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1551 - Chapter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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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1화 내 말대로 해

잠깐 망설이던 소은정도 그 뒤를 따랐다.‘어차피 지금 도망치는 건 불가능해. 아무리 빨리 달린다 해도 총알보다 더 빠를 순 없을 테니까.’여유롭게 다가온 도혁의 날카로운 시선이 소은정에게 꽂혔다.“방 밖으로 데리고 나온 거야?”이에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렇게 방에만 가둬두면 겁 먹고 죽어버릴지도 몰라. 나와서 바람이라도 쐬는 게 낫지 않겠어?”여자의 말에 도혁이 차갑게 웃었다.“착하네.”도혁이 손에 든 총을 빙글빙글 돌렸다.“그러다 도망이라도 치면 어쩌려고?”확 굳은 도혁의 표정에 소은정은 그녀의 생각을 들킨 것만 같아 가슴이 콩닥거렸다.하지만 여자 역시 가슴팍에서 총을 꺼내더니 싱긋 웃었다.“그렇게 까불면 이걸로 확 쏴버리면 되지.”방금 전까지 그나마 친절하게 느껴지던 여자의 잔인한 말에 소은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살인을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여자의 웃는 얼굴이 순간 도혁보다 더 공포스럽게 느껴졌다.‘헉, 가만히 있길 잘했어.’여자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 도혁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이때, 갑자기 웃음을 멈춘 도혁이 소은정을 노려보았다.“그쪽도 나름 싸움 한다면서? 총 쏠 줄은 알아?”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으려던 소은정의 머릿속이 순간 번뜩였다.‘만약 내 손에 무기가 들어온다면...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이런 생각 끝에 소은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도혁이 여자가 들고 있던 총을 소은정에게 던져주곤 훈련장으로 보이는 곳을 가리켰다.“그럼 한번 쏴볼래?”겉보기보다 무거운 총의 무게에 소은정의 손이 살짝 떨려왔다. 하지만 잠깐의 긴장이 지나니 다시 마음이 차분해졌다.‘절호의 기회야. 떨지 마. 정신 똑바로 차려.’이때 도혁의 휴대폰이 울리고 발신인을 확인한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자리를 피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물건은 도착했어?”이때 여자가 소은정 곁으로 다가왔다.“해봐. 다치지 말고...”여자는 의미심장한 윙크를 날려준 뒤 그대로 자리를 떠버렸다.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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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가짜였어

남자의 질문에 다른 이들도 웃음을 터트렸다.“지면 네 몸으로 갚는 건 어때?”“야, 그건 저쪽이 너무 손해잖아.”“인질 주제에 뭘 바라...”...‘참자... 소은정 참아... 와신상담이라는 말도 있잖아. 지금은 일단 사는 게 중요해.’한편 그들을 흘겨본 소은정이 과녁 앞에 섰다.그녀는 소은해, 성강희와 사격장에 갔던 경험을 다시 떠올렸다.‘실전 경험은 없지만 사격장에서는 나름 내 실력도 괜찮았어.’천천히 숨을 내쉰 소은정이 총을 들어 과녁을 겨누었다.그녀의 실력에 관심조차 없는 듯한 남자들을 힐끗 바라본 소은정이 순간 손목의 방향을 바꾸었다.‘상대는 세 명, 대문까지 남은 거리는 50m... 어차피 여긴 사격장이라 총소리가 나도 별 이상하다 생각 안 할 거야. 그리고 바로 전속력으로 달리면 20초... 할 수 있어... 누구 한 명이 다치면 그쪽에 시선이 쏠릴 테니까...’그렇게 모든 시물레이션을 돌린 소은정이 계획을 실행하려던 그때, 등 뒤에 누군가의 기운이 느껴졌다. 순간 당황한 소은정의 몸이 움찔거리고 창백하게 흰 손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그리고 그 힘을 못 이기고 소은정의 손에 결국 힘이 풀리고 남자는 떨어지는 총을 다른 손으로 받아냈다.순간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소은정이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방금 전 총구가 향한 곳이 과녁이 아닌 그들이었다는 걸 눈치챈 남자들의 표정도 급격이 어두워졌다.‘젠장...’소은정은 반항할 마음 따위 없다는 듯 온몸에 힘을 풀고 숨막힐 듯한 압박감이 드디어 천천히 사라졌다.남자들이 일그러진 얼굴로 다가오려던 그때, 도혁이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한편, 이미 엎질러진 물, 소은정은 차가운 얼굴로 도혁을 돌아봤다.‘그래. 도망치려고 했어. 어쩔 건데?’웃고 있는 입과 달리 여전히 서늘한 눈으로 총을 바라보던 도혁이 입을 열었다.“이렇게 나오면 곤란하지.”“그냥 장난 좀 친 건데?”소은정이 배째라 식으로 나오자 도혁이 코웃음을 쳤다.“장난?”그리고 눈 깜박할 사이에 총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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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인간이 아니야

