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01 - 챕터 1310

2631 챕터

제1301화 수표는 어때?

주주들은 절대 쉽게 지분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소은정은 단 며칠 사이에 전인그룹 지분의 54%를 양도받으며 그룹의 최대주주가 되어버렸다.비록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진 정보는 아니었지만 주주총회가 열리면 밝혀지는 건 시간 문제일 터.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전동하의 표정이 유난히 어두웠다.“전인그룹이 그 동안 해온 짓이 있으니 주주들도 생각보다 쉽게 지분을 내놓은 것 같습니다.”뒤이은 비서의 설명에 침묵하던 전동하가 문득 물었다.“박수혁 대표는 아직 미국에 있습니까?”“아, 태한그룹이 이번에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F 브랜드를 인수했습니다. 대한민국 기업이 미국 자동차 브랜드를 인수하는 건 전례없는 일이라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전인그룹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눈치고요. 뭐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여러 고비가 있긴 했지만 인수 작업은 결국 성공적으로 끝났고 박수혁 대표도 바로 귀국했습니다.”“한국으로 갔다고요?”“네.”비서의 대답에 전동하가 미간을 찌푸렸다.하필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때 박수혁이 한국으로 돌아갔다.은정 씨한테 또 찝적거리는 건 아니겠지?한편, 오랫동안 전동하를 보좌해 왔던 비서는 유난히 초조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의아할 따름이었다.그 어떤 폭풍 앞에서도 항상 의연하던 사람이다. 아무리 큰일이 일어나도 감정을 밖으로 내비치는 일이 없던 사람이 눈에 띄게 흔들리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했다.설마... 소은정 대표 때문인가?비서가 고민의 답을 얻어내기 전에 전동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전화 좀 한 통 할게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비서는 고개를 끄덕인 뒤 눈치껏 사무실을 나섰다.문까지 꼭 닫은 비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역시... 사랑은 독약이야.한편, 소찬식의 저택.소은정이 전화를 받던 그때 마침 집사가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아가씨, 박수혁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역시 집사의 목소리를 들은 전동하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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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거래

심드렁하지만 가벼운 소은정의 목소리에 박수혁은 소은정과의 사이가 다시 좋아진 것만 같은 착각에 잠겼다.“수표 아니라는 거 알아.”파일을 받아든 박수혁의 입가에 아주 오랜만에 진심어린 미소가 피어올랐다.소은정은 은혜도, 원한도 받은 건 그대로 갚아주는 스타일, 큰 도움을 준 그에게 단순히 수표 몇 장 안기고 입 닦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박수혁도 잘 알고 있었다.사실 박수혁이 원하는 건 단 하나, 기회.소은정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는 기회였다.한편, 계단 위에 선 채 박수혁과 시선을 맞추고 있는 소은정은 편한 홈웨어 차림이라 그런지 왠지 분위기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소은정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답례야. 난 확실한 게 좋거든. 당신이 도와준 덕에 전인그룹 주주들한테서 지분을 더 쉽게 양도받을 수 있었어. 난 남한테 빚지는 건 질색이니까 받아.”박수혁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짓던 소은정이 한 마디 덧붙였다.“아, 난 5분 뒤에 화상 회의가 잡혀있어서. 먼저 올라가서 준비 좀 해야 할 것 같아.”그녀를 찾아온 손님을 이런 식으로 내쫓는 게 예의에 어긋난다는 건 소은정도 잘 알고 있었지만 박수혁의 뜨거운 시선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 일단 자리를 뜨는 걸 선택했다.어차피 다시 시작할 마음이 없다면 기회를 주지 않는 게 더 나아.말을 마치고 미련 없이 돌아서는 소은정을 불러 세우려던 박수혁의 손이 어색하게 떨어졌다.그래. 조급해 하지 말자. 한 번 도와줬다고 무작정 들이대면 오히려 더 싫어할 거야...혼자 남겨진 박수혁은 파일을 열어보았다.토지 양도 계약서가 눈에 들어오고 내용을 훑어보던 박수혁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SC그룹 소유의 토지를 거의 헐값에 태한그룹에 판다는 내용이었다.그리고 이 토지는 박수혁이 요즘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신규 프로젝트에 아주 중요한 지역이기도 했다.이 구역을 인수하지 못하면 프로젝트 진행에 영향이 가는 건 물론 원가도 더 높아질 위기였지만 토지 소유자가 SC그룹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온갖 핑계를 대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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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3화 선택해

