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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5화 이딴 곳

소은정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오랜 시간 걸은 데다 약기운까지 더해져 두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이 자식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약을 먹인 거야... 왜 아직도 이렇게 힘든 거냐고...’

잠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몰래 허벅지까지 꼬집었지만 육체의 고단함은 역시 정신력을 이기지 못했고 소은정은 결국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소은정이 잠든 걸 확인한 남자의 표정이 다시 매섭게 변하고 백미러로 기사에게 눈치를 주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운전기사가 차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소은정은 덜컹거리는 길 때문에 부스스 눈을 떴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모든 게 긴 악몽일 뿐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도하고 또 기도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잔인했다.

구불구불한 길, 무성한 풀숲에는 허리까지 오는 풀들이 야만스럽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건물은커녕 초가집 하나 보이지 않는 주위 풍경에 소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긴 또 어디야?’

“깼어?”

그녀의 옆에 앉은 남자가 피식 웃었다.

“이럴 때 보면 육체란 참 성실한 것 같아. 이런 상황에서도 잠이 오는 걸 보면 말이야.”

비아냥거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는 것 말고 내가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잖아?”

소은정의 당당한 목소리에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하긴.”

고개를 돌린 소은정은 주위 풍경을 살피기 시작했지만 어차피 이제 그런 것따위 기억해 봤자 탈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인지 남자는 그런 그녀를 막지도 않았다.

차량은 울퉁불퉁한 길을 빠르게 달려 밀림 사이에 덩그러니 지어진 건물 앞에 멈춰섰다.

금방이라도 원주민이 고개를 내밀 것만 같은 독특한 스타일의 건물이었다.

얼핏 보기엔 소박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정교한 인테리어 소품이 센스있게 배치되어 있었고 나무 본연의 향기가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은정이 주위를 돌아보는 동안 집 안에서 누군가 달려나왔다.

“형님, 오셨습니까?”

운전기사가 좌석 문을 열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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