소은정은 가슴에 박힌 주사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바늘에 찔린 따끔함이 사라지고 곧 몸 절반이 마비되는 듯한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경악, 공포, 그리고 그 와중에 느껴지는 살았다는 다행스러움까지...‘진짜 총이 아니었어. 마취총이었던 거야.’자신의 계획이 얼마나 무모했던 것인지 인지한 소은정의 온몸에 소름이 쫙 퍼졌다.‘소은정... 미쳤어. 여긴 무기밀매상의 아지트야. 어쩌려고 그렇게 무모한 결정을 한 거야...’한편, 그런 그녀의 반응을 흥미롭다는 미소로 지켜보던 도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내가 너무 친절하게 대했나? 소은정, 그냥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좋겠어.”말을 마친 도혁이 그녀의 곁을 스쳐지나고... 주사기가 꽂힌 가슴을 중심으로 마취약이 천천히 퍼지기 시작하고 다음 순간 눈앞이 새카매졌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소은정은 그녀의 방이 바뀌었음을 바로 인지했다.‘앞으로는 이 방을 나설 수 없겠지...’후회가 밀려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를 악문 소은정이 주위를 둘러보았고 생각보다 열악한 환경에 곧 눈이 커다래졌다.창문 하나 없는 방을 비추는 것이라곤 누런 조명뿐이었다. 밀폐된 공간에 동남아 특유의 후덥지근한 날씨가 더해져 숨이 턱턱 막혀왔다.하지만 그녀를 놀라게 만든 건 그게 아니었다.다른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있는 십 여명의 여자들...그녀들을 발견한 순간 도저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초등학교 6학년처럼 보이는 여자아이부터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예쁘장한 소녀까지...소은정을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동자에는 공포, 동정... 그리고 무기력함이 그대로 일렁이고 있었다.‘설마...’미간을 찌푸린 소은정이 손가락을 움찔거려 보았다. 여전히 온몸이 저릿저릿했지만 겨우 일어날 정도로는 회복한 상태였다.‘창문이 없으니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겠네...’“여긴...”소은정이 조심스레 질문을 해보려던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바로 도혁에게 안겨있던 그 여자였다.구석에 모여있는 여자들을 벌레 보듯 쳐다본 여자가 희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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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참견하지 마

약기운에 꾸벅꾸벅 졸고 있던 소은정 역시 눈을 번쩍 떴다.다음 순간, 어두운 방 안으로 장정 몇 명이 쳐들어왔다.그중 한 명은 사격장에서 그녀가 타깃으로 잡았던 남자도 있었다.먼저 얼굴을 알아본 소은정이 어둠속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남자의 눈은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남자는 짐승을 잡 듯 거친 손으로 여자 한 명의 뒷덜미를 잡았고 곧 여자는 질질 밖으로 끌려나갔다.이 방에서 끌려나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미 알고 있는 건지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공간을 꽉 채웠다.이에 남자가 짜증스레 천장을 향해 총을 쐈다.“탕!”이에 여자들은 겁에 질린 채 입을 틀어막았다.“짜증 나게. 데리고 가.”바닥을 쓸며 끌려가는 여자는 체념한 듯 눈을 감고 남은 여자들은 다음에는 나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에 휩싸였다.한바탕 소동이 일고 방은 다시 조용해졌다.한편 이 모든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소은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습하고 더운 기후임에도 발끝부터 한기가 타고 올랐다.곧이어 끌려나간 여자의 몸을 때리는 채찍소리와 여자의 절망적인 비명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기 시작했다.더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소은정이 벌떡 일어서 문에 달린 창문을 내다보았다.한참을 매질을 이어가던 남자들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가르고 여자를 다른 방으로 끌고 갔다.그렇게 여자의 울음소리는 밤 열두시를 넘을 때까지 끊이지 않았다.영혼 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본능적인 역겨움에 소은정이 입을 틀어막았다.‘왜 날 여기 가둔 거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려는 거야. 도혁... 그게 목적이었다면 성공했어.’한편 다른 여자들은 울다 지켜 하나둘씩 잠들기 시작했지만 소은정은 도저히 눈을 감을 수 없었다. 행여나 그리운 꿈을 꾸게 된다면 이 악몽 같은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만 같았으니까.그렇게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여자 한 명이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만 봐요. 어차피 다시 못 돌아올 테니까.”담담하지만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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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왔다면서?

