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아무리 절망스러워도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 법.다음 날의 태양은 다시 떠올랐다.불행인지 다행인지 오늘은 그 누구도 방에 들어오지 않았고 소은정은 그저 여자들과 함께 멍하니 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곧이어 다음 날 아침, 남자들이 또 쳐들어와 여자 네 명을 끌고 나가고...‘이대로 있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 누구라도 좋으니까 제발... 제발 좀 와줘.’그 뒤로 이틀 뒤, 다시 방문이 열리고 남자 한 명이 소은정을 끌고 도혁에게로 향했다.마침 통화를 마친 도혁이 사냥감을 노리는 독수리 같은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박 대표가 날 만나겠다네? 이제 협상 시작이야. 기대하고 있어.”하지만 소은정은 기대보단 불안, 걱정이 더 앞섰다.‘온갖 더러운 짓을 일삼는 자식이야. 설령 안진 그 여자가 돌아온다 해도 내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글쎄... 인질 교환 말고 더 원하는 거 있잖아?”소은정이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이에 도혁의 눈썹이 씰룩거렸다.“며칠 갇혀있더니 생각 많이 했나 봐?”여자들의 절망적인 얼굴이 다시 떠오르고 소은정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인간을 상품 취급하는 자식이... 약속 같은 걸 지킬 리가 없지.’“솔직하게 말해. 안진 그 여자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잖아. 나도... 안진 그 여자도 그냥 네 계획의 일부일 뿐이잖아.”분노로 일렁이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소은정이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순간 차갑게 굳은 도혁의 눈동자에 살기가 서렸다.“계속해 봐.”“박수혁... 그 인간한테서 뭔가 받을 게 있는 거지? 그래서 직접 여기까지 오게 만든 거야. 아마 그래서 날 인질로 잡은 거겠지. 내 목숨으로 협박하면 뭐든 들어줄 거라 생각했으니까.”차가운 분위기속, 도혁이 고개를 들었다.“생각보다 더 똑똑하네. 진이보다 훨씬 더 나아. 박수혁 대표가 그렇게 매달리는 이유를 좀 알 것 같기도 해.”“내 말 잘 들어. 난 이제 그 인간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단순히 인질
이때 낯선 차량이 그녀의 앞을 스쳐지나고 순간 소은정의 표정이 확 굳었다.창문으로 보이는 여자의 얼굴은 분명 그녀가 그 방에 갇힌 첫날 먼저 말을 걸어주었던 그 소녀였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나마 밝아 보이던 소녀의 얼굴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허공을 보는 건지 그녀를 보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풀린 시선이 그녀가 겪은 일을 말해 주는 듯했다.“욱!”밀려오는 역겨움에 소은정이 부랴부랴 밖으로 달려나가 구역질을 했지만 먹은 게 없다 보니 나오는 것도 없었다.이때 도혁의 애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무표정한 얼굴과 달리 눈동자에는 왠지 모를 동정이 담겨있었다.“너무 기대하지 마. 협상은 그렇게 빨리 끝나지 않을 거야.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일년이 될 수도 있어.”이에 소은정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도혁 그 남자 도대체 원하는 게 뭐예요?”싱긋 미소 짓던 여자가 요염한 손짓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많지. 해외에서 자금 세탁이 가능한 세력, 대한민국에서의 인맥, 그리고 국정원에 잡혀간 부하들, 등등등.”소은정의 표정이 더 차갑게 굳었다.‘하, 역시. 나도 안진도 그냥 장기말이었어.’“꿈깨라고 해요.”‘박수혁이 몇 년간 온갖 정성을 들여 일군 회사야. 나 하나 때문에 끝도 없는 늪에 빠질 리가 없어. 박수혁이 해외에 숨기고 있는 인맥들을 노출한다는 것도 큰 리스크고... 게다가 이미 잡힌 범인들을 풀어주라니. 그건 또 다른 범죄잖아. 그 부탁을 들어주는 순간 도혁 그 자식한테 약점이 잡히게 되는 거야. 어쩔 수 없이 한배를 타게 되는 거라고. 그렇게 평생 쪽쪽 빨리게 되겠지.’“네 매력을 믿어봐.”하지만 소은정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만약 당신이라면 할 수 있겠어요?”‘도혁 그 자식... 이 정도는 선을 넘었어. 박수혁이 얼마나 똑똑한 자식인데. 이미 끝난 사랑과 태한그룹 전체의 미래... 그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어.’소은정의 날카로운 질문에 여자의 표정도 살짝 굳었다.“처음
