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1281 - Chapter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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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1화 이면

“아니지. 아버지가 죄책감 같은 걸 느낄 리가 없죠. 그런 건 인간이나 느끼는 감정일 테니까. 아들보다 남동생을 더 끔찍하게 아끼는 그 모습, 누가 봐도 정상은 아니니 수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이 비밀 관짝까지 가지고 가고 싶으면 행동거지 조심하세요.”다시 돌아선 전동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잘 참았어...“전동하! 감히 나한테 그딴 식으로 말을 해? 더러운 사생아 자식,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말도 안 되는 루머로 우리 가문의 얼굴에 똥물을 끼얹어?”하지만 전동하는 전씨 일가의 체면 따위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이미 콩가루인 집안, 더 잃을 체면 같은 게 남아있었나?“피차 얼굴 보면 역겹고 기분 더러운 건 마찬가지니 저한테서 관심 끄세요. 그리고 은정 씨한테도요. 가만히 있는 사람 자꾸 들쑤시지 말라는 말입니다. 안 그럼... 어느 날 아침 기사 톱라인에 이 재밌는 가십거리가 뉴스로 올라오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기자들이 환장할 만한 소재잖아요?”하지만 전인국도 이대로 물러날 위인은 아니었다.“넌 몰라도 소은정 그 여자는 안 돼. 박수혁 대표가 대단하긴 하더라. 법적으로 해결할 만한 증거는 아주 다 지워버렸더라고? 그런데 날 너무 무시한 거 아니니? 내가 정말 못 알아낼 거라 생각했어?”전인국의 주름진 목이 팽창된 힘줄의 흔적으로 꿈틀거렸다.“우리 기섭이 그렇게 만들어놓고 평생 하하호호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SC그룹의 딸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대가는 치르게 만들 테니까.”“지금 뭐라고 하셨어요?”다시 돌아선 전동하 역시 악마가 빙의라도 된 듯 무시무시한 얼굴로 전인국을 노려보았다.“전기섭 그 자식이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시나 봐요? 자업자득이니 업보다 생각하고 평생 병수발이나 드세요. 은정 씨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 봐요. 정말 가만히 안 있습니다.”전인그룹의 추잡한 비밀은 전동하의 목숨을 지키는 부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내가 은정 씨를 지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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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어디 있을 것 같아?

바보 같이 눈 앞에 굴러들어온 기회를 차버리는 전동하가 안타까웠고 그를 이렇게 만든 소은정이 질투나고 미웠다.“난 전씨 집안 사람이 아닙니다. 설령 나랑 결혼한다 해도 그쪽이 원하는 건 얻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까 포기해요.”박수아가 진짜 원하는 건 그가 아니라 전인그룹이라는 걸 훤히 들여다 본 전동하가 다시 한 번 강조했다.뭐...?충격을 받은 듯 눈물로 얼룩진 박수아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후회할 거야...! 여자 때문에 미래를 포기해? 당신 결국 후회하게 될 거라고.”한편, 점점 강렬하게 느껴지는 불안한 예감에 전동하의 가슴은 미친 듯이 쿵쾅대기 시작했다.전인국이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한국 땅을 밟았을 리가 없다.박수혁 대표도 아버지가 귀국했다는 건 모르는 눈치였어. 그리고 박수아... 저 여자를 이용해 뭘 하려는 걸까...? 설마...뭔가 떠오른 전동하가 허둥지둥 주머니를 뒤졌지만 그곳에 있어야 할 휴대폰은 만져지지 않았다.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어.“동하 씨... 잠깐...”박수아의 처절한 외침에도 전동하는 냅다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눈 깜박할 사이에 자취를 감추었다.한편, 방금 전 무음모드로 해놓은 박수아의 휴대폰 액정에 “양 회장”이라는 단어로 불을 밝혔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다행스럽게도 그의 예상대로 전동하가 있었던 곳은 소은정이 묵는 호텔과 굉장히 가까웠고 초인적인 힘으로 전력질주를 한 전동하는 혼란스러운 뉴욕 거리를 헤치며 3분만에 호텔에 도착했다.“헉헉헉...”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타난 전동하의 모습에 경호원들이 당황하고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온 우연준 역시 눈이 휘둥그레졌다.“전 대표님?”겨우 숨을 돌린 전동하가 물었다.“은정 씨는요?”“사라지셨습니다. cctv 영상 확인해 봤는데 약 7분 전에 스스로 운전을 해서 호텔을 빠져나가셨어요.”우연준이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어디로 이동했는지는 못 알아냈어요?”“하필 그 시간대에 CCTV에 문제가 생겨서... 지금 전화도 안 받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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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3화 물러설 곳은 없어