잠시 후, 화상 회의 중이던 소은정은 문틀에 기댄 채 서 있는 소은해를 발견하고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다.그 사이에 방으로 들어온 소은해가 파일 하나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방을 나섰다.뭐지?고개를 돌린 소은정의 표정이 살짝 어색하게 굳었지만 곧 다시 이성을 되찾고 직원들의 브리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내가 준비한 선물 안 챙겼네. 지금 태한그룹에 가장 필요한 걸 텐데.20분 뒤, 회의가 끝나고 소은정은 다시 책상 위에 얌전히 누워있는 파일을 힐끗 바라보았다.하여간 고집은... 나더러 계속 빚진 기분으로 살라는 거야? 그건 안 되지.잠깐 고민하던 소은정이 휴대폰을 들었다.“우 비서님, 잠깐 저택으로 와주시겠어요?”약 20분 뒤, 우 비서가 도착했다는 말에 소은정은 기지개를 켜며 계단을 내려갔다.우유잔을 들고 있는 그녀의 입가에 우유 자국이 귀엽게 묻어있었다.그 모습에 싱긋 웃던 우연준이 물었다.“대표님 오늘 기분이 좋으신가 봅니다?”그의 질문에 소은정의 눈이 살짝 커졌다.“어떻게 알았어요?”“직감입니다.”능글맞은 미소를 짓는 우연준을 노려보던 소은정이 파일을 건넸다.“태한그룹에 배달 좀 가줘요. 무조건 박수혁 대표가 받아야 한다고 말해요. 만약 끝까지 안 받겠다고 하면 수표로 주겠다고 해요. 둘 중에 하나는 무조건 선택해야 한다고 못 박고 오세요.”순간, 우연준의 얼굴에서 미소가 감쪽같이 사라졌다.이런... 대표님 저한테 이렇게 어려운 미션을... 저도 박수혁 대표는 무섭단 말입니다!“수표를 드리라고요...? 박수혁 대표가 그걸 받을까요? 돈이라면 그쪽도 모자라지 않을 텐데요...”박수혁에게 수표를 건넸다가 정말 맞기라도 할까 봐 진심으로 걱정되는 우연준이었다.“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얼른 가기나 해요.”하지만 소은정의 차가운 시선에 거절할 여지가 없다는 걸 인지한 우연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우연준이 돌아서려던 순간, 소은정이 한 마디 덧붙였다.“아, 경찰쪽에서 이미 사건 발표 기자회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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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화 죽으면 안 돼

