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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거래

심드렁하지만 가벼운 소은정의 목소리에 박수혁은 소은정과의 사이가 다시 좋아진 것만 같은 착각에 잠겼다.

“수표 아니라는 거 알아.”

파일을 받아든 박수혁의 입가에 아주 오랜만에 진심어린 미소가 피어올랐다.

소은정은 은혜도, 원한도 받은 건 그대로 갚아주는 스타일, 큰 도움을 준 그에게 단순히 수표 몇 장 안기고 입 닦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박수혁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박수혁이 원하는 건 단 하나, 기회.

소은정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는 기회였다.

한편, 계단 위에 선 채 박수혁과 시선을 맞추고 있는 소은정은 편한 홈웨어 차림이라 그런지 왠지 분위기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소은정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답례야. 난 확실한 게 좋거든. 당신이 도와준 덕에 전인그룹 주주들한테서 지분을 더 쉽게 양도받을 수 있었어. 난 남한테 빚지는 건 질색이니까 받아.”

박수혁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짓던 소은정이 한 마디 덧붙였다.

“아, 난 5분 뒤에 화상 회의가 잡혀있어서. 먼저 올라가서 준비 좀 해야 할 것 같아.”

그녀를 찾아온 손님을 이런 식으로 내쫓는 게 예의에 어긋난다는 건 소은정도 잘 알고 있었지만 박수혁의 뜨거운 시선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 일단 자리를 뜨는 걸 선택했다.

어차피 다시 시작할 마음이 없다면 기회를 주지 않는 게 더 나아.

말을 마치고 미련 없이 돌아서는 소은정을 불러 세우려던 박수혁의 손이 어색하게 떨어졌다.

그래. 조급해 하지 말자. 한 번 도와줬다고 무작정 들이대면 오히려 더 싫어할 거야...

혼자 남겨진 박수혁은 파일을 열어보았다.

토지 양도 계약서가 눈에 들어오고 내용을 훑어보던 박수혁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SC그룹 소유의 토지를 거의 헐값에 태한그룹에 판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 토지는 박수혁이 요즘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신규 프로젝트에 아주 중요한 지역이기도 했다.

이 구역을 인수하지 못하면 프로젝트 진행에 영향이 가는 건 물론 원가도 더 높아질 위기였지만 토지 소유자가 SC그룹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온갖 핑계를 대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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