삶이 아무리 절망스러워도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 법.다음 날의 태양은 다시 떠올랐다.불행인지 다행인지 오늘은 그 누구도 방에 들어오지 않았고 소은정은 그저 여자들과 함께 멍하니 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곧이어 다음 날 아침, 남자들이 또 쳐들어와 여자 네 명을 끌고 나가고...‘이대로 있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 누구라도 좋으니까 제발... 제발 좀 와줘.’그 뒤로 이틀 뒤, 다시 방문이 열리고 남자 한 명이 소은정을 끌고 도혁에게로 향했다.마침 통화를 마친 도혁이 사냥감을 노리는 독수리 같은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박 대표가 날 만나겠다네? 이제 협상 시작이야. 기대하고 있어.”하지만 소은정은 기대보단 불안, 걱정이 더 앞섰다.‘온갖 더러운 짓을 일삼는 자식이야. 설령 안진 그 여자가 돌아온다 해도 내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글쎄... 인질 교환 말고 더 원하는 거 있잖아?”소은정이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이에 도혁의 눈썹이 씰룩거렸다.“며칠 갇혀있더니 생각 많이 했나 봐?”여자들의 절망적인 얼굴이 다시 떠오르고 소은정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인간을 상품 취급하는 자식이... 약속 같은 걸 지킬 리가 없지.’“솔직하게 말해. 안진 그 여자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잖아. 나도... 안진 그 여자도 그냥 네 계획의 일부일 뿐이잖아.”분노로 일렁이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소은정이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순간 차갑게 굳은 도혁의 눈동자에 살기가 서렸다.“계속해 봐.”“박수혁... 그 인간한테서 뭔가 받을 게 있는 거지? 그래서 직접 여기까지 오게 만든 거야. 아마 그래서 날 인질로 잡은 거겠지. 내 목숨으로 협박하면 뭐든 들어줄 거라 생각했으니까.”차가운 분위기속, 도혁이 고개를 들었다.“생각보다 더 똑똑하네. 진이보다 훨씬 더 나아. 박수혁 대표가 그렇게 매달리는 이유를 좀 알 것 같기도 해.”“내 말 잘 들어. 난 이제 그 인간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단순히 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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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잘 되고 있나 봐?

이때 낯선 차량이 그녀의 앞을 스쳐지나고 순간 소은정의 표정이 확 굳었다.창문으로 보이는 여자의 얼굴은 분명 그녀가 그 방에 갇힌 첫날 먼저 말을 걸어주었던 그 소녀였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나마 밝아 보이던 소녀의 얼굴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허공을 보는 건지 그녀를 보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풀린 시선이 그녀가 겪은 일을 말해 주는 듯했다.“욱!”밀려오는 역겨움에 소은정이 부랴부랴 밖으로 달려나가 구역질을 했지만 먹은 게 없다 보니 나오는 것도 없었다.이때 도혁의 애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무표정한 얼굴과 달리 눈동자에는 왠지 모를 동정이 담겨있었다.“너무 기대하지 마. 협상은 그렇게 빨리 끝나지 않을 거야.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일년이 될 수도 있어.”이에 소은정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도혁 그 남자 도대체 원하는 게 뭐예요?”싱긋 미소 짓던 여자가 요염한 손짓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많지. 해외에서 자금 세탁이 가능한 세력, 대한민국에서의 인맥, 그리고 국정원에 잡혀간 부하들, 등등등.”소은정의 표정이 더 차갑게 굳었다.‘하, 역시. 나도 안진도 그냥 장기말이었어.’“꿈깨라고 해요.”‘박수혁이 몇 년간 온갖 정성을 들여 일군 회사야. 나 하나 때문에 끝도 없는 늪에 빠질 리가 없어. 박수혁이 해외에 숨기고 있는 인맥들을 노출한다는 것도 큰 리스크고... 게다가 이미 잡힌 범인들을 풀어주라니. 그건 또 다른 범죄잖아. 그 부탁을 들어주는 순간 도혁 그 자식한테 약점이 잡히게 되는 거야. 어쩔 수 없이 한배를 타게 되는 거라고. 그렇게 평생 쪽쪽 빨리게 되겠지.’“네 매력을 믿어봐.”하지만 소은정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만약 당신이라면 할 수 있겠어요?”‘도혁 그 자식... 이 정도는 선을 넘었어. 박수혁이 얼마나 똑똑한 자식인데. 이미 끝난 사랑과 태한그룹 전체의 미래... 그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어.’소은정의 날카로운 질문에 여자의 표정도 살짝 굳었다.“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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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정직한 상인

