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91 - 챕터 1400

2631 챕터

제1391화 네 방해꾼

오히려 김하늘이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은정아, 너네 오빠가 그 말을 들었으면 연습 시간에 몰래 네 선물을 사러 갈까 말까 망설이지도 않았을 거야.”소은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아직도 망설이고 있다니!한편, 한유라가 간식을 챙겨오며 대화에 끼어들었다.“네 오빠 정도면 조건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지. 그때는 팬들이 지금처럼 변태스럽지도 않았고. 연예인의 사생활을 존중해 줬잖아. 사생활 때문에 연예인을 비난한 적도 없고. 지금처럼….”박우혁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자신이 시기를 잘못 타고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식사 준비를 마친 전동하가 사람들을 불렀다.“밥 드세요….”오늘 준비한 메뉴는 샤부샤부였다.그들은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었다.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박우혁도 편하게 식사를 즐겼다.전동하는 잘 익은 소고기를 소은정의 접시에 담아주었지만 소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별로 만족스럽지 않을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전동하는 그녀의 손을 다독이며 부드럽게 달랬다.“오후에 일본에서 금방 보내온 소고기예요. 스테이크로 안 만들어도 맛있어요. 한번 먹어볼래요?”거의 어린아이를 달래는 수준이었다.박우혁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사람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소은정은 디저트도 좋아하고 과일도 좋아하지만 유독 고기를 싫어했다.세 사람은 그녀가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다.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소은정은 한참 고민하다가 작은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그들은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소은정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기를 삼키고는 말했다.“괜찮네요. 입에 살살 녹아요. 느끼하지도 않고 딱 좋아요.”전동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맛있으면 많이 먹어요.”그는 또 고기 몇 점을 집어 그녀의 접시에 놓아주었다.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격식 차릴 필요 없으니 많이 드세요….”격식을 차릴 생각도 없었지만 눈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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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2화 취객들

소은정은 안간힘을 써서 한유라와 김하늘을 소파에 옮겼다.한유라는 취해서 깊게 잠들어 있었다.그나마 멀쩡한 김하늘도 혀 꼬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많이 마셨네. 이제 집에 갈래….”놀란 소은정은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가긴 어딜 가? 이 꼴을 해서 보내면 나중에 우리 오빠한테 무슨 소리를 들으라고!”김하늘이 몽롱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 네 오빠한테 전화한다는 거 깜빡했어. 매일 밤 전화하기로 했는데….”말을 마친 그녀가 휴대폰을 꺼냈다.‘제대로 취했네.’소은해에게 전화를 건 김하늘은 오늘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했다.“오빠, 오늘 은정이네 집에서 술 마셨어요. 못 믿겠으면 은정이 바꿔줄까요?”소은정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아들었다.“내 선물 잊지 마! 안 그러면 얘 길바닥에 버릴 거야!”소은해가 콧방귀를 뀌더니 경고의 말투로 말했다.“그러기만 해봐? 절대 혼자 집에 보내지 마. 혼자 나가지 않게 네가 꼭 데리고 자라고. 알겠지?”전화를 끊은 소은정은 김하늘을 소파에 눕혔다.하나, 둘, 셋…한 명은 어디 갔지?놀란 그녀가 허둥지둥 거실을 두리번거렸다.“우혁 씨는요?”전동하는 자신의 팔에 동동 매달린 성강희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밀어내도 상대는 껌딱지라도 된 것처럼 계속 들러붙었다.“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다른 방에 가 볼래요?”소은정은 짜증스럽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화장실로 갔지만 거기에도 없었다.그녀는 곧바로 서재로 갔지만 거기도 마찬가지였다.손님방까지 뒤졌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마지막으로 그녀는 침실 문을 열었다.박우혁은 그녀의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깊게 자고 있었다.소은정은 한숨을 내쉬며 문을 닫았다.“찾았어요?”전동하가 성강희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물었다.소은정은 한숨을 쉬며 침실을 가리켰다.“침실에서 자고 있더라고요. 내일 사람을 시켜서 청소하죠?”아무리 전동하가 자상해도 다른 남자가 잤던 침대까지 청소할 것 같지는 않았다.전동하도 알겠다는 듯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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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3화 이성을 잃다