휴대폰을 다시 우연준에게 넘긴 전동하가 말했다.“박수아한테 전화 걸어줘요.”휴대폰을 받은 우연준이 그녀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고 잠시 후.“여보세요?”휴대폰을 빼앗은 전동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박수아 씨, 은정 씨 지금 어디 있습니까? 다 알고 있는 거 아니까 말해 줘요.”하지만 박수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3, 4초 동안 침묵이 흘렀을까?다급해진 전동하는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헤쳤다.“박수아 씨, 소씨 일가 사람들은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은정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쪽에서도 어떻게든 알아볼 테고 이 일에 박수아 씨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도 곧 알아낼 겁니다. 박수혁 대표가 은정 씨 좋아하는 거 알죠? 은정 씨 때문에 자기 여동생과도 의절한 남자입니다. 얼굴 몇 번 본 적 없는 사촌동생 정도야 기꺼이 내줄 거예요. 오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 죄는 전부 박수아 씨가 뒤집어쓰게 된다는 겁니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전동하는 최대한 분노를 억누르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했다.역시나, 그의 설득이 먹힌 건지 수화기를 통해 박수아의 숨이 가빠지고 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그... 그럴 리가 없어요.”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설마 양 회장을 믿는 겁니까? 오늘 기자가 모습을 드러낸 걸 보면 소찬식 회장과 화해하려는 모양인 것 같던데... 피 한 방울 안 섞인 손녀의 편을 들어줄 것 같아요?”전동하의 말에 박수아의 마지막 버팀목마저 부숴지고 말았다.박수아는 박씨 일가에서 애매한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박대한과 박수혁을 믿고 이기적인 성격으로 자란 박예리는 별의별 해괴한 짓을 저질러도 곱게 자라서, 세상물정을 몰라서란 이유로 무사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달랐다. 오히려 애매한 위치 덕분에 박수아는 어려서부터 그녀에게 유리한 사람과, 불리한 사람들을 가려야 한다는 법을 깨우쳤고 더 죽도록 공부해 나름 훌륭한 학벌도 얻어냈다.소은정을 잘못 건드린 박예리가 미국으로 쫓겨났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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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4화 기억이 안 나

하지만 각목 따위로 철제 문이 열릴 리가 없었고 오히려 벌어진 문틈 사이로 연기가 더 밀려들 뿐이었다.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각목을 내리치는 소은정의 팔도 힘이 점점 떨어졌지만 소은정은 벽에 기댄 채 발악을 멈추지 않았다.휴대폰도 여전히 먹통...이런 절망감은 진짜 오랜만이네... 이대로 죽으면 안 되는데...“그렇게나 오래? 우리 은정이 바보 된 건 아니겠죠?”잠시 후, 이때 환청처럼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의 정신이 다시 돌아오는 듯했다.“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소리야. 너 정말...!”“아빠, 나 지금 얘 때문에 열 몇 시간 동안 비행기 타고 날아왔어요. 안아주지는 못할 망정... 진짜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저리 꺼져. 징그럽게 얘가 왜 이래.”평소처럼 투닥거리는 시끌벅적한 가족들의 목소리가 마치 거대한 힘처럼 깊은 심연으로 빠지려는 그녀를 확 끌어당겼다.“헉!”겨우 정신을 차린 소은정의 눈 틈 사이로 맑은 햇살과 창문 사이로 하늘거리는 나뭇가지가 보였다.갑작스러운 빛에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은 소은정이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움찔거렸지만 누군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어 꿈쩍도 할 수 없었다.안전한 상황은 맞는 것 같은데... 누구지?다시 눈을 뜬 그녀의 시야에 정신을 잃는 마지막 순간 가장 그리웠던 남자의 얼굴이 들어왔다.그녀의 모습을 1초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똑바로 뜨고 있는 그의 모습이 왠지 안쓰럽게 느껴졌다.푸르스름한 수염이 자란 까칠한 턱과 눈 아래를 채운 다크서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으음...”소은정의 목소리에 흠칫하던 전동하의 눈동자에 드디어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그가 물었다.“깬 거예요? 은정 씨, 내 얼굴 알아보겠어요?”미간을 찌푸린 소은정은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과 입안이 바싹 말라 도저히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그 모습에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 전동하가 벌떡 일어섰다.“의... 의사선생님!”아니... 그냥 물이라도 좀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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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화 크루즈 정도는...

