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여자의 얼굴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섹시한 몸매에 매력적인 어두운 피부톤, 그리고 사랑을 속삭이는 듯한 유혹적인 눈빛. 웬만한 남자라면 눈길 한 번에 무너질 것 같은 아름다운 여자였다.“그쪽이 그 남자 여자친구예요?”여자가 우아한 손놀림으로 찰랑이는 머릿결을 넘겼다.“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나 같은 여자친구가 여러 명이거든. 이번 주는 내 차례라서 온 거야. 우리 자기 좋다는 여자가 한둘인 줄 알아?”‘하하, 이해해 보려 했던 내가 병신이지.’소은정이 고개를 돌렸다.이때 아에 다른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여자가 이번에는 소은정의 얼굴을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너도 예쁜데? 우리 자기가 너랑은 안 잤어?”웬만하면 질투를 할 법도 한데 여자의 눈은 오직 순수한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하지만 여자의 질문에 소은정은 기겁하며 반박했다.“그럴 리가요. 난 인질이에요. 내 이용가치를 다하기 전까진 내 몸에 손 하나 댈 수 없을걸요?”당당한 척 얘기했지만 소은정의 가슴이 다시 불안감으로 벌렁였다.불행인지 다행인지 도혁은 납치를 벌일 정도로 막 나가는 사람이었지만 또 어떻게 보면 나름 젠틀하기도 했다.‘정말 더러운 작자들을 만났다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무슨 짓이든 백번은 더 당했겠지.’“그래. 뭐, 아니면 말고. 그럼 옷 갈아입어.”소은정은 의자에 던져진 옷을 힐끗 바라보았다.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붉은색 드레스,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됐어요. 그냥 내 옷이 더 편해서요.”어깨까지 노출이 되어 있는 옷... 괜히 입었다가 저 밖에서 눈을 부라리는 짐승들의 인내심에 도전할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었다.“뭐, 맘대로 해.”어깨를 으쓱이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정말... 그래도 돼요?”소은정이 벅차오르는 표정을 애써 감추며 물었다.“그럼. 방 밖에 나오지 말라는 말은 없었잖아. 그리고 어차피 이 집에서 나갈 수도 없어.”여자도, 도혁도 그녀가 이 집에서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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