전동하는 오늘 밤 모임이 그녀의 남자친구로서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왜 그녀는 이토록 그와 밤을 같이 보낸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들킬까 봐 꺼리는 걸까?사람들에게 그들의 관계가 이 정도로 깊어졌다는 것은 알리기 싫었던 걸까?혹시 그녀는 언제든 이 관계를 끝낼 수 있게 방어선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소은정은 그제야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만약 그녀의 가족들 귀에 들어간다면 오빠들이 전동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 뻔했다.하지만 점점 빛을 잃어가는 전동하의 눈빛을 보자 너무 가슴이 아파서 안아주고 싶었다.그녀가 뭐라고 말을 하려는데 전동하는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부드럽지만 해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쉬어요. 이만 올라갈게요.”여전히 담담하지만 공허한 말투가 소은정의 가슴을 찔렀다.냉랭하게 바뀐 그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소은정은 순간 당황했다.그가 이 문을 나서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나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슬리퍼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달려가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전동하가 멈칫하더니 뭔가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놔요.”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개를 흔들었다.많이 화가 났네.전동하는 그녀의 손을 다독이고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올라가야 하니까 이거 놔요.”아까보다는 많이 화가 풀린 목소리였지만 소은정은 놓을 수 없었다.그녀는 등 뒤에서 그를 꽉 끌어안은 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싫다면요?”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지만 그래도 그에게 상처 주는 것보다는 나았다.그런 걱정 따위, 개나 주라지!전동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안 놓을 거예요?”소은정은 더 힘을 주어 그를 끌어안을 뿐이었다.그 순간, 눈앞이 핑그르르 돌아가더니 전동하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 들어 올렸다. 그는 약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돌아서서 그녀의 침실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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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4화 초대 고마워