인터넷 기사를 대충 훑어보다 온통 그녀와 S시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뿐이었다.“여신님, 무사하셔야 해요! 세계 1위 재벌까지 되셔야죠!”“그 기자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저런 사람들 때문에 멀쩡한 기자들까지 기레기라고 싸잡혀서 욕 먹는 거 아니야. 어떻게 돈 몇 푼에 그런 루머를...”“당당하게 재점검 받을 때부터 난 SC그룹이 결백하다고 생각했어. 손실을 보면서도 명예를 잃지 않겠다는 그 모습 존경스럽습니다!”“창고에 불은 왜 지른 걸까? 재점검 결과가 정상으로 나올까 봐 걱정돼서였나?”“웬만하면 주작 아니냐고 의심하고 싶긴 한데 사건 피해자가 소은정 대표라 무슨 말을 못하겠네. 그날 현장 근처에 있었는데 소은정 대표 진짜 죽을 뻔한 거 맞음. 구급차도 두 세 대 왔을걸? 게다가 되게 잘생긴 남자 품에 안겨서 나오던데... 누구지?”“하필 이 시국에 화재? 딱 봐도 범인이 증거 인멸차 꾸민 짓이구만. 진짜 대중들을 개돼지로 아나...”“은정 언니 저흰 은정 언니 믿어요! 얼른 건강 회복하세요!”“저런 범죄자들은 진짜 평생 감옥에 처넣어야 해. 그런데 어떻게 소은정 대표를 납치할 생각을 하냐? 진짜 간도 크지...”“은정 누나, 저 바로 부동산 계약하러 갑니다...”재밌는 댓글들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이번 위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드디어 마음이 놓이는 소은정이었다.이때 휴대폰이 울리고 한유라의 이름을 확인한 소은정이 수락을 눌렀다.“은정이... 맞아?”한유라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래? 너답지 않게.”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한유라가 평소 톤으로 소리쳤다.“야! 너 살아있었어? 아 진짜 깜짝 놀랐잖아!”“내가 살아있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니?”“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네가 화재 사고로 죽었다는 찌라시까지 돌고 있단 말이야. 너 며칠째 외출도 안 했지?”한유라의 말에 소은정은 며칠 동안의 스케줄을 돌이켜 보았다.그날 공항에 간 거 말고는 계속 집에 있긴 했지.“바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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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5화 노이즈 마케팅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일로 바쁠 텐데 전동하의 댓글이 1빠였다는 것이었다.암호 같은 두 사람의 대화에 소은정의 팔로우들은 바로 망붕질을 시작했다.“이게 무슨 뜻이지?”“사랑의 암호 같은 건가?”“언니 몸은 어떠세요! 너무 보고 싶어요!”“언니, 얼른 돌아오세요!”“그런데 아무리 봐도 첫 댓글 말이야. 좀 이상하지 않아? 설마 남자친구?”그 댓글 아래로 바로 수많은 대댓글이 달렸다.“그럴 리가!”“은정 언니 스캔들은 많아도 진짜 사귀는 사람은 없었단 말이야.”“찍? 야옹? 이걸로 사귄다고 의심하는 건 너무 오버 아니야?”“그냥 센스 있는 댓글처럼 보이는데?”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소은정이 그 댓글을 캡처해 전동하에게 보냈다.“이거 설마 동하 씨예요?”“나 맞아요.”하, 하여간 발칙하다니까...“미국에 일하러 간 거 아니었어요? 맨날 휴대폰만 붙들고 있는 거 아니죠?”“맞아요.”뭐야? 장난해?어딘가 성의없는 대답에 소은정은 왠지 빈정이 상했다.대충 대화를 끝마치고 일이나 하려던 그때 전동하에게서 또 새 문자가 도착했다.“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은 은정 씨뿐이거든요. 알림 뜨면 무조건 은정 씨가 뭐 올린 거니까. 바로 좋아요 눌렀죠.”조금 차가운 말투에 섭섭함을 느낀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진심 어린 말에 소은정의 볼이 붉어졌다.“미국은 일 때문에 온 거 맞아요. 곧 해결될 거 같으니까 기다려요.”흥, 하여간 쑥맥 같으면서 아주 여우야, 여우.“그런데 어떻게 첫 댓글을 단 거예요? 게다가 야옹은 또 뭐래요?”“뭐 텔레파시랄까? 그리고 야옹은... 나름 센스있는 답이라고 생각했는데요?”전동하의 뻔뻔한 답장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한편, 전동하는 그 나름대로 섭섭함을 느끼고 있었다.이 정도면 두 사람만의 사랑의 글귀로 생각할 줄 알았는데 댓글 반응을 보아하니 자기들끼리 소은정의 열애설을 해명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네, 센스있었어요.”하지만 소은정의 답장에 조금 우울하던 기분이 바로 맑음으로 바뀌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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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6화 직접 해명