하지만 여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소은정의 어깨를 토닥였다.“솔직히 난 네가 마음에 들어. 말만 잘 듣는다고 약속하면 내가 잘해 줄게.”하지만 여자의 제안에도 소은정의 표정은 여전히 처참했다.침을 꿀꺽 삼킨 소은정이 끝내 그 질문을 내뱉었다.“아까 그 여자... 어디로 갔는지 물어봐도 돼요?”소은정의 질문에 여자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말했지. 괜한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무기 밀수도 모자라서 이제 인신매매까지 하는 겁니까?”오랜 시간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소은정의 목소리가 처절하게 갈라졌다.“뭐 그냥 부업 같은 거라고 생각해 둬.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은 인신매매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야.”“그게... 그게 무슨 소리예요?”“뭐... 너한테 말해 줘봤자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그 여자들 뱃속에 물건을 담아 필요한 곳에 보내는 거야. 그 물건을 어떻게 꺼내는지는 굳이... 내 입으로 말하지 않겠어. 어쩌면 여자들도 그걸 바라는 걸지도 몰라. 계속 살아가기엔 너무 비참한 삶이니까. 네가 행운인 거야. 평화로운 국가, 부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겠지.”여자의 무덤덤한 목소리에서는 한 생명에 대한 자비와 동정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그딴 짓을 얼마나 많이 했으면 이렇게까지 무뎌진 거야.’여자의 설명을 들은 소은정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지만 결국 더 따져묻는 걸 그만두는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지금 여기서 나서봤자 그냥 오기일 뿐이야.”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살피던 여자가 물었다.“안색이 많이 안 좋네. 의사 불러줄까?”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때, 여자가 한 마디 덧붙였다.“아, 여기 의사는 모르핀 밖에 몰라. 그게 가장 싸거든.”‘하, 가지가지하네.’잠깐 침묵하던 소은정이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그래. 그럼 첫날 지내던 그 방으로 가. 자기한테는 내가 알아서 설명할 테니까.”“고... 고마워요.”
이른 저녁.도혁이 다시 아지트로 돌아왔다.잔뜩 굳은 표정을 보아하니 협상이 생각대로 안 풀린 모양이었다.‘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박수혁 그 인간이 날 위해 그렇게까지 물러설 리가 없지. 이건 돈 문제가 아니야. 도혁... 그 사람의 목적은 전세계 군수물자 시장을 독점하는 것... 혼자 힘으로는 안 되니까 박수혁의 힘을 빌릴 생각이었나 본데 착각하지 마... 나 하나 붙잡고 가만히 앉아서 원하는 걸 다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도혁이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이걸 어쩌나... 여기서 며칠 더 있어야겠어. 박수혁이 내 조건에 응하지 않았거든.”분명 소은정에게는 나쁜 소식이었지만 마음은 왠지 모르게 홀가분해졌다.“예상했던 바야. 박수혁이 바보는 아니니까.”“지금 그렇게 여유부릴 때가 아닐 텐데? 아, 지금 다시 전화라도 해볼까? 박봉원처럼 뭘 하나 잘라보내면 정신을 차리려나? 어디가 좋을까... 아... 손가락이 유난히 예쁘네?”악몽 같은 그의 목소리가 독사의 독니처럼 소은정의 가슴을 파고들었다.‘끔찍해.’소은정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등 뒤로 숨겼고 도혁은 그런 그녀를 비웃었다.하지만 잠시 후, 그의 눈빛은 다시 섬뜩해졌다.“내가 박수혁을 너무 과소평가했었네. 순정남인 줄만 알았는데.”도혁의 비아냥거림에 소은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지금으로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죽은 듯이 침묵하는 것뿐이었다.그뒤로 며칠 동안 소은정은 하늘에 드론이 꽤 많이 떠있는 걸 발견했다.‘뭐지? 내 착각인가?’그녀가 발견한 걸 도혁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고 드론 중 몇 대를 총으로 저격했지만 그저 평범한 게임용 드론일 뿐이었다.욕설을 내뱉은 도혁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무성한 밀림속에 위치한 이곳에 평범한 드론이 떠다닐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그렇다면 남은 답은 누군가 이곳의 위치를 파악했다는 걸 설명했다.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이는 적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그리고 며칠 뒤 도혁은 아지트를 이전해야겠다는
