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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3화 치료

그 환자도 소은정과 마찬가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처럼 웃으며 사람들과 어울렸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팔에는 자해 자국으로 가득했다.

어쩌면 괜찮은 척, 정상적인 척 연기를 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소은정도 그런 류의 사람일까 봐 걱정이 되어 밤중에 다급히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환자가 자기 상태를 숨기고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건 스스로 마음을 닫은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는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었고 누구보다 위험한 선택을 많이 할 것이기에, 항상 옆에서 주시해야 했다.

소은정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지 않자 정신과 의사는 당황했다.

"환자분, 듣고 있어요?"

소은정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죄송해요, 처리할 업무가 남아서 집중을 못 했네요.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귀국하면 바로 연락할 게요."

혹시라도 자기를 속이는 것일까 봐 한참 동안 고민하던 의사는 우선 그녀를 믿기로 했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자 하는 그녀의 태도로 한결 안심이 된 의사가 말했다.

"알았어요, 하지만 전에 이상함을 느끼면 즉시 저에게 말해야 해요.

환자분과 나눴던 얘기는 전부 기밀 유지가 돼요. 그러니 안심하고 전문의한테 맡기세요."

소은정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네, 저도 선생님 믿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녹색 덩굴이 벽을 가득 채워 생기가 넘쳤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호수가 보였다.

의사가 한 말을 떠올리며 그녀는 자기 팔을 만졌다.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씻었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새봄이와 문준서와 시간을 보낸 그녀는 잠자리에 들었다.

어두컴컴한 밤 9시, 도시 전체가 고요한 침묵에 빠졌다.

최성문이 소은정을 부두로 데려다줬다.

궁금할 법만도 한 상황에서 최성문은 묵묵히 그녀를 따랐다.

부두도 여느 때처럼 조용했다.

바다는 당장이라도 깨어나 세상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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