소은정의 리얼한 연기력에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은찬도 자리에서 일어섰다.물론 가장 충격을 받은 건 전동하였다.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소은정을 살펴보던 전동하는 그녀를 향해 한 발 다가서려다 곧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아... 내 장난이 너무 심했나?슬픔에 잠긴 그의 모습에 소은정의 가슴도 욱신거리고 어떻게든 해명을 하기 위해 입을 벌렸지만 여전히 메마른 목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일단 병원으로 옮겨서 MRI라도 찍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소은해와 의료진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뭔가 고민하는 듯하던 소은찬이 일어나더니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역시... 은찬 오빠... 믿고 있었다고! 소은해, 그렇게 발만 동동 구른다고 뭐가 해결되냐?단숨에 물 한 컵을 전부 원샷한 소은정은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쿨럭쿨럭...”이제야 살 것 같네.“아, 생각났다. 오빠 나한테 크루즈 선물 주기로 했지?”여전히 쇠를 긁는 듯한 소리긴 했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에 이미 감지덕지였다.“...”뜬금없는 소은정의 말에 방안에 있는 모두가 벙찐 그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소은해가 웃음을 터트렸다.안도의 한숨을 내쉰 소은해가 아버지의 어깨를 토닥였다.“휴, 아빠. 은정이 괜찮은 것 같아요. 저렇게 바로 선물부터 얘기하는 거 보면... 역시 우리 집안에서 어쩌다 저렇게 욕심 많은 애가 태어났나 몰라.”소찬식 역시 그제야 소은정이 장난을 친 것뿐이었음을 눈치채고 너털웃음을 지었다.“무슨 소리야? 욕심 많은 걸로 치면 너만 하겠어?”소은정이 한 마디 내뱉은 뒤에도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전동하가 비틀거리며 다가왔다.“그럼... 나는요?”“...”두 사람은 한 동안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았다.“동하 씨 탓 아니니까 죄책감 가지지 말아요.”어찌 보면 질문과 아무 상관없는 뜬금없는 말이긴 했지만 전동하의 눈시울은 조용히 붉게 물들었다. 오랫동안 억눌렀던 감정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소은정이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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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6화 누가 누구를 위로한다는 건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소찬식이 또 소은해의 뒤통수를 내리쳤다.“으이구, 네 형 반만이라도 따라가봐라. 둘 다 내 자식인데 어쩜 한 명은 천재, 다른 한 명은 바보로 태어났나 몰라...아버지의 핀잔에 소은해 역시 발끈했다.“아버지도 아까 저랑 똑같은 생각하셨잖아요.”“아니거든!”부자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투닥대는 그때, 소은정의 방은 여전히 묘한 적막이 감돌고 있었다.숨 소리조차 조심스럽게 내야 할 것 같은 정적속에서 소은정은 전동하의 얼굴을 다시 자세히 훑어보았다.오늘따라 왠지 더 차가워져 보이는 전동하의 모습에 소은정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그 손을 꼭 잡은 전동하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하마터면 이 손... 다시는 못 잡을 뻔했어.“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은정 씨...”소은정을 꼭 껴안은 전동하의 등이 파르르 떨려왔다.소은정이 그를 찾기 위해 외출했다는 우연준의 말을 듣는 순간, 전동하는 머릿속의 뭔가가 툭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온 세상이 정전된 것 같은 끝없는 어둠이 방금 전 소은정이 눈을 뜨기 직전까지 지속되었다.그런 그의 등을 토닥이던 소은정이 미소를 지었다.“나 괜찮다니까요...”흠칫하던 소은정이 질문을 이어갔다.“범인은 찾았어요?”그래... 내가 너무 힘들어 하면 은정 씨가 더 미안해 할 거야.겨우 어두운 감정에서 헤어나온 전동하는 어느새 생기를 되찾은 소은정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네.”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소은정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다행이다. 아무 성과도 없이 다쳤으면 진짜 억울했을 텐데.”“은정 씨...”“동하 씨, 나 진짜 괜찮아요. 이번 사고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서도 나 꿋꿋하게 살아남았는 걸요.”일부러 더 가벼운 말투로 전동하를 위로했지만 소은정의 가슴은 여전히 불안감으로 콩닥거리고 있었다.그럼에도 그녀가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창고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것이란 묘한 자신감 때문이었다.지금쯤이면 우연준도 그녀가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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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뭐가 갖고 싶은데?

