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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7화 무조건 협조

차가운 눈으로 소은정을 노려본 남자가 드디어 박수혁 앞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 대표, 아주 기분 좋은 만남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쪽이 다 망쳤습니다. 어때요? 좀 후회되십니까?”

‘그러게 고분고분 우리 안진이랑 약혼식 올렸으면 지금쯤 사이좋게 식사를 하고 있을 텐데 말이야...’

“도혁... 원하는 게 뭐야. 말해.”

이에 남자가 다시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았다.

“우리 진이한테서 들은 거랑 많이 다른데요? 진이 말로는 박 대표가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소은정 이 여자한테만큼은 끔찍한 걸 보니.”

도혁의 도발에도 박수혁은 화를 꾹꾹 누를 수밖에 없었다.

‘저 자식이 은정이를 인질로 잡고 있어. 참아... 참아야 해.’

“그 여자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마. 조금이라도 다치면... 당신 딸 시체 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니까.”

하지만 박수혁의 분노는 일말의 이성 따위로 누를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여전히 날카롭기만 했다.

박수혁의 말에 남자의 표정도 확 어두워졌다.

“감히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그저 통화일 뿐인데도 두 사람의 기싸움은 그야말로 용호상박이었다.

스피커폰으로 이 모든 걸 듣고 있는 소은정이 고개를 저었다.

‘이 자식이... 지금 당장 무릎이라도 꿇어도 모자랄 판에 도발을 하고 있어?’

하지만 남자는 자신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걸 인지한 듯 곧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뭐,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말을 마친 남자가 다시 휴대폰을 소은정에게 건넸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

다시 휴대폰을 받은 소은정은 혹시 눈물이라도 터져나올까 이를 악물었다.

“은정아, 걱정하지 마. 내가 곧 갈 테니까.”

평소와 다른 따뜻한 목소리에 울지 않겠다는 소은정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다른 사람이었다.

“박수혁...”

지금껏 참아온 눈물이 결국 주르륵 내려왔다.

“응.”

“동하 씨한테 전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나 괜찮다고.”

소은정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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