장난기가 발동한 전동하는 일부러 뜸을 들이기 시작했다.“직접 가보면 알 거예요. 혼자 가지 말고 친구들이랑 같이 가요. 위험한 곳은 아니니까 안심하고요.”“그래요.”낯선 주소를 바라보던 소은정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말 안 해주니까 더 궁금한데?한편, S시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었다.센터 자리에 앉은 건 이건, 바뀐 게 있다면 무대 아래에서 그의 발언을 지켜보는 사람이 소은정에서 소은호로 바뀌었다는 것뿐이었지만 이건은 극도의 긴장감에 벌써 물을 세 병째 원샷했음에도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은정 대표님이 계실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미치겠네, 정말.기자들이 점점 더 모여들고 그를 비추는 카메라가 늘어날수록 이건의 긴장감은 점점 더 치솟기 시작했다.한편, 집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소은정이 벌떡 일어섰다.이게 뭐야...이건의 전성기는 30대쯤, 이미 50대에 접어든 이건은 결코 능력있는 직원이라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를 그룹에 남겨둔 건 그의 자리를 대체할 직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그저 청춘을 SC에 갈아넣은 직원을 이대로 내치는 게 너무 토사구팽이 아닌가 싶어서였다.그런데... 그녀의 기대에 점점 더 못 미치는 행동에 소은정은 실망스러울 따름이었다.이대론 안 되겠어.소은정은 바로 소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소은호는 기자들과 질문 내용을 상의하고 있었다.일방적으로 SC그룹에 유리한 질문이 아닌 날카롭지만 대답 내용에 따라 네티즌들의 동정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인간은 결국 이기적인 동물, 소비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건 결국 자신의 이익이었으니 이번 기자회견을 잘 이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원자재 기준치 문제에 대해 특별히 신경 써주세요.”이때 소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여보세요?”“오빠. 이 팀장님 요즘 괜찮으신 거 맞지?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보이시는데?”소은정의 말에 고개를 돌린 소은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이건을 발견하고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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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존경하는 대표님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이건은 소은정을 상사로서 그룹 대표로서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이것은 소은호에 대한 두려움과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소은호의 표정을 보면 그의 역량에 맞지 않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다가오면서 왠지 기가 죽곤 했다.뭐, 어디까지나 내가 부족해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거겠지만...이런 저런 생각에 이건이 시무룩해 할 무렵 소은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팀장님, S시 프로젝트에 큰 문제가 생겼었는데 이 팀장님 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어요. 오늘 기자회견만 끝내면 본사로 다시 돌아오게 되실 거예요.”소은정의 칭찬에 이건이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걸요. 게다가...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해결방법도 대표님이 생각해 내신 거고... 납치에 화재까지... 고초까지 대표님께서 직접 겪으셨으니 담당자로서 제가 면목이 없습니다.”“아니에요. 이 팀장님이 안 계셨으면 이 프로젝트 시작도 못 했어요. 엉망이었던 지성그룹 이 팀장님 덕분에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된 거 다 알고 있어요.”소은정의 칭찬은 이건에게 마른 땅의 봄비와도 같은 존재였고 그제야 그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네, 저 같은 직원 아직도 해고하지 않고 안고 가는 것... 대표님들의 자비라는 것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들 기대 져버리지 않도록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네, 힘든 일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시고요. 그리고 오늘 기자회견 회사에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팀장님이 잘 해주셔야 해요. 팀장님이 곧 SC그룹 대표나 마찬가지라는 말이에요. 우리가 정의고 우리가 맞는 거잖아요? 우물쭈물하지 마시고 당당하게 나가세요. 이제 우리가 반격할 차례잖아요.”소은정의 말에 이건이 바로 허리를 똑바로 세웠다.“네,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 오늘은 저희가 역전하는 날 아닙니까. 제가 기 죽어 있을 필요가 없죠.”시간을 확인하던 소은정이 말했다.“네. 그럼 이 팀장님만 믿을게요.”“네, 대표님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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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8화 럭키 넘버

당당한 태도로 또박또박 대답하는 이건의 모습에 소은정도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잘 해주고 있어.쓸데없는 건 하나도 없는 알짜배기 질문이 이어지고 시청자수는 처음의 만 명에서 어느새 10만 명을 돌파했다.그만큼 대중들이 SC그룹의 기자회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시청자들의 랜덤 질문 시간이 시작되었다.어떤 질문을 뽑을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순발력이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도 했다.뭐든지 확실한 게 좋은 소은호였지만 순전히 재밌을 것 같다라는 소은정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추가된 코너기도 했다.그저 준비된 대본처럼 묻고 대답하는 딱딱한 방식이 아닌 시청자들에게 이 시간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기분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착안된 코너였다.잠시 후, 랜덤으로 추첨된 시청자, 닉네임 “럭키 777”의 마이크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안녕하세요. 이번 기자회견 랜덤 질문자로 추첨되셨습니다. SC그룹 산하 아파트에서 살고 계시는 입주자신가요?” MC는 엉뚱한 질문이 아닌 최대한 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했다.“입주 예정자입니다.”“그렇다면 이번 지성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겠네요?”MC의 질문에 남자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SC그룹처럼 훌륭한 기업이, 소은정 대표님처럼 훌륭한 리더가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다고 전 믿고 있었습니다.”일순간에 적적하던 댓글창이 폭주하고 있다.“뭐야... 대답을 가장한 고백 아닌가?”“헐, 목소리 잘생겼어.”“왠지 훈남일 것 같아...”“자 그럼 무슨 질문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오늘 자리해 주신 이건 팀장님께서 직접 대답해 주실 겁니다. 마음껏 질문하세요.”MC의 질문에 잠깐 망설이던 남자가 뜬금없이 말했다.“질문은 없고 소은정 대표님이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완전 열성팬이네...”“이게 질문이야? 귀엽다...”“은정 언니, 저도 언니가 행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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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9화 안 봐주네

