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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8화 결혼할 거야

“걱정하지 말아요. 나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으니까.”

2층에서 내려오니 집사가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식탁에 차리고 있었다.

그를 힐끗 바라보던 소찬식이 입을 열었다.

“저녁 식사하고 가지 그래?”

“하이고, 우리 은정이 두고 갈 수 있겠어?”

장난스러운 소은해의 말투에 소찬식이 쿠션으로 아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부자가 아닌 연년생 형제라고 해도 믿을만큼 환상적인 두 사람의 티키타카에 전동하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은정 씨도 깨어났고 이제 밀린 일들을 처리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 그럼.”

전동하의 대답에 소찬식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깐만.”

소찬식이 공손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돌아서는 전동하를 불러 세웠다.

“전 대표, 이번 일... 자네와 아무 상관 없다는 거 나도 알아. 자책하지 말게. 자네가 우리 은정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도 눈이 있으니 볼 만큼 봤고... 난 은정이만 좋다면 뭐든 다 괜찮으니까.”

무뚝뚝한 소찬식의 말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느낀 전동하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데... 참 부럽다, 은정 씨가. 아버지가 저렇게 훌륭한 분이라...

잠시 후, 전동하가 문을 나선 뒤, 소은해가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정말 괜찮으신 거 맞으세요?”

아들의 질문에 소찬식은 말없이 일어섰고 유령처럼 소파에 앉아 보고서를 확인하던 소은찬 역시 스르륵 일어섰다.

“박수혁보다야 훨씬 낫지. 적어도 우리 은정이가 비굴하게 매달릴 필요는 없잖아? 아니지. 오히려 그때랑 반대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말을 마친 소은찬이 주방으로 향하고 혼자 거실에 남은 소은해는 큰 깨달음을 얻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공부만 하는 샌님 같다가도... 가끔씩 보면 은근히 사랑에 대해 잘 안단 말이지...”

이때 뭔가 생각난 소은해가 쪼르르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형, 왜 갑자기 돌아온 거야? 연말쯤 돼서야 휴가 날 거 같다면서?”

금테 안경을 살짝 올린 소은찬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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