소은정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내 운명을 정말 박수혁에게 맡길 수는 없어.’하지만 그녀의 말에 도혁은 손을 저었다.“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그쪽 집에는 자식이 너무 많아. 그리고 넌 여자잖아. 그쪽 나라에서는 여자를 출가외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면서. 오히려 네가 죽으면 네 그 오빠들은 오히려 좋아할지도 몰라. 유산을 물려받는 머릿수가 하나 줄어든다는 걸 의미하니까.”도혁의 이상한 논리에 눈이 커다래진 소은정은 입만 벙긋거렸다.‘하,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우리 집안에서 가장 예쁨받는 아이가 난데... 하, 이걸 어떻게 납득시켜야 하나...’소은정이 뭔가 더 말하려던 그때, 눈앞이 핑글 돌아가더니 그녀의 머리가 차창에 쾅 하고 부딪혔다.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이었다.이에 가슴팍에서 총을 꺼낸 도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계했다.“무슨 일이야?”이에 운전기사가 잔뜩 긴장한 말투로 대답했다.“미행이 붙은 것 같습니다. 독사 쪽 애들 같은데요.”독사, 도혁의 라이벌 조직의 두목 이름이었다.“몇 대나 붙었어?”“다섯 대쯤입니다. 어떻게 할까요?”차에 앉은 모든 이들이 긴장하기 시작하고 총알을 장전하는 소리가 소은정의 귀를 자극했다.‘하, 젠장. 정말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일을 다 겪게 되네.’도혁이 이를 악물었다.“돌아간다. 아지트로 유인해. 집에 있는 애들한테 전투 준비 좀 하라고 말하고.”이대로 부딪히면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손실이 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인질인 소은정까지 차에 탄 상황, 어떻게든 아군이 많은 아지트로 그들을 유인해야했다.이에 운전기사의 목소리가 조금 격앙되었다.“예, 형님. 꽉 잡으십시오.”말이 끝나기 바쁘게 운전기사가 핸들을 급격하게 돌렸다. 옆 차와 부딪히는 게 아닐까 소은정이 눈을 질끈 감는 동안 차량은 유턴을 맞추었다.다른 차들도 그 뒤를 따라 급유턴을 시전하고 소은정은 잔뜩 겁 먹은 얼굴로 몸을 웅크렸다.‘혹시 사고로 총알이 발사되기라도 하
역시 그녀의 눈물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던 도혁은 바로 작전을 세우기 시작했다.“독사파 놈들 정말 간이 배밖으로 나온 거 아닙니까? 오기만 해봐, 어디... 제가 죽여버리겠습니다!”“형님 걱정마십시오! 한놈도 살려보내지 않겠습니다.”남자들의 대화를 듣던 소은정이 미친 여자처럼 문을 향해 걸어갔지만 곧 도혁의 부하들이 그녀를 막아섰다.‘이상해... 내가 동하 씨를 잘못 봤을 리가 없어. 동하 씨가 온 거야... 이 자식들이 말하는 독사가 아니라... 동하 씨가 온 거라고. 이 사실을 도혁이 안다면... 동하 씨가 위험해질지도 몰라. 독사파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걸 보면 나름 세력이 상당할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신중하게 움직이는 거겠지. 하지만 만약 그저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걸 눈치채면 바로 죽이려들지도 몰라. 그럼 며칠 전 드론도 동하 씨가 띄운 건가...’이런저런 생각에 소은정의 얼굴이 점점 창백하게 질려갔고 도혁은 단순히 그녀가 겁에 질린 줄 알고 부하들을 시켜 방으로 데리고 가라 명령했다.‘나가고 싶어... 자유가, 동하 씨가 바로 저 문 너머에 있는데...’며칠내내 죽은 것 같던 영혼이 다시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짜릿한 희열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방에 들어온 소은정은 여전히 멍하니 서 있었고 그 모습에 도혁의 애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 왜 정신을 못 차려? 다친 데도 없잖아?”하지만 여전히 대답없는 소은정의 모습에 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푹 쉬어. 떠날 때가 되면 다시 올 테니까.”말을 마친 여자는 문까지 꼭 닫아준 뒤 방을 나섰다.그제야 천천히 의자에 앉은 소은정은 쿵쾅대는 심장을 부여잡았다.‘동하 씨는... 날 포기하지 않았던 거야.’깊은 밤.여러가지 생각으로 겨우 잠이 든 소은정은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눈을 번쩍 떴다.또 여자를 내보내는 건가 싶어 다시 눈을 감았지만 몇 분 뒤, 그녀의 방문이 벌컥 열렸다.소은정이 기겁하며 눈을 떠보니 도혁의 애인이 거기 서 있었다.“일어나.