그런데 이때 전동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수아 씨가 기자를 매수했다는 건 양 회장도 알고 있었고 이를 묵인했습니다. 하지만... 창고에 불을 지른 건 양 회장이 아니에요.”“그럼 누가 그런 건데요?”“전인국이요.”아버지의 이름을 말한 전동하가 고개를 숙였다.잠깐의 정적 후 소찬식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전인국 회장? 자네 아버지가 한국에 왔단 소리인가?”그의 고백에 역시 깜짝 놀란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던 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절 유인해서 납치한 것도 그렇고... 처음부터 은정 씨를 노리고 들어온 것 같습니다.”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고에 전인그룹이 엮여있다는 걸 알게 된 소찬식의 손에 어느새 식은땀이 고였다.“자네는 아버지를 만났나?”“네. 전기섭이 반신불수 판정을 받고... 은정 씨한테 복수하려고 몰래 들어온 것 같습니다.”발이 넓기로 소문난 박수혁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움직였다는 건 아직도 전인국의 세력이 건재함을 의미했다.전동하의 설명을 듣고 있던 소찬식은 깊은 고민에 잠겼다.우리가 너무 안일했어. 전후 사정이야 그렇다 치고 가족이 그런 꼴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겠지.“쿨럭쿨럭.”연기를 마셔 매캐한 목 때문에 기침을 하던 소은정의 눈동자가 번뜩였다.“몰래 들어온 거라면 부하들을 많이 대동하진 못했을 거예요.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고개를 끄덕이는 소찬식과 달리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전동하의 눈동자에는 걱정으로 가득했다.“전 회장이 한국을 뜨기 전엔 혼자 움직이지 않는 게 좋겠어요.”하지만 소은정은 큰 사고를 겪고도 전혀 두렵지 않은 표정이었다.전기섭... 내가 자비를 베풀어서 살려준 건데 은혜도 모르고.“뭐 어쨌든 이미 일어난 일이니... 하나하나씩 해결해야겠네요.”소은정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피어올랐다.여긴 내 구역이야. 전인국,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마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잠시 후, 소은해와 소찬식이 방을 나서려던 그때, 소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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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8화 결혼할 거야

“걱정하지 말아요. 나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으니까.”2층에서 내려오니 집사가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식탁에 차리고 있었다.그를 힐끗 바라보던 소찬식이 입을 열었다.“저녁 식사하고 가지 그래?”“하이고, 우리 은정이 두고 갈 수 있겠어?”장난스러운 소은해의 말투에 소찬식이 쿠션으로 아들의 머리를 내리쳤다.부자가 아닌 연년생 형제라고 해도 믿을만큼 환상적인 두 사람의 티키타카에 전동하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은정 씨도 깨어났고 이제 밀린 일들을 처리해야 할 것 같아서요.”“그래... 그럼.”전동하의 대답에 소찬식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잠깐만.”소찬식이 공손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돌아서는 전동하를 불러 세웠다.“전 대표, 이번 일... 자네와 아무 상관 없다는 거 나도 알아. 자책하지 말게. 자네가 우리 은정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도 눈이 있으니 볼 만큼 봤고... 난 은정이만 좋다면 뭐든 다 괜찮으니까.”무뚝뚝한 소찬식의 말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느낀 전동하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데... 참 부럽다, 은정 씨가. 아버지가 저렇게 훌륭한 분이라...잠시 후, 전동하가 문을 나선 뒤, 소은해가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정말 괜찮으신 거 맞으세요?”아들의 질문에 소찬식은 말없이 일어섰고 유령처럼 소파에 앉아 보고서를 확인하던 소은찬 역시 스르륵 일어섰다.“박수혁보다야 훨씬 낫지. 적어도 우리 은정이가 비굴하게 매달릴 필요는 없잖아? 아니지. 오히려 그때랑 반대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말을 마친 소은찬이 주방으로 향하고 혼자 거실에 남은 소은해는 큰 깨달음을 얻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공부만 하는 샌님 같다가도... 가끔씩 보면 은근히 사랑에 대해 잘 안단 말이지...”이때 뭔가 생각난 소은해가 쪼르르 그 뒤를 따랐다.“그런데 형, 왜 갑자기 돌아온 거야? 연말쯤 돼서야 휴가 날 거 같다면서?”금테 안경을 살짝 올린 소은찬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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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기회를 줘요

