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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기회를 줘요

소은정이 무사한 걸 확인한 이건은 지금 당장 액정을 통해 A시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소은호 대표가 S시로 내려온 뒤로 그 동안 소은정이 그에게 얼마나 많은 자비를 베풀었는지 뼛속깊이 느낀 이건이었다.

정말 그녀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대충 봐주는 소은정과 달리 소은호는 실수를 저지른 이에게 절대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는 잔인한 성격이었다.

은호 대표님과 눈만 마주쳐도 오금이 저린단 말입니다. 은정 대표님 어서 돌아와 주세요. 이러다 저 정말 제 명에 못 죽습니다...

부쩍 수척해진 이건의 얼굴을 바라보던 소은정이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어이구, 이 팀장님 흰 머리가 더 많아지신 것 같은데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머리를 쓰다듬던 이건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소은정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이건은 잠 한 숨 마음 편히 자지 못한 데다 소은호가 직접 S시로 내려온 뒤로는 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흰 머리만 늘어나고 있었다.

그나마 별일 없어서 다행이지만 행여나 더 큰 사고가 났다면 자리 보전은커녕 생존까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졌을 것이다.

은정 대표님... 제발 건강하셔야 합니다. 저 이제 곧 정년퇴직이에요. 그때까지 편안하게 지내다 가고 싶다고요.

하소연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소은호의 매서운 눈초리에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이건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요즘 워낙 바쁘다 보니 새치 염색을 깜박했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직원들도 대표님 걱정 많이 하고 있어요. 부디 빨리 건강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다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쓸데없는 소리는 그쯤 하고 일 얘기나 하지?”

이때, 소은호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래. 일 얘기 좋지. 오빠, 기자는 뭐래? 자백했어?”

“박수아가 인턴으로 있는 회사 대표의 사주를 받았다고 자백했어. 대표가 태한그룹이 뒤를 봐준다고 한 모양이야. 그래서 마음 놓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른 거고.”

미간을 찌푸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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