하지만 여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소은정의 어깨를 토닥였다.“솔직히 난 네가 마음에 들어. 말만 잘 듣는다고 약속하면 내가 잘해 줄게.”하지만 여자의 제안에도 소은정의 표정은 여전히 처참했다.침을 꿀꺽 삼킨 소은정이 끝내 그 질문을 내뱉었다.“아까 그 여자... 어디로 갔는지 물어봐도 돼요?”소은정의 질문에 여자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말했지. 괜한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무기 밀수도 모자라서 이제 인신매매까지 하는 겁니까?”오랜 시간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소은정의 목소리가 처절하게 갈라졌다.“뭐 그냥 부업 같은 거라고 생각해 둬.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은 인신매매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야.”“그게... 그게 무슨 소리예요?”“뭐... 너한테 말해 줘봤자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그 여자들 뱃속에 물건을 담아 필요한 곳에 보내는 거야. 그 물건을 어떻게 꺼내는지는 굳이... 내 입으로 말하지 않겠어. 어쩌면 여자들도 그걸 바라는 걸지도 몰라. 계속 살아가기엔 너무 비참한 삶이니까. 네가 행운인 거야. 평화로운 국가, 부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겠지.”여자의 무덤덤한 목소리에서는 한 생명에 대한 자비와 동정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그딴 짓을 얼마나 많이 했으면 이렇게까지 무뎌진 거야.’여자의 설명을 들은 소은정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지만 결국 더 따져묻는 걸 그만두는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지금 여기서 나서봤자 그냥 오기일 뿐이야.”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살피던 여자가 물었다.“안색이 많이 안 좋네. 의사 불러줄까?”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때, 여자가 한 마디 덧붙였다.“아, 여기 의사는 모르핀 밖에 몰라. 그게 가장 싸거든.”‘하, 가지가지하네.’잠깐 침묵하던 소은정이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그래. 그럼 첫날 지내던 그 방으로 가. 자기한테는 내가 알아서 설명할 테니까.”“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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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실패야

이른 저녁.도혁이 다시 아지트로 돌아왔다.잔뜩 굳은 표정을 보아하니 협상이 생각대로 안 풀린 모양이었다.‘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박수혁 그 인간이 날 위해 그렇게까지 물러설 리가 없지. 이건 돈 문제가 아니야. 도혁... 그 사람의 목적은 전세계 군수물자 시장을 독점하는 것... 혼자 힘으로는 안 되니까 박수혁의 힘을 빌릴 생각이었나 본데 착각하지 마... 나 하나 붙잡고 가만히 앉아서 원하는 걸 다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도혁이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이걸 어쩌나... 여기서 며칠 더 있어야겠어. 박수혁이 내 조건에 응하지 않았거든.”분명 소은정에게는 나쁜 소식이었지만 마음은 왠지 모르게 홀가분해졌다.“예상했던 바야. 박수혁이 바보는 아니니까.”“지금 그렇게 여유부릴 때가 아닐 텐데? 아, 지금 다시 전화라도 해볼까? 박봉원처럼 뭘 하나 잘라보내면 정신을 차리려나? 어디가 좋을까... 아... 손가락이 유난히 예쁘네?”악몽 같은 그의 목소리가 독사의 독니처럼 소은정의 가슴을 파고들었다.‘끔찍해.’소은정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등 뒤로 숨겼고 도혁은 그런 그녀를 비웃었다.하지만 잠시 후, 그의 눈빛은 다시 섬뜩해졌다.“내가 박수혁을 너무 과소평가했었네. 순정남인 줄만 알았는데.”도혁의 비아냥거림에 소은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지금으로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죽은 듯이 침묵하는 것뿐이었다.그뒤로 며칠 동안 소은정은 하늘에 드론이 꽤 많이 떠있는 걸 발견했다.‘뭐지? 내 착각인가?’그녀가 발견한 걸 도혁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고 드론 중 몇 대를 총으로 저격했지만 그저 평범한 게임용 드론일 뿐이었다.욕설을 내뱉은 도혁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무성한 밀림속에 위치한 이곳에 평범한 드론이 떠다닐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그렇다면 남은 답은 누군가 이곳의 위치를 파악했다는 걸 설명했다.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이는 적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그리고 며칠 뒤 도혁은 아지트를 이전해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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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헐값이야

