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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9화 도망치다

성강희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주연화는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성강희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주석재가 성 씨 가문 전체를 날려버릴 뻔했고 그 일로 성 씨 가문도 주석재를 원수처럼 생각하게 됐지만 성강희를 향한 주연화의 마음은 전혀 변함이 없는 듯했다.

성강희가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는 순간, 주연화가 눈을 반짝이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당황한 성강희는 의리고 뭐고 다 팽개치고 혼자 도망갈 태세를 취했다.

“소은정, 나 먼저 갈게. 혼자 조심해!”

말을 마친 그는 다급히 파티홀을 빠져나갔다. 너무 급히 나가느라 친척들의 손에 든 잔을 부딪치기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조심성 없다고 그를 탓하던 친척들은 주연화를 보자 말을 바꾸었다.

“빨리 도망가. 절대 잡히면 안 돼!”

소은정은 황당한 표정으로 시트콤 같은 이 장면을 바라보았다.

반면 박수혁은 그녀와 단둘이 있을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에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와 단둘이 대화를 나눈 게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했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가녀린 손을 잡고 억지로 밖으로 끌었다.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던 소은정은 당황해서 손을 뿌리쳤지만, 남자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차갑게 말했다.

“이거 놔.”

이런 장소에서 사람들에게 그와의 사이를 오해 받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말투가 너무 매몰찼던 탓인지 박수혁이 그녀의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뒤돌아서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남자가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턱짓을 했다. 그곳에는 휴게실이 있었다.

“저기서 그냥 조용히 대화만 하려는 건데 그것도 힘들어?”

그녀를 이상한 곳으로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바꾸고 싶었을 뿐.

소은정은 이 기회에 상대에게 할 말을 하는 것도 좋겠다고 판단했다.

항상 과거에 묻혀 살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은 평온한 표정으로 마주 앉았다. 전처럼 다투지도, 그렇다고 냉랭한 분위기도 풍기지 않았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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