 소은해가 기죽은 표정으로 말했다.“새봄이가 우유를 마시기 싫다잖아. 네가 준 거 아니면 안 먹겠다고.”소은정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딸을 바라보았다.조금 전 짓던 표정과는 완전히 상반된 표정이었다.“새봄이 착하지. 우유 마셔야 키가 쑥쑥 클 수 있어. 그래야 몬스터 때려잡지.”새봄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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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6화 그의 질투

소은정은 그에게 진솔함과 인자함, 그리고 선량함을 가르쳤다.여기 도착했을 때 매력적인 제안에 흔들린 적도 있었다.하지만 소은정과 박수혁이 협력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두 사람이 같이 떠나던 뒷모습을 목격했을 때,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그 두 사람은 자신의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이득을 챙기려는 그의 비열한 행복을 비난하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두 사람 사이에서 도태된 느낌까지 들었다.박수혁의 항상 당당한 모습에 그는 질투를 느꼈다.정작 소은정은 그런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만.하지만 그는 저도 모르게 암흑 같은 자신의 처지와 밝고 빛나는 박수혁을 비교했다.그랬다.소은정 옆에는 차라리 저런 사람이 어울린다. 이기심 때문에 그녀를 계속 잡고 있을 수는 없다.그는 태생이 이기적인 사람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목숨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 어둠의 자식이다. 그는 어두운 곳에서 태어났고 그런 환경을 보고 자랐다.그래서 그는 그곳을 떠났고 자신의 탐욕과 이기심을 감춘 채, 소은정에게 다가갔었다.그는 자신이 소은정이나 박수혁과 다르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제니퍼는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바닷바람 때문인지 눈이 건조하고 뻑뻑해서 자꾸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스친 곳에 얼룩이 졌지만 위층으로 올라가 세수를 할 수도 없었다.약물이 없다면 금방 들켜버릴 것이다.“성 대표, 전에도 말했지만 이 프로젝트는 리스크가 너무 커요. 그러다가 국제 경찰의 주의를 끌어 중단될 수도 있어요.”성세는 피식 웃고는 자랑스럽게 말했다.“이미 퇴로는 확보한 상황입니다. 새로운 신분도 준비했고 벌어들인 돈은 차명계좌에 입금될 겁니다. 이 프로젝트로 큰돈을 땡기고 경찰들이 움직이기 전에 발을 빼면 됩니다. 게다가 단기 프로젝트도 아니고 10년이나 걸리는 프로젝트예요. 이 프로젝트로 인간 사회가 변화할 수도 있어요. 좋은 일 아닌가요? 더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거금을 들여 우리 제품을 구매할 겁니다.”성세는 앞으로 다가가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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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7화 그는 떠나지 않았다.

소은정은 애써 표정을 추스르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새봄이는 얌전히 밥 먹었어?”소은해는 땀을 뻘뻘 흘리며 불만을 토로했다.“밥은 먹었지. 그런데 애가 왜 이렇게 생떼를 부려? 너 어렸을 때랑 똑같아. 밥 먹을 때도 누가 옆에서 노래 불러줘야 하고 재미나게 해달라고 하잖아. 20년 전에 나 혼자 너 돌볼 때 생각났어!”이제 서른이 넘어서 좀 편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에게 또 이런 시련을 주는 걸까?소은정은 못 말린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오빠, 새봄이 우리랑 밥 먹을 때 한 번도 그러지 않았거든? 오빠가 애를 너무 오냐오냐해서 그래!”소은해는 힘없이 소파에 축 늘어졌다.“안 예뻐해 주면 어떡해? 애가 울려고 하는데! 그 녀석 정말 사악하다니까?”소은정이 웃으며 물었다.“오빠는 뭐 좀 먹었고?”“응. 배달 시켰어. 새봄이는 놀다가 지금 자고 있어.”소은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새봄이 자는 거 보고 올라가서 씻을래. 오빠도 일찍 쉬어!”방으로 돌아가려던 소은해가 현관에 놓인 선물 박스를 보고 물었다.“저거… 박수혁이 준 거지?”소은정은 움찔하다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소은해가 웃으며 말했다.“저렇게 상대 취향 생각 안 하고 선물하는 사람은 그 녀석뿐이니까. 그래도 성의를 보였으니 된 거지 뭐. 애가 붙임성도 없고 세심하지 못해서 그래.”소은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지금 당장 쉬러 갈 거 아니면 저거 돌려주고 와.”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소은해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방으로 돌아갔다.그날 밤은 매우 평화로웠다.그들이 잠에서 깼을 때, 요트는 이미 부두에 도착해 있었다.꽤 괜찮은 바다 여행이었다.소은정은 정리할 짐이 별로 없었기에 가벼운 차림으로 밖으로 나왔다.새봄이는 아침을 먹은 뒤 신나서 방 안을 뛰어다니다가 소은해에게 잡혀 밖으로 향했다.윤이한은 여전히 핼쑥한 얼굴로 소은정의 뒤를 따랐다.“뱃멀미 는 좀 괜찮아요?”소은정의 질문에 그는 움찔하며 연신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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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8화 실험품