전동하는 표정을 수습하고 그녀를 놓아주고는 입구로 가서 문을 닫았다.그래도 그녀는 문을 닫으라고 했지 꺼지라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자신을 보내기 아쉬워하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져서 흐뭇했다.그녀의 허락도 받아냈으니 위층으로 올라가서 취한 남자와 같이 잘 필요도 없었다.고개를 돌리자 소은정은 반쯤 풀어헤친 옷을 부여잡고 욕실로 들어가고 있었다.너무 빨라서 잡을 틈도 없었다.전동하는 턱을 매만지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녀가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소은정은 정신을 가다듬고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반신욕으로 피로를 풀 생각이었다.물론 밖에서 기다리던 남자가 지쳐 잠이 든다면 더 좋았다.빨리 씻고 나가면 굶주린 늑대가 기다리고 있을 게 뻔한데 쉽게 나갈 수는 없었다.소은정은 욕실 문을 걸어 잠근 뒤, 욕조로 들어갔다.아로마 향유와 향초까지 준비했다.거창할수록 좋았다.그렇게 20분쯤 몸을 담그고 있었을까, 그녀는 점점 눈까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밖으로 나왔다.밖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재촉하지도 않는 것을 보아 잠들었을 수도 있었다.욕조 밖으로 나온 소은정은 그제야 갈아입을 옷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욕실 가운으로 몸을 가렸다.너무 방심했어!나갈 준비를 마친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빼꼼 열었다.그가 아직 방에 있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다.머리를 내밀기도 전에 문이 열리더니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모습을 드러냈다.전동하는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욕실 벽 쪽으로 그녀를 밀쳤다.“드디어 나올 생각이 들었나 봐요?”거칠고 장난기 섞인 목소리였다.소은정은 긴장해서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긴장한 눈빛을 들켜버린 지 오래였다.잠옷 대신 욕실 가운으로 몸을 가린 모습은 숨 막히게 섹시했다.요물이라는 말이 완벽하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왜 들어왔어요?”“그러게요. 내가 왜 들어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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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5화 몸보신 좀 해야겠어요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소은정은 바로 반박했다.“난 원래 피부가 좋았거든?”김하늘이 계속 뭐라고 하려는 한유라를 말렸다.그녀는 웃으며 소은정에게 말했다.“네 남자친구가 우리 먹을 아침까지 준비해 주셨어. 정말 고마운데 시간도 늦었으니 우린 이만 가볼게. 파티 때 보자.”소은정은 그제야 표정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에는 성 씨 어르신의 생신 잔치가 있어서 파티에 참석해야 했다.김하늘은 한유라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이제 거실에는 소은정과 전동하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소은정은 식탁에 풍성하게 차려진 아침 식사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제 새벽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이 아침을 사올 힘이 남아 있었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잠은 안 자나?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전동하는 그런 생각을 할 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어제 저녁에 비서한테 아침 좀 준비하라고 부탁했죠. 난 그냥 밖에 나가서 받아온 것뿐이에요.”“그럼 친구들이 칭찬 상대를 잘못 짚었네요?”그러자 전동하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러면 친구들한테 제대로 설명해요. 난 그냥 우리가 같이 잤다는 거 들키기 싫어서 아침 일찍 밖에 나갔다 온 건데.”그게 아니었다면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라고 했을 것이다.소은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대충 씻은 뒤, 그와 식탁에 마주 앉았다. 휴대폰으로 서류를 열람하던 그녀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고개를 들며 물었다.“위층 남자들은 돌아갔어요?”“아마도요? 아침 가지러 나가기 전에 문 닫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젯밤 수고 많았어요.”“어떤 방면에서요?”고의성이 다분한 말투였다.소은정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할 수만 있다면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전동하는 점점 거침없어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본모습을 숨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하지만 그녀도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었다.“모든 방면에서 수고가 많았죠.”이번에는 전동하가 말문이 막혔다.일부러 곤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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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6화 소개팅

걸음을 떼려던 소은호가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돌아섰다.“전 대표는 언제 귀국했어요?”“그제 저녁 비행기로 돌아왔습니다.”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하고 보니 소은호의 목적을 알 것 같았다.그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상대를 바라보았다.소은해는 이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그의 뒷모습에서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한편, 소은정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안내 데스크 직원의 인사까지 친절하게 받아주었다.다른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우연준은 그 이유를 알았다.하지만 그렇다고 상사의 사생활을 떠벌리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었다.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찾은 그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려 상사의 책상에 올려놓았다.“대표님, 신포 그룹의 허지호 씨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소은정은 고개도 들지 않고 거절했다.“안 만난다고 전해요.”그녀는 허지호라는 사람에게 좋은 인상이 없었다.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사람이 갑자기 변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게다가 그는 박수혁의 사람이었다.잠시 후, 우연준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허 대표가 안 가고 버티네요. 박 대표님께서 보내서 왔다고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면서요.”소은정은 귀찮은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그들 사이에 중요하게 할 말이 있을 리 없었다.그녀는 짜증스럽게 고개를 들고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요.”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면 당장 쫓아낼 생각이었다.노크 소리가 들리고 허지호가 안으로 들어왔다. 하얀색 정장에 화려한 넥타이를 맨 그는 여전히 바람둥이 같은 인상이었다.“소은정 씨, 오랜만이네요. 사실 오래전부터 단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말이죠.”허지호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소은정은 서류를 내려놓고 담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단순하게 회포나 풀려고 오신 거라면 나가주세요. 우린 별로 친하지도 않고 내가 좀 바쁘거든요.”허지호의 미소가 약간 굳더니 그제야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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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7화 결혼과 이혼