소은정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내 운명을 정말 박수혁에게 맡길 수는 없어.’하지만 그녀의 말에 도혁은 손을 저었다.“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그쪽 집에는 자식이 너무 많아. 그리고 넌 여자잖아. 그쪽 나라에서는 여자를 출가외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면서. 오히려 네가 죽으면 네 그 오빠들은 오히려 좋아할지도 몰라. 유산을 물려받는 머릿수가 하나 줄어든다는 걸 의미하니까.”도혁의 이상한 논리에 눈이 커다래진 소은정은 입만 벙긋거렸다.‘하,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우리 집안에서 가장 예쁨받는 아이가 난데... 하, 이걸 어떻게 납득시켜야 하나...’소은정이 뭔가 더 말하려던 그때, 눈앞이 핑글 돌아가더니 그녀의 머리가 차창에 쾅 하고 부딪혔다.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이었다.이에 가슴팍에서 총을 꺼낸 도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계했다.“무슨 일이야?”이에 운전기사가 잔뜩 긴장한 말투로 대답했다.“미행이 붙은 것 같습니다. 독사 쪽 애들 같은데요.”독사, 도혁의 라이벌 조직의 두목 이름이었다.“몇 대나 붙었어?”“다섯 대쯤입니다. 어떻게 할까요?”차에 앉은 모든 이들이 긴장하기 시작하고 총알을 장전하는 소리가 소은정의 귀를 자극했다.‘하, 젠장. 정말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일을 다 겪게 되네.’도혁이 이를 악물었다.“돌아간다. 아지트로 유인해. 집에 있는 애들한테 전투 준비 좀 하라고 말하고.”이대로 부딪히면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손실이 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인질인 소은정까지 차에 탄 상황, 어떻게든 아군이 많은 아지트로 그들을 유인해야했다.이에 운전기사의 목소리가 조금 격앙되었다.“예, 형님. 꽉 잡으십시오.”말이 끝나기 바쁘게 운전기사가 핸들을 급격하게 돌렸다. 옆 차와 부딪히는 게 아닐까 소은정이 눈을 질끈 감는 동안 차량은 유턴을 맞추었다.다른 차들도 그 뒤를 따라 급유턴을 시전하고 소은정은 잔뜩 겁 먹은 얼굴로 몸을 웅크렸다.‘혹시 사고로 총알이 발사되기라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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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숨겨뒀어

역시 그녀의 눈물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던 도혁은 바로 작전을 세우기 시작했다.“독사파 놈들 정말 간이 배밖으로 나온 거 아닙니까? 오기만 해봐, 어디... 제가 죽여버리겠습니다!”“형님 걱정마십시오! 한놈도 살려보내지 않겠습니다.”남자들의 대화를 듣던 소은정이 미친 여자처럼 문을 향해 걸어갔지만 곧 도혁의 부하들이 그녀를 막아섰다.‘이상해... 내가 동하 씨를 잘못 봤을 리가 없어. 동하 씨가 온 거야... 이 자식들이 말하는 독사가 아니라... 동하 씨가 온 거라고. 이 사실을 도혁이 안다면... 동하 씨가 위험해질지도 몰라. 독사파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걸 보면 나름 세력이 상당할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신중하게 움직이는 거겠지. 하지만 만약 그저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걸 눈치채면 바로 죽이려들지도 몰라. 그럼 며칠 전 드론도 동하 씨가 띄운 건가...’이런저런 생각에 소은정의 얼굴이 점점 창백하게 질려갔고 도혁은 단순히 그녀가 겁에 질린 줄 알고 부하들을 시켜 방으로 데리고 가라 명령했다.‘나가고 싶어... 자유가, 동하 씨가 바로 저 문 너머에 있는데...’며칠내내 죽은 것 같던 영혼이 다시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짜릿한 희열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방에 들어온 소은정은 여전히 멍하니 서 있었고 그 모습에 도혁의 애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 왜 정신을 못 차려? 다친 데도 없잖아?”하지만 여전히 대답없는 소은정의 모습에 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푹 쉬어. 떠날 때가 되면 다시 올 테니까.”말을 마친 여자는 문까지 꼭 닫아준 뒤 방을 나섰다.그제야 천천히 의자에 앉은 소은정은 쿵쾅대는 심장을 부여잡았다.‘동하 씨는... 날 포기하지 않았던 거야.’깊은 밤.여러가지 생각으로 겨우 잠이 든 소은정은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눈을 번쩍 떴다.또 여자를 내보내는 건가 싶어 다시 눈을 감았지만 몇 분 뒤, 그녀의 방문이 벌컥 열렸다.소은정이 기겁하며 눈을 떠보니 도혁의 애인이 거기 서 있었다.“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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