박수혁도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다.소은정은 그에게 인사도 건네지 않고 곧바로 운전기사가 대기 중인 차로 향했다.윤이한은 그 뒤를 바짝 따랐다.이때 그들의 앞으로 진기종이라는 자가 다가왔다. 그의 옆에는 금발의 미인이 동행하고 있었다.“소은정 씨, 잠깐만요.”소은정은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고 약간 인상을 썼다.“진기종 씨?”요트에 있던 선객들 중, 진기종은 가장 인상 깊은 사람 중 한명이었다.결혼을 세 번이나 했던 것도 임팩트도 있었지만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그 입재주가 장난이 아니었다.진기종은 그녀에게 다가서더니 명함 한장을 내밀었다.“제 명함입니다. 곧 집으로 돌아가게 돼서 앞으로 자주 볼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연락하면서 지내요.”소은정은 곧바로 윤이한에게 눈짓을 보냈고 윤이한이 명함 한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그녀는 그 명함을 진기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제 명함이에요. 그런데 프로젝트에 꽤 관심이 많은 줄 알았는데 벌써 돌아가시는 거예요?”진기종은 한숨을 내쉬고는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생각해 봤는데 이 투자는 리스크가 너무 커요. 돌아가면 마누라 네 명이나 건사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골로 갈 수도 있는 사업에 손대고 싶지는 않아요.”소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네 명이요? 세 명 아니었나요?”진기종은 피식 웃고는 옆에 있는 금발 미녀를 가리켰다.“얘가 네 번째 애인이죠. 같이 돌아간다고 약속했으니 곧 네 번째 결혼을 할지도 모르겠군요!”소은정은 순간 길 가다가 똥 밟은 느낌이 들었다.정말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무책임하다고 말하자면 그래도 부인들에게 꽤 괜찮은 생활을 보장해 주는 편이었다.하지만 이런 행동 자체가 역겹고 반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다행인 점이라면 앞으로 서로 얼굴 마주하고 교류할 일은 거의 없을 거라는 점이었다.소은정은 형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축하드려요.”그녀는 이대로 대화를 끝내고 싶었다.그런데 이쪽으로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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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9화 성세는 가짜

문준서는 흥분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문준서의 부모님이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은정 씨, 이렇게 또 폐를 끼치게 되었네요. 어젯밤에 데려오려고 했는데 준서가 잠들어서 오늘 같이 왔어요.”소은정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아이랑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게 더 중요하죠. 어차피 왔는데 식사는 하고 가실 거죠?”문선이 웃으며 말했다.“시간이 많이 지체되어서 식사는 나중에 해야겠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우리가 맛있는 밥 살게요.”“그렇게까지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어요.”“격식이라뇨. 은정 씨가 우리 준서 신경 써주신데 대한 보답이죠. 준서는 여기 있을 때 더 행복해 보여서 마음이 놓여요.”그녀는 조금 전에 소은정이 아이의 땀을 닦아주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아이에게 이렇게까지 자상한 사람이라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준서에게 평소에 소홀이 대했더라면 조금전과 같은 그림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문예성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명함 한장을 소은정에게 건넸다.“이건 제 명함입니다.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이쪽으로 언제든 연락주세요.”명함을 확인한 소은정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성세그룹이요?”문예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성세그룹을 알아요?”문선은 남편의 팔을 잡으며 눈치를 주었다.“은정 씨도 사업하는 사람인데 당연히 들어봤겠죠. 그리고 성세는 여기서도 인지도가 꽤 높아요.”문예성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어제 파티에 참석했는데 성세그룹에서 주최한 파티라고 들었어요. 요트여행, 이거 성세에서 기획한 거죠?”그녀는 어쩐지 누군가가 그녀와 성세를 자꾸 엮으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소은정의 어두운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혹시 장기 제작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문예성 부부는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문예성은 긴장한 표정으로 소은정에게 다가서며 말했다.“그건 우리 그룹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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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0화 그런 기술은 존재하지 않아요

“뭐라고요?”소은정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이건 사실 성세그룹 내부 기밀이에요. 몇십 년 전부터 진행해 오던 연구였죠. 몇 년 사이에 조금 진전이 있었지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런 실험은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실험은 중단되었죠. 그러니까 우린 진짜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한 적도 없고 이걸 어디 공개하지도 않았어요. 성세는 이 점을 이용해서 과감하게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페이퍼컴퍼니를 창설했죠. 사실상 임상실험은 진행되기 어려워요. 기사회생했다는 그 여자도 사실 이 프로젝트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고요.”소은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저도 모르게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제니퍼의 눈빛이 떠올랐다.만약 성세의 프로젝트가 완벽하지 않다면, 실패했다면 암환자 조지와 같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게 아닌가?그리고 제니퍼 역시….진기종은 그가 성세의 실험품이 될 거라고 예언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제니퍼는 안 그래도 참담한 인생이 더 나락으로 추락할 게 분명했다.그녀는 제니퍼에 대한 윤이한의 평가를 사실 믿지 않았다.소은정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잠시만요. 전화 좀 하고 올게요.”문선 부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은 바로 소은호에게 연락했다.아마 한국은 밤중이라 자고 있었을 텐데, 그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전화를 받았다.“막내야, 무슨 일 있어?”다른 사람의 전화였으면 짜증부터 냈겠지만 소은정은 그 부분에 포함되지 않았다.옆에 있던 한시연도 잠에서 깼는지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전화야? 무슨 일 있대?”소은호는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 뒤, 아내에게 말했다.“별일 아니니까 당신은 먼저 자고 있어. 난 서재로 좀 가볼게.”소은정은 다급히 용건부터 꺼냈다.“오빠, 캐나다 국적의 제니퍼에 대한 사람에 대해 좀 알아봐줘. 혹시 이 사람 알아? 투자 전문이라고 들었는데.”소은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아니. 그런 사람은 못 들어봤어. 전에 캐나다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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