액정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피식 웃던 소은호는 바로 돌아섰다.전동하... 은근 존재감을 드러낸단 말이지.혼자 남겨진 MC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때, 소은호가 뒤를 따라온 비서에게 분부했다.“이 팀장 내 방으로 오라고 해요.”“네.”기자들을 한 명씩 배웅한 뒤에야 이건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소은호의 사무실로 향했다.소은호 역시 에두르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 팀장님, 며칠 뒤면 전 A시 본사로 돌아갈 겁니다. 이 팀장님도 저와 함께 돌아가시죠? 지성 프로젝트는 다른 담당자가 맡게 될 겁니다. 이틀 안에 인수인계 작업 모두 끝내놓으세요.”아, 드디어 올 게 왔구나...이건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오늘 기자회견에서 이건은 최선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하다는 평가를 줄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나쁘지 않았다 정도...?특히 인재가 넘쳐나는 SC그룹에서 아무 직원이나 세워놔도 이 정도 기량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제가... 어디가 부족한 겁니까?”이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솔직히 이건 본인도 자신이 지성그룹을 담당한 뒤로 제대로 해낸 것 하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사고 연발이었다.처음 사고가 났을 때 S시에 내려온 게 소은정이 아니라 소은호였다면 진작 해고당했을지도 모른다.본사로 돌아가라는 건... 아직 기회가 있는 건가?한편 이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소은호가 픽 웃었다.“뭐가 부족했는지 지성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이 팀장님이 더 잘 아시지 않나요?”정곡을 찌르는 소은호의 날카로운 질문에 이건의 안색이 더 창백해졌다.“대표님, 그게...”하지만 소은호는 그와 쓸데없는 말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손을 들어 말을 잘라버렸다.“이 팀장님,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앞으로 큰 사고 없이 지성 프로젝트를 끝낼 자신 있으십니까? 그럴 자신 있다면 여기 남으시고 없다면 저랑 함께 본사로 들어가시죠.”두 가지 선택지를 주는 듯했지만 강압적인 말투와 표정은 이미 이건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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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0화 제 손으로 무덤 파기

해고는 아니라고 했지만 소은호가 제안한 자리는 행정팀에서도 물품 보급 등을 담당하는 직책으로 그룹의 센터나 다름 없는 기획팀과는 그 지위를 비교할 수도 없었다.좌천이라... 해고당하기 전에 내 발로 나가라는 건가...왠지 울컥하는 기분에 창백하게 질렸던 이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하지만 소은호는 그의 초조함 따위는 그와 아무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여전히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이건이 이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것, 아니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이미 100% 확신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거만함에 가까운 그 자신감이 괘씸했지만 이건은 결국 그 예상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네, 제가 먼저 인사 이동 신청서 제출하겠습니다.”“그래요.”드디어 고개를 든 소은호가 경고가 담긴 목소리로 한 마디 덧붙였다.“아, 이 일은 제가 직접 은정이한테 얘기할 테니 이 팀장님은 가만히 계세요. 지금 은정이는 건강 회복 중이라 이건 전적으로 제 결정이거든요.”“네, 알겠습니다.”은정 대표님한테 읍소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거네.마지막 희망의 끈까지 끊어지고 이건은 결국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사무실을 나섰다.그제야 소은호는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응, 은정아. 이 팀장, 행정팀으로 옮기기로 했어.”“이 팀장님이 그러겠다고 했어?”소은정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그럼. 싫다고 말할 여지 자체를 안 줬거든. 프로젝트 하나를 난장판을 만들어놓고 네 부탁만 아니었다면 진작 해고했을 거야.”소은호의 냉정한 말투에 소은정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이 팀장님 나이도 있고 행정팀도 나쁘지 않지.”“그래. 끊을게.”말을 마친 소은호는 바로 인사 이동 및 인수 인계에 관한 지시를 내렸다.마음이 안 좋긴 했지만 소은정 역시 감성만으로 회사일을 처리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으로 이를 묵인했다.아니, 오히려 힘든 말을 대신 해 준 오빠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기자 회견이 끝나고 프로젝트에 관련된 일들도 다시 정도에 들어섰고 소은정도 드디어 한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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