소은정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와 불안을 느꼈다.결과를 알 수 없는 여정과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불안함을 안겨줬다.그녀는 무릎 위에 놓여있던 손을 서서히 말아쥐었다.쭉 옆에서 눈을 감고 있던 도혁은 어느새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에게 할 말이 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거 알아? 박수혁 내일 비행기 표를 샀어, 여기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 거라고. 협상 결렬이야."그가 내뱉는 말은 소은정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소은정의 불안함을 알아차린 도혁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안타까움을 담고 있지만 좋은 구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눈빛을 보니 소은정은 등골이 서늘했다.도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은정은 절망을 느꼈었다. 하지만 절망이 지나가고 남은 곳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유로움이 남았다.그 어떤 심리적인 부담도 없는 자유로움이었다.소은정은 질책할 이유가 없었다.박수혁이 정말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다면 소은정은 무엇으로 보답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소은정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은 박수혁과도 연관이 있었다.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맡기면 그만이었다.소은정은 천천히 탄식하더니 담담하게 웃었다."정말 안타깝게 됐네요, 도혁 씨, 결국 이렇게 허탕치게 만들었으니."도혁은 소은정의 말이 의외라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차 안의 분위기는 이상해졌다.밖은 덥고 습했다, 차는 창문을 열지 않고 에어컨도 돌아가지 않고 있었기에 소은정은 짜증을 참아가며 그를 상대하고 있었다.도혁이 피식 웃더니 재밌다는 듯 말했다."이렇게 자기를 걱정하지 않아서야 되겠어? 박 대표님이 가버리면 당신 완전히 가치를 잃게 되는 거야.""그럼 안진 씨도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박 대표님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소은정의 말을 들은 도혁이 콧방귀를 뀌었다."박 대표님께서 얼마나 대단하신지 내가 잘 알지, 정말 손해는 1도 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거 나도 잘
"소은정 씨, 위층으로 가시죠."소은정의 등 뒤에서 따라오던 경호원 하나가 말했다.그의 강경한 말투에 소은정은 입술을 물었다. 그녀에게는 반항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소은정은 경호원들과 충돌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 도혁이 자신의 밥에 약을 넣었다는 것도 발견했다, 때문에 소은정은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그녀는 주먹을 꼭 쥐고 그들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방은 무척 좁았다, 싱글 침대 외에는 다른 물건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였다.소은정이 그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경호원이 밖에서 문을 잠갔다.소은정은 얼른 다가가 문을 밀었지만 소용없었다."뭐 하는 거예요?""시끄럽게, 내일이면 열어줄 테니까 조용히 잠이나 자요, 아니면 다른 사람 찾아서 같이 자게 해줄 수도 있고."경호원이 소은정을 비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감히 그 어떤 이도 건드릴 수 없었다.내일이면 결과를 알게 될 터였다.침대 위에 앉은 소은정은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주위는 금방 조용해졌다. 경호원들이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날이 밝자 햇빛이 구름을 뚫고 방을 비췄다. 하지만 그저 한 줄기 빛에 지나지 않았다, 그 방에는 창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소은정이 경계를 살짝 내려놓았을 때, 아래층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갔다, 소은정은 사람들이 차에 오르고 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를 들으니 다급해졌다.그녀는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도혁 씨, 도혁…"소은정이 큰 소리로 도혁의 이름을 불렀다.그녀는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리고 갑자기 도혁이 어제 말했던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소은정은 이미 그 게임 안으로 진입했다.이는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그 누구도 그녀의 소리를 듣지 않았다.차가 떠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소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