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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배후의 세력

소은정이 씩씩거리는 소찬식의 어깨를 토닥였다.

“S시에서 나름 떵떵거리고 사는 양 회장이 직접 마중까지 나온 정도면 정말 놀라긴 했나 봐요. 그리고 그게 어디 오빠 체면만 살려주는 건가요? 우리 가족들 귀에까지 들어올 걸 예상하고 한 행동이겠죠. 솔직히 그 나이에 피 한 방울 안 섞인 손녀딸 때문에 이런 일에 엮였으니... 양 회장도 참 불쌍해요.”

“그래서 뭐? 불쌍해도 다 자기가 자초한 일이야.”

소찬식이 픽 웃었다.

“그 동안 S시에서 왕 노릇을 하면서 살다 보니 현실감각이 떨어진 거지.”

“오빠, 아빠 많이 화나신 거 보이지? 내 복수 제대로 해줘. 한 번 굽히고 들어왔다고 우리가 무조건 용서해 줘야 할 이유는 없잖아?”

소찬식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그럼. 이대로 넘어가면 안 돼!”

두 부녀의 막무가내에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소은호가 입을 열었다.

“양사그룹 전자기기 쪽은 저희가 인수하는 게 어떨까요? 저희와 이미지도 겹치고... 그냥 둬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은데요.”

아들의 제안에 소찬식의 얼굴에 드디어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좋아!”

양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로 기세가 예전 같지 않은 양사그룹이었지만 전자기기 쪽은 워낙 꽉 잡고 있는 터라 겨우 적자는 면하고 있었다.

S시의 산업과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터라 기업가들은 물론 정치인들도 시의 경제적 지주나 다름없는 양사그룹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고 그 덕에 양 회장도 지금까지 인맥과 세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양사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고객의 개성을 맞춰서 제작된 커스터마이징 전자기기, 더 큰 시장을 목표로 움직이는 SC그룹에게 딱히 도움이 안 되는 사업이긴 했지만 이쪽 업무를 빼앗기면 양사그룹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터. 그 이유만으로도 인수인계를 진행하기에 충분했다.

소은호가 덤덤하게 말하긴 했지만 소은정은 이번 합병을 통해 양 회장의 목덜미를 단번에 틀어쥘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소은호의 단호한 처사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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