“그럼 저도 더 고민할 게 없겠네요. 전 대표와 만난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본인 입으로 직접 듣지 않고서는 안심이 되지 않아서요.”소은정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언제부터 그렇게 소심한 성격이 되셨어요?”허지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교훈이죠.”그가 돌아서려는데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윤시라 씨한테서 많은 걸 배웠나 봅니다.”비아냥거리는 말투였다.허지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눈치 빠른 그가 그 말의 의미를 못 알아들었을 리 없었다.처음부터 그녀는 그와 윤시라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겉으로는 모른 척했지만 그녀는 서서히 허지호의 목을 조이고 있었다.그가 양심의 가책을 내려놓은 시점에 과거 얘기를 꺼내면서 그를 아주 비겁하고 파렴치한 놈으로 몰아갔다.허지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창백해진 얼굴로 걸음을 돌렸다. 침묵은 그가 유일하게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실례했네요. 이만 가볼게요.”이 방에 들어올 때의 거만함과 방탕함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우연준조차 그의 극명한 변화에 잠깐 당황했다.하지만 소은정에게 한방 먹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통쾌하기도 했다.그는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의상실 사람들을 안내했다.“대표님, 오늘 어르신 생신잔치에 입고 갈 드레스를 가져왔습니다. 액세서리는 본가에서 가져온 건데 한번 확인해 보시겠어요?”소은정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느긋하게 말했다.“어차피 시간도 많으니 일단 거기 두세요.”우연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사람들을 시켜 물건을 휴게실로 가져다 놓고 밖으로 나갔다.점심 때가 다 되어갈 때쯤, 소은호가 그녀의 사무실을 찾았다.그는 소은정의 맞은편에 앉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어제 안 나왔다고 이렇게까지 눈치 줄 일인가?’“오빠, 어디 아파?”소은호는 냉랭한 시선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전동하가 돌아왔다면서 왜 우리한테는 아무 말도 안 했어?”“그 사람 스케줄을 왜 오빠들한테 일일이 보고해?”소은정은 가슴이 뜨끔했지만 아무 일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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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8화 손자며느리

소은정은 방문객 명단에 사인을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눈치 빠른 성강희는 그녀를 발견하고 달려와서 알랑방귀를 뀌었다.“우리 은정이 오늘따라 눈이 부시네. 연예인들도 초대했는데 너한테 비교하니까 일반인 같아. 치마가 참 예쁜데 많이 짧네?”소은정은 이를 악물며 표정관리를 했다.“발목까지 내려오는 게 짧다고? 웨딩드레스인 줄 알아?”성강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우리 할아버지가 꿈에서도 손자며느리를 그리시는데 네가 웨딩드레스 입고 나랑 한 바퀴 돌아준다면 아마 축의금으로 건물 한 채를 사고도 남을걸?”소은정이 곱지 않게 그를 흘기며 말했다.“아마 넌 곱게 파티장을 떠나지는 못하겠지.”그랬으면 최소 두 다리 골절이었다!성강희도 눈치 있게 입을 다물고는 그녀를 이끌고 어르신 앞으로 갔다.“할아버지, 제가 누구를 데려왔나 한 번 보세요. 손자며느리감으로 어때요?”소은정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당장이라도 이 놈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싶었다!주변에는 조금 전 도착한 성강희의 친척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그 장면을 보고 모두 실소를 터뜨렸다.성 씨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소은정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노인에게 인사하고는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건강하세요!”어르신은 연세가 드셨지만 무척 정정하고 두뇌회전도 빨랐다.선물을 꺼내본 그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골동품을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네 아버지가 신경 많이 썼군.”소은정도 웃으며 말했다.“마음에 드신다니 안심했어요!”성강희가 옆에서 너스레를 떨었다.“할아버지, 은정이 어때요? 손자며느리로 손색이 없지 않나요?”소은정은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아냈다.성 씨 어르신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은정이는 나한테 딸 같은 아이야!”주변에서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성강희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사라졌다. 장난 좀 쳤다고 친구에서 엄마뻘이 되어버리다니!‘장난 그만 쳐야겠어! 이러다가 소은정한테 엄마라고 부르게 생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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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9화 도망치다

