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다시 우연준에게 넘긴 전동하가 말했다.“박수아한테 전화 걸어줘요.”휴대폰을 받은 우연준이 그녀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고 잠시 후.“여보세요?”휴대폰을 빼앗은 전동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박수아 씨, 은정 씨 지금 어디 있습니까? 다 알고 있는 거 아니까 말해 줘요.”하지만 박수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3, 4초 동안 침묵이 흘렀을까?다급해진 전동하는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헤쳤다.“박수아 씨, 소씨 일가 사람들은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은정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쪽에서도 어떻게든 알아볼 테고 이 일에 박수아 씨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도 곧 알아낼 겁니다. 박수혁 대표가 은정 씨 좋아하는 거 알죠? 은정 씨 때문에 자기 여동생과도 의절한 남자입니다. 얼굴 몇 번 본 적 없는 사촌동생 정도야 기꺼이 내줄 거예요. 오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 죄는 전부 박수아 씨가 뒤집어쓰게 된다는 겁니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전동하는 최대한 분노를 억누르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했다.역시나, 그의 설득이 먹힌 건지 수화기를 통해 박수아의 숨이 가빠지고 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그... 그럴 리가 없어요.”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설마 양 회장을 믿는 겁니까? 오늘 기자가 모습을 드러낸 걸 보면 소찬식 회장과 화해하려는 모양인 것 같던데... 피 한 방울 안 섞인 손녀의 편을 들어줄 것 같아요?”전동하의 말에 박수아의 마지막 버팀목마저 부숴지고 말았다.박수아는 박씨 일가에서 애매한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박대한과 박수혁을 믿고 이기적인 성격으로 자란 박예리는 별의별 해괴한 짓을 저질러도 곱게 자라서, 세상물정을 몰라서란 이유로 무사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달랐다. 오히려 애매한 위치 덕분에 박수아는 어려서부터 그녀에게 유리한 사람과, 불리한 사람들을 가려야 한다는 법을 깨우쳤고 더 죽도록 공부해 나름 훌륭한 학벌도 얻어냈다.소은정을 잘못 건드린 박예리가 미국으로 쫓겨났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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