소은정이 무사한 걸 확인한 이건은 지금 당장 액정을 통해 A시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었다.소은호 대표가 S시로 내려온 뒤로 그 동안 소은정이 그에게 얼마나 많은 자비를 베풀었는지 뼛속깊이 느낀 이건이었다.정말 그녀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대충 봐주는 소은정과 달리 소은호는 실수를 저지른 이에게 절대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는 잔인한 성격이었다.은호 대표님과 눈만 마주쳐도 오금이 저린단 말입니다. 은정 대표님 어서 돌아와 주세요. 이러다 저 정말 제 명에 못 죽습니다...부쩍 수척해진 이건의 얼굴을 바라보던 소은정이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어이구, 이 팀장님 흰 머리가 더 많아지신 것 같은데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머리를 쓰다듬던 이건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이건은 잠 한 숨 마음 편히 자지 못한 데다 소은호가 직접 S시로 내려온 뒤로는 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흰 머리만 늘어나고 있었다.그나마 별일 없어서 다행이지만 행여나 더 큰 사고가 났다면 자리 보전은커녕 생존까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졌을 것이다.은정 대표님... 제발 건강하셔야 합니다. 저 이제 곧 정년퇴직이에요. 그때까지 편안하게 지내다 가고 싶다고요.하소연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소은호의 매서운 눈초리에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이건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요즘 워낙 바쁘다 보니 새치 염색을 깜박했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직원들도 대표님 걱정 많이 하고 있어요. 부디 빨리 건강 회복하시기 바랍니다.”“다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쓸데없는 소리는 그쯤 하고 일 얘기나 하지?”이때, 소은호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그래. 일 얘기 좋지. 오빠, 기자는 뭐래? 자백했어?”“박수아가 인턴으로 있는 회사 대표의 사주를 받았다고 자백했어. 대표가 태한그룹이 뒤를 봐준다고 한 모양이야. 그래서 마음 놓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른 거고.”미간을 찌푸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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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배후의 세력

소은정이 씩씩거리는 소찬식의 어깨를 토닥였다.“S시에서 나름 떵떵거리고 사는 양 회장이 직접 마중까지 나온 정도면 정말 놀라긴 했나 봐요. 그리고 그게 어디 오빠 체면만 살려주는 건가요? 우리 가족들 귀에까지 들어올 걸 예상하고 한 행동이겠죠. 솔직히 그 나이에 피 한 방울 안 섞인 손녀딸 때문에 이런 일에 엮였으니... 양 회장도 참 불쌍해요.”“그래서 뭐? 불쌍해도 다 자기가 자초한 일이야.”소찬식이 픽 웃었다.“그 동안 S시에서 왕 노릇을 하면서 살다 보니 현실감각이 떨어진 거지.”“오빠, 아빠 많이 화나신 거 보이지? 내 복수 제대로 해줘. 한 번 굽히고 들어왔다고 우리가 무조건 용서해 줘야 할 이유는 없잖아?”소찬식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그럼. 이대로 넘어가면 안 돼!”두 부녀의 막무가내에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소은호가 입을 열었다.“양사그룹 전자기기 쪽은 저희가 인수하는 게 어떨까요? 저희와 이미지도 겹치고... 그냥 둬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은데요.”아들의 제안에 소찬식의 얼굴에 드디어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좋아!”양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로 기세가 예전 같지 않은 양사그룹이었지만 전자기기 쪽은 워낙 꽉 잡고 있는 터라 겨우 적자는 면하고 있었다.S시의 산업과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터라 기업가들은 물론 정치인들도 시의 경제적 지주나 다름없는 양사그룹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고 그 덕에 양 회장도 지금까지 인맥과 세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지금 양사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고객의 개성을 맞춰서 제작된 커스터마이징 전자기기, 더 큰 시장을 목표로 움직이는 SC그룹에게 딱히 도움이 안 되는 사업이긴 했지만 이쪽 업무를 빼앗기면 양사그룹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터. 그 이유만으로도 인수인계를 진행하기에 충분했다.소은호가 덤덤하게 말하긴 했지만 소은정은 이번 합병을 통해 양 회장의 목덜미를 단번에 틀어쥘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소은호의 단호한 처사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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