성강희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주연화는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성강희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주석재가 성 씨 가문 전체를 날려버릴 뻔했고 그 일로 성 씨 가문도 주석재를 원수처럼 생각하게 됐지만 성강희를 향한 주연화의 마음은 전혀 변함이 없는 듯했다.성강희가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는 순간, 주연화가 눈을 반짝이며 이쪽으로 다가왔다.당황한 성강희는 의리고 뭐고 다 팽개치고 혼자 도망갈 태세를 취했다.“소은정, 나 먼저 갈게. 혼자 조심해!”말을 마친 그는 다급히 파티홀을 빠져나갔다. 너무 급히 나가느라 친척들의 손에 든 잔을 부딪치기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조심성 없다고 그를 탓하던 친척들은 주연화를 보자 말을 바꾸었다.“빨리 도망가. 절대 잡히면 안 돼!”소은정은 황당한 표정으로 시트콤 같은 이 장면을 바라보았다.반면 박수혁은 그녀와 단둘이 있을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에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녀와 단둘이 대화를 나눈 게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했다.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가녀린 손을 잡고 억지로 밖으로 끌었다.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던 소은정은 당황해서 손을 뿌리쳤지만, 남자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그녀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차갑게 말했다.“이거 놔.”이런 장소에서 사람들에게 그와의 사이를 오해 받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말투가 너무 매몰찼던 탓인지 박수혁이 그녀의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뒤돌아서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남자가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턱짓을 했다. 그곳에는 휴게실이 있었다.“저기서 그냥 조용히 대화만 하려는 건데 그것도 힘들어?”그녀를 이상한 곳으로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바꾸고 싶었을 뿐.소은정은 이 기회에 상대에게 할 말을 하는 것도 좋겠다고 판단했다.항상 과거에 묻혀 살 수는 없었다.두 사람은 평온한 표정으로 마주 앉았다. 전처럼 다투지도, 그렇다고 냉랭한 분위기도 풍기지 않았다.서로 한 발씩 양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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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0화 놓을 수 없는 마음

주변의 소리가 잦아들었다.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눈앞의 남자는 암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소은정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박수혁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그를 보면 지난 과거가 떠올라서 힘들었다.이제 그녀의 옆에는 그녀를 웃게 해줄 사람이 있었다.그녀는 앞으로 더 행복할 것이다.소은정은 잠시 침묵하다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나 남자친구 생긴 거 알잖아. 없다고 해도 다시 돌아갈 마음은 없어.”박수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알아. 남자친구. 결혼해도 이혼하는 세월에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남자친구가 무슨 소용이지? 아직 나에게도 기회가 있는 거잖아.”소은정이 인상을 쓰며 반박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김하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정아.”고개를 돌리자 김하늘이 그녀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딘가 초조해 보였다.소은정은 담담히 자리에서 일어섰다.“먼저 갈게.”어차피 그와 이런 대화를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다.박수혁은 말없이 술잔을 입가에 가져가서 기울였다.옆모습이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졌다.소은정은 김하늘에게 다가가며 부드럽게 물었다.“이제 도착한 거야?”김하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유라는 남자친구랑 같이 온다고 해서 나 혼자 왔어. 네가 박 대표랑 이야기하고 있길래 불렀지. 저 사람 아직도 마음을 못 접은 거야?”소은정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람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목 매달잖아. 아무리 진심이라고 해도 그걸 누가 믿겠어?”냉랭하고 매몰찬 대답에 김하늘조차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너 정말….”그녀는 처음으로 박수혁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소은정은 관심 없는 사람에게 이성적이고 냉철했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박수혁의 속마음을 꿰뚫어본다는 건, 그에게 정말 마음이 떠났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이혼 과정에서 가장 상처받은 사람이 박수혁이라고 생각했다.김하늘은 더 말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어차피 그녀는 지금 전동하와 행복한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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