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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정직한 상인

하지만 여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소은정의 어깨를 토닥였다.

“솔직히 난 네가 마음에 들어. 말만 잘 듣는다고 약속하면 내가 잘해 줄게.”

하지만 여자의 제안에도 소은정의 표정은 여전히 처참했다.

침을 꿀꺽 삼킨 소은정이 끝내 그 질문을 내뱉었다.

“아까 그 여자... 어디로 갔는지 물어봐도 돼요?”

소은정의 질문에 여자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말했지. 괜한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무기 밀수도 모자라서 이제 인신매매까지 하는 겁니까?”

오랜 시간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소은정의 목소리가 처절하게 갈라졌다.

“뭐 그냥 부업 같은 거라고 생각해 둬.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은 인신매매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야.”

“그게... 그게 무슨 소리예요?”

“뭐... 너한테 말해 줘봤자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그 여자들 뱃속에 물건을 담아 필요한 곳에 보내는 거야. 그 물건을 어떻게 꺼내는지는 굳이... 내 입으로 말하지 않겠어. 어쩌면 여자들도 그걸 바라는 걸지도 몰라. 계속 살아가기엔 너무 비참한 삶이니까. 네가 행운인 거야. 평화로운 국가, 부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겠지.”

여자의 무덤덤한 목소리에서는 한 생명에 대한 자비와 동정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딴 짓을 얼마나 많이 했으면 이렇게까지 무뎌진 거야.’

여자의 설명을 들은 소은정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지만 결국 더 따져묻는 걸 그만두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지금 여기서 나서봤자 그냥 오기일 뿐이야.”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살피던 여자가 물었다.

“안색이 많이 안 좋네. 의사 불러줄까?”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때, 여자가 한 마디 덧붙였다.

“아, 여기 의사는 모르핀 밖에 몰라. 그게 가장 싸거든.”

‘하, 가지가지하네.’

잠깐 침묵하던 소은정이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래. 그럼 첫날 지내던 그 방으로 가. 자기한테는 내가 알아서 설명할 테니까.”

“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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